소설리스트

럭키가이-105화 (105/120)

<-- 105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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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요괴들도 이름이 있겠지만 도통 생소한 그 이름에 나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상류? 상류계급 요괴? 뭔 말인지 갈피가 도통 안 잡힌다. 이게 이름이야, 아니면 정말로 그런 건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나와 달리 아리는 그 이름이 뭔지 이미 진작에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상류라니! 그건 벌써 수천 년도 더 전에……!”

“여우가 변신술을 간파 할 수 없는 상대라니. 그런 게 있을 거라고 봐?”

둔갑술에 있어서는 최고를 달리는 게 구미호인 모양이다. 주미 원장의 말에 아리가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듯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근데 대체 그게 뭔데 이러는 건데?

“수천년도 더 전이라니……?”

“저도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산해경 제 18권 해내북경에 언급만 되어 있지요.”

“음?”

“상류는 아홉 개의 목을 가진 새파란 큰 뱀이다. 아홉 개의 목은 모두 인간의 목이며,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먹어치웠다. 상류가 가는 곳은 어떠한 곳이라도 물이 넘쳐 나와 계곡으로 바뀌었고, 그 물은 매우 탁하고 어두운 빛깔의 독이 든 물이었다.”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주미 원장의 말에 순간적으로 내 동공도 커지고 말았다.

“물!”

진상 영감이 마지막에 토해낸 건 분명히 액체였으니까!

“그럼 이거 물로 상대를 조종한다 이런 건가?”

그래, 변신술이 아니라면 상대를 조종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 아닌가? 나의 말에 아리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아리의 눈빛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상류는 우(禹)이 이끄는 군대에 의해서 천자의 묘 아래에 봉인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어. 수천년도 더 전의 일이란 말이야.”

아무래도 아리가 석연찮게 여긴 부분은 그 상류란 녀석이 무척이나 오래 전의 요괴였단 것인 모양이다. 흠, 그래! 이게 엄청나게 오래 전의 일 같은데 그게 지금에 와서?

“인간 세계와 어울리더니 기껏해야 그 정도 시간도 대단히 오래된 시간이라 착각한 모양이구나.”

하지만 변수는 충분했다. 이미 눈 앞에 있는 주미 원장의 수명은 2천년을 넘어섰으니까! 와, 이렇게 생각하니까 주미 원장이 정말로 대단한 요괴 같다.

그 생각에 주미 원장을 멍하니 바라보니 우쭐한 얼굴의 주미 원장이 제법 산뜻한 표정으로 미소 지어 보였다. 아, 이 요물! 정말인지 사람 홀릴 수밖에 없구나! 그런 내 눈빛에 주미 원장이 흐뭇한 표정과 함께 팔짱을 끼며 괜스레 가슴을 어필해보이곤 다시 입을 열었다.

“천자의 묘를 세우기 전까지 상류를 묻은 자리에선 계속해서 독이 흘러나와 그 일대를 늪지로 만들어 버렸죠. 그리고 이후에 천자의 묘를 세우고 나서는 황제의 권위로 더 이상 독이 흘러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승자의 역사가 가진 미화에 불과해요.”

그 말에 나와 아리가 동시에 주미 원장을 바라보았다. 아리의 심기가 편하게만은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지금 무게감이 있는 건 주미 원장의 말이라 볼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상류는 공공의 명을 받아 세상에 혼란을 가져왔어요. 상류가 머리 아홉 달린 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지만 그의 실체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 독이 섞인 물이란 말이야?”

“정확히는 독이 아니라 사기(邪氣)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죠.”

아! 그래서 진상 영감을 보는데 그렇게 안 좋은 기분이 들었던 것인가? 그 생각에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보던 주미 원장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후에 상류는 이름을 지우고 타인의 신체를 빌려 세상에 지속적인 혼란을 가져 왔어요. 상류라는 이름 대신 ‘전란의 불씨’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저 위쪽의 큰 대륙을 농락해왔죠.”

“전란의 불씨?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

“정사나 민담에도 알려진 바는 없지만 강동이라는 곳에서 공공의 화신, 소패왕이라고 불리던 이가 그를 처단한 바 있어요. 하지만 그때는 단지 그의 육신만을 없애버렸을 뿐, 완전히 소멸시킬 수가 없었죠.”

음, 소패왕이라니. 왠지 모르게 추억의 이름 같은……. 아니, 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렇다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된 거야?”

“재미있는 게 있다면 공공……. 그러니까 치우의 화신이라 불리던 아이는 바로 이 곳의 사람이었단 거에요. 금단의 주술을 통해서 천년이 넘는 시간을 거슬러 왔고, 범인을 뛰어넘는 재능과 의지가 있어 그를 없앨 수 있었지만 하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그로 인해서 상류의 본신이 이 자리로 함께 넘어왔단 거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의 몸에 들러붙어 있었던 거였죠. 물론 그 아이는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갔지만 이곳에 남아 있는 상류는 다시 사기를 키우며 몸을 회복해왔을 거에요. 지금의 인간 세계만큼 도덕률이 붕괴된 곳은 없으니 아주 빠르게, 아주 빠르게.”

이런 황당한 일이! 하긴 요괴도 말이 안 되는데 그런 게 있다 하더라도 이상할 일은 아닐 거야. 뭐, 중요한 건 어쨌거나 그 사건 덕분에 상류, 전란의 불씨라고 불리는 이상한 녀석이 이곳으로 넘어왔단 것일 테니.

“그럼 그게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 구슬을 노린단 건가?”

어쨌거나 범인을 그 녀석으로 압축하자면 그림은 의외로 쉽게 그려진다. 그래, 그런 녀석이라면 막대한 힘이 들어 있다는 여우 구슬에 분명히 욕심을 낼 거라고. 그렇지?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상류를 찾긴 쉽지 않을 거에요. 같은 요괴들은 상류의 사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데다, 그는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인간들의 몸에 기생해왔기 때문에 인간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거든요. 비록 강동에서는 소패왕에 의해서 패퇴하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딸랑딸랑!

바로 그때 주먹에 성성자를 꽉 쥐고 있던 손을 놓자 성성자가 유례 없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 손바닥을 튀어 오를 정도로 요란하게 떨리는 방울은 주미 원장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요괴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역시 내가 겪은 일 중 가장 운 좋은 일은 주미 원장의 주인이 된 걸 거야!

“이건…….”

주미 원장도 성성자를 알아본 모양이다. 그리고는 그녀가 대체 이걸 어떻게 얻어낸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대체 주인님께 육도와 성성자, 그리고 전에 그 벽조목까지 모두를 넘겨준 이가 누구죠?”

“나도 잘…….”

“이것들 모두 보통 사람은 가질 수가 없는 물건들이에요.”

대체 그럼 그 영감님은 정체가 뭐인거야? 보통 도사님이 아니란 말인가? 그 순간 아리와 주미 원장의 눈빛이 나를 향해왔다.

“그렇게 쳐다 봐도 난 모른다니까.”

그 영감님이 날 찾아온거지 난 그 영감님을 어디서 만나야 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게 있거든 그 놈이 구슬이를 노리고 있단 거고, 결국 그놈을 알아낼 수 있는 건 이 성성자 밖에 없단 거네.”

“정확히는 성성자의 주인인 주인님 밖에 없지요. 보통 영력으론 성성자를 다룰 수도 없을 테니. 왜 그 자가 주인님께 육도의 도술을 넘겨준 것인지도 이제 알 것 같군요.”

아, 나. 뭔가 이상한 거에 살짝 낚인 기분인데!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구만.”

“그 물건들을 대가로 상류를 없애달라고 한 거라면 거절 하는 게 옳아요. 상류는 형태가 없으니 도저히 상대 할 방법이 없어요. 기껏해야 지금 몸담고 있는 육신을 없애 버리는 것 뿐. 미봉책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사기를 가진 몸덩이를 불에 태워 버린다면……?”

바로 그 순간 아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주미 원장이 힐끔 아리를 돌아 보았다.

“네 비실비실한 여우불로 말이야?”

비웃음 가득한 그녀의 말에 아리는 결코 자존심 상해하지 않았다. 처음에 가졌던 주미 원장과의 대립은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이라 생각한 듯 침착을 회복한 얼굴로 대답할 따름이었다.

“난 아니더라도 당신이라면 충분 할 텐 데.”

바로 그 순간 주미 원장도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정적. 그리고 또 다시 잠시간의 정적.

“내가 그런 일을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잖아. 상류와 난 그렇게 나쁜 사이도 아니니까.”

그리고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주미 원장이었지만 상류가 내 앞에 나타나 날 위협하고 구슬을 가져 가려 했으니 그와의 싸움은 이미 필연적인 것이 된 거라 느낀 모양이다.

그 정적 속에서 나는 왜 도사님이 내게 이걸 부탁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맙소사…….”

내가 영력을 어떻게 얻었던지 그런 걸 떠나서 성성자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은 나 뿐이고, 동시에 상류의 사기를 태워버릴 유일한 존재는 주미 원장뿐이다. 그럼 그만한 힘을 가진 주미 원장을 부릴 수 있는 것이…….

“나밖에 없잖아?”

그 순간 아리와 주미 원장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나는 실연의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보통 직장인에 불과했다만…….

“어째 많이 낚인 기분인데. 정말.”

지금은 요괴 퇴치를 해야만 하는 운명이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이 더 많음을 알기에, 기왕 이렇게 된 거 대차게 한 번 해보잔 생각이 팍 들었다.

“그냥 가만히 두면 분명히 날 노릴 거야. 그러니까 그전에 내가 먼저…….”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며 이야기 하니 주미 원장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써도 우연이 연속되어 자꾸만 맞아떨어지는 이 상황에 대한 의문이 생긴 모양이다. 하지만 미약의 지배를 받고 있는 그녀에게는 최선이 나이기에 이내 주미 원장이 다시 미소 지었다.

“전 좋아요. 뭐든 없애버리는 건 즐거우니까.”

그리고 그 흉폭한 성격 어디가겠냐고 전투 본능 내세우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역시 여자도 화끈한 구석이 있어야지!

“그렇다면 우선은 상류를 찾는 일이 급선무겠군요.”

“그래야지. 그런데 그걸 어디서 찾느냐가 문제인데. 딱히 힌트가 없잖아?”

“동류는 동류를 알아보는 법이죠. 흔적 알아내기 힘든 불여우도 수 백 년 간 쫒아온 계집이 있잖아요?”

그런 내게 주미 원장이 걱정하지 말란 얼굴로 후후 웃음 지어 보였다. 음? 그거 지금…….

“청령?”

“상류가 본신은 사기 덩어리라 해도 뱀의 몸으로 가장 오래 살아왔으니 그 습성이 사라지진 않았을 거에요. 저 불여우도, 그리고 너구리도 찾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요괴들이니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재미 있는 놀이를 만났다는 듯 눈에서 빛을 내는 주미 원장! 이토록 든든한 지원군이 또 어디에 있을까! 듬직한 그녀의 모습에 절로 흐뭇한 미소 짓는 동안 주미 원장이 우쭐한 얼굴로 아리를 쳐다보았다.

“이제 넌 사라지도록 하는 게 어때? 아무런 도움도 안 될 테니!”

그리곤 승리감 가득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던지는 주미 원장! 그 말과 함께 아리가 묘한 얼굴을 해보였다. 워낙에 미인인지라 그조차도 신비로운 매력이 흐를 지경이었다만 그것보다는 또 여전히 둘 사이의 미묘한 공기가 왠지 모르게…….

지금 날 두고 둘이서 다투는 듯 한 묘한 행복감이……. 후후.

“싫어.”

“어?”

그 행복감에 저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는 동안 어느 샌가 팔꿈치에서 아주 보드러운 느낌이 전해져 왔다. 어느 샌가 내 곁으로 다가온 아리가 내 팔을 꼭 끌어 안고 주미 원장에게 보란 듯이 이야기 했다.

“내 실수로 위험해졌으니 내가 지켜내겠어.”

============================ 작품 후기 ============================

미묘한 대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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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레이션- 그 결과물은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요? 시리즈물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럭키가이의 속편에 대한 떡밥은 여기 저기 투척

"내가 생각하는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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