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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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요일 저녁 시간에 응급실에 와 있는 이유는 분명히 하나 밖에 없다.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병원에서 용구에게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의식 불명 상태이며, 수술을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아직까지 사연이야 밝혀지지 않았지만 진상 영감의 보호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용구 뿐이지 않은가?
“네……. 그래도 아빤 아빠잖아요.”
“에휴, 니가 어른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 대신 용구가 보호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응급실로 올 수밖에 없었다. 대견스럽기 짝이 없는 용구 머리를 쓰다듬으니 용구가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리 덕분에 본의 아니게 잠이 들었다 깨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모르게 조금 부어 있는 듯 한 얼굴이 걱정스러 한 가득 걱정 담은 눈빛을 보이니 그저 수덕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잠은 어떡하구?”
“아까 갑자기 잠들어서……. 그래서 괜찮을 것 같아요.”
내가 여기서 계속 같이 있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일과 관련해서는 필히 의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용구를 계속 재위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겸사겸사 데리고 오긴 했다만…….
“에휴, 어떡하냐. 정말.”
“……오히려 그 편이 다행인지도 몰라요…….”
많이 착잡해 보이는 가운데 용기를 내려는 용구의 모습이 마음을 찌르르 울렸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항상 그렇지만 애어른을 볼 때 마다 대견하고, 한 편으로는 서글프다. 아, 계범도! 이 감성 덩어리 같으니!
“아무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하고. 나도 일 끝나는 대로 여기로 다시…….”
“아, 아니에요! 계속 폐 끼치는데 그렇게까지 그럴 수는 없어요……. 그냥 오늘은 혼자서 생각 하고 싶어요.”
계속해서 폐를 끼치는 게 맘에 걸렸던 모양이다. 아니, 이걸 폐라고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지 못하거든 그건 선의가 아니라 부담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알기에 나도 더 이상 선의를 베풀 수가 없었다.
“알겠어. 그럼 내일 아침쯤에 다시 올게. 경과 이야기 해줘.”
그 선을 지키는 게 10대, 20대 시절엔 많이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능숙해지게 되더라. 그래서 더 이상 용구가 부담 가지지 않도록 그리 이야기를 하고 다시 한 번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용구가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듯 수줍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번호는 알지?”
“네, 아저씨. 걱정 하지 마세요.”
“그래, 용구야. 너니까 믿는 거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일 것이다. 더 이상은 오버니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 아이가 길댈 곳이 필요하다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 순간이 내가 필요한 순간이 될 거야. 세상의 온정 한 부분을 담당하는 셈이지.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돈 팡팡 버는 것보단 이쪽이 훨씬 더 마음은 따스한 것 같아.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그러면 아저씨 가볼게.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해. 알겠지?”
“네, 아저씨!”
내 응원 덕분인지 그래도 용구가 기운을 낸다. 응급실에 용구 혼자 덩그러니 남겨 놓고 가려니 상당히 마음이 불편하다만 그래도 그럴 수밖에 없잖아.
“내일 보자!”
그저 밝은 맘을 잃지 않도록 밝은 기운 전해주는 수밖에!
“네!”
그래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용구를 보니 도리어 내가 용기를 얻는다. 그래, 뭐 이 일이 어떻게 되었던지 간에 진상 영감을 저렇게 만든 그 놈부터 처리를 해야 하겠다! 그 영감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어쩜 용구 말대로 이게 다행일런지도 모를 일이지만 여튼!
“후우. 근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참 내 본업은 그저 건설 회사들을 상대로 공사나 따주는 건데 말이다. 어느 샌가 본업보다는 본업 외적인 일에 더 치중을 하게 된다만 이건 생사가 걸린 문제니까.
“까악!”
때마침 금조가 정신 차리라 내게 말을 걸어 왔다. 그래, 힘 내자!
“건드리면 조져버리는 거야! 그럼 됐지, 뭐!”
“까악! 까악!”
그렇게 차를 몰고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니 주차장에 누가 봐도 이 동네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가 보인다.
“……확실히 주미 원장이 차를 보는 감각이 있다니까. 어후.”
포르쉐 파나메라! 새빨간 포르쉐의 위용에 다소 쫄리는 맘이 드는 건 쓰클이를 선물 받긴 했지만 이것 또한 실제 소유주는 주미 원장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저것도 좀 빌려달라고 해볼까…….”
이럴 때가 아니라만 차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라고, 새빨간 포르쉐의 모습에 순간 홀려 있던 나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지금 내 생사가 왔다갔다 할 수도 있는 판국에! 정신 차려!
“잠깐, 그럼 지금 아리랑 둘이 같이 있나!”
주미 원장 성격에 아리를 가만히 두지 않을 수 있단 생각이 들자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집에 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만 했지 아리를 건드리지 말란 이야기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싶은 마음에 걸음이 빨라졌다.
주미 원장이 함부로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만 나를 제외하고 모든 존재들에게 흉폭한 인물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철컥!
서둘러 문을 열어본 그곳에는…….
“어?”
“어?”
놀란 얼굴의 나를 더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주미 원장이 보였다.
“주인님?”
“어, 어?”
“이게 무슨!”
당혹스러워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건 이미 내 집안에서 주미 원장과 내가 함께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내어 준 듯 바로 앞에 잔을 내려 놓은 나는 나를 바라보며 씩 웃음 짓고 있었는데 도저히 상상도 못 할 모습인지라 온 몸의 소름이 쫙 돋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아, 나 진짜 안 잘 생겼네!”
아리가 변신을 한 게 틀림 없다. 하지만 내 모습이 저랬단 말이야? 제 3자가 되어 지켜본 나의 모습에 자신감을 잃고 울상인 나를 보자마자 주미 원장이 내가 진짜라고 생각한 듯 재빨리 뒤돌아 서며 손을 뻗었다.
-휘익!
하지만 아리의 재빠른 동작은 자연스럽게 몸을 뒤로 빼내며 그녀의 손아귀를 피해냈고, 곧 눈깜짝 할 사이에 내 모습을 하고 있던 아리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버렸다. 진짜 이게 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만……!
“감히 날 속여?!”
사나운 성격 감추지 않는 주미 원장의 앙칼진 목소리를 들으니 꿈이 아니라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잠깐!”
“까악!”
주미 원장이 사고 치기 전에 일을 막아야겠다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마자 어느 순간인가 아리의 목덜미를 움켜쥔 주미 원장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큭!”
날렵한 아리의 몸놀림으로도 주미 원장을 어떻게 피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목을 부여잡고 조금 괴로워 하는 그녀의 모습과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주미 원장!
“주인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내가 아깐 경황이 없어서 설명을 못 했어! 일단은 그 손부터 내려 놓도록 해!”
정말인지 내가 구슬이를 만나고 많은 기적들을 마주했지만 가장 다행인 것인 주미 원장을 내 아래에 두었단 것일 것이다. 내 말에 주미 원장이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서는 신경질적으로 아리를 밀쳐내며 손을 거두었다.
“후우!”
비틀거리며 밀려났던 아리가 숨을 고르며 자신의 목을 쥐고는 천천히 내게로 걸음을 옮겨오자 주미 원장이 질투심인지, 아니면 자기 성미를 건드린 대상에 대한 분노인지 모를 매서운 눈으로 아리를 노려 보고 있는 게 보였다.
워, 워!
“진정해, 주미 원장! 지금 싸우자고 부른 게 아니니까!”
“네, 주인님!”
대답은 그리 하지만 여전히 아리를 쳐다보는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대체 무슨…….”
“어쩐지 주인님이 날 거부할 리 없지!”
“아…….”
그……랬었구나. 이 왕성한 욕구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에잇,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주미 원장! 내가 위협을 당했다니까!”
“그게 어떤 녀석이죠? 저 요사스런 불여우인가요?”
“날 시기 하는 건가? 천하의 금시조가.”
“아니야, 아냐! 일단은 진정 좀 해!”
왠지 모르게 묘한 스파크가 튀는 두 요괴 사이에 진땀 빼기란……! 그런 거 찌질이들이나 하는 거야! 일단은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서고 먼저 주미 원장의 곁으로 가서 진정하라 머리에 손을 올리지 주미 원장이 왠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하고서 승리했단 듯이 아리를 쳐다본다.
그렇게 쳐다봐도 부러워 하거나 질투 할 리가…….
“흥.”
“응?”
왠지 모르게 아리도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보니 이거 무슨……. 설마 아리도 날?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만 이래선 자뻑 클럽 가입밖에 더하겠냐? 아냐, 헛된 바람은 가지지 말자! 방금 내가 제 3자로써 내 얼굴을 봤기에 극도로 냉정해진 나는 자뻑을 걷어내고 박수를 짝짝 쳤다.
“그 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고. 구슬을 노리는 정체 모를 그 놈.”
분위기를 환기하니 묘한 대치를 이루고 있던 아리와 주미 원장이 동시에 나를 쳐다 보았다.
“어제 아리를 습격한 녀석도, 그리고 방금 내가 만났던 녀석도. 모습은 다지만 분명히 같은 녀석인 것 같아.”
그 말에 주미 원장이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단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어제 오능이란 멧돼지 요괴가 날 찾아 왔어. 오늘은 우리 일족과는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기에 전혀 경계를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날 공격했고, 그로 인해서 큰 충격을 받게 되었어.”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먼저 아리가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주미 원장이 ‘흐음’ 하고 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능이 나보다 수명이 길고 힘이 셌던 터라 급히 도망쳐 왔지만 그로 인해서 여기까지 날 쫒아왔던 것 같아. 그리고…….”
그리고 아리가 미안하단 얼굴로 날 쳐다 보았다. 이 모든 게 자신의 불찰이란 듯 자괴감 가진 얼굴에 순간적으로 주미 원장이 매섭게 아리를 노려보았다. 아, 정말인지 뭔가 사랑 받고 있단 느낌이 한 가득인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데!
“아까 전에 날 만났어. 그런데 그게 돼지는 아니었고, 또 그렇게 세지도 않았단 말이야. 입에서 시꺼먼 액체 같은 걸 토해내고 쓰러졌는데 다시 와보니 모두 다 없어져버렸더라고.”
하지만 살벌한 분위기는 싫었던 관계로 내가 끼어 들어 말을 이어가니 주미 원장이 그제야 사태가 파악이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녀석인지 알 것 같군요.”
“어, 정말?!”
이 이야기만 듣고도 정체를 알 수 있단 건가? 역시 2천년의 세월을 산 대요괴는 지식도, 지혜도 남다른 모양이다! 순식간에 정체를 파악해낸 주미 원장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자 주미 원장이 다시 한 번 더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순간 아리의 표정에도 씁쓸함이 스친 것 같았다만…… 내 착각이겠지? 그리고 바로 주미 원장이 내 팔을 어루 만지며 다시 입을 열었다.
“상류. 상류라는 녀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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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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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올해는 포기 했습니다 ㅋㅋ 올해는 몸만 잘 건사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