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
“찾았다?”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물음표가 가득차고 말았다. 찾다니? 아니, 이 영감이 대체 나를 찾을 이유가 있나? 없잖아? 혹시 용구가 우리 집에 있단 걸 알아서 그런 건가 싶은 생각에 잠깐 내 몸도 멈칫했다만,
“구슬!”
이윽고 이상하다 싶어 보이는 진상 영감이 흉폭하기 짝이 없는 눈빛을 하고서 소리쳤다.
“구슬?”
그 순간 내 심장도 덜컥 내려 앉고 말았다. 맙소사! 이 영감이 어떻게 구슬을 알고 있지? 그래, 지금 말하는 건 필시 구슬이일 것이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이 영감이 구슬이를 어떻게 알고 이러느냐는 말이야?
“키익!”
순간 진상영감이 그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끔 민첩한 동작으로 나를 향해 몸을 달렸다. 오우 쉣! 이 영감이 정말 왜 이러나!
“정체가 뭐야?!”
이쯤하면 이게 그냥 진상 영감은 아니란 것쯤은 나도 쉬이 알 수 있지! 최근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일들과 상상 속에서나 존재 하리라 믿었던 요괴들이 현존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지금 진상 영감이 뭔가 씌였거나, 혹은 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쯤은 어렵잖게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휘익!
“오우 씨!”
날렵하고 민첩하게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으나 아직까지 정착하지 못했거늘! 반사적으로 볼품없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빼낸 나는 재빠른 진상 영감의 손길을 피해내며 뒤로 물러섰다.
“구슬!”
그리고 미친개마냥 침을 질질 흘리며 구슬을 애타게 찾는 모습을 보니 이건 필시 사람의 짓이 아니란 생각이 다시 한 번 가슴을 채웠다.
그러면 지금 이걸 어떻게 하면 되나? 순간적으로 혼란이 생겼고, 더불어 부상을 입은 아리가 생각이 났다. 혹시 이것 때문에 아리가 다친 것은 아닌가? 그래, 그래서 내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온 거라면?
맞아! 그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청령을 상대로도 잘 도망치며 쉽게 당하지 않았던 아리가 이렇게 다쳤다면 이건 분명히 청령 이상으로 강한 요괴란 말 아닐까?
“니미럴!”
인생에 풍파가 가시질 않는구나! 정말인지 하나 수습하면 또 하나가 터지고 버라이어티한 인생의 참맛에 벌컥 화가 났지만 그보다도 긴장감이 먼저였다. 가슴이 두근두근 터질 것만 같았다. 아, 나 이러다 부정맥 생기겠네!
“더 이상 다가오지마!”
물론 나도 이젠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고! 아직까지 납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것인지 유난스럽게도 경계심과 분노가 온 몸을 가득 채워 왔다. 이런 일에 자꾸 휘말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 마다 꼼짝 없이 쥐락펴락 당하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댁이 지금 어떤 상태든 피차 좋은 감정은 없으니까 좋은 결과물 나오지 않을 거라고!”
후우, 후우! 흥분감에 저도 모르게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소리쳤지만 진상영감은 한결 같았다. 그저 침을 뚝뚝 흘리며 짐승처럼 그르렁 거리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오로지 목적은 내 목에 걸려 있는 구슬이라는 것인 마냥!
“구슬!”
그리고 그가 다시 한 번 내게로 달려들었다. 술에 맛탱이가 간 영감의 몸놀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날렵함이 있었으나……!
-파박!
“컥!”
그래 봐야 나한테는 무용지물이지! 절권도 도장에서 배운 것과 같이 번개처럼 원, 투를 날리자 날아든 진상 영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바닥으로 철퍽 내려 앉아 버렸다. 오, 씨! 방금 좀 멋있게 들어간 거 같은데!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운동 신경 하나는 타고 난 것 같아!
“불만 있으면 말로 하라고! 그 편이 더 조지기 쉬우니까!”
물론 말빨에 더 자신이 있으니 전적으로 그래 줬으면 좋겠단 것도 사실이렸다!
어쨌거나 덤벼드는 진상 영감을 주먹으로 막아낸 나는 흥분된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까짓거 자세랄 것도 없다만, 그냥 이수영이나 사범이 그랬던 것처럼 그 동작을 따라서 가볍게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근데 이렇게만 해도 묘하게 심정이 진정이 되는 것 같다.
“쿠웩!”
그 사이에 바닥으로 추락한 진상 영가이 입에서 뭔가를 토해냈다. 어? 내가 너무 세게 때렸나?
“왜, 왜 그래요? 아 나! 진짜 그러니까 멈추라니까!”
지금 상황 자체가 확실하지가 않으니 이거 이러다 포돌이랑 조인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순간 당혹감을 느낀 나의 목소리에 아랑곳없이 진상 영감은 전날 폭음 이후의 새벽녘 기상처럼 어마어마한 기세로 뭔가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웨에에엑!”
“윽!”
아, 나! 좀 깔끔할 수 없나! 입과 눈, 그리고 귀에서마저 뭔가를 뿜어내는 그 모습이란! 지져스! 와, 이거 너무 미관상으로 보기가 안 좋네!
“도대체 저게 뭐야!”
토악질? 그래, 그게 저 영감이 전 날 먹은 라면이나 콩나물 대가리면 드럽긴 해도 이 정도로 소름은 돋지 않을 텐 데 지금 진상 영감이 내 눈 앞에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은 마치 석유를 연상케 하는 시커먼 액체였다. 그게 스멀스멀 바닥을 흘러 내 발까지 닿으려니 왠지 모를 불안감에 뒤로 걸음을 물러내고 말았다.
아, 나! 진짜! 산뜻한 기분 다 망가지게 정말!
“대체 정체가 뭐야!”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우웩!”
도리어 혼을 짜낸 진상영감의 마지막 토악질과 함께 무엇인가 거대한 검은 덩어리가 그의 입안에서 밖으로 나와 철퍽 소리를 냈을 뿐이었다. 도대체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검디 검은 액체들 자체가 가지는 미관상의 혐오스러움을 떠나서 그 느낌 자체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끅…….”
이내 토악질을 마친 진상 영감이 의식을 잃은 듯 그 검은 액체 위로 고개를 쳐박고 말았다.
“이봐요! 영감! 이 더러운 양반아!”
아 놔! 도대체 이걸 어떻게 처리 해야 하는 건데? 당혹스러운 장면에 움찔하며 영감을 불러보았지만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여전히 검은 액체들이 가득한 가운데 사라지지 않는 경계심! 그 느낌에 나는 섣부른 동정심으로 그에게 다가서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그 자리를 뜨는 게 옳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119죠? 여기 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네, 여기 중앙동 빌리지 타운 주차장이요! 네! 빨리 오셔야 해요!”
물론 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검은 액체들을 피해서 재빨리 관리 사무소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저기 주차장 쪽 310호 아저씨 쓰러져 있어요!”
“예? 그 양반 그러는 거 한 두 번도 아니고…….”
“아, 뭐 이상한 걸 토해내면서 쓰러졌다고요!”
워낙에 그 양반이 단지 내에서 픽 하면 길바닥 생활을 하고 그래서 그런지 대수롭지 않은 모습의 경비였다.
“뭐라구요?”
“시꺼먼 뭐를 엄청 토해내고 쓰러졌어요! 빨리!”
하지만 서두르는 내 모습을 보니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다. 아무리 그런 인간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란 그렇게 달가운 일이 아닐 테니! 어쨌거나 내 재촉에 경비원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서둘러 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다행스럽게 쓰클이를 세워둔 곳에는 CCTV가 없었던지라 나와 진상영감이 싸운 장면을 아무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도착하니…….
“아이고, 저 양반!”
경비 할아버지가 쯧쯧 혀를 찬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
“이 양반 또 이러는 모양인가 보네!”
“어?”
왜 없지? 그 시꺼먼 것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단 말이야! 도통 알 수 없는 일에 혼란을 느낀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말 그대로 말끔했다. 그 자리에 검은 것이라고는 오직 쓰클이 하나 뿐! 쓰러진 진상 영감 주변은 뭐 티끌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끔했다.
새까만 덩어리를 뱉어낸 흔적조차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다.
============================ 작품 후기 ============================
작가들이 슬럼프로 인해서 휴재 한다고 하면 뜯어 말리는 게 좋습니다. 이게 몸의 문제가 아니다보니 짧게 쉰다고 해서 회복 될 것도 아니고, 쉬다보면 흐름을 잃고 또 심경의 변화가 와서 전과 같은 스토리를 이어갈 수가 없거든요. 차라리 끝내고 쉬는 게 좋습니다. 많이 어렵고 힘들지만요.
본의 아니게 계속 연달아 쉬다 보니 지금 제가 바로 그러합니다. 으아아- 어떻게든 끝을 낼 거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