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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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난 이만 먼저 일어날게! 내일 중국으로 출국해야 해서!”
예능 프로그램 섭외를 대비 하느라 나를 불렀던 이수영은 정말인지 내 덕분에 한참을 웃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린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면서 먹기보다는 거의 웃는데 에너지를 소비한 터라 저 양반 배가 고프진 않을까 싶더라만 그만큼 나도 떠들어 댄 게 있으니!
“아, 예! 형님! 아무튼 가서 웃기려고 너무 막 안 그래도 돼요. 어차피 인물이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이 잘 생긴 사람들은 그냥 적당히 센스 있게 한 마디씩만 툭툭 던져줘도 그거 옆에서 다들 살려줄 거란 말입니다.”
“아니, 대체 그 잘생긴 사람이라는 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야? 수영 오빠는 몰라도 범도 오빠는 아니지 않아?”
그 사이에 말까지 놓고 무척이나 친해진 부영이가 깔깔 웃으며 태클을 걸어 왔다. 아니, 왜 다들 내 외모에 이렇게 수긍을 못하는 거야? 세상이 이상한거야, 아니면 내 심미안이 이상한 거야? 물론 후자가 정답일 확률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요괴들의 심미안은 나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이들을 위해서 나는 결코 굴복하지 않겠어!
“쉿. 자고로 부녀자는 정숙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했습니다.”
“갑자기 왜 조선시대 놀이야!”
“그야 우리 부엉부엉 부엉이 씨의 미모를 더욱 더 빛나게 해줄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입 열면 깬다는 소리 자주 듣는다면서. 바로 거기에 포인트를 둔 아주 쉽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윽!”
같이 식사면서 정말 많이 가까워진 사이이기도 하고 그렇게 애당초 쫄거나 맘이 후달리는 게 없어 아주 편안한 맘으로 이야기를 열자 보기와 다르게 단순한 부영이 윽 하고 인상을 구겼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입 열면 깨는 스타일이야?”
그리고 이부영이 바로 그 떡밥을 물고 화제를 전환했다. 후후, 원래 이런 성격 가진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뭐라고 해야 할까? 상당히 자기 중심적으로 모든 상황을 받아 들이는 경우 말이다. 뭐, 이부영이야 워낙 집안이 짱장한데다 그렇게 자라왔을 테니 그렇다 해도 이상할 건 없을 테지!
나한테 미혼향이 붙기라도 한 건지 몰라도 부영이가 나한테 엄청난 관심을 보이자 이수영이 도리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핫! 그런데 정말 부영이를 부르기 잘 한 것 같아. 둘이 정말 잘 어울리는데? 죽도 잘 맞고!”
유머러스하다기보다는 이야기 잘 들어주는 옆집 형, 오빠 같은 양반이 바로 이 양반인데 정말 스타 답지 않게 소탈한 맛이 있는 사람이다. 진짜 잘 생긴 게 성격까지 이러면 나는 어쩌나 싶기도 한데……
에잇, 내가 뭐 모자랄 게 있나!
“뭐, 깬다기 보다는 겉으로 보기엔 남자도 아주 많이 만나보고, 아주 인기도 많을 것 같은 요녀 같은 느낌인데 그게 아니라서 그래.”
자리에서 일어난 이수영을 힐끔 쳐다보고 입을 열자 부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요녀라니!”
캬, 바로 이 리액션! 얘가 학창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더니 그런 게 좀 있는 모양이다. 원래 양키들이 리액션이 좋은데, 특히나 리액션이 좋은 스타일이다. 이수영이랑은 정반대 성격이면서 가까워 진 게 얘가 리액션도 좋고, 반응도 좋고, 이야기 하기도 좋아하는 반면 이수영이 잘생기기도 하고, 아주 잘 들어주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거 아닐까?
“이건 칭찬의 의미야, 칭찬. 아무튼 의외로 숫기 없어서 연애는 잘 못해보고 그저 나 좋다 하면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은 그런 타입 같단 말이야.”
하지만 어쨌거나 이 자리의 중심은 나지! 이부영이 보통 여자던가? 백그라운드가 화려했던 만큼 이런 식으로 수작 부린 놈들은 없었을 거야. 그랬기 때문인지 그 말에 이부영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어떻게 다 알지? 말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뭔가가 있나봐!”
“운명이래두, 운명.”
“아니, 정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방금 진짜 소름 돋았어! 나 정말 의외로 보기완 다르게……!”
“연애 몇 번 못 해봤지? 그리고 해본 것도 거의 몇 달 어영부영 만나다 헤어지고?”
“어!?”
“그러니 이부영이지.”
잘 사는 집 애들이 대체로 두 부류더라. 아주 발랑 까졌거나, 아니면 아주 양반댁 규수 같거나. 보통은 외모가 행실 따라가는 법이라고 하는데 그런 건 또 아닌 애들도 있고, 이부영이 그런 경우 같다.
후후,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내가 유성구 정우성 시절엔 그 동네 유지 딸도 만나보고 그랬거든! 건설사 사장 딸도 만나보고!
왜……? 세상에 요괴도 있는데 이걸 못 믿겠어? 그러면 안 돼, 사람이 믿고 살아야지!
“아무튼 이제 슬 들어가봐야죠!”
어쨌거나 이제 마무리 짓고 나도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집 안에는 용구랑 아리가 있으니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 게 상책일 테니!
“둘도 바로 집으로 들어가려고?”
그래서 꺼낸 말에 이수영이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 보았다. 아니, 뭐 원래 소개 해달라 하고 일차에서 빠이빠이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이 그런 상황은 아니잖아?
“뭐 그래야죠. 더 늦기 전에!”
술 한 잔 더 하고 또 더 친해질 수도 있긴 하지만 우리에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머? 지금 사람 신기하게 해놓고 바로 가려고 그러는 거야?”
하지만 이게 웬 걸? 내가 아니라 이부영이 도리어 내게 관심을 보였다. 이상하게 이부영이 나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터라 기분이 참 묘하긴 하다.
하지만 뭐! 내 얼굴 생각하면 그렇게 이상 할 것도 없지! 후후, 오랜만에 사람한테 잘 팔리니까 기분이 좋다. 누구에게나 전성기는 있겠지만 나의 경우 그 전성기가 묘하게 짧은 감이 있어……. 마치 착각 같기도 한……. 에잇, 자신감 잃지 말지어다!
그런 탓에 부영이의 묘한 눈빛에 마음에 설레어 온다. 아, 이거 느낌 좋아! 왠지 오늘 둘이 같이 술을 마시고 나면 아주 거룩한 밤, 고요하진 않을 밤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야지 다음을 기대하는 맛이 생기는 법이니까. 오늘은 여기서 파합시다!”
그렇지만 집에는 용구가 있고, 또 다친 아리가 있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결국 나의 초이스는 이 밤, 이부영을 놓아주기로 결정되었다. 나도 아쉽다만 아쉬운 티 내지 말고 쿨한 척 이야기를 꺼내니 이부영이 아쉬운 듯 발을 동동 구른다.
정말인지 반응 한 번 확실하구나! 어려울 것 같단 느낌이 있었지만 도리어 그래서인지 자기 감정에 더 솔직한 모양이다. 그래, 아마 내가 막 들이대 하고 들이댔다면 이런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 거야. 뭐, 본의 아니게 밀고 당기고 한 셈이겠지?
“뭐야, 정말! 이제 재미있을 법 한 데!”
“재미난 파티도 언제든 끝은 나는 법입니다! 그렇게 아쉬우면 다음을 기약하면 되는 거 아니야? 번호 불러! 다음 약속 잡아서 연락 할 테니!”
“음, 노련한 선수 같은 느낌이네요!”
“느낌 있잖아?”
그리 어깨를 으쓱하니 이부영이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화사해 보이는 모습이 참 꽃답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맘의 대주주는 여전히 아리였다. 지금 현재 그녀를 능가 할 수 있는 주주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는…… 아니, 솔직히 이 나이에 모를 리가 없지!
“그러면 먼저 가 볼게요!”
그런 터라 이수영과 이부영 두 사람 모두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 주차해둔 쓰클에 딱 오르니 이부영과 이수영이 제법 놀란 얼굴로 날 쳐다 보았다. 뭐, 이런 거 타고 다녀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이게 적어도 서민 차는 아니니까. 아마 날 서민이라고 생각했겠지? 후후!
그 사이에 이부영이 내게로 걸어와 창문을 두드렸다. 응? 뭐지?
“번호는 안 따갈거에요?
창문을 내리자마자 이부영이 먼저 물음을 던졌다. 역시 20대 후반쯤 되면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느낌 가는대로 내게 명함 내미는 당당한 모습에 나 또한 마음이 설레인다! 아, 역시 사람이 시원시원하면 매력이 있단 말이야!
“연락할게!”
“알겠어요! 모르는 번호면 안 받으니까 먼저 얘기 해요!”
“오케이!”
그리고 나는 한 번 더 이부영과 이수영에게 눈으로 인사를 건네고는 쓰클이를 몰고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크, 역시 내가 먹어주잖아!”
아무래도 이부영 같이 잘 살고, 또 예쁘기도 한 여자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관심을 보일 줄이야! 뭐, 나 같은 개뼈다귀가 성원 그룹의 막내딸에 쫄지 않고 프리하게 있었던 게 신기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 다 가지고 있고, 다 누려본 사람은 또 항상 새로운 것에 끌리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잘 살고, 많이 배운 사람들 가운데 게이 지분이 상당히 많다더라? 아무튼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용구랑 아리는 잘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온 지 지금 대여섯시간은 지났는데 둘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아무리 아리가 예쁘다 하더라도 사람이 아니라 요괴인 것을 생각하니 아, 시간 지나서 자꾸 불안해진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인거야?”
이틀 전만 하더라도 아리는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잖아?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도사님이 혹시 관련이 있나?”
무슨 일인지 나중에 이야기 할 거라고 하더니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최근 내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아주 우연만은 아니라면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연관성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육도의 여섯가지 도술과…… 아 맞다! 방울!”
그러고 보니 이 방울을 물어보는 걸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정말인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 결코 흔한 일들이 아주 우연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과 함께 다시 과천으로 돌아온 나는 쓰클이를 주차하고 차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응?”
그건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공기가 오묘하다. 뭐지? 뭐라고 해야 할지? 이 이상한 기분을 말이다. 감기라도 걸린 건가? 아, 이상하네!
-스윽
괜시리 으슬으슬한 것이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끼며 집으로 걸음을 돌리는데 순간 누군가가 내 앞을 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
내 앞을 막은 사람은 다름 아닌 진상 영감! 이 영감과는 정말인지 악연의 끝을 달리려는 모양인지 이 양반이 여전히 초뺑이인 모양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앞을 막자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참 내.”
가지가지 한다, 정말. 낮에 그러고도 또 술을 먹은 모양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 순간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다시 엄습하고 말았다. 아니, 근데 왜 이 양반한테 술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묘한 위화감은……?
“어이, 아저씨.”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진 순간 나는 내 앞을 막은 진상 영감의 눈이 감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 의식을 잃은 듯 눈을 감고 있는 그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미 주변을 까맣게 채운 어둠 속에서 희번뜩 뒤집어진 새하얀 눈이란!
“끄어어억!”
그리고 공포영화에서나 볼 법 한 비명을 내지르는 진상 영감!
“뭐, 뭐야!”
당황스러움 가득한 가운데 새하얗게 뒤집어진 눈으로 비명을 지르던 그가 어느 샌가 동작을 멈추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진상 영감이 새하얗게 까뒤집었던 눈을 어느 샌가 올바로 뜨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이 양반과는 이렇게 대치를 해본 적이 꽤 있어 좋은 눈으로 날 쳐다볼 리 없단 걸 알고 있긴 하다만……!
-오싹!
순간적으로 온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그 느낌이란! 너무나도 이질적인 느낌이 맴돌고 있었다. 그 이질감에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 것은 내가 영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양반은 자연스럽지 않다. 뭔가 이상해!
확신을 가진 바로 그 찰나!
-스윽!
진상 영감이 손을 들어 올렸다.
“이 봐요! 정신 좀 차려 봐!”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엄습하는 불길함을 느끼는 가운데 나는 목에 걸어둔 구슬이에 지금 아주 불온한 ‘흉’이 새겨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엄습했다. 저도 모르게 구슬이를 움켜쥔 가운데…… 진상 영감이 예의 그 성질 괴팍하고 짜증섞인 목소리가 아니라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찾았다.”
============================ 작품 후기 ============================
사암침이 효과가 있군요!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오래 앉아 있으면 너무 힘듭니다. 걷는 것보다 앉는 게 더 힘들 줄이야...
아무튼 쉬는 것도 일단 이걸 마무리는 지어 놓고 하는 게 맘 편할 것 같아서 럭키 가이도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이것도 어느 샌가 1800키바가 넘었더군요. 가볍게 시작했던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마무리 지을 생각입니다.
그래야지 쉬는 것도 맘 편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슬슬 내년도 준비를 해야 하구요.
여러가지로 맺음해야 할 복선들이나 떡밥들도 많이 있지만 그건 고려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내외적으로 흐름을 타지 못하고 끊어진 적도 많았고...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쓰는 글은 아니다 보니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네요. 결정적으로 아주 쓰고 싶은 작품이 생겨났습니다.
베트남 여행 가면서 많이 생각했던 이야기인데, 역시 단순 대리만족물보단 역시 그쪽이 더 영양가가 있는 것 같네요. 아마도 인기는 없을 것 같아요.ㅋㅋ하지만 그쪽이 충실감만큼은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 KT쪽에서 괴물의 영화 시나리오화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0에 수렴 하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군요. 검토까지 갔다는 건 그래도 새로운 세계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어 볼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