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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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또각이며 그린 테라스 안, 나와 이수영의 테이블로 들어온 여자는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내가 정말로 잘 아는 여자라긴 뭣 하고,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어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얼굴 말이다.
왜 그런 거 있잖아? 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어디서 봤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 여친과 길거리 지나가는데 웬 낯익은 애가 내 앞에 멈춰 서서는 ‘오빠, 나 몰라?’ 물어보면 심장이 덜컥 내려 앉게 만들 법 한 그런 어중간한 낯익음!
“수영 오빠, 잘 지냈죠!”
그 사이에 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 목소리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이거 대체 뭐지? 아는 사람은 분명히 아닌데 뭔가 낯이 익단 생각이 들었다. 누드톤에 셔링이 잡혀서 더욱 더 타이트하게 몸매를 부각시켜주는 섹시 미니 원피스가 꼭 한국인 몸매가 아니라 육덕진 서양 모델을 연상케 하는 예쁜 몸매인 것이…….
저걸 내가 어디서 봤지?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네……?
“이쪽이야! 오랜만이네!
그 와중에 이수영이 먼저 그녀를 반겼다. 금빛 스트랩이 반짝이는 킬힐을 신은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아주 자신감 있는 모양으로 걸음을 옮겨 왔는데 그 모습마저도 낯이 익었다.
아, 놔 대체 저 여잘 어디서 본 거야? 유성구에 있을 때 나이트에서 본 건가?
허나 상당히 스타일이 강한 미인이기 때문에 그렇담 또 그런 연유로 잊을 리가 없지! 지금 여기서 봐도 상당한 미인인데 나이트 조명 아래에서 보면 여신 소리가 절로 나올 테니 말이다.
“누구……?”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내가 이수영에게 속삭이듯 물음을 던지자 이수영이 조금 놀란 얼굴을 해보였다. 그러다 이내 씩 웃으며 여자가 앞에 당도하자마자 손을 슥 내밀어 보였다.
“인사하세요, 범도씨. 부영이라고 저 아는 동생입니다.”
“부영?”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이수영의 소개에 이어 부영……이라는 여자가 당당하게 손을 내밀었다. 까르띠에 표범 로고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클러치 백을 들고 당당히 손을 내민 그녀는 여느 할리우드 스타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꼭…….
지현이랑 닮았네……?
“아, 예! 안녕하세요!”
그리고 손을 마주잡은 바로 그 순간 머리를 스친 게 있었다. 잠깐 스친 지현이 생각을 날려버린 건……!
“이부영……!”
그래, 저 여자가 누군지 기억이 났기 때문이지!
“혹시 그 악녀?!”
“아, 정말! 그 프로 괜히 나갔나봐요! 보는 사람마다 악녀래!”
악녀일기라고 하는 케이블 프로그램에 나왔던 재벌 2세! 그래, 바로 그 여자다! 그런 프로그램에 나온 애들이 연예인 좀 하려고 깝죽거리던 부잣집 아가씨들이 보통이었던 것과 달리 이부영이라는 이름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진짜 그 이부영씨 맞으세요?”
“네, 제가 그 이부영 맞는데요!”
10대 재벌가 중 하나인 성원 그룹의 이정희 사장의 막내딸이 바로 이 여자이기 때문이지!
“아, 그렇구나……. 전혀 생각을 못했네요. 이런데서 이런…….”
연예인들 버금가는 미모나 몸매도 몸매라만 다른 것보다도 어마어마한 집안 환경으로 훨씬 더 주목을 받은 여자였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낯이 익을 수밖에! 그게 몇 년 전 방송이긴 했어도 그런 자료들이 인터넷을 떠돌다 보니 당연히 그걸 지나치면서 몇 번이나 다시 보고 또 다시 보는데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못 알아 볼 수 있는 것이지!
“아무튼 반갑네요!”
와, 근데 새삼스럽게 이수영이 나한테 이런 어마어마한 사람을 소개 시켜줬나 싶어 기분이 얼떨떨해졌다.
“그런데 혹시 두 분이 사촌이나 남매……? 이름이 비슷하네요?”
“그런 건 아니에요! 다들 이렇게 보면 꼭 그거 묻더라!”
“이름은 이쪽이 더 여성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매냐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21세기는 만민평등의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실제론 계급 사회가 아니더냐?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현대의 귀족이라 할 수 있는 재벌가의 막내딸을 보니 왠지 모르게 어렵고 도도한 느낌도 든다만 최근 청령을 비롯한 요괴들로 단련이 잔뜩 된 내가 거기에 기가 눌리겠냐?
조금 놀라긴 했다만 그것뿐이라서 한결 여유 있는 얼굴로 응대하니 이부영도 새로운 기분이 들었던 모양이다.
“자매래! 수영이 언니였어요?”
아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인지 한결 쾌활한 얼굴로 내 말을 받아주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후후 웃음 지어 보였다. 아, 영화배우나 재벌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이랑 다르지만은 않구나!
“아무튼 앉지?”
그러는 동안 이수영이 이부영에게 손을 내밀자 이부영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날 힐끔 쳐다보는데…… 어머, 저 언니 나한테 필 왔나봐? 왠지 모르게 날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짓는 이부영의 모습에 촉이 온다!
왜 나한테 필이 온 건 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뭐 좋은 감정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니 어깨는 으쓱한데?
“그런데 참 신기하네요! 보통은 내가 누군지 알면 다 좀 그런 게 있던데.”
이부영이 이수영의 옆자리에 앉으며 나를 향해 다시 물음을 던졌다. 궁금한 걸 도통 참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인지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지에 대한 대답을 금방금방 꺼내 놓아 보였다. 허, 참! 이런 성격 정말로 매력 있어! 재고 따질 필요가 없으니ᄁᆞ!
“어려울 게 뭐 있나요. 외국 나가면 부영이. 부엉이씨?”
“푸훗! 아, 뭐야! 유치하잖아요!”
“유치해도 웃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도리어 뻔뻔함에 이수영이 ‘어쩜 저럴 수 있나’ 하는 얼굴로 웃음 짓고, 이부영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세상에 제 나이 서른에 부엉이란 놀림 받긴…… 정말 오랜만이네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응수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씩 웃음 지어 보였다. 후후, 이게 정우성을 연상케 하는…….
“풉! 오빠, 진짜 이 사람 재미있다! 얼굴이 너무 웃겨!”
“보기만 해도 막 흐뭇하고, 웃음기가 꿀렁꿀렁 하고, 막 저절로 엄마 미소! 엄마 부엉이네!”
아, 나 잘 생겼는데! 우리 엄마가 잘 생겼다 그랬는데 왜 요즘은 웃기단 평을 지배적으로 듣는 걸까? 고뇌하는 히어로 배트맨을 연상케 하는 고뇌를 안고서 던진 대답에 이수영과 이부영이 자지러 진다.
“너 엄마 부엉이였어?”
“아, 오빠! 오랜만에 보는데 엄마 부엉이가 뭐야! 엄마 부엉이!”
“그래요, 형님! 엄마가 뭡니까! 엘레강스하게 마미.”
“정말 초면에 이러기에요!”
버럭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이부영이 아주 웃겨 죽으려고 한다. 놀림의 대상이 되어도 이렇게 기분 좋게 받아줄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니! 역시 부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물론 부를 이어받은 정도일테지만!
“초면에 결례를 했네요…….”
“아, 얼굴 화끈 거려!”
“결혼도 안 했는데 미스!”
후후, 나도 초등학교 이후로 이렇게 유치하게 놀린 적은 처음인 것 같아! 하지만 그게 참 이부영한테는 반응이 좋다. 미스 부엉이라는 별명을 듣는 순간 이부영이 ‘그게 뭐야~!’ 하고 앙탈을 부리며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웃음을 터뜨리는데 옆에 있는 이수영도 이 재벌 2세의 새로운 별명에 안면 가득 웃음이다.
“정말 대박이다!”
“만난 지 1분도 안 되어서 애칭이 생기다니 보통 사이는 아니네요.”
“이게 무슨 애칭이에요! 놀리는 거지!”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놀리는 거 아닙니다. 사랑합니다, 부영씨. 초면에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아주 사랑하는 맘을 담아서 부엉이. 놀리는 거 아니에요. 오케이? 오케이?”
“아, 무슨 말을 쉴 새 없이……!”
그리고 이부영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이에 웨이터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나 테이블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세팅을 시작했는데 이수영, 이부영을 알아보고는 한껏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 아무튼 재미있으시긴 하네요! 정말 초면에 이렇게 막 대함 당한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아니에요, 저는 막 대하지 않았어요. 애정을 담아서, 애칭. 부엉부엉.”
그리고 검지와 엄지를 마주대고 하트 얍! 그러자 이부영이 ‘하지마요~!’ 하고 클러치로 얼굴을 가렸다. 간신히 진정시켰는데 또 터진 모양이야. 웃음이란 게 그렇거든. 한 번 터지면 이유 없이 터지기 마련이라…….
아, 근데 왜 보면 볼수록 지현이랑 닮은 거 같지?
“혹시 외가가 남씨 성을 가지지 않았어요?”
“네? 아뇨! 그건 갑자기 왜요?”
“아뇨, 아뇨. 아무 것도.”
그냥 닮은 건가? 하긴 지현이가 성원 그룹 일원이었다면 거기서 알바를 하고, 또 굳이 우리 회사에 취직했을 이유도 없을 거 아냐? 에이, 그냥 닮은 거겠지! 하긴 몸매도 비슷하고 하니까! 생각이 그리로 향하자 내가 무슨 괜한 생각을 한 건가 싶은 맘이 들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오빠랑은 어떤 사이에요? 이 오빠 알고 지낸지 꽤 됐는데 참 재미 없는 사람인데 말이에요! 어디서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을 만난 건지 궁금하네요!”
그 사이 이부영이 내게 관심을 보이며 물음을 던졌다. 메이크업이 완벽하기 때문인지 모공 하나 보이지 않는 피부가 정말 반들반들 빛이 나는구나! 역시 사람은 피부만 좋아도 먹어 주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아리가 잠깐 머리를 스쳤다.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정말 아리에 비한다면 이부영은 부엉이와 다를 바가 없구나. 그녀 또한 부족함 없는 미인임에도 불구하고…….
“아, 우리 어제 만났어요.”
“네?”
“어제 도장에 오신 거 잠깐 만난 거야.”
“그래요? 그러면 오빠랑 이쪽…….”
“계범도입니다.”
“아, 네! 범도씨도 초면이란 말이에요?”
지금은 그럴 생각 할 때가 아니지! 어쨌거나 이 자리에 놀란 이부영이 황당하단 얼굴로 이수영과 나를 돌아보았다.
“그럼 그런 자리에서 지금 나를 놀린 거에요?”
그 모습에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러니 우리가 보통 인연은 아닌가 봐요. 그쵸?”
============================ 작품 후기 ============================
주말에 일신상에 굉장히 안 좋은 일이 터져 멘붕이 왔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름감기까지 지독하게 걸려서 연재를 못했네요.
올해가 정말 팔자상 최악의 해라더니 그게 정말 맞나 봅니다. 다음주엔 베트남 가야 하는데... 여름동안 대체 몇 번을 옮겨 다니는지 원... 일은 이제 안정화 되었구요, 감기는 정말 떨어지지를 않네요. 여튼 원활한 연재는 힘이 들 것 같고 여러분들도 느긋한 맘으로 가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