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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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인터넷으로 옷 사는 것보다 나가서 옷을 사는 걸 좋아한다.
“어머! 정말 잘 어울리신다!”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끝장나죠?”
“뷰티풀! 뷰티풀! 아트네요, 아트!”
왜냐하면 이 장사치들의 설탕 바른 세치 혀가 내 기분을 몹시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지! 여자들이 흔히 쇼핑으로 기분을 전환한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이런 건가 보다! 뭣도 없는데 단지 고객이란 이유로 겁나게 빨아주니까!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지! 후후후!
“옷도 괜찮지만 옷걸이가 워낙 끝내주잖아? 크. 진짜 나지만 정말 잘 생겼네요. 그렇죠?”
“아, 예……. 정말…….”
물론 더러는 너무 과하면 얘네도 리액션 쳐주기가 힘든 때가 있긴 하더라만…….
“아무튼 이거 얼마입니까? 마음에 드네요. 싹 다 뽑으니 너무너무 깔끔하다.”
후후, 매상 많이 올려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냐! 어차피 21세기는 자본주의 사회인 고로……! 물론 지금 내가 아리를 두고 이렇게 돈지랄 할 타이밍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도 날 위한 시간은 좀 가져줘야지? 그렇지 않겠어?
뭔지도 모를 일에 괜히 걱정돼서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벌벌 떠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나을 거라고! 그래, 대범해지자! 대범!
“토즈 브라운 로퍼 50만원, 아르마니 아사면 그물 짜임 셔츠 38만원, 타임 옴므 로맨틱 섬머 팬츠 28만원, 입생로랑 벨트 61만원, 다 합쳐서 177만원 되겠습니다.”
아, 나! 무슨……! 입을 때야 좋았지만 이렇게 살 떨리는 가격일 줄이야! 이거 뭐야?
……는 훼이크고!
“현찰!”
“오오오!”
벤츠 스마트키를 든 남자가 이 금액에 쫄아선 곤란하지 않겠냐! 후후, 사실 이 정도로 큰 현찰 지르기는 미친 척 하고 풀싸롱 4인분 질렀을 때 밖에 없어서 지금 심장이 발랑발랑한 게 사실이다.
근데 뭐! 뭐! 박현숙씨를 위해서 수천만원을 쾌척한 나가 아니더냐!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오기 전에 찾아온 현찰을 딱 내밀자 명품샵 직원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
“거기에 저 버버리 린넨 재킷도 추가!”
“오!”
“얼마야?!”
“120만원!”
“물론 현찰로 계산!”
“오오오!”
당당히 3장으로 계산을 끝낸 나는 여유있는 얼굴로 미소 지었다. 돈은 이제 더 이상 무리가 되지 않으니 내 수준에 맞는 소비를 앞으로 지향하도록 하겠어!
후후후, 앞으로 10년 동안 입고 다녀야지…….
“갈아입고 갈 거니까 계산 먼저!”
“네, 손님! 아, 아니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니, 그건 안 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건 홍길동 하나만으로 족하단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그렇게 쉬운 남자가 아니거든? 여자한테는 좀 쉬울 수 있어도 남자들한테까지도 쉽다면 그건 정말인지 호구 중 호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고로 도도하게 거절을 하고 나니 명품숍 직원이 아쉽단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계산 완료 되었습니다!”
“잠깐!”
“네?”
그리고 계산이 완료된 찰나 나는 그를 돌아보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현금 영수증.”
“아, 예!”
이 정도 큰 돈 쓰는 사람은 그런 거 안 할 줄 알았냐? 부자가 괜히 부자야? 하나, 하나 아끼니까 부자가 되는 법이다. 칠락팔락 써재끼는 재벌 2세들과는 다르단 말이지! 그 마인드를 간직하고 싶었던 나의 요구에 직원이 현금영수증까지 처리를 마치고 나자 그 자리에서 나는 옷을 갈아 입었다.
올리브 그린 컬러의 반바지에 꼭지가 훤히 비치는 얇디 얇은 아사면 셔츠! 소중한 나의 꼭지를 가리기 위해 네이비 컬러의 린넨 셔츠까지! 영국 코쟁이 놈들이 옷을 참 핏팅감 입게 입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버버리 재킷이 내 몸에 딱 맞춘 듯 느껴졌다.
“인물이 쫙 살아 나시네요! 형님!”
“아니, 손님! 형님이 아니지.”
그렇게 쉽게 난 널 허락하지 않아! 꼼꼼한 나의 말에 숍 직원이 아쉬운 얼굴로 날 바라보았지만 여기까지!
“다음에 또 오면 그땐 허락해줄게.”
오늘은 키스까지만 해주께! 진숙이 년의 명대사를 떠올리며 나는 입고 갔던 옷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숍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간 여유 좀 있네.”
이 동네 도로 상황이 워낙 절망적인지라 좀 일찍 나온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쇼핑이 일찍 끝난 탓도 있다. 뭐, 예전처럼 예산 따질 필요가 전~혀 없으니 말이지! 어쨌거나 그런 탓에 가볍게 나의 쓰클이에 오르니 사람들이 확 쳐다보는 시선들이 느껴진다.
“와 AMG야……!”
여자들이야 못 알아봐도 차 좀 아는 남자애들은 이게 뭔지 모를 수가 없지! 남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면 또 뭔가 혹해서 걔네들도 괜히 날 쳐다 보게 되고!
“역시 비주얼은 니가 먹어줘!”
금조는 보디가드 역할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청담동 고급 레스토랑엔 함께 동행하지 못 할 것이 뻔함으로 집에다 두고 왔다. 뭐 그런 고로 지금 나는 아주 쌔끈한 벤츠 S 클래스를 AMG 모는 정우성 삘 나는 쏠로 오빠라고 할까! 왠지 모르게 쇼핑도 하고 기분도 으쓱해지니 그렇게 차 막혀서 싫던 강남 땅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허상일 뿐일지니! 하지만 누릴 땐 제대로 누리자고!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며 차를 몰고 나가니 그 사이로 사람들의 시선이 확 들어왔다. 지나가는 강남 아가씨들에게 살짝 눈 인사를 건네니 전과 달리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나를 향해 마찬가지로 활짝 웃어주는 모습이란……!
“감흥이 없네.”
그래, 솔직한 말로 그렇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주미 원장이나 시은이, 청령, 아리가 비록 요괴긴 하더라도 그저 외모 하나만 따져 보았을 땐 엄청난 인원들이니 말이다. 연예인들도 화생방 코찔찔이로 만들어 버릴 극강의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데 저런 강남 성형 언니가 눈에 찰 리가 없지!
그런 고로 시선 즐기는 것도 그걸로 끝을 내고 곧바로 나는 목적지인 청담동 그린 테라스로 향했다. 풀 요리 전문인가? 그린 테라스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거 보니 말이야. 아, 뭐 나도 어차피 살을 좀 빼야 하니까! 그래, 베지터리안이라고 했나? 존나 2등만 하다가 결국은 니가 최고다 하고 인정해줄 것 같은 이름이지만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오, 여기 있군.”
청담동 명품거리와는 그렇게 멀지 않았던지라 바로 아래에 비어 있는 주차장로 들어가니 발렛 요원이 잠깐 차를 세웠다.
“예약 되어 있으십니까?”
“이수영씨랑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요. 영화배우 이수영.”
딱히 잘난 것이야 없지만 그래도 이수영! 이름빨이 있지 않겠나! 그 말에 순간 발렛 직원이 ‘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발렛 해드릴까요?”
“아니, 내가 합니다. 내 차니까.”
후후, 아직 이런 거 자연스럽게 맡기고 하는 건 익숙하지 않단 말이야! 내 돈 주고 산 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꺼라니 괜히 조심스러워진 맘에 발렛을 거부하고 능숙하게 차를 세웠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파킹에 자신이 있는 이유가 있다면!
여자들이 주차 잘 하는 남자를 그렇게 섹시하다고 생각한다니까! 그래서 존나게 연습했던 거다. 존나게…….
“와, 운전 정말 잘 하시네요!”
말끔한 후면 주차에 발렛 직원도 놀란 눈치다. 짜식, 인기는 괜히 얻어지는 게 아니라니까!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제가 한 운전 합니다.”
하지만 그걸 굳이 지금 설파 할 필욘 없잖아? 그 한 마디와 함께 차에서 내리고 스마트 키로 딱 말끔하게 문을 잠그니 이렇게 멋질 수가 없네! 크, 속물이라고 해도 정말인지 이건 내가 꿈꿔온 삶이 아니던가?
벤츠에, 명품에, 청담동에서 영화배우, 셀레브레이티와의 식사라니! 어느 정도는 완성도 있는 삶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야. 불과 열흘 남짓한 시간에 이렇게 컬러가 다른 인생을 살다니!
“아리는 괜찮은가 모르겠네.”
그러다 보니 잊으려고 해도,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자꾸만 아리 생각이 난다. 왜 그렇게 다친 것이며. 청령이 아니라면 이번은 누구일까?
“혹시 어제 관악산서…….”
그린 테라스로 올라가면서 문득 나는 어제 보았던 그 광경들이 떠올랐다. 관악산 근처에서 무슨 불빛 같은 것이 보였던 기억 말이다. 혹시 싸움은 아닐까 싶었던 그게 불현 듯 생각이 나자 이건 거의 확신이 되고 말았다.
“분명히 다른 뭔가와 싸움이 있었던 게 틀림 없어.”
그것도 청령을 능가하는 아주 강력한 녀석이 나타난 것 같았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청령과 싸워서도 그렇게 심각한 상처를 입지 않았던 아리가 이 정도 다쳤다면 그건 상대가 보통 요괴는 아니라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일테지?
“어떤 놈이 감히…….”
나에게 이런 부와 여유를 선물해준 것이 아리이긴 하다만 그런 걸 떠나서 왠지 모르게 아리가 그렇게 다쳤다니 울컥 화가 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여기 이쪽입니다!”
그러는 동안 발렛이 연락을 했는지 2층의 그린 테라스 본관으로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화사하게 웃으며 안내를 해왔다.
“오, 일찍 오셨네요!”
그 자리를 따라가자마자 먼저 와 있었던지 와이셔츠를 걸친 댄디한 차림의 이수영을 볼 수 있었는데, 아 참 잘 생겼네! 반갑기도 하고 또 신기하기도 한 마음에 먼저 인사를 건네자 이수영이 후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범도씨도 일찍 나오셨네요.”
“이 동네 도로 문제가 워낙 더럽잖아요. 김여사 벤츠랑 사고 날까봐 조심해서 왔죠!”
그리고 엄지를 치켜들자 이수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다시 봐서 반갑네요! 그 사이에 살이 더 빠지신 것 같은데요?”
“그래요? 이제 슬슬 얼굴에서 정우성이 보이나요?”
“하핫, 역시 유머 감각은 여전하시네요!”
“웃기려고 한 거 아닌데요.”
“하하하! 정말 재미있으십니다, 범도 씨는!”
아, 나 진지한데 왜……! A4 3장을 꽉 채운 항의서한을 보내고 싶지만 차마 그리 말은 못하겠더라. 아, 이 양반 너무 잘 생겼어! 명품으로 쫙 빼입고 오질 않았으면 얼굴로 엄청나게 발렸을 것 같은 기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안 이수영이 내게 앉으라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한 사람 더 옵니까? 자리가 왜……?”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을 보니 세팅이 두 개가 아니네? 그 생각에 물음을 던지자 이수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어제 부를 땐 여자 소개 시켜달라 하셨잖아요.”
“예?”
놀란 나의 모습에 이수영이 자기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듯 씩 웃음 지었다. 아니, 우리 초면인데? 이번에 처음 보는 건데 정말로 그렇게 했단 말이야?
“정말 한다면 하시는 분이시네요!”
“그 친구도 재미있는 사람 좋아하니까 그래서 시간 괜찮으면 한 번 같이 식사나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하더군요.”
와, 정말 이 양반 진국이네! 얼굴만 잘 생긴 게 아니었어! 물론 키도 크고, 돈도 잘 벌고, 성격도 좋지만…….
“그렇군요! 이거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제가 열심히 잘 한 번 웃겨봐야겠네요!”
“얼굴만 봐도 재미있어 할 겁니다.”
……지금 잘 생겼다고 재는 거야? 아, 뭐라 반박하질 못하겠다……. 하긴 저 얼굴로 내 얼굴 보면 웃기긴 할 거야……. 삐뚤어 지고 싶다!
그러는 가운데 이수영이 핸드폰을 잠깐 보더니 후후 웃음 지었다.
“이쪽 근처에 다 왔다고 하네요.”
“아, 그래요? 그런데 오늘 같이 오시는 분은 뭐하는 분이신지?”
아, 이거 오늘도 역시 일이 많은걸? 아리의 일이 걸리기도 하지만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터라 이수영이 대체 이 자리에 누굴 불렀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보면 알 겁니다.”
그리고 이수영이 후후 웃음 짓자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고 말았다.
“그래요? 혹시 연예인?”
“뭐 그쪽은 아니지만 연예인 해도 나쁘진 않을 친구에요.”
뭐야? 대체 누구지? 혹시 모델인가? 아, 생각지도 못한 소개팅이 되겠다! 그 전에 옷 쫙 새로 빼입고 오길 잘했나봐! 아리야, 나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봐! 미안해!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을 안고 냉수를 살짝 들이키는 동안 ‘어서오세요!’ 하는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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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대리만족물의 핵심은 얼마나 작자의 욕망이 잘 발현되고, 실현되느냐인데 지금 저의 욕망은 오직 하나- 쉬는 것 뿐이네요... 이런 비탄스러운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