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97화 (97/120)

<-- 97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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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아리를 집으로 데려온 이후 정신없이 지혈을 하고 상처를 붕대로 감싸고서는, 또 용구와 금조가 먹을거리를 마련하러 장을 보러 나갔다 들어온 나는 먹을거리들이 잔뜩 들어 있는 비닐 봉지를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물음을 던졌다.

그 물음에 내 대신 아리를 돌보고 있던 용구가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다시 잠 들었어요. 그런데 이 언니 병원 안 가도 돼요? 많이 아픈 것 같던데.”

그리고 그녀가 다시 물음을 던졌다. 아무래도 용구도 장보러 나간 내가 장 대신 상처입은 미녀를 데리고 올 줄은 몰랐던 모양인지 조금 쭈뼛거리는 모습이었다.

“병원은 안 가도 괜찮을 거야. 원래 다쳤을 때 쉽게 이동하면 안 되는 거라니까 일단은 이 언니 의식 좀 회복하면 그때 얘기 해보고 옮기면 될 거야.”

니 눈 앞에 있는 절세미녀가 사실은 요괴라 이야기 할 수 없으니 대충 얼버무렸다만 용구도 대강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녀 또한 당황한 건 마찬가지인지라 그냥 얼떨ᄄᅠᆯ한 기분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듯 했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었다만 이런 식의 재회는 그렇게 또 반갑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아니, 며칠 전에 나를 구해주었던 그녀가 이렇게 부상을 입은 상태로 도로 한 복판에서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제 나는 뭐…… 주미 원장도 있고, 시은이도 있고, 청령도 있고, 거기다 지현이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게 아리란 존재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내 인생을 열어준 구슬이를 준 당사자란 것을 떠나서 아직까지도 뇌리에 남아 있는 그 모습들과 좋은 느낌들이 나로 하여금 그녀를 잊을래야 잊을 수 없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구나……. 아무튼 지금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아저씨 아는 분이세요? 진짜 예쁜 언니에요.”

그 사이 용구가 다시 물음을 던졌다. 같은 여자가 봐도 감탄할 정도라는 듯 잠이 들어 있는 아리를 보며 왠지 모를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자는 이성애자라도 동성에 끌리는 경우가 남자보다는 많다더니 이게 딱 그런 경우인지 새하얀 아리의 얼굴을 보며 동경과 부러움을 동시에 보이고 있는 용구!

“잘은 몰라. 그래도 개중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있지…….”

때 마침 눈을 감고 있던 아리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오묘한 호박색 눈동자가 빛을 발하자 용구가 저도 모르게 ‘우와…….’ 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정신이 들어?”

그 물음에 아리가 주변 시야가 잘 잡히지 않은 듯 잠깐 멈춰 있다 눈을 깜빡이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세를 졌네요……. 또 다시.”

“신세랄 것 까지야. 아직 신세 진 쪽은 나니까.”

그 말에 용구가 살며시 눈치를 살피다 ‘저는 거실에 가 있을게요.’ 하고 쪼르르 걸음을 옮겼다. 용구가 눈치껏 자리를 비켜준 덕에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맘으로 아리를 대할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야기 하자면 이야기가 많이 길어질 것 같아요.”

의식을 다시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아리의 상태는 제대로 된 상태라 볼 수가 없었다. 여전히 힘겨워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안타까운 맘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혹시 청령 짓은 아니겠지?”

그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힘도 없는 청령이거늘! 감히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지 않을까?

내 생각대로 아리 역시 그건 아니다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그녀의 모습에 이번엔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거나 그래도 괜찮아진 것 같으니 한 시름은 좋았네.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더 쉬고 하도록 해. 시간은 여유가 있으니까.”

그 말에 아리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너무나도 청순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던 눈을 천천히 감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나를 무척이나 믿는다는 듯 말이다.

“그럼 조금 더 눈을 붙일게요…….”

“편히 쉬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오늘은 구슬이가 길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더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금방 잠이 든 듯 쌔근쌔근 숨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그 모습 하나만으로 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날 지경이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널 다시 본 게 길인지도 모르겠다.”

속삭이듯 혼잣말을 꺼낸 후 밖으로 나와보니 용구가 정자세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아, 귀엽다 진짜! 귀여운 용구의 머리를 쓰다듬자 용구가 괜히 어색한 듯 흠칫 하며 내 손을 피했다.

“어? 쏘리.”

“아, 아니에요! 그런 거에 안 익숙해서.”

그리고 용구가 헤헤 웃으며 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역시 이 나이다운 귀여운 맛이 있어야지 말이야. 아리도 무사해졌겠다, 한 시름 놓은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용구가 힐끔 나를 돌아 보았다.

“그런데 저 언니는 괜찮대요?”

“응. 그냥 좀 쉬고 나면 괜찮을 거래.”

“근데요 저 언니는 아저씨랑 어떻게 알고 지내는 거에요?”

“응?”

문득 호기심이 스쳤던 모양인지 용구가 나를 굉장히 신기하단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왜? 내가 이렇게 예쁜 언니 알고 지내니까 이상해?”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어제 봤던 그 애도 귀엽게 생겼었고, 또 어제 아저씨랑 같이 있던 그 언니도 진짜 예뻤는데 이 언니도 정말 예쁘니까 신기해서요…….”

“아니, 그게 왜 신기해? 내가 잘 생겼잖아?”

“네?”

후후 웃으며 대답했지만 진심 어린 용구의 반문에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히고 말았다. 아 나, 진짜 요즘 애들 각박하다니까!

“아니, 아저씨가 지금은 좀 후덕해져서 그렇지 살만 좀 빼면 정우성이라니까! 하긴 요즘 애들은 정우성이 누군지 모르지?”

“아는데요……. 근데 음……. 안 닮았는데…….”

“……에이, 아냐! 지금은 내가 살이 좀 쪄서 그렇다니까. 살만 빠지면 그냥 끝장난다, 정말.”

“음……. 아무튼 뭐 아저씨가 매력이 있긴 있나 봐요. 착해서 그런가……. 역시 남자는 외모가 다가 아닌지도.”

“아니, 왜 날 보고 그런 결론이 나와? 왜……?”

“네? 왜……?”

아, 너 자꾸 그렇게 진심으로 반문할래? 결국 남자는 외모가 다 아니란 것의 대명사로 선정이 된 나는 용구의 작은 목소리에 무어라 할 말을 덧붙이지 못하고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마. 남자든 여자든 인물 좋으면 인물 값 하는 법이야. 사람이 내실이 탄탄해야지 말이야.”

“그래도 아저씨도 너무 여자 좋아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여자 너무 밝히다 망한다 그랬어요.”

“난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거야. 쳇, 아니라고 해도 안 믿어줄 거면서!”

투덜거리는 내 모습에 용구도 다시 후후 웃음 지어 보였다. 부상 입은 아리의 등장으로 긴장을 하고 있던 게 조금은 풀린 모양이다. 아, 이제 이수영 만나러 청담동으로 나가봐야 하는데 얘를 또 혼자 두고 가자니 맘이 불편한데.

그런 기색을 느낀 것인지 용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사소한 배려심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 오묘한 얼굴이었다.

“아저씨, 오후에 약속 있다고 하셨죠?”

“어, 어.”

이미 오후엔 약속이 있다 한 터라 용구도 알고 있는 상황! 단지 내가 누굴 만나러 가는 것인지는 알지 못 하고 있겄지!

“그럼 그냥 맘 편히 갔다오세요! 저 언니는 제가 잘 돌볼게요. 무슨 일 생기면 아저씨한테 연락하면 되는거잖아요……?”

오, 천사표! 이렇게 착한 애가 요즘 시국에 어디 있단 말인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준 용구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마. 너만 믿고 맡기마.”

인기절정 영화배우 이수영과의 약속을 취소할까 고민도 했지만 다행히 용구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나도 한 시름 놓았다. 아마 용구 없이 아리 혼자 있었다면 필시 약속을 취소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다행인고로!

“그러면 언제 나가세요?”

“6시에 청담동에서 보기로 했으니까 지금 미리 나가서 준비도 좀 해야 할 것 같아.”

“혹시 또 여자 만나러 가시는 건 아니죠?”

혹시나 하는 용구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인마! 남자야, 남자!”

아, 정말인지 인기 절정의 바람둥이 이미지는 어쩔 수가 없구만! 아주 그냥 나와 철썩 달라붙어서 내 모습이 그런 거 마냥! 후후, 사람이 잘 생기고 볼 일이라니까. 아무렴 주변에선 절대 아니라고 해도 말이지…….

“혹시 아저씨 남자도……?”

“혼날래?”

============================ 작품 후기 ============================

너무 덥군요 오늘 머리가 삥삥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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