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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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영화배우 이수영?
“어, 안녕하십니까!”
생각지도 못한 전화 통화에 당황한 나는 그저 얼떨떨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만나서 이 양반이 날 참 좋아한다 싶긴 했다만 정말로 전화 할 줄은 몰랐지! 와, 암만 쓰잘데 없는 남자 연예인이라고 해도 상남자 캐릭터로 남자들 사이에서도 인기 좋은 배우인지라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해지는 걸? 헤헤.
-예, 안녕하세요! 지금 통화 가능하시죠?
“예, 뭐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무슨 일로……?”
-어제 연락한다 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시간 되시면 한 번 만나 보도록 하죠.
다른 이유 없이 어제 그리 이야기를 했으니 그렇게 한 것이라 이야기 하는 걸 보니 이 양반이 정말 스타 의식 같은 게 없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 영화에서만 그런 게 아닌가 본데!
새삼스럽게 ‘오오~ 제법?’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잘 생기고 키 큰 놈이 성격까지 좋다고 하니 화가 난다, 화가 나! 쳇 그래도 얼굴만 가지고 인기를 누릴 수는 없는 게 현실이지 않겠냐? 뭐, 그만큼 됨됨이가 된 사람이니 이 정도로 히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예. 그럼 시간 되시는 대로 보는 걸로 하도록 합시다!”
뭐 딱히 할 일도 없었는데 이게 웬 떡이냐!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나이 들어차고 나서는 여자랑 독대하는 것보다는 남자랑 만나는 게 좋아졌다. 오해는 하지 마라! 이제 여기 저기 마음에서 우러나와 맞춰주는 경우가 없다보니 술자리선 굳이 그럴 필요 없는 동성을 선호하게 되는 거니까!
아마 이건 내 또래면 누구든 그럴 거야. 후후, 그리고 술 취하면 영혼의 프랜드쉽이 되어서 함께 2차 가긋지!
-첫 자리에 술은 그렇고 식사라도 가볍게 같이 하도록 하는 걸로! 괜찮겠죠?
“예, 저야 문제 없습니다. 그러면 장소는 어디로 하는 게 좋을까요?”
-청담동 쪽에 잘 알고 있는 가게가 하나 있는데 이야기 나누는데 방해도 되지 않고 분위기도 괜찮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그쪽에서 보는 게 어떨까요?
후후 역시 같은 남자끼리라서 만나는 것도 일사천리다. 생각 할 필요 없이 쫙쫙 진도가 나가지 않냐!
“괜찮으시다니 믿고 가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정말 자주 가는 곳이니 괜찮을 겁니다! 위치와 주소는 문자로 찍어 보내드릴게요. 오늘 6시쯤 보는 걸로 하죠!
“6시까지 장을 비워 놓으란 이야기처럼 들리는 군요. 아, 이거 참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그 말에 이수영이 하하핫 하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난 진심인데!
-너무 오래 굶으면 속에 안 좋습니다. 적당히 속은 채워 주시고 오시면 됩니다!
“예, 그러도록 하지요! 그러면 6시에 뵙겠습니다!”
-네, 그때 봅시다!
그리고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역시 남자들끼리의 대화는 상당히 스피디한 감이 있지? 굳이 이거 저거 돌아갈 필요가 없으니까! 어쨌거나 여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충무로를 비롯해서 브라운관까지 양쪽에서 모두 잘 나가고 있는 탑 배우와의 통화인지라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만남이 상당히 기대가 되는 것도 있다만 기본적으로 만나자 한 쪽이 사는 법이니까! 후후, 얼마나 좋은 식당으로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정말 양껏 먹을 수 있겠어!
“아, 나. 혼자 쳐 먹고 다니긴 그렇잖아.”
그렇지만 또 입이 있으니 나 혼자 그러기엔 뭔가 치사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용구가 집에 있으니 먹을 것이라도 좀 사다 놓아야지 애가 저녁 끼니는 챙겨 먹지 않겠는가 싶어서 말이지. 내 입만 입이고 남의 입은 주둥이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장이나 보러 가야겠다!”
그 참에 또 토토나 시원하게 긁어주고 말이다!
“얘가 빨리 와야 할 텐 데.”
용구가 집에서 이쪽으로 들어와야 다시 내가 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관을 열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집을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바로 윗층 계단에서 용구가 금조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교복과 가방을 싸들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니 최소한의 것들만을 챙겨온 듯 했다.
“가지고 올 것만 챙겼네?”
“네……. 혹시 집에 들어올까 봐…….”
집에 아빠가 들어올까 봐 겁이 나서 일찍 나온 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씁쓸한 인생이다, 정말.
“얼른 들어와.”
이내 집 안으로 들어오고 문이 닫히고 나서야 용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 보니 정말인지 맘이 미어지는구나, 미어져. 하지만 또 너무 그런 티를 내서도 안 될 일일 것이다.
“아무튼 교복이랑 가방은 챙겼으니까 학교는 걱정이 없겠네!”
“아, 네. 다른 건 틈틈이 시간 날 때 마다 가지고 오면 될 것 같아요…….”
티를 내지 않고 화제를 바꾸니 다행히 용구도 환하게 웃음 지어 보였다. 자기 집에서 자기 짐을 몰래 가지고 와 이렇게 안도를 하다니! 아, 자꾸만 맘이 쓰여서 안 될 것 같다.
“아저씨는 이제 밖에 나가서 장을 좀 봐올 건 데…… 같이 나가긴 좀 그렇지?”
“아……. 네…….”
등잔불 밑이 어두운 법이라고 하지만 어두우려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한 법이다. 조심스러운 용구의 모습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면 혹시 필요 한 거 있으면 여기다 다 적어서 문자로 쏴. 뭐, 속옷이나 옷도 필요한 거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지내는데 필요한 거는 뭐든지.”
“아, 아……. 네, 네…….”
하지만 이미 말 떨어지기 무섭게 부끄러워 하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여고생은 여고생이다. 요즘 애들 이런 맛이 없는데 정말인지 이런 맛이 있어야지 애들이 귀여운 거지! 에이, 징그러운 놈들!
“그럼 갔다 올게.”
“까악!”
“금조 넌 여기서 용구랑 같이 있어.”
“까악?”
“네가 용구를 대신 지켜 줘야지.”
이제 난 더 이상 누구의 보호도 필요가 없으니까! 후후, 자신감 가득한 나의 얼굴에 금조가 불만을 가진 듯 까악 까악 하고 소리를 내곤 고개를 홱 돌렸다. 토라진 듯 보이는 작은 새의 모습에 용구가 신기했던지 ‘우와…….’ 하고 감탄을 터뜨리자 금조가 도도하게 날 한 번 째려보곤 용구의 머리 위에 안착 했다.
“까악!”
그리고 가버리라는 듯 퉁명스러운 소리로 소리치는 금조! 그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했으나 그래도 귀엽고 훈훈한 비주얼인 관계로 후후 웃음이 먼저 새어 나온다.
“맛있는 고기 사올 테니까 너무 그러지 말고! 필요한 건 연락하고, 오케이?!”
“네, 아저씨……!”
가지고 온다 위험부담 가지기 보다는 그냥 새로 사는 게 낫잖아? 나 그 정도 능력 되는 놈이니까 말이다. 후후!
“들어갔나 보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인생을 알차고 즐겁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화단을 둘러보았다. 용구가 감이 좋은 편인지 이미 진상 영감은 사라진 상황이었다.
“인간이 저렇게 살면 절대로 안 될 일이지.”
쯧 혀를 차고 걸음을 옮기는 나는 내 생활의 풍족함과 공익을 위해 먼저 토방을 들렀다. 후후, 왜냐하면 절반은 사회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돈이니까!
뭐 사실 거의 이 돈 딴 거 가지고 지금 내가 뭘 한 게 없다. 워낙 하루에 사건이 많으니 그게 길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며칠 안 됐으니까 못 쓴 것도 있지만 처음에 딴 건 박현숙 씨 수술비로 거의 다 넣었고. 지금 딴 건 어디 쓸 데 없나 가지고 있으니까. 음…….
“생각을 말아요~”
인생 뭐 있어?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 어차피 오늘은 이수영 만나러 청담동 가니 거기서 거하게 쇼핑이나 한 번 하자 싶은 생각을 가지고 가게 안으로 걸음을 내딛으니!
“아이고! 이게 누구야!”
“접니다, 사장님. 계범도!”
내가 발을 내딛으니 순간 토방의 사람들이 경건함을 가지고 날 바라보더라. 두 줄로 갈라진 사람들 무리를 가로질러 순식간에 토방 사장님 앞에 이르니, 이를 과천 모세의 기적이라 하지 않겠는가?
“대체 사람이 어떻게 된거여? 시방 난리가 났어!”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난리 날 것 있습니까?”
“아니 대체 비결이 뭐여?”
일주일 사이에 내가 받은 당첨금만 억대에 이르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장님은 모를 리 없지! 거기다 소문 들었는지 몰려든 토쟁이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거리며 나를 향했다.
“진짜 소문 듣고 여기 왔는데 오늘 처음 보네요! 오늘 픽 좀 얻어 갑시다!”
‘쏴리질러!’라는 모자를 쓴 젊은 토쟁이의 패기 있는 요청에 나는 후후 웃으며 말했다.
“미국 화나가 오늘 일 칩니다. 휴스턴, 그리고 볼티모어 불 방망이도 터집니다. 두 개 주축으로 하고 가세요.”
후후, 그 이상은 알려줄 필요가 없지! 어차피 이건 내 복록이고, 내게 떨어진 기회인 것을! 이미 오기 전에 잠깐 구슬이를 가지고 결과를 살펴 벌써 머리론 픽을 다 정하고 온 터라 토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 3.6배를 먹을 수 있는 픽만 살짝 꺼내놓을 뿐이었다.
“휴스턴이? 아, 볼티모어도 오늘은 좀 아닐 것 같은데…….”
물론 그마저도 긴가민가해서 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더라만 나야 거침 없지! 후후, 이미 돈 버는 일이야 숨 쉬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 된 것을!
“자, 이거 사장님. 10만씩 풀 벳 갑니다. 10장만 주세요.”
그리고 거기에 토론토 블루윙즈를 더해서 세 픽으로 묶어 놓으니 6.84배! 장당 68만 4천원짜리 픽이 탄생했다. 이것도 10장이면 684만원이다. 세금도 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게 훨씬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거든? 지금 남아 있는 돈은 사회를 위해 쓴다면 이 돈은 모두 내 것이야! 내 것!
“오늘은 이걸로 끝인가?”
“예, 뭐. 토사장님들 주머니 사정도 좀 생각 해줘야죠.”
촤하핫! 정말인지 이게 인생이다! 인생! 잘난 외모만큼 잘난 목소리에 쏴리질러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부럽기 그지 없단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아, 이 우쭐한 맛에 사는 게 남자 아니겠냐!
“그러면 오늘은 일찍 갑니다, 사장님! 가서 고기 좀 사다가야 겠네요!”
그리고 나는 지체 없이 토방을 나섰다. 딸랑이는 입구의 종소리를 들으며 가게를 나선 나는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트 방면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 즐거운 인생! 오 행복한 마음! 예!”
걱정거리가 없으니 이렇게 천하가 태평합니다! 즐거운 맘 가득한 가운데 주머니에다 10장을 꼬불쳐서 들고 가니 내 맘이 다 편안하다! 수표도 아니고, 현찰도 아닌 것이 사람 맘을 이렇게 흐뭇하게 하는 거 본 적 있어?
“응?”
그러던 와중 저기 먼 발치에서 이상한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게 무엇인고 하니 도로의 노란 중앙선 위에 누군가가 아주 위태롭게 서있는 모습 말이다.
“어……?”
하늘하늘 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날씬한 여자가 저런 위험한 곳에……? 그 생각이 머리를 때기도 전 하늘하늘 하얀 원피스가 울긋불긋 물이 들어 있단 사실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중앙선 위에서 비틀거리던 여자가 갑자기 중심 잃은 광대처럼 도로가로 몸이 기울기 시작하자 ‘빠앙!’ 하고 다급한 클렉션 소리가 울렸다.
“우왓!”
하지만 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쓰러지는 여자와 당황한 듯 흔들리는 자동차! 그 찰나의 순간에 여자가 차에 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지? 아니, 왜 갑자기 그런 게? 순간의 혼란이 들었지만 그걸 멍하니 지켜보기보다는 지금 내가 뭔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내 머리를 때렸다.
“우사인보투……!”
그리고 그 우습잖은 주문을 내뱉으며, 어제 연습한 대로 다리에 영력을 싣어 발을 내딛는 순간!
-스윽!
꽤 멀어 보이던 거리는 단 두 걸음으로 줄어들었고, 나는 중앙선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지려던 여자의 손을 그대로 낚아챌 수 있었다.
“왜!”
그와 동시에 중앙선 위에서 여자를 꼭 안고 물음을 던지자 큰 상처를 입은 것인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그녀가 내 품에 얼굴을 기댄 채 속삭였다.
“안녕……?”
“아니, 왜 갑자기 이런!”
대체 뭐야? 왜……? 인사에 화답을 하기도 전에 생긴 의문에 나는 대답대신 물음만 던지며 새하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피를 꽤 많이 흘린 모양인지 핏기 없는 새하얀 얼굴에 저도 모르게 의문과 슬픔이 밀려와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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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많이 쓰려고 했었는데 싱크대랑 화장실 청소에 발목을 붙잡혔네요... 이제 빨래 좀 개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