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94화 (94/120)

<-- 94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

-달칵!

“오, 오셨어요?”

진상 영감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집으로 들어가니 언제 일어났는지 굉장히 말끔한 모습의 용구가 나를 반겼다.

“오, 일찍 일어났네?”

“아, 네! 잠이 좀 잘 안 와서…….”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잠에서 깨어난 지 꽤 된 듯 한 용구는 거실에 나와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 홀로 잠이 들어서 그런지 잠을 제대로 자지는 못했더 모양이다.

그래도 얼굴에 있던 멍 자국도 비교적 빠르게 아물었고, 젖어 있던 옷도 드럼 세탁기로 한번 돌리고 말려서 그런지 뽀송뽀송해 보이는 것이 아주 그냥 단아해보인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집에 있을 때 보단 잘 잤어요……. 원래 잠을 잘 못 자서…….”

참 어떻게 용구가 그 진상 영감의 딸인지! 참 믿기가 힘든 장면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렸다.

“그랬구나. 짜식, 그래서 너 키가 안 큰 거야.”

“아…… 그런가 봐요.”

순순히 수긍을 하는 용구의 순박한 모습에 절로 웃음을 짓자 용구가 괜히 또 수줍어진 모양인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 모습에 정말인지 진상 영감의 흔적을 생각할 수 없어 용구를 빤히 쳐다보자 용구가 왜 그러나 고개를 갸웃했다.

“까악?”

“응?”

그러다 내 어깨에 앉아 있던 금조와 눈이 마주친 모양인지 금조가 덩달아 용구를 따라서 고개를 갸웃하자 깜짝 놀란 용구가 멈칫했다. 너무나도 귀여운 그 모습에 입을 다물고 용구를 바라보자 이내 용구가 ‘저기…….’ 하고 내 어깨 위의 금조를 가리켜 보았다.

“저기 저거…….”

“까악!”

“꺄, 꺄악! 엄마!”

장난감인 줄 알았을까? 물음을 던지려는 차라 금조가 푸드득 날개 짓을 하며 큰 소리를 내자 겁 많은 용구가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질렀다.

“인마!”

“까악! 까악!”

최근 존재감 탓인지 금조가 저지른 만행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금조를 나무라자 금조가 보란 듯이 날개 짓을 해 용구의 머리 위에 내려 앉았다.

“어, 어떡해……! 어떡해……!”

당황한 용구가 허둥지둥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악동 금조와 혼비백산한 용구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푸핫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거 아저씨가 키우는 새야! 너무 놀라지 마!”

“네, 네네네!”

고개야 끄덕이지만 어찌나 놀랐던지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선 모습을 보니 금조를 다시 내게로 데리고 와야 할 것 같았다.

“장난 치지 말고 이리 와!”

“까악!”

그 말에 금조가 내게로 돌아와 안착하자 용구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놀란 것도 잠시, 여고생다운 호기심으로 돌아와 금조를 신기하기 그지 없단 눈으로 바라보았다.

“얜 금조라고 내 동거인.”

“아…….”

“까악!”

우렁찬 금조 소리에 용구가 어색한 웃음을 띤 채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인 얼굴을 하고서 살짝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도도한 금조가 까딱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자기 자리인 테이블 위로 날아가자 용구가 얼떨떨한 얼굴에 미소를 그렸다.

“쟤 되게 신기하지?”

“아, 네!”

“어젠 쟤 찾으러 간다고……!”

“아…….”

실질적으로는 육도의 도술을 익히기 위함이었으나 표면적으로는 나의 애완용 새를 찾기 위함이렸다! 그 말에 용구가 다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다가도 못내 내가 이 집을 비운 게 맘에 걸렸던지 조심스러운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저 때문에 아저씨가 집 나가고…….”

“그거 말고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간거야. 우리 동거인을 찾으러 간 것도 그렇고! 그리고 집 안에 있으면 네가 편안하지 못 했을 거 아니야? 아무리 되게 찾하고 멋져 보여도 난 변태니까…….”

“아, 그건……. 그냥 그렇게 맘에 안 담으셔도 되는데…….”

뒤끝 있는 나의 말에 용구가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제까지는 용구도 긴가민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잘 아는 사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내가 잘 해주다 보니 자고 일어난 사이에 맘의 문을 보다 더 넓게 열어 놓은 듯 했다.

“그러니까…….”

“편하게 잘 잤으면 됐어.”

후후, 난 쾌남이니까! 뒤끝 있다고 하지만 이런 건 손해보고 살아도 괜찮잖아? 후면 주차에 이어 오늘따라 유난히 멋져 보이는 내 자신을 물씬 느끼며 나는 용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용구가 쭈뼛하며 얼굴을 붉혔다. 무척이나 어색한 듯 말이다.

뭐 어떻게 보면 충분히 성가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 엿 먹이는 것만 아니면 난 충분히 성자처럼, 성인처럼 많은 것을 보듬을 수 있거든!

“아무튼 아침은 아직 안 먹었지?”

“……네.”

“아침을 먹으면서 우리 이야기를 좀 해보자.”

그 말에 용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내게 그렇게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 터라 훨씬 더 누그러진 용구 분위기를 보니 참 애가 참하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 나가서 뭐 사먹이려고 해도 밖에 또 용구 아빠, 진상 영감이 아직 뻗어 있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나갈 수가 없었다.

“아침은…… 달리 먹을 게 없는데 라면 괜찮겠어?”

“아, 네! 그건 제가 할 게요……!”

사람이 염치가 있으면 은혜 입고 몸 둘 바를 모른다고 용구가 그런 아이였다. 처음엔 날 무척 경계했고, 심지어 혐오하기 까지 했지만 하룻밤동안 홀로 이 집에서 많은 생각을 했는지 날이 선 모습은 거의 모든 면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 맛에 사람 돕습니다! 자기만 아는 쪼다들이 이 느낌을 어찌 알겠느냐마는 영혼이 풍족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후후!

“에이, 아냐. 손님 대접은 확실하게 해야지.”

능력이 있으면 퍼다 주어라! 감히 누가 날 호구라고 욕하거든 네 마음이 풍족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 반박하거라! 계범도 1절 1장을 내세우며 렌지에 불을 붙이자 용구가 뒤에서 괜히 안절부절이다.

“그렇게 불안해 하는 걸 보니 안 되겠다. 라면 못 끓이면 금단 현상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라면 봉지를 넘겨주자 용구가 라면 봉지를 받으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쑥스러움을 타는 듯 보였다만 꽤 재미있단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자연스러운 웃음에 깃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절로 ‘아, 얘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아니, 괜히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애가 좀 안정을 찾고 표정이 살아나니까 정말 이쁘게 생겼는데? 워래 이름 특이한 여자애들이 좀 4차원 같고, 예쁜 애들이 더러 있긴 하더라만…….

“그런데 진짜 여자애들이 이름이 특이하면 얼굴이 예쁜 게 맞나봐.”

“네?”

“나도 나중에 딸 낳으면 이름 별나게 지어야겠어. 날 닮으면 당연히 예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 그러면 꼭…….”

뭐? 응? 조용조용 은근히 할 말 다 하는 용구의 모습에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용구가 자기도 장난을 쳐봤다는 듯 후후 웃음 지어 보였다. 아, 얘가 정말 자연미인이구나! 화려하진 않지만 정말 뭔가 단아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구리라고 지어야겠어.”

“구리요?”

“계구리.”

“그건 이상해요……! 엄청 놀림 받을 거에요!”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말았다.

“일단은 그건 나중에 차차 생각해보자고! 사내놈이 될지, 딸이 될지 아무 것도 모르니까!”

“네……!”

그리고 용구가 라면을 끓이기 시작한 동안 나는 소파에 앉아 깃털을 정리하는 금조를 바라보았다. 아, 본론으로 접어들긴 해야겠지?

“그런데 용구야.”

“네?”

“아버지랑은 나이 차이가 꽤 있지……?”

조심스러운 나의 물음에 라면을 막 냄비 안으로 집어넣던 용구가 잠깐 멈칫해보였다. 그리고 잠깐 밝아진 얼굴에 다시 한 번 더 그늘이 스쳤다.

“네…….”

“음, 아무튼! 집 나와서 갈 데 없으면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도 돼.”

“네?”

“남의 아버지 욕하긴 뭣 한데 그래도 동네에 소문도 있고, 나랑도 인연이 있잖아. 사람이란 게 그렇거든. 막상 옆에 있다가도 없어져야지 그 소중함을 아는 거야.”

어차피 그 진상 영감은 내 선에서 완전히 처리 해버릴 생각이니까! 사람이 한번 혼이 빠져봐야 정신 차리지? 그러다 보니 용구를 굳이 다시 제 자리로 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 생각에 내가 후후 웃음 짓자 용구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쓴웃음을 띤 채 나를 바라보았다.

“응?”

“어차피 친아빠도 아닌데요…….”

“어?”

의외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용구를 돌아보자 용구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해보였다.

“친아빠가 아니야……?”

“네…….”

그럼 용구 엄마가 그 늙다리랑 재혼을 한 건가? 그게 그렇게 돈 많고 능력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그게 그렇게 연결이 된 거야? 하긴, 뭐 티비 보면 그런 개차반들이 결혼도 몇 번씩 하고 여자들도 많이 후리고 다니더라! 막 때리고 욕하고 하는데도 여자는 잘 만나는 걸 보면 확실히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하긴 하나봐! 나쁜 남자랑 나쁜놈을 못 구별한다는 게 참 아쉽다면 아쉬운 일이다.

아무튼……!

“그랬구나……. 친아빠가…….”

“네…….”

“그럼 엄마가 재혼……?”

“음, 네……. 한 5년 됐어요.”

왔다갔다 하는 가정사가 역시 애들에겐 불행이다. 용구 같이 착한 애도 가출을 한단 것이 역시 이런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절로 더 마음이 안타깝고, 그 진상 영감 뿐 아니라 용구 엄마에 대해서도 화가 난다.

“엄마는 대체 뭐 하고 있는데?”

“병원에 계세요…….”

“아……”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아아! 나쁜사람! 나쁜……!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터지는 법이라고 용구 엄마도 병원에 있단 소식에 나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 모습에 용구가 더욱 더 의기소침해 하는 가운데 라면이 팔팔 끓어 오르며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

그 소리에 용구가 눈가를 훔치며 다시 라면을 끓이자 나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용구 엄마 병원비부터 처리를 해야겠어. 그리고 그 인간 개차반은 어떤 수를 써서든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줘야겠다.

“아무튼 아직은 괜히 조급하게 물어보고 그러진 않을 테니까 일단은 느긋하게 이 집에 머물도록 해.”

물론 그 이전에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착하디 착한 애가 어긋나지 않도록 기댈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는 것일 것이다. 그 생각과 함께 내가 미소 짓자 고개 돌린 용구가 이런 호의를 받은 건 처음이라는 듯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맙습니다, 아저씨…….”

그러다 용구가 나를 힐끔 바라보며 자신이 뭔가를 해야만 하지 않을까 싶은 얼굴을 해보였다. 하지만 아서라, 아서!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니? 그저 엇나가지만 않으면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한 셈이라고, 난 거기로 만족한다!

하나의 일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작게 마무리 되기 시작하는 듯 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용구에게 말했다.

“고마우면 그 변태 발언만 취소해줘. 나 그런 사람 아니야.”

============================ 작품 후기 ============================

이제 럭키 가이 마무리 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의욕이 잘 안 생기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