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93화 (93/120)

<-- 93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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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생명은 무엇인가? 이 심도 있는 물음을 던졌을 때 이성들이 공감할 만한 합당한 대답이 몇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액티브하면서도 가장 능숙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때가 하나 있다.

-부웅!

그게 무엇이냐? 바로 주차! 그것도 그냥 주차가 아닌 후면 주차 되시겠다!

-끼익!

날카로운 턱선을 잔뜩 살려 치켜 든 고개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빛나는 두 눈! 거기다 핸들을 돌리는 단단한 두 팔까지! 정말인지 지금의 나는 멋짐 그 자체인 것만 같다.

미남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기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어떤 민사에서도 꿀리지 않을 부유함, 차가워 보이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함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나는 가장 완벽한 미남입니다!

“아, 정말 멋있다, 계범도! 그렇지? 금조야!”

“까악?”

물론 금조가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는 듯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새가 뭘 알겠니. 사람의 심미안으로 봤으면 정말 죽여줬는데 말이야.”

“까악! 까악!”

후후, 없이 살아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뭐다? 남자는 자신감! 요 근래 자신감을 만빵으로 충전한 나의 미소에 금조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날개짓 했다.

“아무튼 들어가면 여자애가 있을 거야. 막 공격하고 그러면 절대로 안 된다. 알겠냐?”

“까악?”

“아니, 뭐 그런 여자애가 아니고 내가 도와주려고 하는 애가 있어.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아직 견적이 안 나오는데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마라. 알지? 나 휴머니즘 있는거.”

“깍깍!”

고개를 끄덕이는 귀여운 작은 새의 화답에 나는 후후 웃으며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었다.

“근데 진짜 어떻게 하면 좋냐? 일단 데리고 오긴 했는데 여기서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잘 되겠어?”

그러면서 이야기 나온 김에 용구를 어떻게 해줘야 하나 생각을 해보니 도통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다. 사회 사업가로 변모 한다 하더라도 이런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지라 뭘 어디서부터 시작을 감이 잡히질 않는다. 아니, 뭐 이런 경우가 흔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디가서 청소하고 일 좀 하고 도와주라면 그리 하겠는데 이건 그것과는 또 경우가 다르잖냐. 일단은 용구와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겠지만 가족 문제, 애정 문제는 제 3자가 끼어선 곤란하다는 불문율이 있단 말야.

괜히 도와주고도 피볼 수 있는 부분인지라 그 생각을 하니 잠깐 내 걸음이 망설여 진다. 아니, 뭐 여기까지 온 마당에 안 도와주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아 나, 사람 도와주는 게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네!”

박현숙씨처럼 그냥 딱 치료비만 내가 쾌척 하고 정리가 된다면 모를까 이건 또 그런 것과는 케이스가 다른 문제니 말이다. 크, 역시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던 거야. 하긴, 그 돈 나올 길이 없단 게 일반인들에게는 문제이긴 하다만!

“일단은 가보자, 금조야!”

“까악!”

어쨌거나 축지법을 익히고 돌아오는 길은 그 어느 아침보다도 뿌듯했다. 후후, 거기다 위너의 차라 할 수 있는 빛나는 쓰클이를 멋들어지게 후면 주차로 깔끔하게 세워두니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용구가 더 잘 수 있도록 해뜨자마자 온 게 아니라 한 9시쯤에 차를 몰고 왔기 때문에 나도 충분히 잠을 잘 수 있어 기분은 더 없이 상쾌했다.

“게다가 오늘은 길일이라지?”

이 요망한 구슬이가 흉을 꺼내놓는 날이면 정말인지 하루가 뒤숭숭하다만 이렇게 길을 꺼내놓는 날은 무엇을 해도 다 될 것 같은 행복한 기분이 엄습하곤 한다. 그래, 뭐 어떻게 되던지 도와주면 될 거 아니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없을 것이고, 능력면에서도 어려울 게 없을 것이고!

“기세 있게 가자! 금조야!”

“까악!”

덩달아 기분 좋은 금조가 내 어깨 위에서 날개를 파닥이며 춤을 춘다. 귀여운 모습에 절로 흐뭇한 웃음이 나오는 가운데 지하 주차장을 벗어난 나는 9시가 조금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작렬하는 여름 날씨에 인상을 팍 구기고 말았다.

“아, 나! 겁나게 찌네. 우라질 놈의 날씨, 증말.”

영력을 취득했다고 해서 더위에 대해서 면역력이 생기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쓸 수 없도록 바쁘고, 또 힘겨운 하루가 계속되었기에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고, 아니! 정상 이상으로 잘 풀리고 있는 순간인지라 이런 것에도 신경을 쓸 겨를이 생긴 것 같았다. 더운 날씨에 투덜거리는 나와 깡충깡충 걸음을 옮겨 내 머리가 만든 작은 그늘로 숨어든 금조.

“후후, 너무 작아서 몸 가릴 데가 없지?”

“까악?”

내 말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깡충깡충 그늘을 뛰어다니는 금조를 보니 왠지 모르게 맘 한 구석이 아리다. 두개골을 깎을 수도 없고…….

“내가 얼굴은 작은데 머리가 커서 그래, 인마…….”

“까악?”

에이, 속 상해서 증말!

하지만 원래 미남이 머리가 크다고 그랬다. 그래, 머리가 크다는 건 진화론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점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뇌의 기능이나 용량이…….

“크면 주변 사람들 작아 보이고 좋지 뭐…….”

그래, 내가 희생한다! 날 때부터 희생 정생을 안고 태어난 배려의 아이콘이 라고 하자!

“까악! 까악!”

날 놀리며 즐거워 하는 금조를 뒤로 한 채 집으로 걸음을 옮기던 나는 이른 아침부터 화단에 떡 하니 뻗어 있는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음?”

뭐 노숙자는 아니지만 노숙자와 별로 다를 바 없는 꾀죄죄한 몰골에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병나발을 보아 하니 딱 봐도 필 팔로우, 감이 온다.

“308호…….”

용구 아버지가 아닐까? 이 아파트에서 저런 짓을 할 사람은 주폭으로 소문난 그 사람 하나뿐일 것이다.

“대체 뭐 한다고 저렇게 사는 거야? 나 원참!”

사실 상식적으로 나는 저런 삶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 혼자 살아도 내 인생을 나 몰라라 하기 싫고, 가족이 있다면 내가 버티지 못해도 가족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일을 하고 돈을 벌려 할 텐 데 그 모든 것을 저렇게 포기 하고 술만 진탕 빨아재끼다니!

“어이, 아저씨!”

상처 입은 용구의 얼굴과 마음을 생각하니 괜시리 아침부터 정의감이 불끈해진 나는 쓰러져 있던 아저씨를 툭툭 쳐 보았다.

“일어나 봐, 아저씨!”

“으, 으음…….”

뭐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일단은 확실히 이 아저씨가 문제 해결의 핵이라 할 수 있겠다. 뭐니 뭐니 해도 당사자에다 원인제공자니까. 어쩜 용구한테는 용구에게 뭘 선물해주는 것보다 아버지가 제대로 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뭐야……!”

뭐 자다 일어나면 열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딱 여기서 이 아저씨의 성격이 다 드러나는 것 같다. 화단에서 자고 있는 걸 깨워 주는데 이렇게 짜증을 내다니 필시 자기가 왕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걸 다 하는 존만한 폭군이 틀림 없으렸다!

“잠은 집에서 자야죠, 아저씨.”

“니가 무슨 상관이야! 어디서 건방지게……! 나이도 어린 노무 쉐이가!”

역시나 예상대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게 우선이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더 속이 끓어 오른 나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술 냄새 풀풀 풍기는 308호 아저씨를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왜 낯이 익지……?”

아니, 뭐 다른 걸 떠나서 왜 이 아저씨를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걸까? 순간 익숙한 느낌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던 나는 곧 바로 그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진상 영감?!”

그래, 이 까진 머리! 그리고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구! 영감이라고 하긴 했다만 어떻게 또 50대까지는 될 것 같은 이 양반이 설마 용구 아버지라고? 용구가 그럼 늦깎이 자식인가? 아니, 참! 그걸 떠나서 세상 참 비좁다 싶더니 설마 용구 아빠가 이 진상 영감이었을 줄이야……!

“너, 너……!”

그리고 기억은 서로 피차 일반인 듯 싶었다. 우린 서로의 뇌리에 너무 인상 깊게 남은 인연인지라…… 날 보자마자 용구 아버지, 진상 영감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 개새끼! 씨발놈!’ 하고 욕을 막 퍼붓기 시작했다.

“에라이, 인간아! 인간이 어쩜 이렇게 못났냐?”

쯧쯧! 진짜 어떻게 이런 사람 밑에 용구 같은 애가 태어난 거지?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인 와중에 한 번 진상은 영원한 진상이란 걸 다시 한 번 느낀 나는 가볍게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

“뭐!”

“어디 어린 게 건방지게!”

“어디 나이 값도 못하는 게 쪽 팔리게!”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렇다. 나잇값도 제대로 못 하는 양반한테 설설 기어줄 필요 없지! 누가 더 크게 이야기 하나 배틀이라도 하는 듯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니 무슨 일인가 하고 빌리지 타운 주민들이 창문을 열고 우리를 지켜본다. 참, 이것이 8마일 랩 배틀이라면 과천 중앙동 36-2 모두 손 흔들어 쉐이킷 하고 소리라도 지르겠지만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 고로 나는 지끈 거리는 머리를 꾹 눌렀다.

“아무튼 인생 좀 똑바로 사쇼! 길바닥에 뻗어서 자지 말고!”

그 날 식당서 이 양반이 진상 짓을 한 이유가 다 있었구나! 그냥 습관적인 거였지! 물론 그걸 통해서 지현이를 만나게 된 것도 있다만 사람 인연이 참 이렇게 신통방통하다.

“내 인생이야! 네놈이 무슨 상관이야!”

“내 인생이오! 상관하든 말든 그쪽이 무슨 상관이요?”

말로는 질 줄을 모르는 나인지라 곧 장 이야기를 받아치자 용구 아빠가 화가 잔뜩 난 얼굴을 해보였다.

“이놈이!”

그리고 주먹질을 하려는 듯 씩씩 거리며 내게로 다가왔지만 지금의 나는 뭐다?

-타박.

“인생 똑바로 사쇼!”

축지법의 익힌 사나이! 본좌본좌 계본좌!

-후웅!

가볍게 용구 아빠의 주먹질을 피하고 나니 술에서 아직 깨지 못한 그가 ‘아이고!’ 하고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참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가련하다 싶은 느낌도 들어 저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용구와는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 같은데도 이런 진상질을 용케 해왔다 생각하니 곁에서 버틴 용구가 도리어 더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온 것도 아주 오래도록 참고, 참아 나오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 양반보다 용구에 대한 안타까움이 먼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아! 너 임마! 경찰에 신고 할 거야! 너 이 씨부랄 새끼!”

“예, 예. 맘껏, 양껏, 한껏 해보세요.”

그리고 안타까움 만큼 또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도통 고쳐지기 힘든 진상 영감을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설마 용구 아버지가 저 진상 영감일 줄은 꿈에도 몰랐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더 하드하게 일 해도 되겠는데.”

용구 이전에 이미 한 차례 마찰이 있었던 대상이 또 용구 아버지라니!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일이다 보니 왠지 모를 의욕이 샘솟는 기분이 들었다. 이 모든 일을 고치기 위해서는 바로 저 양반이 새사람이 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해결이 될 터. 그렇게 되려면 아주 큰 충격을 받던지, 아주 큰 일을 경험해야겠지? 후후, 그래! 그래야지 인생이란 게 변모할 테니 말이다.

그 순간까지도 내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고 있는 그를 보니 어떻게 하면 될지 딱 생각이 머리를 차고 올랐다.

“너 각오해둬라! 내가 너 죽일거다! 이놈의 새끼!”

아, 나! 무슨 민준국 코스프레도 아니고! 살벌하기 짝이 없는 그 목소리에 참 사람이 어쩜 저런 말을 저렇게 쉽게 하냐 싶어 쓴맛도 들었지만 나는 뭐다?

“그러시던가!”

나는 요괴 3명을 거느린 남자거든!

이내 나는 힐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씨익 웃음 지어 보였다. 애석하지만 술 마시고 미래 없이 깽판 치는 양반보단 내가 훨씬 더 무서울 거야.

아무리 내가 휴머니즘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나란 남자, 정말 속물 그 자체인 걸! 게다가 뒤끝도 좀 있다! 몰라서 그렇지 내가 얼마나 사람 독하게 괴롭히는데!

“그런고로 각오는 댁이 해두시는 게 좋을 걸?”

============================ 작품 후기 ============================

운명의 상대 진상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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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주부생활로 인한... 날씨 기가 막히게 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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