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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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명동, 강남, 일산에 20층 이상 고층 건물……?”
전혀 생각지 못한 소식을 접했을 때의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다. 너무 좋아서 끼야호 하고 비명을 지르며 신나하거나, 혹은 너무 놀란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어벙한 표정을 짓거나.
내가 바로 딱 후자의 전형적인 경우였는데 너무 놀라면 비명도 못 지르고 그저 멍한 얼굴을 해 보이는 경우 말이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보자면…….
“청령의 재산을 내가 처리하라고?”
명동, 강남, 일산 모두 집 값 탑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20층 이상 고층 건물이면 대체 이 구렁이 년이 얼마나 재물을 쌓아 올린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진짜 내가 로또 당첨되도 감히 그렇게는 하기 힘든 부의 주인공이 바로 청령이었다니!
아 나, 페이튼을 타고 다니는 건 정말인지 검소한 편이었구나! 이럴 수가……!
“조금 더 자세히 설명 해드리자면 시가 30억에서 100억대의 건물이 4채가 있고, 나머지는 20억 이하의 그리 크지 않은 건물들이에요. 그리고 구렁이 명의로 등록된 곳은 블루원이라는 곳으로 냉동 컴프레서를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에요. 대기업 삼사 모두에 납품하고 있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꽤 견실한 곳이네요. 연매출도 1조 가량으로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단순히 얼이 빠진 것을 주미 원장은 달리 생각했나 보다.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라 이야기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해보이고 말았다.
“와……. 맙소사, 그럼 청령이 연매출 1조원 정도 되는 제조 업체의 회장이었단 말이야?”
“오랜 세월을 살아가다 보니 요괴들마다 추구하는 바가 모두 다르니까요. 후후,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힘이 있으니 인간 세계에서 이런 부를 쌓아 올리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아, 아니! 그래두 그렇지……. 나 같은 소시민은…….”
요괴란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했구나. 하긴,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알 것이고 능력 또한 비범할 테니 말 그대로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혹시 정치나 대부업 쪽의 검은돈들 모두가 요괴들의 돈은 아닌가 싶은 씁쓸한 생각도 밀려왔다. 뭐, 일반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은 부분이니까.
어쨌거나 충격적인 청령의 또 다른 면에 여전히 놀란 맘이 다스려 지지가 않았다.
“이제 저것들 모두가 주인님 것인데 무슨 걱정이세요……?”
그제야 내 맘을 헤아렸던 모양인지 주미 원장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을 건넸다. 음, 뭐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 문제는 청령을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고. 청령은 어디에 있지?”
“미혼의 방에 가둬 두었어요. 지금 당장 만나실 건가요……?”
음, 지금 당장 육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청령을 보는 것보단 청령 건수를 처리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먼저 이 문제부터 처리 하도록 하자고. 상태도 확인 해볼 겸.”
“네, 주인님.”
순종의 의미를 깨달아 가고 있는지 사근사근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다시 나를 안내하는 주미 원장. 참 어떻게 저런 여자가 나의 노예가 된 건지……. 정말 부분부분 사소하게 운 없는 일은 있어도 참 럭키가이란 말이야!
“청령의 상태는 좀 어때?”
“아마 주인님을 보자마자 애원부터 하게 될 거에요. 이미 정신이 무너져 내렸으니.”
천 년간의 숙원을 눈 앞에서 놓치고, 연이어 그 시간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을 대게 다 빼앗긴 청령. 뭐,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타깝진 않다. 나도 그에 준하는 위협을 받았으니!
“여기로.”
어제 청령의 영력을 빼앗았던 그 방. 그 자리에 이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 하고 떨려왔다. 지금쯤 청령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
“나 혼자 들어갈게.”
“네, 주인님.”
주미 원장은 이미 길들이는 절차라 생각한 것인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단지 조금 질투심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뭔가를 갈구하는 듯 한 빛을 보였을 뿐이었다.
“그러다 나 일찍 죽어, 일찍.”
“그런 일은 절대 없도록 할거에요! 걱정 마세요!”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순간 반짝이는 주미 원장의 눈을 보니 엄한 말을 꺼내서 괜히 또 고생을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 놔, 설마 사나이 계범도가 섹스를 피하고 싶은 지경에 이를 줄이야! 진짜 이 심정을 딱 용구한테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면 용구도 내가 얼마나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겠지……?
“그……래…….”
아무튼 먼저 청령의 일을 정리하자. 마지 못해서 승낙의 얼굴을 한 채 주미 원장을 대기 시켜 놓고 굳게 닫혀 있는 철문을 여니 미혼향 특유의 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자리 중앙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슬에 포박되어 있는 길쭉하고 늘씬한 미녀 청령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을 헐떡이는 상기된 얼굴은 벌써 수차례 강제로 오르가즘을 느낀 듯 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왠지 만지면 비단결처럼 부드러울 것 같은 새하얀 피부가 땀으로 젖어 있어 코팅을 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철컥.
쇠문을 닫고 그 앞에 서는 순간까지도 청령은 내가 온지도 모르고 있었다. 으으으 하고 온 몸을 엄습하는 미혼향의 자극에 어찌 할 바 몰라 묶인 다리만 움찔움찔하고 있을 뿐이었다.
“주미 원장이 고문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야…….”
어쩜 이걸 자기한테 해달라는 건 아닐까? 광범위한 취향을 가진 주미 원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변태성, 그걸 일깨워주는 바람직한 계집애들 같으니!
“이야기가 되려나 모르겠네.”
일단은 저 향을 끄면 한결 나을 거다 싶어 향을 바닥에 비벼 끄니 더 이상 미혼향의 연기는 나지 않았다. 그리고 잠깐 시간이 지나자 이미 중독될 대로 중독된 듯 청령이 고개를 숙인채 움찔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방사능국 처자들이 보여주는 그 자극적인 모습을 눈 앞에서 리얼로 계속 보다보니 후후 와룡이 다시 눈을 뜬다.
하지만 변태 소리 이렇게 들어먹은 마당에 오늘은 좀 찾아야지!
“청령.”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니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던 청령이 아주 뒤늦게 내 목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들었다.
“너……! 인간……!”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미혼향의 여운 탓에 애가 타는 듯 한 얼굴이었다. 그 섹시한 얼굴로 고개 든 청령이 내 앞에서는 느끼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잘끈 깨물고 눈을 감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오늘도 하루 종일 미혼향에 중독되어 있는 상황이렸다.
“아, 아……!”
입술을 앙 다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노력하는 모습이 어찌나 애달파 보이던지! 도리어 더 섹시하게 느껴졌다. 역시 대놓고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런 모습이 훨씬 더 매력이 있지. 음.
“상태는 좀 어때?”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도 사실 우스운 일일거야. 지금은 학을 뗀 사이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그 말에 청령이 사라지지 않는 쾌감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듯이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인간……! 죽일……! 아!”
날 어떻게 해보겠다 의지를 담은 그녀였지만 놀랍게도 지금의 청령은 단지 내가 손가락 하나 몸에 닿은 것만으로도 눈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그, 그만둬! 제발……!”
“손가락 하나 닿았을 뿐인데 왜 그래?”
나도 놀란 터라 흠칫하고 그녀를 바라보자 어느 샌가 그녀가 앉아 있는 아래가 흥건하게 젖은 모습이 보였다. 응? 왜? 설마 주미 원장이 여기다 묶어 놓고 화장실도 보내주지 않은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암모니아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 말인 즉 이 맑고 깨끗한 액체는…….
“아…….”
잔뜩 상기된 얼굴의 청령이 괴로운 듯 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몸이 반응 하는 건가?”
“으, 으으……!”
참 재수도 없지! 이게 미혼향 덕분인지 아니면 내가 그녀의 영력을 앗아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래도 청령의 몸은 처음 관계에서 느낀 그 전율감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반응하는 듯싶었다. 주미 원장이 아무런 걱정 없이 이곳에 나와 청령을 단 둘이 있게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아!”
그저 가볍게 가슴을 움켜쥐는 것만으로 절로 허리가 튕겨 오르다니! 구렁이 같이 길고 탄력 있는 다리가 꿈틀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극적이다.
“하아… 하아…!”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거친 숨을 내뱉는 그녀! 그 모습을 보니 다시 한 번 더 욕정이 고개를 들었지만 오늘의 난 더 이상 변태스럽지 않겠어!
용구의 말에 자극을 받은 나는 확실히 청령의 일을 마무리 하기로 하고 그녀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너한테 정말 엄청난 재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내 청령이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치켜 들었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게 빼앗길 것이라 생각했던지 억울해 하는 그 얼굴을 보니 좀 미안한 맘도 살짜기 들었다. 아, 참 애시당초 대화만 잘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 데 말이다.
“뭐 그걸 내가 다 가지겠단 건 아냐. 어차피 네가 모은 영력의 절반은 나한테 있고, 이제 넌 그냥 보통 요괴일 뿐이잖아. 그러니까 확실히 정해. 이제 더 이상 날 어떻게 하겠다 생각지 말고 그 재산이라도 가지고 잘 살아가려고 하던지, 아니면 여기서 계속 이꼴로 살아가던지.”
그 말에 청령이 의외라고 생각했던지 살짝 흔들리는 눈빛을 해보였다.
“왜……지?”
거친 숨결 속에서 그녀가 던진 의문은 나의 일관된 측은지심에 대한 의문이 묻어나 있었다. 하긴 나라도 좀 이해가 되지 않을 거다. 나도 맘으로는 정말 독하게 그러고 싶은데 이게 막상 그렇게 생각한다 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니까.
“뭐긴 뭐야? 내가 겁내 자비로운거지. 아니면 호구던가. 몰라, 그런 거에 이제 초탈하기로 했어. 더 이상 넌 내게 위협도 되지 않고, 나도 너 괴롭혀서 재미 좀 보는 것보다는 뭔가 베풀고 얻는 게 더 많으니까. 우리들 사이에 있는 묵은 원한은 이걸로 정리 하는 게 어떤가 싶은 거야. 내 말 이해해?”
최근에 내가 느낀 게 있다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기분이 좋고, 내게 많은 것을 안겨 준다는 것이었다. 음, 지금도 마찬가지다. 청령을 돕기보다는 그런 여유라고 해야 할까? 더 이상 남에게 흔들리지 않는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물론 이렇게 한다면 진짜 수천억원에 달하는 청령의 재산을 단 하나도 가질 수 없겠지만 역시 그것보다는 마음이 편한 쪽이 좋지.
“측은지심이란 건가……? 인간 주제에…….”
하지만 청령에게는 이러한 동정마저도 굴욕인 듯싶었다. 아무렴 그녀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이렇게 동정을 베푼다는 것이 완벽한 승리를 의미한단 걸. 나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꺼낸 말은 아닌데 청령의 표정을 보니 확실히 그런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혼향에 중독된 뱀 주제에 뻐튕기지 말고.”
“아, 아아! 안 돼……! 거기!”
끝끝내 도도한 척 하는 청령의 모습에 심통이 나 젖꼭지를 꽉 꼬집자 청령이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돈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쾌락과 원한,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이 혼재된 미묘한 눈빛을 해보였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으니 이제 결말을 내자. 결정해. 그나마 남아 있는 재물이라도 가질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나한테 철저히 유린 당하는 삶을 살 건지.”
후후, 난 성군도 폭군도 될 수 있는 몸이올시다. 내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나의 레드 드래곤이 다시 한 번 활개를 치려 묵직해져 오고 있다고!
뭐, 당연히 상식적으로 후자를 선택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별로 아쉬운 건 없다. 역시 사람 감정이란 자연스러운 게 좋으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속물 휴머니즘이거든. 속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내키지 않는 건 싫어. 적당한 선이 좋은거지 그 위로 강제로 올라서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주미 원장도 계기가 미약 덕분인지라 조금 껄끄러웠다가 최근에는 그 힘 덕분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래도 진심이 머금기 시작해서 좋아지고 있고, 시은이 녀석은 말 그대로 그런 것과는 별개로 나를 좋아해주니 오늘처럼 말썽을 부려도 내가 이뻐라 하는 거니까.
“내가 속을 것 같아……?”
“응?”
갑자기 이건 또 무슨 뜬금포야? 여전히 미혼향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인지라 잔뜩 상기된 얼굴의 청령은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원망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날 안아 놓고 버릴 작정이란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뭐?”
응?
“이제와서 날 버리려고 하는 걸 누가 모를 줄 알구!”
그 와중에도 느껴지는 몸의 쾌락과 망가질대로 망가진 자존심까지. 많은 게 괴로웠던지 청령이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했다. 그 모습에 얼이 빠진 나는 순간 패닉 상태로 접어들고 말았다.
“지금 뭐라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다 또 몸에서 느껴지는 오르가즘에 꿈틀거리며 괴로워 하는 청령. 섹시한데 귀여워…….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대체 무슨 일이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떨떨해진 나는 멍하니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럼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데? 이 잔망한 구렁이야.”
그 말에 청령이 정말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을 해보였다. 눈물을 뚝뚝뚝 흘리며, 너무나도 순수해 보인느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책임지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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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정조관념 투철한 조선시대 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