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87화 (87/120)

<-- 87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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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흠~”

용구를 구해내고 주미 원장을 만나러 가는 길은 정말인지 맘이 가벼웠다.

아침만 하더라도 진짜 시은이 녀석 덕분에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아 피가 말리고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듯 한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다행스럽게 용구도 안전한 곳에 있고, 나 또한 최소한 최악의 인간이라는 이미지는 벗은 터라ㅡ비록 여전히 변태가 베이스이긴 해도ㅡ 기분이 상쾌할 수밖에!

물론 아직까지 변태라는 수식어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은 걸렸다만 그건 가족으로부터 별 다른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난 소녀의 쑥스러움이 아니겠는가? 뭐, 그래! 그 정도지 정말로 진심으로 변태라고 생각한 건 아닐 거 아니야?

“아무튼 좋다, 좋아!”

딱히 쉬지 않아도 몸은 피로한 줄을 모르고, 짐이 있었다면 마음 뿐이라만 이제는 모든 것이 해결된 기분이었다. 아니, 뭐 솔직한 말로 이제 더 이상 내가 거칠 것이 있나?

청령 건수도 해결이 되었고, 잠깐 오늘 아침 어그러질 뻔 한 일도 해결이 되었고! 이제 남아 있는 것은 탄탄대로, 하이웨이스타 계범도의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 뿐 아니겠어?

“세상에서 제일 쉬운거요? 돈 버는 게 제일 쉽습니다.”

그 화려한 생활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렸다! 이래저래 물질적으로는 최고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인물이니만큼,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행복도 추구하고 있다 보니 앞으로 남아 있는 내 삶은 오로지 행복 밖에 없을 것이다.

뭐, 물론 이것도 아리가 나타나서 언젠가 구슬이를 들고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혼자 있네.”

쓰클이를 몰고 용운사 근처로 가는 길. 금조도 일찌감치 육도와 함께 용운사로 보낸 터라 조용하기 짝이 없는 관악사 근경의 외지를 달리다 보니 왠지 모를 적막감이 느껴졌다. 최근 금조가 존재감이 좀 약해진 감이 있긴 하다만 그래도 이렇게 또 옆에서 깍깍 거리는 녀석이 사라지니 괜스레 맘이 허하다.

음, 이런 게 가족이라는 느낌일까? 뭐 그리 긴 기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함께 있었고, 또 전에 납치당했을 때 나를 구해준 금조이다 보니 잠깐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도 금방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현이랑 같이 있을 땐 그런 생각을 안 했지만…….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인데 보고 싶으면 정이 참 많이 든거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운전대를 잡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동안 문득 머리 속으로 아리 생각이 스쳐갔다. 그 날 청령에게서 빠져 나와 집에서 잠이 들었을 때 스쳐 지나갔던 구미호. 아무렴 내게 구슬을 계속 맡긴다 했으니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게 사실이지……?

기약 없는 인연이라고 하니 참 그게 또 묘하게 아쉽고 서운하다. 이래저래 주변에 여자는 많은데 또 이렇게 홀로 있으니 생각이 떠오르는 구나. 아, 나.

“영웅은 호색한이라더니. 진짜 나는 전생에 큰 일 했을 거야.”

용구의 변태 발언에 정색하며 반박하지 못한 것은 사실 내가 변태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뭐 어느 정도 수긍을 하니까! 그러니 반박을 제대로 못 한 것 뿐이라고!

어쨌거나 아리 생각을 하며 나는 나도 모르게 관악산 방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가 아리의 터전이라고 했지? 저 산에서 지금도 가족들의 무덤을 지키며 고군분투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응? 그런데 그리 생각이 들자 아리를 만나는 게 아주 불가능 한 일은 또 아닌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아니, 왜 내가 이젠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청령의 500년 영력을 얻은데다 시은이가 있으니 아리를 만나러 관악산으로 들어가는 것도 큰 문제는 없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번진 미소는 여전히 내가 아리를 맘에 품고 있는 것 같단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었다.

“아, 진짜. 이렇게 줏대 없으면 안 되는데.”

그럼 대차게 모두를 다 거느리는 사나이가 되어야겠다! 삼처사첩이라고 했는데 뭐 까짓 거 그럼 내가 한 번 해봐야겠다. 후후, 우리네 조상님의 전통을 이렇게 이 계승하다니! 참 대견한 일 아니겠냐? 조선시대 구운몽이라는 소설에서 구운몽이 꿈에서 9명의 와이프를 거느리고 결국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슬퍼 웁니다’ 한 것과 달리 나는 진심으로 그걸 이룩해보이겠다!

“꿈은 원대해야지, 암.”

꿈은 클수록 좋고, 꿈 없이 사는 사람은 소나 돼지와 다를 바 없단 옛말처럼 사람답게 살기 위해 새로운 꿈을 가진 나는 거의 용운사 근방에 다달라 핸들을 꺽었다.

“응?”

부드러운 코너링을 만끽하듯이 여유롭게 코너를 돌던 와중 관악산 방면에서 순간 무엇인가가 내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반짝 하고 빛이 피어 올랐는데 그 빛이란 것이 느낌이 묘했다.

“……이상한데.”

이전의 나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관악산에서 반짝이는 불빛은 보통 빛이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빛이 무척이나 익숙한 아리의 파란 불꽃 같아 보였으니까.

“……적이 참 많은가보구나.”

그 여린 몸으로 가족들의 무덤지기 역할을 하고 있으니 참 힘겨울 것 같단 생각에 안타까운 맘이 밀려왔다. 어쩜 아리가 구슬이를 내게 맡긴 것도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족 무덤 지키기도 바쁜 와중에 구슬까지 들고 있으면 얼마나 정신이 없겠냐?

그러니 아리를 도와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으나 속물 휴머니즘은 그녀를 돕는 것도 여기서 그만. 적당한 선을 지키라 이야기 하고 있었다. 뭐, 사회 생활 해보면 알겠지만 각 자 자기가 해야 할 몫이 있는 거고 그게 안타깝고 아쉽다고 내가 모든 것을 대신 해줄 수도, 해줘서도 안 되는 것이니까.

맡기고 간 만큼 지금은 구슬이를 무사히 지켜 내는 것이 또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나는 주미 원장의 건물 앞으로 쓰클이를 세웠다.

“까악!”

“마중 나왔냐!”

차문을 열기가 무섭게 언제 나와 있었던지 금조가 반가운 소리를 내며 내 어깨 위로 내려 앉았다. 아유, 요 귀여운 녀석! 밤의 정기도 감출 수 없는 빨갛고 작은 새가 어찌나 귀엽고 예쁘게 보이던지! 후후 웃으며 금조의 머리를 쓰다듬자 금조가 깍깍 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내 손에 부리를 부볐다.

“근데 너 묘하게 좀 커진 거 같다.”

“까악?”

“아냐, 기분 탓인가?”

이 금시조라는 새가 영물이라서 그런 걸까? 털도 어쩐지 더 붉은 빛을 머금고 있는 것 같고 점점 커진다는 묘한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동안!

“주인님!”

금조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주미 원장이 요가 학원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내 이름을 불렀다.

“주미 원장!”

오늘 아침에도 봤지만 나를 보고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가 이내 내게로 달려와 와락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느껴지는 푹신한 느낌이란! 현기서 에어백을 이렇게 짱짱하게 만들어 준다면, 원가 절감만 안 해주면 국산차 사도 아깝지가 않을 텐 데!

어쨌거나 흐뭇하기 짝이 없는 포근함에 나는 후후 웃음을 머금고 주미 원장의 등을 두드렸다.

“오늘 하루 잘 보냈어?”

“후후, 네! 주인님! 주인님 생각만 하면서 보냈지요.”

아침엔 시은이, 저녁엔 지현이, 아까 전엔 용구, 그리고 지금은 또 다시 주미 원장. 아, 정말인지 여복이 터졌구나, 여복이! 이렇게 인기 많은 건 정말 25살 이후로 오랜만이다. 물론 그 중에 날 좋아하는 사람은 지현이 밖에 없고, 용구는 날 변태로 생각한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지만.

“아무튼 육도 해설본은……?”

“모두 준비 되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

“그래? 벌써?”

“네! 제게는 그런 것 따위 일도 아니니까요.”

수 천 년을 살아와 막강한 힘만큼이나 그녀가 가진 지혜와 지식은 대단하다. 크, 그 어려운 한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석해버렸다니!

“그런데 주인님. 대체 그건 어디에서 구하신거죠?”

“그거? 그냥 어떤 도사님이 부탁 할 일 있다고 주던데?”

진지하게 물음을 던지는 주미 원장의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떤 도사요……?”

“응. 뭐, 그냥 도 닦으신 분 같던데. 자기 도와주는 대신에 이걸 나한테 선물로 주고 간 걸 거야……. 아마.”

아니, 뭐……. 아마 육도란 것의 용도는 그런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가운데 주미 원장이 뭔가 생각하는 듯 ‘흐음…….’ 하고 진지한 얼굴을 해보였다.

“왜?”

“아니, 아니에요. 육도의 여섯가지 도술은 익히 알려져 있어 그렇게 대단 할 것도 없지만 이건 육도의 원본이거든요.”

“응?”

“인간 세계로 따지면 피카소의 작품 정도 되는 물건이라고 여기시면 돼요.”

후후 웃으며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피카소?!”

“네, 주인님.”

맙소사! 그냥 죽편이라고 생각했건만 이게 그 정도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란 말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나의 모습에 주미 원장이 후후 웃으며 말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오다 보니 요괴들 또한 각 자의 취미를 가지곤 해요. 예컨대 용이 되려고 발악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전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지키는데 온 사명을 다 할 수도 있고, 그것조차도 없는 경우는 보물을 수집하는데 열을 올리죠.”

그리고 그녀가 잠깐 관악산 방면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지금 그게 그런 요괴와 아리가 싸우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어 주미 원장을 바라보자 주미 원장이 금방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아무튼 안으로 들어오세요, 주인님! 주인님을 계속 서있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아, 그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금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함께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주미 원장의 건물 안에는 미혼향의 향이 가득 했는데 그걸 지금 또 어디다 쓰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청령은……?”

“미혼향으로 길들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

“음…….”

“주인님께서 교합의 즐거움만 일깨워 준다면 아마 그 구렁이 계집은 평생 거기에 빠져들어 있을 거랍니다.”

내 말을 진리처럼 따르는 주미 원장이지만 여전히 다른 존재들에겐 무섭고 살벌한 존재였다. 특히나 청령에게는 최악의 간수를 만난 셈일테지.

“뭐, 너무 심하게 다루진 말아.”

암만 괘씸한 청령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좀 불쌍하다 싶은 생각도 든다. 후후, 있는 자의 여유라고 할까?

“구렁이 계집이 주인님께 아무런 위해를 가할 수 없도록, 그리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기도록 만드는 게 제 임무니까요.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주인님.”

하지만 남을 괴롭히는데 있어서 탁월한 재주를 발휘하는 주미 원장에겐, 철저한 목적 의식이 있는 그녀에겐 예외인 모양이다.

“음, 믿고 있을게.”

내가 뭐라겠어? 그냥 그렇다면 그러려니 해야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주미 원장이 ‘참!’ 하고 박수를 치며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살펴 보니 구렁이 계집이 그간 모아둔 재물이 꽤 넉넉하더군요. 그건 어떻게 처리를 할까요?”

그 말에 나는 귀를 쫑긋 하며 주미 원장을 바라보았다.

“응?”

그런 나의 모습에 그녀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남양주 일대의 대지 1만평과 명동, 강남, 일산에 있는 20층 이상 고층 건물들 4채를 비롯해서 총 8채의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과 꽤 튼튼한 중견 기업이 구렁이 계집의 명의로 등록이 되어 있더군요. 어차피 이것들은 이제 모두 주인 없는 재물들이니 이건 모두 주인님의 처분에 맡겨야 할 것 같아요. 모두 팔아치울까요……?”

============================ 작품 후기 ============================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온다

전 앞으로 좀 심하게 착하게 살아야 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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