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84화 (84/120)

<-- 84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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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정말 괜찮겠어요?”

“아유, 괜찮아. 내가 바래다 줘야 하는데 이놈들이 또 어디로 도망 칠 지 몰라서.”

영업 3년이면 처세술의 달인이 된다고, 영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객 관리 업무만 5년을 해오다 보니, 거기다 연극반 출신의 연기력이 가미된 나의 처세술 또한 모자람이 없지!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짠짠짠! 연극을 배웠던 건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후회 없는 베스트 초이스 중 하나였던 것 같아.

“우리 동네 이모가 많이 걱정하거든. 뭐, 방향도 같으니까 잘 타일러서 데리고 가봐야지.”

“아…….”

어쨌거나 내 경험들의 양분 삼아 슬기롭게 뱁새와 덕구를 해결한 나는 지금 현재 ‘너네 내가 누군지 모르지? 도망치다 잡히면 진짜 죽여 버린다.’ 라는 협박을 내세워 두 놈을 붙잡아 놓고 지현이와 작별인사를 앞두고 있는 중이다.

“진짜 오빠 몸은 괜찮은 거죠?”

이 상황이 좀 당황스럽긴 했다만 이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인지 우리 지현이는 내 걱정에 여념이 없다.

“사랑의 힘으로 극복했어. 청소년 계도는 계범도에게.”

그 말에 지현이가 ‘아이 참!’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거나 보이는 것으로도 그렇게 아파 보이진 않고, 또 지현이도 더 이상 시간 이렇게 보내느니 일찍 보내는 게 좋겠다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게 맞는 생각이지!

“아무튼 지현이 너도 조심해서 들어가고.”

“네, 오빠. 오빠도 너무 무리 하지 말고 일찍 들어가요. 애들 잘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오빠 몸을 생각해야죠.”

그리고 지현이가 힐끔 뱁새와 덕구를 돌아보았다. 잔뜩 풀이 죽어 있는 두 명의 불량 청소년을 살피던 지현이가 이내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혹시 그럴 리는 없겠지만 복수 한다고 막 해꼬지 하고 그러면 안 되니까 오빠도 적당히…….”

역시 지현이도 사회생활을 해본 티가 이런데서 나는구나. 본디 이런 일에는 휘말리지 않는 것이 진리이건만! 뭐 어쨌거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내가 무얼 무서워 하겠니? 말 할 수 없는 나만의 비밀이 있는 탓에 지현이에게 마냥 걱정하지 말란 말을 하는 대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일에 앞서서 나를 최우선으로 걱정하는 그녀의 마음이 와닿았기 때문인지 지금도 마음은 무척이나 상쾌하고 가벼웠다.

“중년 남성만큼 몸 사리는 데 익숙한 생명도 없을 거야. 적당히, 요령껏 잘 빠져나갈 테니 걱정 하지마!”

마음만큼 들뜬 나의 대답에 지현이가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오빠! 조심해서 들어가요. 그리고…….”

“응, 그리고……?”

잠깐 우물쭈물 하던 지현이가 이내 뭔가를 입 안으로 삼키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아무튼 오빠 빨리 나아서 다음엔 건강한 모습으로 봐요!”

“싱겁긴! 알았어! LTE 급으로 빠르게 회복할 테니까 조심해서 들어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네, 오빠! 먼저 갈게요!”

그리고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지현이! 참, 같은 과천 주민인데 어떻게 한 번도 데려다 준 적이 없냐? 아, 매너와 배려의 아이콘이라는 위치가 상당히 위험하게 느껴진다. 조만간 쓰클이를 몰고 정말로 매너 있게 지현이를 바래다 줘야겠다.

그 생각과 함께 뒤돌아 선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의 메인 디시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잔뜩 쫄아서 도망칠까 말까 눈치를 살피고 있던 뱁새와 덕구가 타이밍을 놓쳤다 싶었던지 눈에 띠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자, 이제 우리 이야기 좀 해보자. 꼬꼬마들아.”

이 녀석들도 처음엔 그저 싹퉁 바가지 없는 개 호로 양아치들이었다만 지금은 그래도 겁을 잔뜩 먹어서 허세끼를 빼고 나니 앳된 티가 고스란히 난다.

“저기요…….”

“뭐?”

“혹시 건달……이세요……?”

그러다 요 놈들이 눈치를 살살 살피며 내게 물음을 던졌다. 아무래도 길 한 복판에서 술 마시고 민짜 어택 내세워 땡깡 부리면 다 먹이던 게 안 먹히니 여러 가지로 짱구를 굴리긴 굴린 모양이다.

“너 이렇게 잘 생긴 건달 봤냐?”

근데 내가 어딜 봐서 건달처럼 보여? 이 새끼들이 죽을라고.

“예?”

“네?”

하지만 그보다 내 말에 더 크게 의문을 표하는 두 놈을 보자니 무엇인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 나! 진짜 대전에 있을 땐 대전 정우성이었는데! 진짜 이거 보여 줄 수가 없으니 아주 그냥 너무 속이 다 상하네! 정말!

“……됐고!”

더 이야기가 길어지면 내가 불리해지겠단 생각에 나는 재빨리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내 정체를 궁금해 하는 두 놈을 보며 이야기를 슥 던졌다.

“아저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궁금해 할 필요 없어. 어차피 니까짓 것들 뭘 하던지 우습잖은 사람이니까. 알겠냐?”

“……예.”

사람이란 게 말이다. 참 상상력이 풍부하거든? 그러니까 이런 건 어느 정도 선만 딱 지켜 놓으면 지들이 알아서 생각을 하기 마련이거든. 보란 듯이 쓰클이의 스마트 키를 빙글빙글 돌리자 딱 벤츠 로고를 보고 두 놈이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요즘 애들한테는 ‘조폭은 벤츠다!’ 같은 인식이 있는지 아까보다 훨씬 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본론으로 넘어가자. 니들 가출한 애들 맞지?”

이런 분위기가 대화를 하기에 좋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답’을 듣기엔 참 좋은 분위기다. 특히나 세상 풍파에 휩쓸려서 거기 지기 싫어 치기 어린 허세로 무장하고 있던 애들이 본연의 나약함을 찾았을 때 말이지.

“예…….”

그리고 두 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나 안절부절 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 놈들도 집 나온 이유는 따로 있을 거란 생각에 짠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니들이 왜 집을 나왔는지는 안 묻는다. 어차피 사정들이 있을 거고, 그게 뭐가 되던지 나는 거기까지는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아. 알겠냐?”

“예…….”

미안하지만 난 진정한 휴머니스트는 아니거든. 속물 휴머니즘이라고 해야 할지…….

“니들 지금 어떻게 돈 벌고 있는지 말 해.”

아니면 이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할지.

어렴풋이 얘네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는 머리로 유추가 가능하다. 아까 편의점 앞에서 두 놈이 나누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열이 확 오른 것이고, 지금도 마찬가지. 불쌍하다고 어렴풋이 느끼긴 한데 그게 이걸 용납시켜 줄 정도는 아니야.

“…….”

“이 새끼들이 쥐약을 먹었나, 왜 아무 대답이 없어?!”

눈에 띠게 안절부절못하는 덕구와 ‘좆 됐다’는 생각이 확 느껴지는 얼굴의 뱁새. 그 두 놈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니들 가출한 애들 모여서 같이 다니지? 그리고 새로 애들 들어오면 걔네들한테 뭐 시키잖아. 맞지? 특히 여자애들. 채팅이든 뭐든 해서 남자 오게 하는 거 하잖아. 내 말 틀렸냐?”

대한민국 땅에서 가출한 미성년이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택배 상하차나 노다가 같은 일용직들도 있겠지만 그건 성인들도 하기 힘든 일이다. 어떤 이유든 가장 큰 테두리가 되어야 할 집을 벗어난 애들이 거기서 새로운 터전 닦기 위해서 내 한 몸 바쳐 일을 할 리 있겠냐?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건 우리가 군대 갔다와보면 알지.

아무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내놈들은 범죄로, 계집애들은 민짜 신분으로 술집이나 도우미 등등 흘러가는 수밖에. 먹고 살려면 뭐든 하긴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허락된 자리는 저런 것들 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엇나간 녀석들 가운데에서는 자기보다 더 약자를 미끼삼아 배를 불리는 녀석들이 생겨난 것이다. 뱁새나 덕구 같은 놈들 말이다.

“대답 똑바로 안 할래? 몰라서 묻는 줄 알아? 이 새끼들아!”

제대로 대답을 못 하는 두 놈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자 움찔하며 덕구와 뱁새가 쩔쩔 매는 얼굴을 해보였다. 이 놈들도 이게 잘못된 행동이란 걸 알고 있는 거다.

그리고 나도 알고 있지. 대강 얘네가 어떻게 애들을 굴려먹는지. 뉴스 보면 많이 나오잖아? 단지 그게 내 주변, 내 일상 공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일이란 걸 피부로 느끼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오묘하다.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그래도 아직 내 가슴 속에 정의감이란 게 살아 있단 생각이 든다.

“여자애들 데리고 와서 거기서 조건 같은 거 시키지?”

하지만 일단은 이성적으로. 확실히 파악하자. 대놓고 돌직구를 날리자 연신 한숨만 내쉬는 뱁새와 달리 겁을 먹은 덕구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저희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씨발! 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그 말이 내 나올 줄 알았지! 근데 이 씹새들아! 자기 먹고 살자고 상처 받아서 집 나온 애들한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건 정말 아니거든?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지르자 덕구가 벌벌 떨며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놈이 아까도 불안해하더니 그렇게 속은 악한 놈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근데 진짜 어쩔 수 없어요! 그거 안 하면 걔네도 밖에 나와서 못 먹고 사니까 억지로 한 거는 아니에요! 그냥 걔네가 그런 척 하면 우리가 친오빠인 척 하고……!”

반면 뱁새는 독기만 남은 모양이다. 내 말을 따른 것도 무서워 따른 것이지 진정으로 따른 건 아닐 터. 되먹잖은 이유를 붙이며 항명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답답함을 느끼고 말았다.

“정말로 그렇게만 했어?”

“그건…….”

“걔네들이 억지로 하는 거 아니라고 확신 할 수 있냐?”

“그, 그거는…….”

“내 눈 보고 똑바로 말 해라.”

이제 끽해야 고삐리인 놈이 이렇게 악과 독기만 남아 있는 것도, 그리고 자기 잘못은 안중에도 없고 다른 이유 들어가면서 합리화만 한다는 것도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 18번이 욕설이지만 욕설 대신 냉정함을 뒤집어 쓴 채 이야기를 꺼내자 오히려 뱁새도 더 겁을 먹고는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매섭게 노려보는 내 눈빛에 뱁새 역시 옆에 있는 덕구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니네들이 얼마나 악한 짓거리들 해왔는지는 내가 굳이 캐내진 않을 거다. 근데 이 씹새들아! 인생 제대로 살아.”

“우, 우리도……!”

“씨발! 지금 해야 할 말은! 죄송합니다! 잘못 했습니다! 이게 먼저라고! 이 불쌍한 새끼들아!”

변명 보다는 사과가 먼저여야 한다. 구질구질하게 사연 늘어놔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거든? 그걸 가르쳐 주고 싶었던 나의 버럭에 두 녀석이 울컥한 듯 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니들도 다 사정이 있겠지. 근데 그 사정이야 어쨌든 그것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애들 등골 쪽 짜먹었지? 그거 니들도 못된 짓거리인 거 다 알고 있지? 알아, 몰라?”

“…….”

너무 나무라지만은 않으니 또 눈치를 살살 본다. 뭐가 잘못 된 건지 옆에서 확실히 가르쳐주고, 하지 말라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이래서 필요한 거지?

“알아, 몰라?!”

“아, 아는데요…….”

다시 한 번 다그치니 그제야 두 놈이 울먹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아는 새끼들이 그래? 아, 나 진짜! 이 새끼들을 정말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버리던지 해야지! 성질 같아선 이렇게 질러주고 싶다만 그래봐야 악순환에다 다시 한 번 더 불을 붙이는 꼴 밖에 안 된다. 참자, 참아!

“알고 있으면 이제 어떻게 될 지도 알고 있겠네.”

“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그냥 우리도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구요!”

“니들 먹고 살자고 다른 애들 꼬드겨서 데리고 와서 억지로 조건 만남 주선 한 거 아니야? 아니, 정확히는 먹고 살려고가 아니라 놀고는 싶은데 돈은 없으니까! 일 하기는 싫고, 쉽게 벌 궁리로 머리만 굴리면서 이런 못된 포주 짓 한 거 아니냐고?”

처벌이 앞에 보이자 슬슬 다급해지지? 칼 같이 날카로운 내 말에 뱁새와 덕구 모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단지 그 얼굴에다 억울함을 담았을 뿐이었다. 그들의 억울한 얼굴에는 난처함과 절박함 모두가 담겨 있었다만.

“정말 잘못 했어요! 아저씨, 한 번만 봐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진짜로요! 진짜 정말 아무 짓도 안 할게요! 용구도 그냥 집에 가라 그럴게요! 네?!”

용구? 혹시 308호 이름이 용구인가? 무슨 여자애 이름이 그런…… 이름인가 싶다만, 어쨌거나! 경찰 처벌을 두려워 한 모양인지 절절 매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기도 차지 않았다. 그 얍삽한 절박함이 더욱 더 사람을 열 받게 했다. 대체 이 새끼들이 뭐 어떻게 자랐으면 이렇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일 수가 있는 거지? 아, 나 진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네!“

“씹새들이 니 입만 입이냐?”

“예?”

“니들 인생만 인생이야? 씹새끼들아! 어려 빠진 것들이 벌써부터 이런 물 먹어서 대체 어떻게 할래?”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더 휴머니즘 발휘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이런 걸 덮어 줄 정도로 마음씨 넓은 사람은 아니거든!

“잘못한 줄 알았으면 죄 값은 치러야지. 이게 니들 좆되라고 하는 소리 같냐? 니들 인생이야 어찌 되던지 내 알 바 아니야! 근데 최소한 인간답게 살라고, 인간답게! 아무도 잡아 주는 사람도 없고,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이 지 꼴리는 대로 살다가 좆 되지 말라고 니들 인생에 미리 경종을 울려주는 거다. 그런 줄 알아.”

용의주도하게, 주도면밀하게 이 모든 대화를 녹취하고 있던 나는 바로 과천서에 일하고 있는 후임 영준이에게 콜을 때렸다. 이 시간에 전화를 받으려나 모르겠네. 미심쩍은 맘이 들었다만 다행스럽게도 걱정이 커지기 전에 ‘여보세요~!’ 하고 기운 찬 영준이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영준이냐? 여기 지금 내가 좀 안 좋은 일을 하나 알게 됐거든. 가출 청소년 성매매 알선 현장을 발각하게 돼서. 뭐? 미쳤냐?! 내가 애들이랑 놀아나게? 그런 거 아니고 인마! 어쨌거나 설명하자면 길어! 만나서 얘기 하자! 이리로 사람 좀 보내! 아, 능력 안 되면 니가 오던가!”

여차저차 과정을 설명하며 영준이 녀석에게 직접 신고를 하니 뱁새와 염색의 얼굴이 모두 파리해졌다. 이제 이 두 놈은 모든 보호색을 잃고 그저 어리고 나약한 10대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 아저씨! 잘못 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이게 미안해, 잘못 했어로 용서 될 일인 거 같냐?”

버럭 소리를 지르니 덕구가 비는 걸 멈추고 다시 눈물만 흘린다. 그러면서도 제발 봐달라고 애원하는 걸 보니 참!

반면 눈물 콧물 짜며 비는 염색과 난감해 하는 얼굴의 뱁새.

“미성년이라서 상관 없냐?”

편의점 앞에서 나누고 있던 대화를 기억하고 있는 터라 나는 뱁새를 향해 뼈 있는 물음을 던졌다. 그 말에 뱁새가 악이 찬 눈을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게 아주 찰지게 대가리를 까여서 그런지 이내 눈을 피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지긴 또 싫었던 모양인지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우리가 잘못 했으니까 알아서 하겠죠!”

“니 인생이야, 인마. 그렇게 대강 살지 마라. 지금은 저 늙다리 새끼가 존나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 하고 있나 싶지? 근데 니들보다 15년 더 산 거 우습게 보지 마. 이게 니 인생의 마지막 안전띠가 되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라. 대강 생각하지 말고 계속 생각해라. 지금 대가리 터지게 생각한 만큼 니 인생도 언젠가 빛 볼 날 올 테니까.”

사실 난 남들 가르치려 드는 거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나를 가르치려 들면 아주 경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살다 보니 자꾸 그렇게 되기만 하네. 거 참.

왠지 모르게 씁쓸함을 느끼고 있는 동안 뱁새는 술도, 허세도 모두 다 깬 모양인지 자못 심각한 얼굴이었다. 존나 나쁜 새끼인 건 일단 확실하지만 그 나쁜 새끼가 영영 나쁜 새끼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어른의 자세 아니겠는가?

말없이 뱁새의 어깨를 두드리자 뱁새 놈이 왠지 모르게 울컥한 모양인지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사람들이 포기 하고 사회로 내놓은 녀석이기 때문에 어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308호……, 아니. 용구는 어디 있냐?”

그리고 본론으로 접어들자. 이름도 참 별난 용구가 어디에 있는지 물음을 던지자 질질 짜는 덕구와 달리 뱁새가 어느 정도는 생각한 듯 순순히 ‘예…….’ 하고 대답했다.

“대영 모텔에 여자애들이랑 같이 있어요…….”

“몇 호?”

“410호요…….”

그 말에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뱁새 놈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지 인생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한 모양이다. 아주 나쁜 새끼이긴 하지만 어느 날인가 착하게 살자 결심 하고 정말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모름지기 사람에겐 계기가 중요하니 말이다.

정말 아주 나쁘고 더러운 새끼인 건 맞지만 그래도 이놈에게 누군가 믿어줬다는 기억이 하나 있는다면 이놈 인생도 좀 달라지긴 하지 않을까? 아, 참 이거 애매하고 어렵다. 오늘 흉이라더니 머리 쓸 일들이 한 가득이구나.

“후.”

결국 나는 선택권을 녀석들에게 넘겨 주기로 결심했다.

“나도 니들한테 기회 준다. 여기로 경찰 친구 올 거다. 뭘 잘못했는지 알면 그대로 남아 있고, 어차피 평생 이렇게 인간쓰레기처럼 남의 피 빨아먹고 비루하게 살다 갈 거면 어디든 가라.”

============================ 작품 후기 ============================

대인배 계갈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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