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83화 (83/120)

<-- 83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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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정말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서른 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 알면 웬만하면 몸 사리는 게 이득이라는 것을 아니까.

이 새끼들이 지금 가출한 애를 데리고 포주 노릇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맘에 가슴이 울컥 하고 화가 나서 그게 조절이 안 되네. 치사해지기를 강요하는 사회지만 최소한 어른은 치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이런 때인 거고!

-우당탕!

“뭐!?”

그 말에 뱁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소리쳤다. 플라스틱 의자가 뒤로 넘어지면서 금방이라도 나를 칠 듯이 앞에 선 뱁새. 염색한 줄담배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일어나 세상 유일한 동지가 뱁새인 마냥 날 아주 무섭게 노려본다.

아, 정말인지…….

“니들 민짜지?”

“그래서요? 뭐 어쩌라구요?”

“뭐 어쩌긴. 그렇게 살다 뒈지던가, 말던가.”

“뭐 이 씨발!”

미안하지만 내가 아무리 휴머니즘을 가진 인간이라 하더라도 난 속물 휴머니즘이야. 내 손은 안쪽으로만 굽는다! 그거 알아두라고!

“니들 아까 같이 있던 여자애. 어디다 데려다 놨냐?”

어울리지 않는 요놈들을 어떻게 만난 건지 몰라도 308호 소녀가 참 걱정이 된 나는 앞뒤 다 자르고 본론으로 접어 들었다.

“씨발 그걸 니가 알게 뭔데?”

“왜? 니 애인이냐?”

하, 참. 정말 내 나이 딱 잘라 절반 되는 놈들에게 이런 소리를 들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그러는 가운데 뱁새가 상당히 흥분을 한 모양인지 ‘어?! 니 애인이냐!’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소크라테스도 요즘 애들 버릇없다고 이야기 했다지만 정말 이건 경우가 너무 해도 너무 한 거지!

“입 더러우면 혼난다. 아저씨 엄청 무서운 사람이거든?”

사람이 너무 화가 나면 오히려 차가워지는 모양이다. 백령도서 나랑 같이 생활했던 애들은 알 거다. 계병장이 이런 소리를 낼 때는 절대로 깝죽여선 안 된다는 걸!

“씨발 뭐! 이 미친 새끼가!”

남자들은 본디 허세의 동물이고 그 정점을 찍는 게 10대 후반이다. 특히 이렇게 거칠게 자란 와일드 보이즈. 특히 이런 놈들이 범죄와 결탁해서 같은 입장의 아이들을 희생자로 만들고 그로 인해서 죄책감이나 인간성을 잃게 되면 그건 겉잡을 수없이 커지고 만다. 그건 어떻게 보면 참 슬픈 일이다. 한창 애다워야 할 나이에 똑같은 친구를 속여서 자기 배를 불리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다시 한 번만 더 묻는다. 걔 어디 있냐?”

“이런 씨빨! 니 애인이냐고!”

결국은 뱁새가 먼저 주먹을 날렸다. 오, 체구도 작고 가벼워 보이고 또 아직 몸이 팔팔할 때라서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주먹이 빠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보통의 30대 계범도가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고, 지금의 나는 차원이 다르지!

-타닥!

오늘 아침에 배운 절권도 동작을 그대로 응용해서 뱁새의 주먹을 오른손과 왼손으로 번갈아 친 나는 번개처럼 오른 주먹을 뱁새의 얼굴에 가져갔다.

-스윽.

“어?!”

순간 얼빠진 얼굴의 뱁새가 예상한 그림과 달리 도리어 내 주먹이 자기 얼굴에 닿자 무척이나 놀란 듯 큰 눈을 해보였다.

“진짜 치기 전에 깝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와! 열은 받지만 방금 나 겁내 멋지지 않았냐?! 왠지 모르게 흥분되는 기분을 꾹 누르며 나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음을 던졌다.

“걔 어디에 있냐?”

그 순간 뱁새와 염색이 서로 힐끔 눈치를 살폈다. 상당히 쫄아 보였지만 두 놈 다 존심이 있어 함부로 깝치지는 못 하는 상황 같았다.

아마 지금 심장의 RPM이 천은 찍었을 거다. 계속 깡다구 부려도 되나, 안 되나 그 눈치만 겁내 살피고 있겠지! 이내 두 녀석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알 게 뭔데!”

민짜라는 걸 정말 적절히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겁 없이 다시 한 번 더 날 향해 덤벼드는 그 모습에 그저 어이없어 한숨 섞인 웃음을 터뜨리고 말자 이번에는 염색이  ‘씨봘놈아!’ 하고 억센 발음으로 소리치며 다시 주먹을 날렸다. 혼자서는 안 되겠고 둘이서 다구리를 칠 생각인가?

하지만!

-터억! 파박!

지금의 나는 뭐다?

“커억!”

과천 브루스 리거든, 이 씹새들아!

오른손으로 날아드는 주먹을 다시 한 번 쳐내고 염색의 배에 왼 주먹과 오른 주먹을 연달아 두 번 두드리자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염색이 그대로 몸을 ㄱ자로 꺾고 말았다.

“우우우웨엑!”

그리고 염색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배를 맞아서 그런지 바로 속을 게워냈다. 콸콸콸 쏟아지는 것이 아주 그냥 이과수 폭포를 보는 듯 했다. 이거 조만간 무지개라도 떠오르겠네!

“으이씨, 드러!”

하지만 나도 이게 이렇게 셀 줄은 몰랐던 터라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자 뱁새가 눈이 뒤집힌 모양인지 ‘이 씨발새끼가!’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다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슬로 모션처럼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일순 숨을 들이켰다. 주미 원장이 내게 가르쳐 줬던 대로 호흡법을 통해서 영기를 가다듬고 순간……!

-짜악!

“이런 씹새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 개새끼들이 내가 호구로 보이나! 어디 민짜 새끼들이 길 한 복판서 담배나 태우고 욕질 하고! 맞아 죽을라고!”

이런 새끼들은 확실히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열불이 터진 나는 주먹 대신 손바닥을 펴거 뱁새의 뺨을 후려 갈기고는 거침 없는 계도와 교훈 담긴 욕설을 퍼부으며 뱁새의 대가리를 소리나게 후려치기 시작했다.

-빠악! 빡!

이런 새끼들에겐 찰진 싸대기가 무엇보다 값진 교훈이지! 인생의 진리다, 이 새끼들아! 누울자리 보고 누우라고!

“아악! 악!”

-빠악!

“어디에 데리고 갔는지 얘기 안 해?! 오늘 너네 끝장 보자 이거지? 씨발 민짜라서 빠져나갈 줄 알았으면 오산이야, 씹새꺄!”

이 씹새들 정말! 우리 백령도 패밀 리가 얼마나 끈끈한지 모르지? 과천서에 내 후임이, 과거 나와 함께 화장실 초코파이를 나누었던 나의 전우가 있단 걸 너희 미필자들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빠악! 빠악! 빠악!

“아아아! 아악! 살려주세요!”

깝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정신 없이 뒤통수를 맞다보니 덤비기는커녕 먼저 뱁새가 살려달라 소리를 질렀다.

“뭘! 내가 너 죽이냐! 이 새꺄!”

액션보다는 찰지게 애를 조지고 싶었던 터라 손바닥으로 대갈통만 두드리니 뱁새가 금방 쫄아들어선 양 팔로 얼굴을 가리고 허둥지둥했다. 아프진 않아도 무섭고 정신 얼얼 할 거다!

“어억……! 장수야……!”

때마침 그 옆에서 아직도 회복이 안 된 건지 토하고 있던 염색이 불편해진 얼굴로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래도 의리는 있나봐? 친구 맞으니 걱정도 해주고! 그런데 그런 놈들이 308호 같은 애들은 뱃겨 먹어?

“너도 속 좀 게워내게 도와줘?!”

죄 중 가장 큰 죄는 괘씸죄라고 순간 화가 난 나는 타깃을 염색으로 옮겼다.

-철퍽!

“아아아! 아악!”

그리고 타깃을 옮겨 염색의 등판을 있는 힘껏 두들기자 염색이 괴로워 하며 몸을 비틀었다. 뱁새의 대가리를 때릴 때보다는 강도가 있었던 터라 금방 염색이 다시 한 번 더 울렁이는 속을 비워냈다.

“우우우우우웩!”

그 모습에 어느 샌가 몰려든 사람들! 특히나 편의점 앞에서 사고가 생겨 알바생이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 조짐을 보이자 본능적으로 심장이 쫄깃해져왔다. 이렇게 쉽게 공권력과 민짜 보호정책에 당 할 수는 없지!

“이 새끼들이 정말 삼촌이 술 마시고 지랄하지 말랬지?! 인마! 아버지가 오라고 난리잖아! 난리가! 삼촌한테 씨발 새끼가 뭐야! 이놈의 새끼들!”

어느 샌가 몰려든 사람들을 의식해 살며시 거짓 정보를 흘렸더니 다들 무슨 일인가 하다 이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놀란 편의점 알바생이 안에 있던 점장을 불렀던 모양인지 문을 열고 나온 점장이 편의점 앞에서 벌어진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 아닙니다! 조카 놈들이 말을 너무 안 들어서……! 죄송합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미친 놈이!”

속이 뒤집어져 정신없는 염색과 달리 대갈통만 수십대 손바닥으로 맞은 뱁새가 웅웅 울리는 머리를 붙잡고 소리쳤다. 이놈 새끼 맞아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그래, 오늘 갈 데 까지 한 번 가보자 이거지?

“이 새끼가 진짜! 낮술 마시면 애미애비도 못 알아 본다더니! 언제 정신 차리래?! 언제! 삼촌더러 뭐?! 미친놈?! 죽을라고, 이게 진짜!”

-빠악! 빠악!

“아, 아악!”

“아이고! 진정하십시오!”

그렇지만 내가 어디 너를 쉽게 보내 줄까? 미안하지만 이 엉아 별명이 거머리였거든!

왠 줄 아니?

내가 너한테서 떨어지는 건 너한테 더 빨아먹을 게 없는 순간이기 때문이야. 이 씹쌔야!

“이 놈의 새끼!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맨날 술만 쳐 먹고! 나쁜 짓이나 하고 다니고! 그것도 모자라서 삼촌한테 욕하고 주먹질까지 해?!”

-빠악! 빠악!

“아악! 살려주세요! 살려……!”

연극반 시절의 경험을 떠올려 명연기를 펼치자 점장과 모여든 사람들도 모두 이해했단 얼굴이다. 그도 그런 것이 딱 봐도 불량해 보이기 짝이 없는 녀석 둘이다 보니 맥락상 내 편으로 더 기우는 것이겠지!

“아유, 그래도 지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화는 나시겠지만……!”

그래서 신고 대신 말림을 선택한 모양이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있으니까. 뭐, 이런 부분을 다분히 악용한 감은 적잖으나!

“정말 이거 어떡 합니까! 이 미친 놈이 술 쳐먹고 길 한복판서 담배를 피는 것도 모자라 지 삼촌도 못 알아보고 씨발놈이니 뭐니 쌍소리라니! 정말 요즘 세상이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깨어나라, 연기의 혼! 이 씹새들은 좀 더 혼이 나야 돼! 그래, 난 배우였어! 제 2의 정우성이 될 뻔 한 남자라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자 점장도, 신고를 하려고 전화기까지 들었던 알바생도 모두들 그러려니 하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안도하는 동안 나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자 주변을 스캔하며 뱁새의 몸에 팔을 감았다.

“……허튼 소리 하면 죽인다. 맞아 죽는단 게 어떤 기분인지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뱁새의 목을 팔로 휘감고 뱁새의 귀에다 속삭였다.

-움찔!

후훗, 이건 우리들만의 비밀 이야기! 나야 기분이 아주 상쾌해지고 있었지만 코피 터진 뱁새의 얼굴에는 어느 샌가 두려움이 깃들고 있었다. 짜식, 내가 정말 그럴까?

근데 다른 사람한테 하면 너 진짜 죽는다.

“……웃어라. 웃는 표정 풀어도 죽인다.”

“으, 으으…….”

인마! 내가 소싯적에 이런 거 몇 번 당해봤는데!

경험을 살린 디테일함에 상황이 일단락이 되어 가는 듯싶었다. 싸움에 구경 왔던 사람들도 단순한 헤프닝이란 걸 알고 여기저기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아무튼 속상하시겠지만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 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이 녀석들은 제가 데리고 가서 잘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이건 제가 정리를……!”

“아유, 아닙니다! 이건 저희가 할 테니 데리고 빨리 들어가 보세요!”

“감사합니다!”

편의점 점장과 알바생도 아주 무난하게 처리가 되었고! 결국 내 눈치를 보며 끌려오는 뱁새와 아직 정신 못 차리고 괴로워 하는 염색을 끌어 당겨 편의점 자리를 뜨니…….

“오빠?”

화장실에 갔다왔던 지현이가 흩어지는 인파 속에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어……? 아, 편의점 가는데 아는 동네 조카 놈들이 거기서 담배 피고 욕질 하고 있잖아. 그래서.”

자연스럽게 요놈들과 아는 사이가 된 나는 눈치껏 하라 뱁새의 어깨를 꾹 쥐었다.

“아, 안녕하세요…….”

“이 녀석은 정신을 못 차리네. 인마! 덕구야!”

아까의 깝침은 사라지고 겁을 먹은 뱁새가 눈치껏 인사하는 동안 예전에 키우던 개 이름을 대신 붙여줬지만 염색은 정신이 없었다.

“얘가 이름에 콤플렉스가 있어서 항상 머릴 이렇게 하고 다니거든.”

“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지현이와 황당하단 얼굴의 뱁새.

“아까 삼촌한테 욕 한 거 다 기억한다. 나 뒤끝 엄청나다.”

장난스럽게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하자 뱁새가 눈치를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역시 세상 밖으로 일찍 나온 놈이라 눈칫밥은 있는 모양이다. 이제 모였던 사람들도 다 흩어졌고 다시 여느 토요일 거리와 다를 바 없는 곳이 된 장소에서 지현이가 나를 다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빠, 몸은 괜찮아요? 지금 그렇게 무리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코피를 흘리는 뱁새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는 지현이. 아무래도 뭔가 좀 이상한 감이 있었다 싶었던지 조심스러운 그녀의 물음에 나는 일순 당황하고 말았다. 사람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참 맥락이란 게 중요한데 지금 이 맥락은 안 맞는 거지.

왜냐하면 어제 교통사고가 났고, 아까 아프다고 했던 내가 이 팔팔한 십대 둘을 죽싸발로 만들어 놨으니……!

그 순간 당황한 나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지현이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지현이가 살며시 고개를 갸웃해보이자 나는 정신 못차리는 덕구와 눈치 보는 뱁새의 어깨를 꽉 붙잡고 말했다.

“파워 오브 러브……?”

============================ 작품 후기 ============================

사랑 가득한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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