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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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괜찮아요?”
“응?”
지현이와 함께 2차로 호프집까지 왔지만 내 마음은 신밧드 마냥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뛸 수 없었다.
“갑자기 말수가 많이 적어진 것 같아서……. 혹시 오빠 몸 안 좋아진 거 아니에요?”
“아, 아냐! 에이 내가 지현이 널 두고 그럴 리가 없지! 그럴 수가 없어요!”
다시 웃으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나 내 속이 속이 아니다. 아까 잠깐 스쳐 지나간 308호의 눈빛이 맴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 편하게 술을 마시겠는가? 아니, 뭐 오해가 있으니 따지고 보면 내가 그렇게 쫄릴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그런 눈빛을 받으면 기분이 정말…….
“그래두 오빠 아까 전이랑은…….”
“술 좀 마셔서 그런지 쪼끔…….”
“정말요?! 아니, 언제부터 그런 거에요? 괜찮아요?”
유려한 사회생활의 비법이 있다면 항상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두잔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순백색의 거짓말이니! 지현이에게 그간 사정을 모두 다 설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주 유용한 장치가 되어 줄 것이니!
“안 괜찮아도 괜찮아.”
솔직히 지금 내 몸은 정말인지 날아갈 것 같은 상태거든? 하지만 아픈 척을 해야만 할 것 같다. 몸보단 내 맘이 불편하기에, 요 일주일간 난 현자로 살아왔거든. 후후……. 욕정 따윈 느낄 겨를도 없이!
하지만 정말 난 이 밤을 이렇게 보내고 싶진 않다. 특히 지현이와 함께 하는, 사람과는 몇 개월만에 함께 하는 이 순간인 것을! 하지만 아, 사나이 계범도! 이 손만 데면 부스러기가 얼그러지듯이 얇디 얇은 멘탈의 소유자 같으니!
어쨌거나 아픈 척 하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열망을 담은 눈빛을 지현이에게 날리니 지현이가 제법 발그레해진 얼굴을 해보였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보였다.
“아이 참……. 아픈데 무리하면 안 돼요. 술 못 마시게 했어야 했는데!”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괜스레 툴툴 거리는 듯 한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308호의 막강한 경멸 가득한 눈빛을 잠깐이나 잊을 수 있었다. 후후, 비단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 항상 같이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뭐, 군대 갔을 때 한창 느꼈던 것이지만 그걸 또 새삼스러운 자리에서 오랜만에 느끼게 되는 구나!
“이제 좀 괜찮아 진 것 같아.”
“안 돼요. 이제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요. 오빠, 푹 쉬어야죠.”
이 밤, 퐈이어 세러데이 나잇을 이렇게 보내고 싶진 않지만 지현이의 눈빛은 제법 단호해 보였다.
“아니야, 이제 나 괜찮은데…….”
“다음에요. 시간 많이 있으니까……. 오빠 몸이 제일 먼저에요.”
내 말이라면 뭐든 따라줄 것 같은 지현이였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아, 다른 것보다도 내 몸을 최우선시 하는 듯 한 이 모습에 저도 모르게 또 다시 흡족함이 밀려왔다. 허허, 세상이 이렇게나 아름답습니다. 그러지 않습니까?
“하긴! 내 몸이 무사해야지 나중에 안심하고 먹여 살릴 수 있지.”
“음…….”
내 말에 잠깐 고개를 갸웃하던 지현이가 후훗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상상을 잠깐 해본 것인지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낯을 하고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너 너무 귀여운 거 아냐?
“응, 오빠! 그러니까 지금은 오빠 몸부터 챙겨야 해요. 술은 이제 그만 마시고 이제 집에 들어가서 푹 쉬기로 해요.”
싫어, 싫어! 더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 이렇게 떼라도 쓰고 싶다만 지금 이 와중에 내가 무얼 어쩌겠니?
항상 과욕이 판을 엎어버리는 법이라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홈런 좀 쳐보겠다고 성욕의 노예가 되어 과욕 부리면 망하기 십상이다. 그 날 밤은 인연이 아니더라도 잘만 하면 그 이후에는 잠깐 스치듯 안녕이 아니라 길고 길게 쭉 인연이 될 수도 있는 것이야. 우리에겐 에프터라는 게 있음을 잊지 말자!
“응, 알겠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착한 어린이 계범도의 모습에 지현이가 다시 후후 웃음 지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희고 가느다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슥슥 어루만졌다.
“우리 오빠, 착하다.”
“크흥!”
이거 맨날 해주다가 당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것 같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조커에 빙의해 입꼬리를 귀 양쪽에 걸쳐 보였다.
“아이 참! 오빠, 왜 이상한 소릴 내요?”
“좋아서 그러지! 좋아서! 어떻게 할 거야?”
그 말에 지현이가 다시 웃음 지어 보였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살살 녹는구나. 내 마음의 안창살 같으니……!
어쨌거나 와서 500cc 한 잔씩만 먹은 2차는 이걸로 끝이 난 것 같다. 뭐, 그래! 내가 산란기 돌입한 물고기, 발정기 짐승도 아니고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지! 무엇보다도 지현이는 정말인지 연인이 안 된다 하더라도 오래도록 알고 지낼 소중한 인연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니 아쉬운 건 없다.
그래, 사나이 계범도! 치고 빠질 때를 아는 체 게바라의 게릴라 전술을 가진 사나이야!
“여긴 제가 계산 할게요!”
“됐어. 월급 타면 해. 보내는 것도 속상한데 그렇게 할 거야?”
찌릿 하고 지현이를 바라보자 그 눈빛에 지현이가 자기도 아쉬웠는지 마찬가지로 안타까운 눈빛을 해보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우리 오빠, 삐지지 말기!”
“돈 내지 말라고 삐진 적은 내가 살면서 처음인 것 같아.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나?”
“푸훗!”
항상 내주면 땡 큐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니라고!
“월급날에 그때 기대하고 있을게. 남지현 비서님!”
“알겠어요. 그땐 내가 정말 많이, 많이 사줄게요!”
“마장동 가서 무한리필 소고기나 먹으러 갈까? 한우와 다를 바 없는 육우를 보여준다던데 궁금해!”
“응, 거기로 가요! 거기서 정말 오빠 배 터지도록!”
“아유, 알겠습니다. 주인이 노려 볼 때 까지!”
이내 지현이가 다시 꺄르르 웃음 지었다.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두고 살짝 눈을 내리까는 것이 그 날을 상상한 것 같았다. 이내 조금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 날은 마장동! 제가 쏠게요!”
“윽, 심장이…….”
“아이 참! 오빠, 장난 좀 그만 쳐요!”
잠간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소강되었던 분위기가 또 이렇게 살아납니다. 후후, 자연스럽게 에프터를 만드는 비책이 바로 이런 것이야. 너무 더치페이에 목숨을 걸지 말자고. 물론 그렇다고 호구가 되란 건 아니야.
보통 우리가 주식을 투자 한다 그러면 투자는 어디다 하지? 당근빠따 되는데다 하지! 개미들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리하게 투자를 하기 때문이고, 확실하지 않은 곳에다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되는 곳에 하는 투자는 과감해야 한다. 주식이야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 어떻게 될지 정확히 예측을 할 수 없다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거든. 주식보다는 가까이서 지내고 시간 보내어 호흡한 만큼 서로 느낄 수가 있단 말이야.
그러니 애끼지 말어! 그러다 똥 되니까! 상대가 내 사람이 될 수 있단 확신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재고 따지지 말고 저돌성 있게 밀고 들어가. 밀어붙여, 퍼부을 테니! 라는 명대사를 적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 되시겠다. 그 당당함이 남자의 가장 큰 무기를 빛나게 만들어 줄 거거든. 자신감이라는!
“아무튼 그러면 나 먼저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응! 네, 오빠!”
혹시라도 계산하는데 뻘쭘하진 않을까 먼저 나오기로 한 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지현이를 뒤로 한 채 나는 먼저 가게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후후, 배려의 아이콘이라니까 정말!
그리고 나는 품을 뒤져 보았다. 술도 좀 마셨고 분위기도 좋으니 적당히 담배가 생각이 난다. 아, 이런 습관적 음주 후 담배 안 되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내가 담배를 엄청 오랫동안 안 피웠구나! 와, 세상에나! 요 일주일 사이 담배는 입에 댄 적도 없다. 하긴, 그럴 틈이 없었지.
오랜만에 피는 너는 어떤 맛이니? 오랜만에 담배 생각이 난 나는 카운터에 있는 지현이를 힐끔 바라보았다. 뭔가 통했을까? 때 마침 고개 돌린 지현이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바로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손으로 가리켜 보았다. 그 모습에 지현이가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자기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싶었던지 가게 안쪽 화장실 방향을 가리켰다.
“너무 연인스럽다.”
흐뭇한 맘에 나는 혼잣말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08호를 만나 완전히 내 평판이 인간 쓰레기가 되었단 점에 있어서 맘이 여전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현이 덕분에 힐링이 되는구나.
후후! 사람이 단순하면 역시 살기 편해! 그동안 나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던 것 같아. 이제는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해봐야겠다.
“후우.”
그 생각과 함께 편의점에 다다른 나는 편의점 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한 무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야, 오늘은 돈 얼마나 남아 있냐……?”
“씨발, 하나도 없어.”
동네가 좁다 하거늘 이렇게 좁구나. 분명히 아까 308호 소녀와 같이 있던 녀석들이었다. 룸나무 소녀들과 308호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고 요놈들만 남아서 술을 마신 모양이다.
“병신, 그걸 다 썼냐?”
저 나이에 막 나가는 애들은 무서운 게 없다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 대놓고 앳된 얼굴로 대놓고 담배를 피우고, 거리낄 것 없이 큰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미래가 걱정이다. 에휴, 요놈들아. 그러다 나이들어서 후회한다!
머리야 염색을 했고, 옷도 사복이라지만 앳된 티 나아 있어 담배 피우지 마라 이야기 하고 싶은 맘이 꿈틀 거렸지만 이거 뭐 어떻게 하겠냐. 참자, 참자. 아, 저 꼴 보니 내가 괜히 담배 사기도 그렇네. 가서 지현이한테 줄 음료수나 하나 사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지나가려는 찰나…….
“무슨 걱정이야? 하나 더 들어왔잖아.”
“걔 그런 거 안 할 거 같은데.”
“지가 뭔데 안 해? 우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쩐지 굉장히 거슬리는 말이 귀에 살며시 접수 됐다. 편의점으로 들어가려다 걸음을 멈춘 나는 힐끔 녀석들을 돌아보았다. 염색한 머리, 뚫은 귀, 시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폼의 상징 입담배만 줄기차게 피우고 있는 녀석과 뱁새마냥 찢어진 눈이 왠지 모르게 인상 자체가 참 더럽다 보이는 녀석.
“혹시 나중에 신고 당하면 어쩌지?”
“븅신, 장사 한 두 번 하냐? 걔네들 말은 아무도 안 믿어! 걱정마지마, 병신아!”
“씨발, 혹시나 해서 그런 거지!”
“뭐 신고하면 어떡할 건데? 그래봐야 우리 미성년이라서 처벌 안 받어, 병신아.”
아 놔, 이 새끼들 말하는 내용이 꼭…….
“근데…… 아저씨. 뭘 꼴아 봐요?”
요즘 10대는 예전 10대와는 다르다더니 정말로 다른 모양이다. 왠지 모르게 지금 308호 소녀에게 아주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단 생각에 들어가지 않고 멈춰섰던 날 향해 뱁새가 아주 험악하게 인상을 쓰고 소리쳤다.
“뭘 꼴아 보냐고요, 아저씨!”
웬만하면 내가 그냥 더러워서라도 물러서겠지만…….
“너. 이 존만아.”
============================ 작품 후기 ============================
오랜만이네요!
그 사이에 노트북도 다 고치고, 폰도 바꾸고, 사당으로 이사도 다 했습니다.
토요일에 이사와서 아직 주변 정리가 덜 되었는데 곧 집에 인터넷 설치 하고 책상이랑 의자, 선풍기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작업실도 행태를 갖출 것 같네요. 그러면 이제 다시 쭉쭉 원활한 업로드가 이뤄지겠지요.
어쨌거나 본의 아니게 놀면서 계속 집안일 했는데 집안일이 취미에 맞네요. ㅋㅋ
빨래 하고 그러면 재미있습니다. 빨리 세탁기가 와야 할 텐 데 후후
P.s 사당역 인근 주민 여러분 혹시 이 동네에 남자 머리 잘 자는데 어디 없나요?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