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80화 (80/120)

<-- 80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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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녁에 지현이와의 약속이 잡혀 있는 나는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나에겐 할 일이 있거든.

“흐음.”

하지만 그 일은 그렇게 진도가 팍팍 나가지 않네……?

“아, 나 이거 뭐라고 써놓은 거야?”

왜냐하면 이게 한글이 아니라 한자였거든! 한자! 와! 진짜 뭐 대나무라서 좀 있어 보였다 싶더니 설마 내용물까지 겁내 있어 보이게 한자일 줄이야! 뭐 간단한 것 정도는 내가 읽을 수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읽을 수가 없어요! 이거 하나 보자고 옥편 펴서 하나, 하나 통 번역을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오늘 정말 안 되는 날이구나, 정말.”

흉은 흉인가보다. 정말 뭐 하나 술술 풀리질 않는구나. 그 생각에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죽편을 돌돌 말았다.

“까악!”

“금조야, 넌 이거 좀 읽을 수 있겠냐?”

“까악?”

참 도움 청 할 데가 없어서 금조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에비, 계범도 인마! 그러는 거 아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보던 나는 정말 옥편을 쓰는 방법 밖에는 없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느 세월에 다 번역하냐고! 아, 도사님 정말!”

이러면 내가 나중에 도와드리려고 마음을 먹어도 도와줄 수가 없는데 말이다. 하긴 뭐 그렇게 내가 몸 달아 있을 필요는 없지.

“천리안…….”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엄청 구미가 당기지 않냐? 나야 뭐 운 좋게 청령의 500년 영력을 얻었으니 이제 그걸 잘 활용하는 방법만 익히면 될 것이고!

“나머지 5개는 또 뭘까? 아, 궁금해 미치겠다.”

도사 전우치 이런 거처럼 아수라 발발타? 아, 아냐! 이건 타짜인데! 아무튼 그런 것처럼 뭔가 나도 신기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더 초조해진다.

“흐음.”

그러다 문득 금조가 눈에 들어왔다. 죽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작고 빨간 새끼 매. 그 모습을 내가 유심히 바라보자 요즘 부쩍 살이 올랐는지 처음보다는 덩치가 꽤 커진 금조가 까악 하고 날개짓을 해보였다.

“잠깐, 너 보는 건 주미 원장도 다 보는 거잖아! 그러면!”

바로 콜이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 나는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금조를 뒤로한 채 주미 원장에게 전화를 거니……!

-주인님!

이미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듯 한 주미 원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주미! 주미 원장!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겠지?”

-아무래도 제 도움이 필요하신 상황인 것 같네요!

역시! 역시 금조의 눈으로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본 주미 원장이니 이해가 빠르다. 어쩐지 금조가 저 재미도 없고 피도 안 떨어지는 죽편을 계속 보고 있을 리 없지!

“그래, 그럼 빨리 이거 좀 통으로 번역을 해줘 봐! 아니 잠깐! 내가 받아 적을 준비 좀 할게!”

-네, 주인님!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방에서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최근 내 스케줄이 워낙 이 문명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보니 것도 당연한 일이려나! 어쨌거나 노트북을 켜고 딱 받아 적을 준비를 하니 주미 원장이 후후 웃음과 함께 말했다.

-차라리 제가 직접 번역을 해서 전달을 해드릴까요?

“응?”

다 받아 적을 기세로 앉아 있는 내가 귀엽게 보였던지 부드러운 주미 원장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굳이 지금 내가 이렇게 할 필요는 없잖아?

“그러면 얼마 정도 시간이 걸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요. 주인님께서 오늘 제게 맡겨주신다면 적어도 월요일까진 처리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귀가 솔깃 해졌다. 물론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그러고 보니 도사님도 금시조와 함께 일을 준비를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럴까?”

아, 나란 남자! 유혹에 약한 남자!

-후훗, 그렇게 하세요! 주인님!

그런 내가 너무 귀엽다 싶었던지 주미 원장이 핸드폰 너머로 자지러지게 웃음 지었다. 나를 향한 애정 넘치는 목소리가 이토록 정겨운 지! 그녀의 웃음 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나는 후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이건 내가 오늘이나 내일 아침에 가져 갈게!”

-내일 아침에요?

“아니, 뭐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후후, 오늘은 지현이를 만나니까! 그 정도는 염두에 두어야지! 물론 외부적으로는 교통사고라고 알려진 주제에 껄떡 거릴 수는 없는 노릇일 테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로 잘해보겠지 말입니다.

-네, 주인님! 언제든 마음 편할 때 오세요!

“참, 그건 그렇고 청령은 어떻게 됐어?”

연락이 된 김에 청령에 대한 생각도 들어 급히 물음을 던졌다. 뭐, 이제는 주미 원장의 아래에서 길들여지는 일만 남았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둘 필요가 있으니까.

-미혼향으로 또 길을 들이고 있으니 너무 심려치 마세요, 주인님. 아마 주인님을 다시 볼 땐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황일 거에요!

미혼향으로 길이 든다라! 아무래도 주미 원장이 청령을 그런 쪽으로 길을 들일 모양이다. 지금은 전혀 위험하지 않지만 그래도 원한 품은 구렁이를 그런 식으로 다루게 되면 언젠가 큰 코 다치진 않을까? 불안한 맘에 잠깐 말을 우물우물하자 주미 원장이 후후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도 주인님의 애정 어린 몸짓에서 벗어나지 못 한 상태이니! 게다가 천년 간 신앙처럼 지켜왔던 소중한 것을 바친 대상이니 그 고리타분한 구렁이는 절대로 다른 맘을 품지 못 할 거랍니다.

“아, 그래?”

요괴도 개방적인 요괴가 있고 좀 보수적인 요괴가 있나보다. 주미 원장은 전적으로 전자에 속하겠지만 청령은 역시 한국 전통 요괴라서 그런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봐.

“그럼 어쨌거나 육도를 맡기면서 확인을 해봐야겠네. 알겠어, 고마워 주미원장! 정말 주미 원장 밖에 없어!”

-제게도 주인님 밖에 없어요! 사랑해요! 주인님!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맘이 찡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해요라는 말을 이렇게 들을 줄이야! 비록 시작은 청령의 미약 덕분일 테지만 그래도 이렇게 온전히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나도 사랑한다!”

아, 조금은 쑥스러워 져서 나답지 않게 우물쭈물 했지만 핸드폰 너머로 후후후 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오늘 저녁이나, 내일 갈 때 연락 할게.”

왠지 화끈 거리는 기분을 느끼며 그리 이야기 하자 주미 원장이 사랑스러운 웃음을 섞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네, 주인님! 기다릴게요!

아, 이렇게 순종적일 수가! 아무렴 젊을 때는 자극적인 여자들을 좋아했지만 나이 들고 나서는 이렇게 순종하는 타입이 제일 좋더라! 게다가 주미 원장은 자극적이기까지 하니까!

“알겠어. 준비 단단히 하고 있으라고! 그럼 난 휴식 좀 취할게!”

-네, 주인님! 편히 쉬세요!

그리고 나는 핸드폰을 끊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사랑한다는 말이 여운이 남아 내 온 몸을 맴돌고 있는 듯 했다. 아, 어떻게 나는 불과 열흘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 많은 요괴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사람한테 안 먹히는 이유가…… 아, 아냐!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지 말자! 계범도!

아무튼 주미 원장과의 통화를 끝낸 나는 항 일이 사라졌단 생각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육도 두루마리를 다시 바라보았다.

“넌 다음 주로 미뤄둔다. 인마.”

일단은 주미 원장이 해석을 해줘야 뭐든 알 수 있는 거지. 근데 뭐 딱히 할 것도 없고, 영력 때문인지 피곤하지도 않고……! 음, 안에 뭐가 있는지는 정말 궁금한데!

“뭐가 있는지 정도만 다시 봐볼까.”

이내 나는 다시 육도를 펴보았다. 차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대나무로 만든 두루마기가 펼쳐지자 그 위에 까만색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대나무에 직접 쓴 글씨는 새긴 것인지 뭔지는 몰라도 아주 또렷한 까만색 한자들이었는데…….

“천……리안. 여기 있다!”

먼저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한자로 구성된 천리안(千里眼)을 찾아보았다. 오, 바로 앞에 육(六)이라고 있는 것을 보니 이게 가장 마지막인가 보다.

“이마에 천문이 있다 그랬지? 그걸로 먼 곳을 살펴 보는 건가?”

와, 이거면 야동을 더 이상 다운 받을 필요가 없겠는데……! 아니, 뭐 애당초 야동보고 딸 칠 일도 이제는 더 이상 없겠지만 원래 남의 것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맛이 있는 법이라고!

어쨌거나 그런 걸 떠나서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걸 익힌다면 진짜 인생 살기 편안해질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왜 멀리 있어도 상대를 감시 할 수도 있고, 또 21세는 정보화 사회인데 정보에서 최고로 우위를 차지하는 거 아니냐?

“다음은……!”

찾아야 될 포인트를 찾았으니 최소한 이름이나 알아두고자 나는 가장 먼저 일(一)이라 적힌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거슬러 올라가는 것보단 또 이렇게 가는 편이 편안 할 것 같더라고.

“일…… 지……법?”

일 다음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그 뒤는 나도 아는 거다. 땅지, 법법. 지법……?

“축지법?!”

아 놔, 이제 나도 본좌에 등극하는 건가! 허경영이 그렇게 주장하던 축지법을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순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핸드폰 어플로 바로 검색을 해본 결과!

“일이 바로 축지법이구나! 와, 대박이네! 이거!”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그렇담 나도 아리나 청령이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이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하자 새삼스럽게 가슴이 두근두근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이제 더 이상 출근 시간의 지옥철은 탈 필요가 없지 않겠어?

물론 이런 생활에 밀접한 해석을 한단 것도 좀 우습긴 하지만! 어쨌거나 내가 이걸로 영웅 노릇을 할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됐지! 뭘 더 바래?

“이……는 보자.”

뭐……신(身)……인데.

“병신은 아닐 거 아냐? 병신? 변신? 변신술?”

바로 그 순간 저것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검색을 해보니 변신술! 맞어! 맞네! 점점 밝혀져 가는 육도의 여섯 가지 도술의 실체에 나는 신기하단 생각 반, 즐겁단 생각 반으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와, 진짜 이게 말이 돼?”

천리안, 축지법, 변신술. 이거 셋 중 하나만 하더라도 정말 대단 할 텐 데 셋을 모두 다 쓸 수 있다면 이건 또 얼마나 대단하겠느냐는 말이야! 이 모든 걸 익힌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정말 복 받았구나. 계범도!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나머지를 확인 해볼 찰나.

“어?”

나는 문득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방울이 생각나고 말았다. 주머니에서 꺼낸 본 결과 반짝반짝 빛이 나는 방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참 묘하게 빛이 나는 게 구슬이처럼 뭔가 영험한 느낌이 한 가득이야!

순간 나는 육도의 도술을 파악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방울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

“이것도 뭔지 물어볼 걸 그랬나?”

============================ 작품 후기 ============================

아수라발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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