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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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덜컹 덜컹 소리를 내는 2호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2호선을 타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바로 이 계집애 탓일 것이다. 교복을 벗어 던지고 하늘하늘한 쉬폰 원피스를 걸친 시은이, 요 계집애 말이지!
“아저씨, 왜 그렇게 한숨이야?”
나를 파렴치한 원조교제범으로 만든 장본인 시은이는 전혀 알지 못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교복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 덕분에 당장 가게가 문을 열자마자 대량으로 구매한 쇼핑백들을 어깨에 걸치고 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모습은 영락 없는 10대 그대로였다만…….
“너 같으면 한숨 안 나오겠냐?”
아, 실제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너구리 요괴잖아? 게다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성인의 모습으로 함께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가? 그리 신경을 써왔건만 이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나다니!
“왜죠?”
그걸 몰라서 묻냐?! 버럭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시은이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내가 난처해 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기라도 하는 듯 악동 같은 미소를 띤 채 아무 것도 모르겠단 얼굴로 물음을 던질 뿐이었다.
“왜냐하면 난 너로 인해서 아주 몹쓸 인간으로 낙인 찍혔거든.”
아유 정말 이게 진짜! 비단 내 신체에 문제가 생기는 것만이 흉이 아니었단 걸 난 너무나도 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왠지 모를 깝깝한 기분에 화는 났지만 그래도 버럭 소리를 지를 수는 없는지라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하자 그게 또 처량해 보였던지 시은이가 고개를 흔들며 내 옷깃을 붙잡았다.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아저씨는 착한 사람인데?”
그리고는 정말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흔드는 데 이래서 남자가 치마폭에 빠지면 헤어 나오질 못한다는 모양이다.
“그건 사실이지만 아까 봤던 개한테는 여고생이랑 놀아나는 썩을 색마로밖에 안 보였을 걸?”
아, 계범도! 어우, 야! 순간적으로 터져나온 흐뭇한 웃음에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자 시은이가 귀를 쫑긋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팔을 꼭 안고서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날 위기로 몰아넣은 건 분명히 요 악동 너구리였지만 그 모습이 또 얼마나 귀엽게 보이던지 그저 피식 웃음만 터져 나왔다. 에휴, 얘가 악의를 가지고 한 것도 아니고 태생이 이렇게 능글 맞은 구석이 있으니 더 그런가보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니 맘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래, 뭐. 동네에 원조교제자라고 소문이 나……면…… 아……!
“왜요오?”
하지만 이게 너무 진짜 치명적이야! 하필이면 다른 걸 떠나서 왜 이런 원조교제……! 그것도 딱 10대 소녀에게, 무엇보다 어른에게 큰 상처를 입은 10대 소녀에게 오해를 사게 되었단 말인가?!
“왜냐하면 너 때문이지! 니가 교……복을 입고 그런 소릴 하니까!”
“시은이가 어떤 소리를 했는데요?”
“교복을 입고 잠을……. 아, 아니다!”
아, 놔 진짜! 이걸 지하철 안에서 할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별 다른 소문은 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시은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냥 넌 아이스크림이나 열심히 먹고 있어. 알았지? 그게 제일 예쁘니까.”
“우와아아! 아저씨가 칭찬 해줬다!”
그리고 보란 듯이 예쁜 척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은이를 보니 정말 뭐라 나무랄 수가 없다. 아마 은갱이나 다른 여자 사원들이 이 광경을 봤으면 기가 막히다고 할 말을 잃었을 거다. 내가 걔네들은 좀 빡세게 가르쳤거든. 말로 갈구는 건 무엇보다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뭐, 어쨌거나 그건 그렇다고 해서 시은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니까. 단지 운대가 참으로 안 맞을 뿐일 것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야지!
“어쨌거나 지하철 타보니 어때?”
“음, 그냥 신기해! 이렇게 큰 게 막 움직이고 사람들도 엄청 많다!”
“오늘은 주말 아침이라서 좀 덜한거야. 평일이면 진짜 죽어.”
지금 우리가 어디를 가고 있느냐? 전에 약속했던 대로 시은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태워주는 길이다. 그리고 목적지는 박현숙씨가 입원해 있는 삼성 병원! 나도 한 번 더 찾아볼 필요는 있고, 또 시은이가 워낙 좋아하기도 하니까 겸사겸사.
대외적으로 308호 소녀에겐 원조교제를 하는 아주 파렴치한 변태 색마로 보이겠지만 엄연히 나는 이렇듯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왜 몰라주니? 왜?!
“아무튼! 앞으로는 그거…… 안 입고 다닐 거지?”
“음, 응! 아저씨가 많이 사줬으니까! 교복 안 입고 다닐게!”
“인마! 쉿!”
이게 또 2호선에서 사람 골로 보내려고 작정을 했나! 생각보다 너무 큰 시은이 음성에 지레 겁을 먹은 내가 입을 턱 막으며 이야기 하자 시은이가 뭐가 그리 좋은이 히히덕 웃으며 우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근처에 있던 웬 20대 여자가 힐끔 나를 쳐다보는데…….
‘더러워!’
아! 눈빛에서 그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분명히 시은이의 이야기를 듣긴 들은 모양이다. 침착해! 침착해!
“그리고 시은아. 앞으로는 아저씨말고 삼촌……해.”
아무리 얘가 교복을 벗고 있어도 너무 어려 보이는 건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안 어려 보이면 귀와 꼬리가 문제니 차라리 호칭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그 말에 시은이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이상한데! 이상한데~!”
“하나도 안 이상하거든? 삼촌해봐, 삼촌……!”
제발! 인정하긴 싫지만 이제 난 누가 봐도 30대다! 민증 검사라도 어쩌다 한 번 받을라치면 귀가 입에 걸리는 바로 그런 나이, 그런 외모의 소유자란 말이다! 니가 그러면 정말인지 사람들이 오해 할 수밖에 없어요……!
“그거 말고 그럼 다른 거!”
“그래, 다른 거 뭐든!”
사람들의 시선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나치게 튕 필요는 없는 법이다.
“오빠!”
바로 그 순간 시은이가 내 눈을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음 지었다. 아이스크림을 반쯤 먹어치운 복스러운 얼굴을 하고서 그리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 오빠란 말에 반응할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이 흐뭇함은 뭐지? 대체 어디서 밀려오는거지?
“오빠 하면 돼죠……!”
그래도 시은이가 눈치는 있는 모양인지 속삭이며 이야기 하자 날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여자도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순간적으로 혼선이 온 모양이다.
“그래, 인마! 네가 오빠를 자꾸 아저씨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임기응변의 달인, 계범도! 아직 살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들으란 듯한 나의 말에 그 여자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왠지 모르게 수긍했단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 진짜 심장이 쫄리네……!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오해를 순간적으로나마 샀다고 생각하니 정말인지 등줄기가 서늘하다.
왜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가? 아, 그 사실이 좀 갑갑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선은 맞춰 가야 하지 않겠느냐! 어쨌거나 그리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지하철은 어느 샌가 삼성역에 다다랐다.
“이제 지하철은 충분히 탔으니까 나머진 택시 타고 가자.”
“응, 오빠!”
오빠란 호칭이 아주 맘에 들었던지 시은이가 히히 웃으며 또 팔짱을 껴왔다. 아이 참! 니가 그러면 내가 자꾸 흐뭇해지잖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니, 아프긴 아플거야. 현실적으로.
어쨌거나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시은이의 구원에 힘입어 한결 편안한 맘으로 지하철 밖으로 나온 나는 당장 택시를 잡았다. 삼성역에서 삼성병원까지 가는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그리고 뭐 지금의 난 운전기사를 고용해도 어렵지 않을 정도로 넉넉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지!
“삼성병원으로 가주세요!”
“삼성병원! 빨리 빨리!”
문을 열자마자 목적지를 이야기 하니 덩달아 시은이가 내 말을 따라한다. 그러자 택시기사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
“까악!”
“어이구, 깜짝이야!”
그 순간 하늘을 날아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 있던 금조가 총알처럼 급하강해 내 어깨 위에 올라서자 놀란 기사님이 움찔하며 소리쳤다.
“놀라지 마십시오. 우리 식구입니다.”
“아, 아니! 그래도 새를 새장에 넣지도 않고……!”
“금조는 우리 친구에요. 괜찮을 거에요! 아저씨!”
그런 택시 기사에게 시은이가 해맑음과 애틋함을 담아 어필하자 택시 기사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새가 못 날아다니게…….”
“병원.”
“까악!”
채 택시 기사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적지를 알려주자 금조가 다시 날개짓을 했다.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진 아저씨가 ‘어…….’ 하고 머리를 긁적이자 나는 피식 웃으며 택시 문을 닫았다.
“새는 날아 다녀야죠.”
“아, 저는 또 차 안에다…….”
“얼른 출발 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좀 무안하게 만들어 미안하긴 하다만 이런 게 일상의 참 맛이지!
“그땐 인사도 제대로 못 했지?”
아마 그때 시은이가 금방 다시 돌아와서 금조를 구해주고 주미 원장을 데려오지 않았을까? 그랬으니 박현숙씨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땐 엄마도 자고 있었고 아저…… 아니, 오빠도 위험했으니까!”
그 생각대로 시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은이가 박현숙씨 상태를 확인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참 그 날은 시은이 덕을 크게 봤다고 봐야겠지?
“그래, 장하다. 네 덕분에 내가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그때 시은이를 만나지 않았고, 또 내가 박현숙씨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쩜 나는 청령에게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람이 베풀고 살아야 하는 법이로구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모 CEO가 했던 말이 있다. 진정한 성공은 돈을 많이 벌어 삶이 윤택해질 때가 아니라 베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라고!
“그럼 우선은 308호 구나.”
내가 사회에 이바지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것보다는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나 챙기고 싶다. 뭐 해외에 기부 활동 하는 것보다도 국내가 낫고, 국내도 내 지척이면 그게 더 좋지 않겠나?
“308호?”
“아, 아냐. 어쨌든 오늘은 깨어 있으시려나 모르겠네!”
“아마 깨어 있을 거야! 그럴 것 같아요!”
그래도 나름은 요괴라고 당당히 예측을 꺼내놓는 시은이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은 흉이었다만…… 지금은 그게 아닐 것 같다.
그래, 계범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표현에 사로잡히지 말자! 난 나의 길을 하는 거야!
“수술은 무사히 진행 됐을 거고 경과가 문제군.”
이후의 비용 또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얼마가 되든 도와주겠다 약속을 했고, 내가 받은 적중금을 모두 다 준다하더라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후후, 왜냐하면 언제든 나는 그런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남자니까.
대신 내 영혼의 퀄리티를 높이겠어! 범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지!
“도착했습니다!”
차는 그렇게 막히지 않았다. 아직까지 이른 시간이라면 이른 시간일테니! 아저씨가 요령껏 사이, 사이로 들어와 신호에 안 걸린 탓도 있었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시은이와 함께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여기서 납치된 게 바로 어제구나.”
크! 설마 도심 한 복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그 누구도 생각 못 했을 거다. 삼성 병원 입구에 서서 그 날을 생각하니 현실이 아니라 꼭 꿈 같았단 생각이 들었다. 뭐, 어쨌거나 잘 풀리긴 했으니 이제 더 이상 그것에 시달릴 필요는 없겠지.
“까악!”
먼저 도착한 금조가 이미 주변을 살핀 모양인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내 어깨 위에 올라섰다. 오늘은 더 큰 문제가 없으리렸다!
“금조는 여기서 대기! 알고 있지? 중환자실이라서 못 들어가, 너.”
“까악!”
“그럼 가자!”
“응, 아저씨!”
그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내가 소리치자 시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먼저 잡았다.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
“박현숙 환자 면회 왔습니다. 가능한가요?”
“박현숙 환자분 10시 30분부터 11시까지 면회 가능하시구요!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보호자입니다. 계범도라고 수술에 서명하고 수술비 지불했던.”
“아, 네! 그 옆에 있는 분은?”
“엄마 보러 왔어요!”
“아……!”
엄밀히 말해서 친모녀는 아니지만…….
“이쪽으로 오세요!”
박현숙 씨가 그 세월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민지와 같은 외모를 가진 시은이가 싹싹하고 밝게 그녀를 보필해주었기 때문이 아니겠냐? 그 사실에 왠지 모르게 다시 또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끼고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친 이후 박현숙 씨가 입원해 있는 306호 병실로 향했다.
“지금 회복 중이신데 다행히 경과가 좋으세요! 곧 일반 병실로 옮기셔도 될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경과가 좋으신가 봐요?”
“네! 아마 따님 분 보시면 굉장히 좋아지실 거에요!”
그리고 간호사가 병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시은이…… 그러니까 정확히는 민지의 이모가 박현숙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걸음을 옮겼다.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이다 보니 간병인을 자처하고 나선 모양이다. 중년의 자매가 이렇게 끈끈한 걸 보니 왠지 모르게 맘 한구석이 찌르르 하는 것 같다.
“누구……? 어?!”
문을 열자마자 민지의 이모가 시은이를 보고 깜짝 놀란 얼굴을 해보였다. 그도 그런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 민지야?!”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물론 모습은 민지의 모습이지만 시은이는 그 애가 아니다. 그 모습에 민지의 이모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나와 시은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동안…….
“시은아!”
시은이 목소리를 알아들은 듯 박현숙 씨가 아직 회북 중임에도 불구하고 몸을 벌떡 일으키며 시은이를 불렀다.
“엄마!”
그 모습에 시은이가 쪼르르 달려가 박현숙 씨의 곁에 서자 박현숙 씨가 친딸을 만난 것처럼 그렁그렁한 눈빛을 하다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곤 시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
시은이도 수술을 마치고 많이 야위고 약해진 모습의 박현숙 씨를 보고는 울컥하고 감정이 샘솟았던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박현숙 씨를 끌어 안았다.
“아이고……! 너무 세게……!”
그 모습에 내가 오히려 안절부절해 말리려 했으나 박현숙 씨가 나를 보곤 고개를 흔들었다. 대강 이야기는 전해들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감격을 그대로 느끼고 싶은 듯 눈을 감고는 시은이를 꽉 끌어 안았는데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아…….”
사실 별 생각은 없었거든. 그냥 누군가를 돕겠다고, 수익의 반을 내어 놓겠다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별 다른 생각은 전혀 없었단 말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 목구멍에 뭐가 턱 하고 걸린 듯 한 묘한 기분에 울컥울컥하고 밀려왔고, 가슴은 괜스레 감동을 받은 듯 울렁거렸다.
“시은아……!”
친 딸 민지가 아니란 건 아마 친모인 박현숙 씨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 어쩜 요괴라는 걸 알고 있는 나보다도 더.
“엄마!”
하지만 저 사랑스러운 악동 너구리를 누가 미워 할 수 있겠는가? 친엄마를 만난 것처럼 진심으로 눈물 흘리는 그 모습에 나는 뿌듯한 미소를 입가에 한가득 머금었다.
“정말 보기 좋네요.”
그 말에 민지의 이모가 동감한다는 듯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은혜를 정말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제가 뭘 했다구요. 그냥 노는 돈이 좀 생겨서 좋은데 썼습니다.”
전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자 그래도 사람이 은혜를 입으면 쉽게 잊을 순 없다는 듯 민지의 이모가 나를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로 궁금한 게 많겠지만 자매인 박현숙 씨가 저리 좋아하고 있고, 생기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경과마저 좋으니 그녀 또한 행복함이 깃든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아…… 이분이 그 분이셔?”
그 사이에 박현숙 씨가 눈가를 훔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약 2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 플러스 병원비를 모두 냈지만 공식적으로 인사를 나누는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에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건네자 박현숙 씨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이 은혜를…….”
“괜찮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하지만……!”
“아뇨, 정말로.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아, 기분 좋다!
주미 원장에게서 S 클래스를 얻었을 때보다 더 큰 충실감, 행복감을 느끼며 나는 미소 지었다. 어찌 되었거나 그 돈은 아주 요긴한 방면으로 사용했고 그것으로 인해서 부담을 지어주고 싶진 않았다.
“정말 제가 어떻게 해서든 갚겠습니다……. 이 은혜는……!”
“아닙니다. 그러면 제가 아니라 건강해지셔서 다른 분들을 더 도와주세요. 암도 이겨낼 수 있는 거라고, 다른 환자분들이나 어려우신 분들을 도와주시면 되죠. 저 그렇게 쪼잔한 놈 아닙니다! 그치?”
내 말에 시은이가 어느 샌가 눈물은 모두 날려버리고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저씨가 최고 멋있는데!”
어느 샌가 오빠는 까맣게 잊어 버렸구나. 하지만 뭐 지금 여기서 그런 오해를 살 일은 없겠지……?
“정말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로요.”
“하지만…….”
“왜냐하면!”
그리고 나는 시은이의 말투를 따라서 박현숙씨의 말을 살짝 끊어버렸다. 박현숙씨도 시은이가 입버릇처럼 쓰는 ‘왜냐하면’을 알아서 그런지 그 말을 듣자마자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그려졌다. 곁에서 히힛 하고 웃고 있는 시은이와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따스해 보여 마음에서 우러 나오더라고.
“왜냐하면 전 기부천사니까요!”
============================ 작품 후기 ============================
기부천사 계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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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바쁜 것도 거의 끝났고, 몸도 좀 안정 됐네요! 사당으로 이사하는 건 27일로 확정 되었구요. 아마 번개는 그 이후부터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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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차 후기는 창작자보단 판매자 입장이 강했습니다. 창작자의 열린 맘과 판매자의 매끄러운 운영, 중심 잡으려고 했지만 이제부터 최소한 조아라 안에서는 창작자보다는 판매자로써의 역할에 조금 더 중점을 둘 것 같습니다.
매 편 마다 양해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성격 상 더는 못 참겠더라구요. 언젠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불쾌지수가 맥시멈을 치는 날 같이 터져 나온 것 같습니다.
믿고 따라와주시면 눈치 안 보고 패기 있게 진행해나가렵니다. 스토리도 항상 그 편이 가장 재미있잖아요? 상업적이 되던지, 비주류가 되던지 거침 없이 가보렵니다.
어쨌거나 최우선적으로-
1. 이야기의 완결
2. 안티보단 팬들을 위한 운영
이 두 가지를 가장 우선시 할 거구요.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다 싶으면 죄다 커트할겁니다. 누군가는 후기를 싸지른다고 표현하던데 작자는 화자고, 화자가 자기 생각 표현하는 걸 무서워하면 어디다 씁니까? 결국 이 페이지의 주인은 저니까요.
자기밖에 모르는 소수의 분탕질로 다수가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확고하게 운영하겠습니다. 어차피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니 제게 도움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도 아닐 뿐더러 자기가 믿는 게 진리라고 생각하고 가르치려 들어서 어쨌든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더라구요.
어쨌든 앞으로는 그런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슬 서울 생활도 적응되어 가고 있고, 약속도 드디어 하나 남았습니다. 서울 올라와서 살 빼려고 했는데 8일 연속으로 외식했어요... 힝... 이제 마지막 약속 하나만 정리하고 나면 이사하는 순간까지 가열차게 내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