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70화 (70/120)

<-- 70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

“아저씨!”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으, 으음!”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뜬 나는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상체를 벌떡 일으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게 오늘 있었던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틱한 반응이 된 건지 몰라도 순간적으로 일어나며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기분이 들었거든.

“우와, 이제야 일어났다.”

그런 나를 보며 후후 미소 짓는 올림머리 시은이. 뭔가 적응이 안 된다 싶더니 그냥 짧던 머리가 이번엔 올려 묶은 머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올려 묶은 머리 사이로 드러난 귀여운 너구리 귀까지…….

“응?”

오후 내내 잠들어 있었던 모양인지 어느 샌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깔린 상황이었다. 그리고 언제 들어온 것인지 몰라도 시은이가 내 앞에서 미소 짓고 있었고. 그 낯선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시은이에게 물음을 던졌다.

“너 옷이 왜……?”

그도 그런 것이 갑자기 긴 머리야 시은이가 나랑 둘이 있을 땐 불완전한 변신이라도 해버리면 그만이라지만 문제는 바로 옷이었다. 매번 입고 다니던 교복이 아니라 이건 꼭 제복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쁜 새가 줬어요! 왜냐하면 교복 입고 운전하면 안 된다고 해서!”

“응?”

운전? 그 말에 눈을 비비며 시은이를 다시 살펴보니……. 그래, 꼭 운전기사 복장 같다. 리무진 운전하는 전문 운전기사들 같은 그런 복장 말이다. 하지만 그런 복장에 너구리 귀를 달고 있고, 특히나 스커트 아래로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꼬리란!

왠지 모르게 일어나자마자 야릇한 상황이 또 펼쳐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는데? 후훗…….

“우와, 지금 아저씨 눈에 음란마귀가 가득 찼다!”

그 순간 시은이가 몸 안 쪽 깊은 돌직구를 내던졌다. 그 말에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은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아무리 우리가 이런 사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돌아가지 않는 돌직구란!

“엎드려 자서 그래!”

후후, 귀여운 33살답게 툴툴 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시은이가 꺄르르 웃으며 장난스럽게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엎드려 자면 야한 꿈을 잘 꾼단 말이야.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부분이라고…….”

“그런데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지? 우와아, 아저씨가 야한 꿈 꿨나? 혹시 꿈에서도 시은이랑?!”

이 장난기 많은 너구리 소녀는 당최 지칠 줄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시은이 입에서 나오면 다 사랑스러울 거야. 그 정도로 애정과 장난기 가득한 눈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튼 언제 온 거야? 여기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눈빛으로 재차 물음을 던지는 그 모습에 나는 시은이의 너구리 귀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우와, 말 돌리기다. 붕붕~!”

그 손길에 시은이가 기분이 좋아진 듯 내 품으로 다시 와락 안겨오며 소리쳤다. 참, 내가 자꾸 말로는 진다는 느낌이 드는데…… 하지만 땡그란 눈으로 내 눈을 바라보는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악동 너구리에 내가 어떻게 기분이 나쁘겠냐?

“내가 정말 너는 못 이기겠다, 이 건방진 너구리야!”

내가 청령이한테도 안 꿀리고 객기 부린 인간인데 정말 시은이는 이길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니, 그렇게 바락바락 이기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기분 좋은 패배가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그럼 나쁜 새 좀 혼내줘요! 왜냐하면 자꾸 시은이 구박해요! 가슴이 콩알만하다고 그랬어! 콩알만 하지 않은데~! 그것보다는 훨씬 더 큰 데 나쁜 새가 자기 가슴만 크다고 자꾸 무시해요!”

푸핫! 주미 원장과 대조해보면 확실히 앞과 K2긴 하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법 아니겠냐? 귀엽게 칭얼 거리는 시은이를 보니 왜 영감네들이 어린 여자 품고 홀홀 거리는지 알겠다.

물론……. 나이로 따지자면 내가 시은이 아들뻘? 심하게는 손자뻘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 가서 내가 잘 이야기 할 게! 아무튼…….”

안기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시은이 덕분에 나도 일어나자마자 온기를 느끼니 기분이 좋다. 내 품에서 볼을 비비적 거리며 꼭 안겨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 모습에 흐뭇함을 느끼고 있던 나는 잠들기 직전의 기억들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비몽사몽간에 이곳에 아리가 다녀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시은아! 근데 너 들어왔을 때 여기 누가 있지 않았니?”

“여우 언니 냄새가 났어!”

“응?”

“그런데 너무 냄새가 약해서 확실히 잘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아저씨 몸에도 지금 여우 언니 냄새가 나니까!”

아……. 그 말에 나는 비몽사몽간 느꼈던 기억이 사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아리가 구슬을 다시 가져가기 위해서 들린 게 아닌가 하고 목 언저리를 만져 보았다. 하지만 구슬이는 여전히 내 목에 걸려 있었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랬구나…….”

아무래도 아리가 다녀가긴 했지만 고맙단 말을 전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음, 고맙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어쩜 내가 구슬을 목숨 걸고 지켜내려고 했었기 때문은 아닐까? 음, 뭐 나도 먹고 살자고 한 건데…….

“아무튼 운전은? 대체 복장은 왜 그래?”

“나쁜 새가 시은이한테 운전을 배우라고 했어요.”

“응?”

그 말에 나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하고 말았다. 아니, 뭐. 이런 사람 같은 용모들을 가지고 있으니 운전이야 당연히 할 수도 있는 거라지만 시은이랑은 정말 어울리지 않지 않는가? 게다가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만에 그게 가능한 일이려나?

하긴 도술도 배우고 하는 애들이다 보니 뭐 운전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반사신경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좋을 테니 무슨 문제가 되겠냐. 다만 무수히 많은 교통법규들…….

“아니, 대체 왜?”

“왜냐하면 시은이가 이제 아저씨 운전 기사래요!”

“응?”

그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얼떨떨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얘가 내 운전 기사라고? 황당하던 내 얼굴에 시은이가 왠지 모르게 으쓱하는 얼굴을 해보였다.

“하지만 너무 쉬워서 금방 다 배웠어요! 왜냐하면 시은이는 머리가 좋으니까!”

참 나……. 시은이가 갑자기 운전이라니. 아침만 해도 내가 데려다 주었잖아……? 할 말을 잃은 나를 보며 시은이가 빨리 자랑하고 싶다는 듯 자리에서 폴짝 일어나 보였다.

“나쁜 새가 빨리 아저씨 데리고 오라고 했으니까 이제 빨리 가요!”

“아, 뭐……. 시간이 되긴 했네.”

하지만 시은이가 운전이라니. 그게 너무 얼 척이 없어 자꾸 웃음만 픽픽 새어 나온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시은이가 내 방으로 가서 셔츠 한 벌을 다시 꺼내왔다.

“자, 빨리! 빨리! 나 이제 아저씨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어요!”

“내 별명이 과천 중앙동 계마허거든?”

“우와, 그럼 나중에 시은이랑 대결하면 되겠다!”

반나절 동안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 정도로 큰 자신감을 보이나 싶어 자꾸 웃음밖에 안 난다. 아, 정말인지……. 그래도 뭐 일단은 나가보자. 이제 청령이를 끝장내러 가봐야 할 테니 말이다.

“까악!”

때마침 금조도 잠에서 깬 모양인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날개 짓을 해보였다. 호기심 어린 눈빛의 시은이가 장난스럽게 금조의 입안에 손을 대자 눈 감고 하품하던 금조가 번개처럼 시은이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아얏!”

“깍깍깍!”

그리고 꼴좋다는 듯 비웃음을 날리는 금조. 푼수짓 하는 너구리나,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새끼 새나. 그리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나도 참…….

“일상이 시트콤이다, 시트콤이야!”

“금조 넌 안 태워 줄 거야!”

삐진 시은이가 금조를 찌릿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금조는 깍깍 하고 웃음 소리 같은 울음 소리를 내며 유유히 날개짓 할 뿐이었다.

“나 진짜…….”

이렇게 아기자기합니다, 우리 집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셔츠를 걸치고 바지도 마저 갈아입었다.

“아저씨, 빨리!”

“그래! 알겠다!”

자꾸만 재촉하는 시은이. 그 목소리에 서둘러 바지를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니…….

“응……?”

뭔가 엄청난 물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뭐야, 이거……?”

차 좋아하는 사람… 아니! 그냥 고추 달고 태어났다고 하면 이건 다 알 거다. 저 삼각뿔 로고가 어느 회사 물건인지!

“워…….”

그리고 어둠 속에서 어둠보다도 더 새카만 차체에 광택을 발하고 있는 고급스러운 대형 세단 차량이 이 회사의 어떤 차량인지!

와…….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나의 나타가 애마로써 충실히 내 곁을 지켜 왔다만 그 모습은 흔적도 없이 지울 법 한 압도적인 비주얼의 차량! 와 S 클래스다! S 클래스! 그것도 지금 보니 여기 저기 튜닝이 되어 있는 것 같다. 휠 사이즈부터……! 와아!

“이, 이게…….”

“나쁜 새가 앞으로 이걸로 아저씨 데려다 주랬어요.”

“어, 어?”

“우와, 근데 나쁜 새가 어떻게 알았지? 이거 주면 아저씨가 엄청 좋아할거라고 했는데!”

주면……?

“줘?”

“아저씨 꺼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자기는 이런 거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별로 욕심도 없다고.”

내꺼? 그 순간 나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싸, 쌀 뻔 했다! 우와아! 그리고 신발을 대강 구겨 신고 후다닥 걸음을 옮겼다.

“까악!”

그 사이 금조가 내 어깨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는데 그것도 신경 쓸 겨를 없이……!

“와 AMG다! AMG!”

이게 내 꺼라고?! 벤츠, 그 중에서도 AMG 튜닝 차량들은 다른 차들과 격을 달리한다. 정말 현존하는 최고의 차량들 가운데에서도 단연 손꼽힌다고 할 수 있을……!

“우와, 아저씨 엄청 좋아한다…….”

흥분한 내 모습을 보며 시은이가 왠지 모르게 칭얼거리는 듯 한 목소리를 냈다. 아, 질투를 하는 건가? 아니! 근데 지금 이게 너무……!

“……꿈은 아니겠지?”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나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지금 이놈이 나타났다고!

“와……. 대길…….”

이래서 대길인가? 그냥 S클래스가 거의 1억 중후반대일거고 AMG 버전이면 못해도 2억은 호가 할 텐데…….

“아, 주미 원장…….”

아,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했다. 전립선이 찌릿찌릿한 것이 아주 그냥……. 이래서 여자들이 돈 많은 남자 좋아하나보다.

와, 진짜 비엠베 5 정도를 생각했던 게 사실이지만 차 중 왕은 역시 벤츠지! 내가 돈만 철철 흘렀어 봐! BMW가 아니라 벤츠 몰고 다녔을 거다! 정말로!

“포상을 내려줘야겠어.”

진짜 군인이었으면 150일 휴가라도 내려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이 은혜로운 자태라니……!

“치, 아저씨 너무 좋아한다! 나쁜 새 말대로…….”

“으, 음? 아……. 너무 티나?”

“지금 아저씨 입이 귀에 걸릴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속 상한 얼굴로 투덜거리는 시은이를 보니 너무너무 행복하단 생각이 밀려왔다. 아니, 왜……. 지금 얘가 이러는 게 왜 이러나 싶은 게 아니라 주미 원장이 내게 좋은 걸 해주니까 질투를 하는 것 같거든.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 말 없이 시은이를 꼭 안으니 시은이가 나를 마주 안았다.

“으음…….”

“시은이 너는 그냥 존재 자체로 가산점이니까 괜찮아, 인마. 이런 거 신경 쓰지 마.”

“음……. 응……!”

바로 대답지 않고 꽤 생각하던 시은이가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는 지금 바로 또 자랑을 하고 싶었던지 ‘빨리, 빨리!’ 하고 나를 재촉했다.

“근데 정말 운전 할 줄 알아?”

“할 줄 아는데! 왜냐하면 여기까지 내가 몰고 왔으니까!”

이렇게 우월한 종족들이 어떻게 이 세계를 지배하지 못 한 걸까?

“내가 운전…….”

“아닌데! 아닌데! 시은이가 할 건데!”

차를 선물해줄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운전을 배워 보여주고 싶었던지 시은이가 단호하고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뭐……. 그걸 또 하지 말라 그러면 너무 의기소침해 할 것 같다. 음, 그래도 좀 위태롭진 않을까 그런 의문이 드는 가운데 나는 떨리는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뒷좌석에 올랐다.

-턱!

“어유, 이 문 두꺼운 거 좀 봐라!”

그래, 뭐! 여기까지 시은이가 몰고 왔는데 어려울 게 뭐가 있겠어? 와, 그런데 진짜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나타의 얇은 문짝에 비하면 이건 정말인지……. 원가 절감을 사람 목숨 가지고 하면 안 되는데 말이다.

게다가 실내 내장은 또 어찌나 고급스러운지! 아, 거의 7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들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독일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꿰서 만든 최고급 가죽 시트겠지? 아, 이 황홀한 기분이란! 그러는 와중에 시은이가 정말로 당혹스러울 정도로 능숙하게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근데 정말 시은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약간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가운데 시은이가 옆좌석에 두었던 선글라스를 걸쳐 보였다. 워낙 얼굴이 작아서 그런지 얼굴의 반을 가린 잠자리 선글라스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운전기사 모자까지 써서 귀를 가린 시은이가 나를 살짝 돌아보며 아주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 그럼 출발 할 테니까 아저씨 꽉 잡아요!”

============================ 작품 후기 ============================

벤츠 S클래스 AMG + 귀요미 운전기사 득템

+

와, 생각보다 그쪽 부근 사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사당역에서 한 3-5분 거리라는데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ㅋㅋ 누나가 계약하고 들어가는데라서(누나 이쁩니다. 성격이 구려서 그렇지... 소싯적 별명 성유리. 왜냐하면 저랑 안 닮았거든요... 외모도 그렇고, 체질까지도. 저는 체질이 먹는대로 찌고, 스트레스 받아도 찌고... 근데 누나는 안 찌드라구요. 암만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라 45킬로 넘어본 역사가 한두어번 있을까 말까...)

아무튼 저 그리로 이전하면 정말 아닌 게 아니라 시간 되시는 분들은 가볍게 한잔 촹촹 하도록 하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