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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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얌마, 계범도! 오늘 어떻게 된 거야?! 지금까지 연락도 없고, 연락도 안 받고! 이 자식이 무슨 일이 있으면 있다고 이야기를 해야지!
구슬이를 만난지 일주일 째. 금요일 아침, 청령의 작은 반란을 아주 운 좋게 제압한 나는 그 후 바로 인근의 병원을 향했다. 그리고 등과 이마, 무릎을 비롯해서 몸 곳곳에 난 상처들을 의사 선생에게 진료 받았고 보기와는 다르게 그리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사고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병원이에요.”
-뭐? 너 괜찮냐? 무슨 일인데!
“얘기 하자면 좀 긴데 오늘 아침에 오랜만에 차 끌고 나왔다가 크게 사고 났네요. 그래서 당분간은 좀 쉬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데?
음……. 피가 많이 나서 나는 많이 다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찰과상과 자상에 불과했다. 특히 제일 심하게 다친 데가 도망치려는 청령에 놀라서 자빠진 무릎이라니……. 아, 그건 정말인지 상당히 쪽팔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좀……. 그렇게 심하진 않아요.”
하지만 이게 참 심신이 말을 못 할 정도로 지친 터라 지금은 계속해서 쉬고 싶단 생각만 가득할 뿐이었다. 실제로 많이 다치던, 아니던 간에 내가 겪은 일은 보통 사람이라면 진이 빠져서 축 늘어질만한 일들이잖냐.
-그래? 자식이! 조심해야지! 몸은 정말로 괜찮고?
“예, 뭐……. 우선은 좀 안정을 취하면 될 것 같아요.”
출혈이 좀 많았고 놀랐을 뿐이지 정말로 지금은 아픈 곳이 크게 없었다. 뭐, 그저 좀 뻐근하고 피로해서 한숨 때리고 싶은 기분 뿐이라고 할까?
“근데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중요한 건 몸보다는 마음이렸다.
“당분간은 좀 쉬고 싶어서 휴직계 좀 내려고 생각중입니다.”
사실 정말인지 일주일 사이에 빡빡하게 벌어진 일들로 인해서 내 몸과 맘이 지친 상태란 말이야. 그 와중에 회사 일까지 신경 쓰려니 영 몸이 버겁다. 몸이 제 말을 듣질 않는단 말이다.
물론 일하기 싫다고 해서 일 안하고 배째라 객기 부릴 나이는 지났지만…….
-왜?! 많이 안 좋아?!
“그냥 요즘 많이 지쳐서요. 당분간은 일 생각 안 하고 좀 쉬고 싶네요.”
사나이, 계범도! 다른 사람들과 난 다른 입장이잖아! 그게 아니라도 충분히 놀고먹고 지낼 수 있는 능력을 얻었으니까!
-얼마나 쉬려고 하는 건데? 한 일주일?
이 양반이 장난 하나.
“얼마나 될 진 모르겠는데요. 한 서너달 정도는…….”
-인마! 그런 휴직계가 어디있냐! 지금 아무리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지금이 딱 적기야! 본사에서 독립하기 전에 과장급으로 진급하기 딱 좋은 타이밍인데 지금 굳이 왜 쉬려고 해? 몸이 많이 안 좋아? 많이 안 좋아도 조금만, 조금만 참고 견뎌야지, 범도야!
하지만 그걸 김부장이 알 리 있겠냐? 그 말에 김부장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사실 김부장이 이러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막말로 지난해 우리 서울 지사 먹여 살린 사람이 누구냐? 바로 이 계범도님이지. 거의 전체 실적의 절반 정도를 내가 기록했다가 올 초에는 좀 빌빌 거렸었는데 지금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상태이고. 올해 예정된 본사와의 분리가 있는데 내가 휴직계를 낸다면 그건 또 그 나름의 플랜에 제동이 걸리고 말 것이다.
-자식, 사고 나서 많이 놀랐구만! 그래! 인마!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천천히, 천천히 생각해 봐! 너 많이 심적으로나 몸적으로나 힘든 거 다 안다! 근데 조금만 있으면 또 여름 휴가철이고 하니까 그때까지만 잘 버텨주면 충분히 될 거 아니냐!
왜냐하면 우리 업무의 주는 영업보단 분석이거든. 암만 영업으로 회사들을 땡겨와도 분석 팀이 실적을 내지 못하면 유명무실해지는 거니까. 그러다 보니 분석 팀에서 가장 고참 노릇 하고 있는 나의 기여도는 다른 어떤 직원들보다도 높은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아, 정말인지 쉬려고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걸린다. 참 사람이라는 게 살아가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나보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생각 좀 거세게 해볼게요! 그때까지 잘 하십쇼, 부장님.”
그리고 김부장이랑 내가 또 보통 사이냐. 휴직계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만 그건 잠깐 보류하기로 하고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자 김부장이 그제야 안도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인마! 어디 입원 해야 되냐?
“아니에요. 집에 가서 좀 쉬고 있으려구요. 진단서 끊어 갈 테니까 걱정 하지 마시고…….”
-자식이! 진단서는 무슨! 그냥 절차상 필요한 거지! 아무튼 오늘은 다른 생각 말고 들어가서 푹 쉬어! 참, 너 또 낙찰 했더라! 범도야! 이번에도 액수 야무지던데 자식! 첫 날로 또 한달 인센티브 그냥 찍었다! 그러니까 부담감 가지지 말고 한 일주일 정도 푹 쉬다가 다시 회사 나오던가 하자. 알겠냐?
그 말에 나는 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역시 구슬이가 함께 있으니 나는 입찰권 따는 일에는 거의 신과 다름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4일 연속으로 10억대 낙찰을 기록한 기록의 사나이! 계범도! 그게 바로 이 몸 되시겠다.
무릇 연봉의 10배를 벌어다주면 그건 아주 훌륭한 직원이라고 하는 법이다. 단 며칠 만에 그 정도 수익을 올려놓았으니 어쩜 내 할 일은 다 한 법일런지도 모른다.
“예, 예. 뭐 별 다른 일은 없죠?”
그래도 사람 정이란 게 있지. 요즘은 세상이 각박해서 정 보이면 호구라고 생각하고, 선의로 남들 돕겠다는데도 정신 빠진 놈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긴 하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나 싶지만 뭐 그래도 나는 흔들리지 말아야지. 그런데 흔들리는 건 좆밥들의 몫이니까!
-뭐 큰 일은 없지. 그래도 인마, 너 있고 없고 차이가 크잖냐? 우리 회사에 계범도 없으면 어떻게 하겠어? 안 그래도 지현씨가 너 오늘 무슨 일 있냐고 걱정 많이 하더라.
그 말에 왠지 모를 흐뭇함이 밀려왔다. 아, 지현이! 오늘 일어난 이 사태로 말미암아 생겨난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면 지현이와의 약속이 캔슬났단 것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좀 그렇긴 하네……? 지현이랑 같은 회사 다니게 됐는데 내가 휴직계 내버리면 그것도 좀 그럴 것 같다. 꼭 내가 지현이를 피하려는 듯 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게 아닌데 말이지!
“아, 별 일 없다고 전해주세요. 그냥 좀 사고가 나서 그렇다고…….”
-그래. 아무튼 몸조리 잘 하고. 월요일엔 나올 수 있겠냐……?
“뭐, 최대한 빨리 나가는 쪽으로 생각해볼게요. 회사 분리도 해야 되는데 확실히 그건 다잡아 놓고 쉬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수습사원 셋이 제몫들 하도록 만들어 놔야죠.”
이미 은갱, 설희, 영수, 혜리, 은지는 자기 몫은 충분히 한다. 문제는 신입 사원들이지. 아, 이 와중에도 회사 생각이라니 나도 정말인지 대단한 애사심이다. 뭐, 애사심이라기보다는 솔직한 말로 내 장래가 걸려 있으니 쉽게 손 놓지 못하는 일이지.
대부분이 로또 같은 거에 당첨이 되면 일 다 때려치고 펑펑 놀거라고 하는데 막상 그렇게 되어 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아니, 뭐 내가 당첨된 액수랑은 상당히 차이가 있어서 그런가? 나도 한 10억 당첨되면 달라지려나?
-그래, 인마. 푹 쉬고 연락 줘라. 월요일이나…… 아니면 다음주 통으로 푹 쉬어도 될 것 같고.
“예, 부장님! 좀 쉬어보고 연락드릴게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일 이야기는 NAVER! 스탑! 이내 나는 있어 보이고 싶은 무식한 년의 블로그처럼 거침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후우.”
우선적으로 회사는 마무리가 된 셈이다. 아, 정말인지 휴직계내고 맘 편하게 쉬고 싶었는데 여건이 허락을 해주지 않는구나. 세상에 참 갑과 을 사이만 있다 하는데 뭐 딱히 그렇지도 않다.
인간관계란 게 다 그렇지! 어디 이 인연이 보통 인연들이겠냐……? 중고삐리 세상 물정 모를 때 평생 같이 할 것 같았던 놈들 보는 것도 연례행사고, 우리 회사 식구들 보는 일 아니면 사람 보기도 힘든 판국인데.
거기다 지현이까지 있으니까 내가 빠지면 안 되겠지? 후훗, 마음이 가는 여자에게 잘 해주고 싶은 남자의 순정을 호구라도 매도 하진 마!
“그래도 한 일주일은 쉬어야겠네.”
“까악!”
그리고 나는 어깨 위의 금조와 함께 밖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미 원장은 시은이와 함께 청령을 수습해 용운사 근처의 본거지인 그 건물로 이동한 상태다. 두 사람……? 아니, 뭐. 두 요괴가 날 무척이나 걱정해주긴 했지만 이 정도야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법이지.
“진짜 골병 들겄다, 금조야.”
“까악!”
“근데 너 어째 오늘 아침보다 크기가 좀 커진 거 같다?”
“까악?”
그러고보면 금조와 둘이 있는 것도 제법 오랜만 아닌가? 음, 왠지 모르게 금조가 조금 커진 것 같단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니 금조도 무슨 개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린다.
“그래, 신경끄자…….”
일단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보험처리……. 씁. 나타를 보험 처리해야 되네.
“아, 놔.”
생각해보니 블랙박스에 그 장면들이 고스란히 찍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거 어떻게 보험 청구하기도 좀 애매모호해지지 않나……?
“사고차량!”
아, 이거 중고로 팔아넘기려고 해도 맙소사! 지저스다! 생각해보니 이게 또 이런……!
“……착잡하네.”
내 과실은 아닌 게 분명한데 뭐가 좀 보여주기가 애매해지는 상황인 것 같다. 깐깐한 보험쟁이들이 그냥 그것만 보고 넘어갈 리 없지 않은가? 씹새들이 내가 다달이 내는 돈이 얼마인데 그런 거 지급해줄 땐 진짜 무슨 대기업 인사팀 면접관같이 깐깐하더라?
그게 공개 되면 내가 납치되는 장면도 고스란히 전달이 될 거고…… 그럼 나한테는 이득인가? 아니, 아니다. 금조도 찍혀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러면 또 경찰이랑 관련이 있지 않을까?
아니다, 내가 피해자니까 신고 안 하면 별로 그런 건 없겠지? 근데 보험쟁이들이 ‘아이고 그런 일이 있으셨다니!’ 하고 바로 지급을 해줄 리는 만무하다. 결국 이래저래 복잡하고, 귀찮게 될 거고…….
아, 여러 가지로 생각이 복잡해진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나? 에라이, 그냥 이런 건 덮어 둬야지. 차도 개인적으로 수리 맡겨서 헐값에 중고로 팔아넘기거나 해야 할 것 같다. 아! 결국 이런 식으로 번 돈을 날려 먹는구나.
“여튼 이 불체자 새끼들이 문제야……. 에이, 씨.”
그래도 돈 벌 방법들이 없는 건 아니고, 제일 중요한 건 내 목숨이 여기서 끝난 건 아니란 사실이렸다!
그래, 긍정적인 마인드! 그게 중요하다.
“중국 안마나 좀 받으러 갈까……? 그게 그렇게 좋다는데, 금조야.”
“까악?”
왜? 아가씨들이 서비스 해주는데 말고 진짜 좀 제대로 된 마사지 받고 싶어서 그런 거야! 지금 내가 주미 원장이나 시은이도 있고, 매일 매일 기력 후달리는데 굳이 또 17만원 줘가며 그런 거 하고 싶겠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면에선 내가 아주 부유하지. 후후훗. 어차피 가봐야 시은이나 주미 원장 급 되는 애들은 존재하질 않을 테니.
“오늘 밤엔 기력이 쇠하면 안 되니까 잘 보존해야지.”
그리고 오늘 밤엔 나도 한 마리 야수가 되련다. 내 평생 어슴프레한 새벽녘 기운을 받아서 꽐라된 골뱅이를 몇 번 주워 먹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상대를 벼르긴 처음이다. 하지만 이 일에는 응당 복수가 필요한 법!
웅녀의 정신을 이어받아 곰 같은 기개로, 아직도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는 코리안 타이거의 얼을 계승한 한 마리의 짐승남이 되련다!
-부르르……!
그 사이에 핸드폰에서 다시 진동이 울렸다.
“음?”
-오빠! 괜찮아요? 무슨 사고에요? 많이 다치진 않았어요?!
김부장에게 소식을 전해들은 모양인지 지현이가 내게 먼저 카톡을 날렸다. 아, 나도 참……. 오늘 그 개고생을 하고도 이 한통에 실실 또 웃음이 나오다니.
-아침에 사고가 좀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 오늘 보기로 했는데 어떻게 하지……?
-에이, 지금 그게 중요해요?! 진짜 많이 안 다친거죠?
그리고 바로 내게 걱정스러운 내용이 한 가득, 칼 같은 답장을 보내는 지현이. 아, 따사롭다. 역시 내가 인생을 헛살진 않았던 것 같아.
-응! 몸은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그래도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미안하다, 지현아.
-아니에요! 그러면 일단은 집에 들어가서 푹 쉬어요! 집에 먹을 거나 그런 건 좀 있어요?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인지 내가 답장을 보내면 보내는 족족 답장이 날아온다. 근무 시간 중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지현이는 프리한 상황 아니겠냐? 최소 일주일은 교육 기간일 테고, 전담자가 나였으니…….
-괜찮을 거야. 그거야 뭐……. 아무튼 아쉽네! 오늘 집에 안 들어가리라 굳게 다짐 했었는데!
-아이 참! 오빠 몸 생각해야죠! 아무튼 정말 큰 일이 아니라니까 다행이에요.
내가 출근하지 않았던 게 맘이 무척 걸렸던 모양이다. 또 다시 맘이 흐뭇해져 온다. 그래, 사나이 계범도. 요괴들에게만 호감형이 아니었어! 역시 아직은 사람에게도 먹어주는가 보다.
-응, 그렇게 심하게 다친 것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이제 집에 들어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 열심히 잘 하고. 막히는 거 있으면 연락 해.
-아, 아니에요! 그럼 오빠도 푹 쉬어요!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
내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안도한 듯 지현이가 쉬라 재촉한다.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응, 알았어!’ 하고 대답하고는 택시를 잡으러 나왔다. 남양주에서 과천까지라……. 머나먼 여정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하게 가고 싶은 맘뿐이다.
“금조 인마, 너도 오늘은 좀 피곤할 테니까 안에서 얌전히 있어라. 알겠지?”
“까악!”
여전히 기운이야 넘쳐 보이지만 아침에 머리를 부딪친 것도 있을 테고 금조도 쉬어야 겠단 생각에 그리 이야기 하니 금조가 고개를 끄덕여 왔다. 그리고는 내 어깨 위에서 수면 모드로 접어든 듯 목을 쏙 집어넣어 보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다. 솔직히 이 작은 새가 날 구하려고 나타 유리창에 몸을 날리기까지 했다니 얼마나 기특하니?
“오늘은 소고기 파티 좀 하자, 금조야.”
“깍.”
이미 수면모드로 접어든 금조는 꾸벅꾸벅 하며 작은 소리로 대답해왔다. 그 모습에 훈훈한 미소 머금고 택시에 오른 나.
“과천 중앙동이요.”
“옙!”
이 아저씨 오늘 재미 좀 보지 않겠냐? 남양주에서 우리 집까지면 대체 얼마야……? 그래도 편안한 게 최고라고 병원에서 상처들도 대강 치료하고 택시 의자에 등을 붙이니 나도 잠이 솔솔 밀려왔다. 아니, 정확히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피로감이 밀려왔다. 뭐, 한숨 때려도 되겠지만 혹시나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단 불안감이 들어 그리 편안하게 눈을 붙일 수도 없었다. 그런 거 있잖아. 피곤은 한데 잠은 안 오는.
“목숨 부지 했으니 이게 대길인가……?”
“예?”
“아, 아뇨. 그냥 가던 길 쭉 자수십쇼! 제가 오늘 사고가 있어서.”
“아이구, 어떻게 많이 다치신 모양이네요!”
이마, 무릎, 그리고 등에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보니 외견 상 부상은 심각해 보일 수밖에. 택시 기사의 말에 대꾸도 하기 귀찮았던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일단은 집에 가서 좀 쉬는 게 먼저니까.
음, 그러다 문득 무료하단 생각이 들어 어제의 경기 결과를 확인하러 라이브 스코어에 접속을 해보았다. A매치랑 친선 경기들 전부 다 주말까지 갈 것들은 없었거든. 그러니까 오늘 새벽에 있었던 코스타리카랑 멕시코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부 결과가 나왔을 거다.
“18,285배, 91,425,000원이었나.”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 좆 같은 조선족 놈들이 날 납치 할 때 핸드폰이나 지갑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단 것이다. 그만큼 다급하게 끌고와서 다급하게 날 처리하려 했단 증거렸다. 에이 뭐 이제 고자랑 봉사인데 무슨 걱정이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진짜 아닌 게 아니라 뭐라도 배우긴 배워야겠다. 영단과 호흡법으로 내 몸은 점차 강해질 거고, 그러니 이런 위기 상황에서 좀 까리하게 싸울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겠어. 절권도 같은 거라도!
일단은 경기 결과나 먼저 보자…….
“호주 핸무 정답. 우즈벡 승 정답. 네덜란드 핸승 정답. 이라크 승 정답. 이란 핸무 정답. 노르웨이 핸승 정답. 콜롬비아 핸승 정답. 아르헨 승 정답. 마지막으로…….”
정말 미래를 다녀온 사람 마냥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라이브 스코어 경기 결과. 이미 끝이 난 경기들도 그간 너무 바빠 확인을 하지 못하고 뒤늦게 조회해보는 상황이었지만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어 왔다.
특히나 핸디캡 무승부를 맞추는 건 정확한 경기 스코어를 예측해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게 지금 2개나 포함되어 있었고, 또 이라크나 우즈벡 같은 상대적으로 약체라 평가되어 역배당을 받은 팀들의 승리도 들어 있었으며, 강팀들의 완벽한 승리까지 포함 되어 있으니……!
와, 진짜 구슬이가 신통방통하긴 하다! 9개 폴더 중에 8개를 정확하게 맞추었는데 마지막은…….
“코스타리카 대 멕시코……!”
무조건 멕시코의 우세라고 보겠지만 구슬이가 말해준 결과는 그것과는 사뭇 달랐거든. 그러니까 이 결과는…….
“2대 1! 코스타리카 승! 정답!”
와우! 순간 나는 졸음이 싹 달아나는 걸 느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모습에 택시기사 힐끔 날 돌아보고, 목을 움츠리고 자고 있던 금조도 번쩍 눈을 뜨고 나를 돌아 보았다.
“어, 어어?! 뭐요! 그 새 장난감 아니었어요?!”
놀란 기사가 덩달아 버럭 소리를 지르자 금조가 “까악!” 하고 연이어 소리를 질렀다. 이게 바로 연쇄효과인가?
“아, 제가 키우는 새에요! 괜찮으니까 안심하고 과천까지만 가주세요!”
이히히히! 다른 거 몰라도 오천 원으로 9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만들어 냈으니 또 기분이 너무 좋다! 이게 대길의 파워인가? 와, 여기서 세금 떼면 한 7천만 원 정도고, 반은 또 좋은데다 쓴다고 하면 3500만원 뿐이지만 그게 어디냐!
“일어 났냐……?”
“까악.”
뭐, 내가 이상한 세계로 본의 아니게 발을 들이긴 했지만 참 사회적으로는 잘 풀려간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내가 눈 좀 붙이마…….”
“깍.”
그래, 잃는 게 있으면 얻는 법이다. 얻는 게 있으면 또 잃는 법일 거고. 그 생각에 금조를 꼭 안고 택시 의자에 등을 기대니 토토 성공 덕에 긴장이 확 풀려서 그런지 잠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도착하면 좀 깨워 주십쇼…….”
그 말을 남긴 채 그대로 잠에 빠져든 나는 택시가 우리 집에 도착할 때 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손님! 다 도착했습니다!”
“까악!”
날 깨우는 택시기사와 금조의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 우리 집앞까지 오셨네…….”
“이 새가 정말 영특하네요! 저한테 길을 안내해주지 뭡니까?!”
“까악!”
애당초 말한 건 중앙동이었는데 택시가 우리 바로 앞에 멈춰서 있었거든. 거기서 이리 이리 가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걸 금조가 대신 한 모양이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기사님. 이거.”
그리고 택시비로…… 5만 원 짜리 지폐를 한 장 꺼내 보였다. 뭐 거의 3만 8천원 정도 나왔으니…….
“잔돈은 사납금에 좀 보내십쇼, 어르신.”
멋들어지게 오만원권 지폐를 내민 내 모습에 택시 기사 아저씨가 ‘아이구!’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에이, 받아 두세요. 저 그럼 갑니다!”
예전 같았으면 칼 같이 받아냈겠지만 지금의 난 마음이 무척이나 풍요롭다. 물론 나타 처리 하는 일에 좀 짜증이 날 것도 같다만 거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암…….”
중간에 자다 깨서 그런지 계속해서 하품이 나왔다. 졸음이 물 밀 듯이 밀려오는 가운데 금조도 나른함이 있었던 모양이다. 내 어깨에서 다시 꾸벅꾸벅 고개를 숙인 금조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드디어 집으로 돌아온 나!
“으아…….”
일단은 셔츠부터 벗어 던지고 쇼파에다 몸을 내던졌다.
“까악!”
날아오른 금조는 자연스럽게 내 등 위에 터를 잡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집이라니 안정감이 들어 눈을 감고 있으니 잠의 세계로 깊이 빠져드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반 정도 잠이 들었다 느껴질 때 순간 뭔가가 내 앞을 스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뭔가 하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내 그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가녀린 손길이 너무나도 따스하게 느껴져 놀랐던 마음도 어느 샌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격하게 밀려오는 수면욕구…….
“고마워요…….”
그 속에서 속삭이는 듯 한 아리의 음성이 내 귀에 남았다. 내가 뭘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가족의 복수 앞에 선 그녀이니 고맙다고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할 말을…….”
도리어 내가 해야 하는 말이건만. 그녀의 손길에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리와 함께 있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아쉬움을 품고서.
아……. 엎드려 자면 야한 꿈 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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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내 꿈 속으로 초대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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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꽤 많이 사시는군요! 사당역 근처에 있는 방배 SH빌로 들어갑니다. 누나랑 같이 살아요. 조만간 번개라도 한번...
덩치 엄청 큰 말티즈랑 같이 산책하는 귀여운 애 발견하면 저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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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가는 조회 100만 찍으면 마무리 짓고 새글 쓰려고 했는데 이제 슬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듯 하네요. 다시 제대로 된 거 또 쓰고 싶단 생각도 충만해지고 있고... 우선은 이사부터 다 하면 그때 잘 정리해서 판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