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64화 (64/120)

<-- 64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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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전날 겁내 술 퍼다 먹고 알딸딸한 기분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군 간 적 있나? 술도 안 깨고, 군복 덕분에 기분은 완전 바닥으로 내떨어졌고, 멍하기 짝이 없는 그 상태에서 사격장 가서 애무 십육 잡고 빵야빵야 했을 때.

-쿠웅!

바로 그때와 같이 멍한 가운데 굉음이 내 귀를 덮쳤다. 일순간 사고가 마비된 듯 한 멍한 기분에 연이어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어, 씨발 이게 갑자기 뭐야?!

그리고 물밀 듯이 충격이 밀려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침의 충격이라니! 어떤 미친 놈이 나타를 그대로 들이박은 건가?!

“크억!”

그런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세게 차를 들이 박은 것 같았다. 병원 앞에 잠깐 세워둔 차를 굳이 박을 이유는 없잖아?!

앞문을 닫으려고 몸을 쭉 펴고 있던 터라 엄습해오는 충격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고, 그 결과 내 몸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그대로 앞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빠앙!

밀려 나면서 나도 모르게 클렉션을 때린 터라 요란한 자동차 클렉션 소리가 한 번 길게 울음을 뺐다. 도대체 뭐지?! 갑자기 왜 이래? 아니, 밤도 아니고 해가 이렇게 떠오른 대낮에 말이다!

“으…….”

“까악!”

나와 함께 나타 안에 있던 터라 고스란히 충격을 받은 금조도 앞으로 날아와 퍽 하고 앞 유리창에 부딪치고 말았다. 아무리 금조가 날래다 하더라도 그런 불시의 충격에 대응 할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머리부터 부딪쳤으니……!

“으, 인마! 괜찮냐……?!”

걱정스러운 맘에 그 와중에도 먼저 금조를 챙길 수밖에 없었다. 작은 크기만큼 충격이 컸던 모양인지 내 위로 툭 떨어져 비틀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새끼 새와 같은 모습이었다.

“까악.”

헤롱헤롱 거리는지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금조! 도대체 어ㄸᅠㄴ 미친 놈이 이런 짓을 저지른 거야?! 화가 난다, 화가!

하지만 미처 화를 내려는 찰나 머리를 스친 생각이 있었으니!

“씨발, 그 미친 구렁이 년이!”

와 다른 곳도 아니고 강남, 그것도 삼성 병원 앞에서 이런 일을 벌여?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 상식선의 문제가 아니야! 하지만 이 막장 드라마 같은 전개를 가능케 하는 존재가 있다면 거기에 전혀 구애 받지 않는 파격적인 성미에다 내게 극도의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밖에 없단 건데…….

오 마이 갓! 사람이 아니라 요괴다!

“후우!”

아직까지도 충격이 가시지 않아 머리가 멍한 가운데 내 눈 앞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쓴,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지만 얼굴은 확인 할 수 없는 2인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이라고 하지만 초 여름날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 수상한 작업복!

“이 개새끼들이!”

설마 내가 이런 일을 당할 줄은, 그리고 설마 지금 이런 일을 당 할 줄은 몰랐기에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맘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지만 그런 나와 달리 녀석들은 아주 기계적이고 침착해 보였다.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금조가 새긴 상처가 역력한 것이 분명히 이틀 전에 만났던 그놈들이 틀림 없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지직!

“으, 으윽!”

이 씹새들이 이번엔 아주 준비를 단단히 해왔단 거겠지! 순간적으로 내 팔에 넘이 뭔가를 가져다 대자  전류들이 몸을 타고 흘러 다녀 기절할 듯 아슬아슬하고 찌릿찌릿한 느낌들이 전해져 왔다!

순간적으로 가해진 전기충격에 엄청난 고통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차마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둔탁하게 윽 하고 비명을 지른 채 퍼져 버린 나. 그 순간 옆에 있던 금조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날아들려 했지만 상대가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이 십쌔끼가!”

어딘가 모르게 조선족 같은 말투와 함께 아직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금조를 장갑 낀 손으로 금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런 개새가……!

“으으…!”

뭔가 소리 치려 했지만 온 혀까지 마비가 된 듯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온 몸의 힘이 쭉 풀려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젠장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까악!”

“으으!”

그 사이에 금조는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맹렬한 투쟁심은 꺼지지 않은 듯 놈의 주먹을 피하진 못해도 지지 않고 금방 손을 물어뜯고 할퀴며 들러붙었다.

“아, 아악”!

라텍스 장갑을 발기발기 찢어 내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에 비명을 지르며 장갑을 벗어 던지며 물러서는 놈!

“이거 좀 막고 있으라! 이거 빨리 데려 가야 된다!”

이 개새끼들이 분명히 조선족이 맞는 것 같다! 젠장, 밀입국해서 들어온 놈들이 장기매매니 뭐니 이런 걸 저지른다는 도시괴담은 들어봤어도 설마 내가 그런 대상이 될 줄이야!

“으으, 안 놔……?”

하지만 전기충격기에 당한 몸은 경직이 풀리지가 않고 있었다. 울렁울렁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동안…….

-퍽!

이 개새끼가! 그 날 내게 코가 나갔던 덩치 큰 조선족이 내 얼굴에 주먹을 한 대 날리곤 어느 샌가 나를 빼내고 뒤에 들이 박았던 차량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까악!”

“이 개보대 같은 새새끼!”

그 동안 금조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든 튀어 올랐지만 얼굴이 씹창 났던 조선족 놈이 막고 버티다가 나타의 문을 닫고 금조를 차 안에 가두어 버린 것이다.

“빨리 하라우!”

“안다! 재촉하지 마라!”

이 두 놈도 아직 아침 6시에 불과하지만 강남 한 복판에서 이런 일을 벌인 것에 서두르고 있는 누치였다. 아, 젠장……. 뭔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쉽게…….

“으으…….”

“이 새끼, 도대체 뭘 쳐먹은기레?! 이거 이래 최고로 충격 먹고도 움직이는 것 좀 보라!”

“한 방 더 지져라! 어떻게든 데리고 가기만 하면 될 거 아니네?”

-퍽! 퍽!

그 사이에 금조가 유리창을 깨뜨리려고 하는 모양인지 나타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 이 미친 새가 유리 창 깰라 그런다! 빨리!”

“한다!”

-지지지직!

이, 이 미친 새끼들이!

“으, 억!”

그리고 최고로 맞춰진 전기 충격기가 한 번 더 내 몸을 스치자 순간적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릴 정도로 강렬하고 끔찍한 느낌이 온 몸을 흘렀다.

전기의자란 게 정말 얼마나 비인간적인 처사인지 이해를 이끌어 낼 정도로 강렬한 전기 충격 앞에서 무너지고 만 나. 그리고 뭔가 드르륵 턱 하고 세게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내 의식도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아닌 듯 한 느낌과 함께 목걸이, 구슬이를 빼앗기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금조는 어떻게 되었을지, 주미 원장은 이 사실은 알지, 또 오늘 워급 날인데 회사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과 기대하고 있을 지현이도…….

아주 단편적이고 정돈되지 않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머리들을 가득 채워 올렸다가 문득 ‘도와달라’ 이야기 하던 아리의 얼굴이 생각났다. 왜 자꾸 너 생각이 나는 거니? 이 잔망한 것 같으니…….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뚝 하고 뭔가가 끊어지고 말았다.

* * *

“으, 으음…….”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왠지 모를 서늘한 느낌이 온 몸을 엄습해온 순간이었다.

음, 왜 그런 거 있잖냐. 텐트치고 자는데 땅에서 차가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거의 반냉동 상태로 잠을 자던

“아유, 씨발 추워!”

물론 그런 심정적 서늘함보다도 먼저 느껴진 게 내 피부를 오돌토돌하게 만든 차가운 공기이긴 했지만.

“으, 뭐가 이렇게 차……?”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몸이 물을 먹은 듯 축 늘어진 기분이었다. 하긴 전기 충격기를 두 번이나 맞았는데 말짱할 리가 있겠냐? 거기다 이 춥고 어두운 곳에 손과 발이 결박당한 채 묶여 있으니…….

가만……. 춥고 어두운 곳 하니 뭔가가 떠오르는데…….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모양이로군.”

그리고 그 순간 내 귀로 들려온 목소리. 이 서슬퍼런 목소리를 내가 잊을리 있나? 그래, 역시나 이 일을 시킨 것 또한 바로 이 요망한 구렁이 년이렸다!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뭐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때 내가 살려주려고 했었잖아? 게다가 사람을 차로 치고, 전기 충격기로 지지기까지 하다니! 물론 주미 원장 덕분에 척추를 후벼 파이는 고통을 입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

어쨌거나 어둡고 음습한 곳에 손발이 묶인 채 정신이 든 나는 하늘하늘 희미한 발 너머로 비치는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시 그곳에는 구렁이가 있는 게 틀림없단 생각이 들었다.

“몰라서 묻는 거냐?”

아니, 모르진 않지…….

“그 날 내가 널 없애려 했다면 분명히 없앨 수 있었겠지만……!”

“제 알량한 동정심으로 날 살려줬다 이야기 하고 싶은 거냐? 가증스러운 놈!”

그 순간 나와 구렁이 청령 사이에 놓여진 하늘하늘한 발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어? 어째 내가 말을 실수 했나…….

“알량한 동정심이 아니라 마땅히 사람이고, 도 닦는 사람이면 가져야 할 마음이다! 그런 걸 네가 하나도 모르니 여지껏 뱀 껍데기를 벗지를 못 하는 거야!”

씨발, 못 먹어도 고! 이럴 때야 말로 오히려 더 세게 나가야 할 타이밍이다! 여자들이 살벌한 모습을 보일 때 괜히 쫄아서 미안해 사과 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겉잡을 수 없이 휘말리기 마련이거든. 상황은 좀 다르지만…….

“감히 날 가르치려 드는 게냐? 하찮은 인간 주제에!”

-파악!

바로 그 순간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발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역시나 청령. 차가워 보이는 눈빛과 단발머리를 가진 시크한 매력의 그녀였다. 요양 중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통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근데 있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우습게도 그 모습을 보고 꼴릿한……건 내가 너무 건강해서일까? 얌마, 정신 못 차릴래?!

그걸 발견했던 모양인지 청령의 얼굴이 몹시도 일그러졌다. 수치심 마저 느끼는 모양인지……. 아니, 난 그럴 생각이 아니라…….

“그건 미안했다고 얘도 벌 서고 있는 거야!”

“감히 인간 주제에……! 날 능욕해?!”

능욕……까진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뭘 한 게 있어야지. 내가 한 거라곤 기껏 지금 이 상황에도 불구하고 너보고 꼴린 거 밖엔……. 그래, 내가 좆 달고 태어난 내가 죄다. 아유, 진짜.

“그런 건 아닌데…….”

“하찮은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었더니 넌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어허,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합시다. 원수로 갚은 게 아니라 착오가 있었던 거지. 까딱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가 살려준 거야. 기억 안 나? 주미 원장이 왜 널 그냥 뒀는데? 네가 구미호를 잘 찾아내니까 구슬 가질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 뿐이라고. 그런 고로 나와는 별개로 넌 이미 쓸모가 없어진데다 경쟁 상대니까 제거 한 거라고. 얼굴만 차갑게 그러지 말고 머리도 차갑게 우리 이성적으로 생각 좀 해봅시다.”

그래,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지. 아직도 전기 충격기의 얼얼한 충격이 가시지 않아 발음은 좀 새는 감이 있었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청령이 내게 이러면 안 되는 거거든.

“네놈이 내게 받은 미약으로 금시조를 부린 걸 모를 줄 알아?”

“넌 금시조……, 그러니까 주미 원장이 있는지도 몰랐잖아! 주미 원장이 그 날 어떻게 널 잡아 왔겠어? 잘 생각을 해보라니까. 니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었던거야, 이미. 그러니까 대낮에 널 급습해서 그 상태로 만들고 그 할로겐 조명 안에다 널 가둬 둔 거야. 그걸 왜 너만 몰라? 왜?”

그 순간 청령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흠, 어쩜 구렁이 청령이 그렇게 교활한 스타일은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우 사실 좀 많이 있잖냐? 너무 승승장구 하다 보니까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말이다.

“간사한 세치 혀를 놀리는구나! 인간 주제에!”

“간사하거나 말거나 이게 지금 사실이야. 주미 원장은 미약 덕분에 독에 대한 내성이 생겼고, 그건 네가 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처리 할 수가 없을 거야. 잘 생각해야 돼. 니가 내 몸에 손을 대는 순간 넌 주미 원장한테 끝장나는 거야. 두 가지 이유가 있거든! 너한테서 구슬도 빼앗아야 하고, 네가 그렇게 자랑하던 미약 파워 덕분에 내가 구슬보다 중요한 사람이 된 이유도 있고!”

야 인마! 내가 바로 국빈관에서 국빈 대접 받던 국민혓바닥 계범도다! 이렇게 쉽게 당 할 줄 알았냐?!

다행스럽게도 구슬이는 아직까지 내 목에 걸려 있다. 아무래도 청령이 직접 빼앗을 생각을 한 것 같은데 그 역사적 순간에 날 마음껏 유린하면서 구슬을 앗아가려 했겠지? 하지만 이걸 어떻게 하나? 먹이 사슬의 정점은 현재로써 주미 원장이고, 그 아래에 있는 청령이 구슬을 얻어도 이길 보장이 없다. 더구나 지금은 부상까지 입은 상황이다 보니 내 말에 흔들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큭……. 인간 주제에…….”

위세가 줄어든 듯 한 청령의 모습이……. 왜 좀 귀여워 보이는 것 같지? 정신 차려, 범도야! 까딱 잘못하다간 목숨 나가!

“그러는 지는 뱀 주제에! 야! 막말로 도 닦던 스님 잡아먹고 사람 행세 하고 다니면서, 자기 욕심 때문에 남의 물건이나 탐 내는 게 어떻게 용이 되겠다는 거냐? 정명가도라는 말 몰라? 상서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면 그에 준하는 공덕을 쌓아 올려야 하는데, 네가 그걸 위해서 어떤 노력일랑 해봤겠냐고. 막약 그런 게 있다면 내가 양심껏 네게 이 구슬을 넘겨주도록 하지! 넌 이 구슬 얻으려고 여우 가족들을 셋이나 죽게 만들었고, 또 신통력 얻으려고 스님도 잡아 먹었지? 그런 죄들을 저지르면서 뉘우치기는커녕 욕심만 부리고 있잖아!”

청령의 세미 누드에 발끈한 돌돌이만큼이나 화끈하게! 지금 청령은 날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 이럴 때 더 배포있게 나가야 돼! 심장은 완전 쫄려오지만 상황적으로 보면 내가 유리한 거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가자, 계범도!

“니가 그렇게 무시하는 사람도 위치에 따른 품격이 필요한 법이지! 그래, 정치하는 놈들 꼬락서니 보면 딱히 내가 할 말은 없다만 그런 것과 다르게 고귀한 용이 되고 싶다면 적어도 그에 준하는 정신적인 면모를 갖춰야지. 단순히 힘 있다고 해서 내 욕심대로 남들을 핍박하고 괴롭힌다는 자체가 잘못된 거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 외침에 청령의 얼굴이 순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분한 듯 입술을 잘끈 깨물어 보이는 청령! 무척이나 흥분한 듯 들썩이는 어깨와 앙 다문 입술이…… 아니, 지금 너무 상황이 오묘해서 그런 얼굴을 하니까…… 뭔가 좀 야릇해 보이는 게, 아! 영단 먹고 더 정신을 못 차리는 구나!

“네놈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 감히, 감히!”

청령이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지하실인지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한 가득 울리게 들렸다.

“도 안 닦아도 이 정도는 아니까 지껄이는 거다!”

와, 좀 쪼달리긴 하지만 그래도 사나이 갑빠가 있지! 여기서 이대로 물러설 순 없어! 전이야 내가 너무 당황했다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런 일을 상상해보기도 했었거든! 그 때 이런 말들을 한 번 해보자 좀 머리를 정리한 게 있다만……!

그렇다곤 해도 여전히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아, 정말 미치겠다. 내 인생에 어쩌자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렇지만 최근 내가 벌어들인 꿈같은 수익들과, 꿈같은 일들이 있으니 그것도 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일 테지?

그래, 아무렴 청령이 날 어떻게 하지 못 할 건 분명한 일이다. 그래, 그건 분명히……! 중요한 건 그 전에 금조와 주미 원장이 나를 찾아와야 할 텐 데……!

“천년을 살면서 잘못된 방법으로 도를 닦아왔다곤 생각하지 않았냐? 단순히 도를 닦는 것보다는 심도가 있어야지! 그래서 넌 구슬 얻어도 용은 못 될 거야!”

그래, 내가 모르긴 몰라도 적어도 청령이가 제대로 하고 있진 않단 것 정도는 안다. 영기를 끌어다 모르고, 어떻게 힘은 있다 하더라도 사람이고 짐승이고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지!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닥쳐!”

내 말에 극도로 흥분한 청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완벽하게 감정적으로 동요를 보이는 듯 한 그 모습에 내가 움찔하는 바로 그 순간 무엇인가가 스르륵 하고 바닥을 미끄러지며 내게로 다가왔다.

“우, 우어어! 이게 뭐야!”

청령이 들어가 있는 목욕통에서 뻗어나온 듯 한 길다란 뭔가를 꼭 구렁이의 꼬리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새파란 비늘을 가진, 밧줄 같기도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무섭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게 내 몸을 꽉 조르기 시작하자 엄청난 압박감이 온 몸을 엄습해왔다.

“자, 잠깐! 타임! 우리 대화로 해결 합시다!”

이런 씨! 아무렴 내가 영단을 먹고 좀 회복이 빨라졌다 하더라도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구렁이 요괴의 꼬리에 몸이 감싸지다니! 으아, 진짜 미쳐 버리겠네! 무섭고, 아프고, 또 이 서늘한 느낌이…….

어? 느낌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하지만 이 힘이 워낙에 강하다 보니 온 몸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으윽!

“건방진 놈! 네가 뭔가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네가 그렇게 믿고 있는 금시조도 완벽하진 못해! 그래서 내가 용이 되는 걸 기어코 방해하고, 훼방하려 한다는 걸 정녕 하나도 모르고 있구나!”

어……? 그래? 그러고 보니 주미 원장도 구슬을 탐내는 이유가 완벽한 가루라가 되기 위함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려 했다! 인간!”

어, 혹시 내가 좀…… 말이 과했나? 지금 사과하면 받아줄까? 아니, 목숨만 살려주면 그게 또 무슨 소용이야?

“하지만 주제를 모르고 가르치려 드는 네놈의 건방짐에 질리고 말았다.”

약간 후달리는 기분이 밀려왔다. 그래, 나도 가르치려고 드는 건 싫어하긴 하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싫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꼭 실적 못내고 있을 때 거래처 사장이 더 이상 같이 못한다 노발대발해서 쩔쩔 맬 때의 그 기분 같았다. 젠장! 아, 정말인지 후달리는 이 기분이란……. 그런 내게 청령이 더 이상은 참아주지 않겠다는 듯 오싹한 뱀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시(巳時)가 되는 순간 구슬을 삼켜 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용이 되는 순간! 네놈을 산 채로 갈기갈기 찢어죽일 테다! 고통에 몸부림 치는 그 모습을 보며 하늘로 승천 할 것이다! 내가 용이 되는 순간 처음으로 죽게 될 테니 영광으로 알아라, 인간!”

그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시가 혹시 그 사시는 아니겠지? 사시가 몇 시냐? 몇 시인지는 모르겠다만 저 구렁이 청령이 나를 확실히 죽이겠다 선언을 한 것만큼은 분명했다. 사시면 시간 개념일테지? 그런 고로 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어……? 나 럭키 가이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저기 많이 놀라셨죠……? 당황하셨어요……?”

다시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했지만 청령은 단호했다. 오히려 더욱 더 냉정을 찾은 듯 내 몸을 압박하던 꼬리를 스르륵 풀어 낼 뿐이었다. 저 작은 통에 어떻게 저 꼬리가 다 들어 가는 걸까? 아니,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무튼 내가 틀린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비록 지금 이렇게 후달리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난 옳은 말을 한 거야! 그 방식은 잘못된 거라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죽이려고 할 거지? 그러니까 나도 더 이상 비굴하게 그러진 않을 거다! 당당하게……!

아, 그래도 이런 식으로 최후를 맞이하다니……. 어제의 시은이는 내 최후의 만찬이었나보다……. 가기 전에 먹은 너구리 한 마리가 감동적이었긴 했다만…… 그때 그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단 그런 생각을 하질 말았어야 했어! 막장 작가의 복선도 아니고 원!

“흥! 죽음 앞에서도 그럴 수 있나 지켜보지! 인간 주제에! 정후!”

이런 젠장. 정말 대화로 풀릴 여지가 없나 본데? 그리고 청령이 누군가를 불렀다.

-차락!

그 사이에 다시 발이 자동으로 닫혔다.

-끼익!

뭔가 싶었더니 이내 내 쪽에서 오른쪽 후미에 있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3명의 남자.

“저, 저!”

그래. 이 모든 사단을 일어나게 만든 바로 그 빌어먹을 운전기사 놈과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조선족 2인방이었다. 와, 정말 저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 사람 편을 들어야지 돈 때문에!

“너희들도 똑같은 놈들이야! 이 새끼들아!”

-뻑!

“윽!”

정말 세상 천지에 믿을 놈 없다더니! 같은 사람으로써 이런 일은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은 맘에 소리쳤더니 돌아온 건 정후라는 운전기사놈의 발길질 뿐이었다. 구두 신은 발로 얼굴을 까다니! 아, 이 개새! 군화에 까여도 봤다만 그것만큼 얼얼하게 코가 아파왔다.

“이거 우리가 뒤처리 해도 되갔소? 이래 펄떡펄떡 힘이 넘치는 거 보아하니 좋은 장기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없애 버리는 것 보다 그게 훨씬 깔끔하지 않소? 남는 것도 많고 기래.”

와, 이놈들은 정말 인간이 아니구나! 짜장인지 짜파게티인지 정체도 불분명한 새끼들이 내 장기를 탐내다니! 돈이면 뭐든지 한다는 인간 말종을 부리는 모습에 진작 청령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물 밀 듯 밀려왔다.

“사시에 승천제를 치를 준비를 해. 그때까지는 아무도 저 인간에게 손을 대지 마라.”

오 그래도 청령이 제법…….

“그래야지 내가 놈을 찢어죽일 때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테니.”

============================ 작품 후기 ============================

위기의 닭범도

+

다음 아고라에 만 12세 미성년자 살인미수 라는 청원이 있습니다. 혹 시간 되시는 분들은 검색해 들어가셔서 서명 좀 해주세요. 이거 정말 너무 하네요.

+

음, 아무래도 착하게 살자가 19금 소설이고 욕설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보니 찰진 그 맛이 떨어질 수도 있겠군요. 사실 전체 비중에서 씬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고, 또 잘려도 문제가 될 게 없는데 찰진 대사가 감소 할 확률이 높아지겠네요.

그리고 흐름의 문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감사합니다. 소설적 흐름과 만화적 흐름은 다르다 보니 그 문제도 분명히 알아둬야 하겠네요. 아무튼 웹툰은 아직 논의 단계고, 또 제가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조금 더 시장을 분석해보고 이야기도 나눠봐야 할 것 같네요.

기왕 시작한다면 드라마나, 영화의 2차 창작물도 나올 수 있는 방향의 원작 소설을 한 편 더 생각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이제는 여자 팬도 생길 수 있도록... 후후후...)

노블에서는 히트에 실패했지만 오히려 김상옥이나 이터널 라이프 같은 작품이 웹툰화 되면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지금으로써는 컨디션과 시간적인 여유 문제로 쓰지 못하고 있는 소재들도 많이 있으니 그것들 중 하나는 웹툰으로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그때가 오면 한번씩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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