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63화 (63/120)

<-- 63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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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

모든 직장 생활을 하는 이에게 아침이란 시간만큼 이겨내기 힘든 시간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이유는 모르겠다만 분명히 움직이는 건 중고삐리 시절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적은데 매일 자고 일어나면 몸은 천근만근이오, 어깨 위에는 애기 귀신 하나를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음, 이건 분명히 나이가 들어 체력도 예전만 못하단 까닭도 있겠지만 가득이나 토 쏠리게 불편한 자리에서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이고 앉아 상사를 비롯한 불유쾌한 인간관계 속에서 몸 담고 버텨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후우우…….”

그런 고로!

“좋은 아침이다.”

나만큼 이 아침을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하고 있는 직장인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란 말이지! 왜냐하면 범도는 영단을 먹고, 호흡법을 하는데다 직장의 신으로 거듭 났구요! 거기다 오늘은 그게 아닐지라도 마음만큼은 가볍기 짝이 없는……!

“월급날.”

더불어 지현이와 약속도 있는 날이지! 이 행복한 기분을 감히 무엇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아, 정말인지 완벽한 날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까악!”

“얌마, 쉿. 아직 시은이 자잖아.”

게다가 어제는 정말인지……. 이런 말 내 입으로 하긴 그렇지만……. 어른들이 말하길, 계집애 머리를 올려준다고 하지? 아, 조상님의 이 시적인 표현과 감각은 과연! 이렇게 말이 음란해 보이지 않고, 있어 보이지 말입니다. 진짜 머리 올린단 표현은 예술인 거 같아. 나 어제 아다 따먹었다는 없어뵈는 말보다 훨씬 더 말이지!

“엄청 피곤할 텐 데 조용조용.”

“깍.”

어제 시은이와는 더 이상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에 그렇게 무리하게 해버릴 경우 다음날 제대로 걷기도 힘든 게 사실이거든. 상대가 첫 경험이다 보니 너무 흥분해서 계속 무리해서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간다.

“짜식, 역시 넌 착해.”

“까악!”

“쉬잇!”

물론 연애의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그건 그렇게 손해 보는 짓은 아니다. 아,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 좀 해야 되나 싶기도 한데……. 기왕 하는 김에 오늘은 고추 친구들에게 아주 중요한 연애의 비법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시작 좀 해야겠다.

자, 아까 말을 이어서! 왜냐? 투자가 크면 클수록 쉽게 발을 못 빼는 건 알고 있지? 대박 주식이래서 손댔다가 본전 생각에 못 빠져나오고 영혼까지 털려보았거나,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을 아주 어렵잖게 볼 수 있을 거야. 그런 개미 지옥에 빠진 개미들 많이 있잖아.

그것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건 개미지옥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일이지. 처음에는 얼마 안 되는 금액, 가벼운 행동이라 하더라도 나중에는 정도를 더해간다는 순응 반응 테스트처럼 이 투자도 점차 커지도록 이끌어 내야만 하는 거거든. 그것들 가운데 여자들에게만 있고, 또한 가장 비중이 큰 게 바로 이런 종류의 것들이지.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있는 법이고 특히 한 번 잃어버린 후에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순결을 투자했단 건 어마어마한 가치를 투자했단 말이야. 그리고 그로 인해서 며칠간 앓게 될 고통까지도 수반을 했으니 그 어느 때보다 투자의 규모는 커진단 말이다.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에게서 여자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거든. 나쁜 남자라는 말이 대명사처럼 굳었는데 진짜 개새끼 불한당 나쁜 놈 되라는 게 아니라 좋은 영업가가 되란 말이다. 뭔가를 도모하려면 투자를 유치해야지. 그래야지 성과가 생기는 것과 같이! 상대가 내게 그만큼 많이 줘서, 쉽게 발을 못 빼는 거야.

착한 남자가 쉽게 뒤통수 쳐 맞는 이유가 여자로 하여금 내게로 투자 하도록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지. 진지하게 만나봐야겠다 생각하고, 잘해줘야겠다 생각하고 무진장 퍼다주기. 그거 저도 한 번 해봤는데요.

씨바, 데이트 코스 짜고, 영화 보여주고, 가방 들어주고, 밥값 내고, 거기다 술값도 내고, 모텔비도 내주고, 집에 갈 땐 택시비도 내주고.

내가 애 키우는 것도 아니고 뭐든지 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버리니 상대가 나한테 투자 하는 거라곤 오로지 시간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거다. 참 슬프게도 나는 잘해준다고 한 건데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그건 편하긴 하지만 재미는 없거든. 쉽게 말해서 영업 빵점이 되어 버린 거다. 매력이 없다고, 매력이! 재미가 있다면 지 손바닥위에서 동동 구르며 애간장 녹는 호구 모습 보고 낄낄 거릴 때 쯤이겠지.

그러니까 여자들은 꾸미는 데 비용이 들어가니까 남자가 돈을 쓰는 게 당연하다 지껄이는 종족들도 나타나는 거야. 봐! 내가 상대에게 돈과 시간을 모두 투자한 것에 반해서 얘네들은 그만한 여력을 자기 자신에게 투자 했으니 더 좋은 상대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갈아타는 거야. 나한테 투자한 건 뭐다? 시간뿐이거든.

그런데 그 시간대비 더 큰 효율을 얻었잖아? 그러니까 이건 아주 효율적인 투자를 한 거야. 내가 상대에게 몰빵하고 있는 동안 얘네들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서 아주 큰 성장세를 기록해보인 거라고. 시간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투자라고 느낄 수 있는 금전적이고 물질적인 부분들은 고스란히 자기 자신을 향했으니 당신은 잃어버려도 별로 아깝지가 않은 거야.

승미 고 년이 그랬지! 진심으로 결혼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뭐든 좋은 것만 해주려고 노력했고. 근데 그게 과했었다.

그래, 뭐 쉽게 말해서 착한 남자라기보다는 호구라고 보는 게 옳을 거다. 나는 사랑이었지만 얘네들은 딜이었으니까. 고추 친구들의 마음이 틀린 건 아니야. 그게 맞는 건데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잖아, 요즘은. 그러니 이런 세상에서 뭐든지 내가 해줘야 하고, 나는 능력 있는 남자라는 걸 보여 주고 싶은 남자들의 기본 심리가 있으면 그거 때문에 된통 한방 크게 맞는거야.

원래 받는 놈은 얼마나 중요하고 고마운지 몰라. 나중에 내가 누군가에게 줄 때가 되어서야 느끼는 거지. 그러다 보니 연애 부분에 있어서는 태생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태어나 엄청난 투자를 받아 오기만 한 입장에서야 그게 고마운 줄 알기나 할까? 감사하고 고마운 줄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너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 했으니 마땅히 그 모든 것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 하는 거야.

호이가 계속 되면 둘리인지 아는 거야.

음, 호의가 계속 되면 그게 자신의 권리인 줄 아는 게 기본적인 속성이고, 사회생활의 원칙이지. 연애도 그것과 마찬가지. 특히 이런 애들이 하나 있다면 그건 참 신기하게도 자신과 같은 무리를 만들려고 한단 말이야. 혹시라도 고추 친구들 여자 친구가 이런 친구를 두고 있다면 그 친구는 부디 멀리하도록 만들어라. 때 빼는 건 어려워도 더렵혀지긴 쉬운 법이니까.

“후우. 근데 깨우긴 깨워야겠다. 그쟈?”

“까악!”

고추 친구들에게 가르침 하나를 전파하고 아침을 연다니 뿌듯함 마음이 한 가득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시은이를 어떻게 해야만 한단 것이다.

“아무튼……. 근데 저거 어떻게 하냐,”

“까악?”

나의 말에 금조가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그래, 지금 내가 참 난처한 상황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렸다. 침대 위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시은이 말이다. 요괴 몸이 사람 몸보다 회복이 빠르다 하더라도 피로까지 회복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제 여러 가지로 자극적인 그림 그려냈으니…… 허허, 당연한 일인가?

“그래도 일단은 좀 깨우자.”

그래, 자는 거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나의 일정이 있지.

“이제 일어나야지!”

그리고 나는 시은이의 엉덩이를 찰싹 두드렸다. 착 하는 찰진 소리와 함께 빈약한 가슴과는 다르게 탄력 있는 엉덩이가 흘렸다.

“우웅.”

그리고 꼬리를 살랑 흔들어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뒷모습이란.

“인마, 아저씨 일 하러 가야 돼. 일어나!”

그런데 이 손 맛이 자꾸 손 끝에 남아 있네……. 오호호, 이 설레는 맘은 뭘까? 나도 모르는 내 안의 S 본능을 이런 이른 아침에 느끼게 될 줄이야.

-찰싹!

“앙!”

그 기대감을 담아 시은이의 엉덩이를 한 번 더 두드리자 일어나기 싫다 떼 쓰는 아이처럼 시은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발을 동동 굴렀다. 얼굴과 상체는 이불을 뒤집어 썼고, 늘씬한 다리와 탄력있는 엉덩이, 그리고 너구리 꼬리가 동시에 드러난 야하디 야한 하체에 다시 또 마음이…….

“주미 원장 부른다.”

하지만 참아야지. 나는 오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후후.

“힉!”

다른 말보다 이게 더 확실하지 않겠나 싶어 주미 원장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시은이가 이불을 내던지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와, 진짜 주미 원장이 무섭긴 무서웠던 모양이다.

“아저씨!”

그리고 나를 발견하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모습으로 와락 안기는 시은이. 아, 아침부터 또 이렇게 흐뭇할 때가 또 있을까. 나도 파자마만 입고 있는 터라 헐벗고 있는 상체로 따뜻한 시은이 몸이 닿자 저도 모르게 또 고추 친구가 ‘안녕?’ 하고 문안 인사를 올린다. 오냐, 이놈. 어제 무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구나!

“인마, 왜 이렇게 못 일어나?”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내가 하는 말은 뭐든 아니라고 할 작정인지 고개를 흔들며 다시 내 품에 기대어 오는 시은이. 그리곤 이내 장난스럽게 나의 소중한 유두를 쪽하고……. 아, 간지러! 유두는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구.

어쨌거나 그 모습에 또 아빠 웃음이 자꾸 나온다.

“음…….”

“그렇게 쪽쪽 해도 아저씨는 찌찌가 안 나와요.”

“그런 거 하나도 안 먹고 싶은데!”

그 말에 시은이가 인상을 팍 구기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게 아니라는 듯 항의하는 눈빛에 왠지 모르게 좀 미안한 맘도 들었다만 모닝 섹스는 하고 나면 하루 종일 피곤해서 안 돼!

“아무튼 인마. 아저씨 출근해야 돼. 그러니 정력을 아껴야 돼!”

“우와, 아저씨 일 하러 가는 거구나!”

“그래. 먹고 살아야지. 아무튼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여기 계속 혼자 있을 거야?”

중요한 건 시은이 거취문제 되시겠다. 일단 지내는 거야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는 거라고 쳐도 하루 종일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진 않는 게 사실이었다. 뭐, 저 밝고 해맑은 모양을 보니 어디 하나에 짱 박혀 있을 스타일은 곧 죽어도 아닐 테니까.

“아니! 시은이는 엄마 보러 갈 건데!”

이내 시은이가 해맑은 얼굴로 나를 또 다시 꼭 끌어 안으며 말했다. 내 품이 그렇게 좋은지 ‘말랑말랑!’ 하고 좋아하는 얼굴로 또 나를 짓밟는다……. 아, 나 진짜 운동을 좀 하긴 해야겠다.

“응? 그래……?”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응! 어디에 있는지 아저씨가 알고 있으니까 시은이 데려다 주고 가면 안 돼요?”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런데 너 지하철은 탈 줄 알아?”

“하나도 모르는데!”

꺄르르 웃으며 해맑게 대답하는 시은이를 보니 뭐라 할 말이 없네……. 그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을 짓자 시은이가 도리어 거만 할 정도로 당연하단 얼굴을 해보였다.

“아저씨가 가르쳐 주면 되니까! 왜냐하면 시은이는 머리가 좋아서 한 번 배우면 다 알아!”

“참 나. 널 정말 까버릴 수도 없고……. 그래, 귀여운 맛에 봐준다.”

그리고 시은이 뺨을 낼롬 혀로 햝자 시은이가 “꺅!”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내 유두를 깨문다. 아야, 아퍼!

“안 나온다니까!”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그러다 피나와, 인마!”

남자와 여자는 구조가 달라요! 이건 그냥 장식용이란 말이야!

“아무튼 나갈거면 일찍일찍 준비 해야 돼. 그쪽 바래다 주고 가면 나도 늦을 지도 모르니까. 알겠어?”

“시은이는 준비가 오래 걸리지 않는데!”

“왜?”

“왜냐하면……!”

나의 물음에 시은이가 해맑은 웃음을 띤 채 내가 떼어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스스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장난을 치듯이 침대 위를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다가…….

아, 아무리 빈약해도 저 출렁거림은 있구나.

-흐뭇!

내가 잠깐 흐뭇해 하는 사이에 시은이가 아주 가볍게 뒤로 한 바퀴를 돌았다.

“우와!”

그 날렵한 모습에 절로 감탄을 터뜨리는 동안……!

“어?”

어느 샌가 나신의 시은이는 과천 여고 교복을 입고 있는 숏커트 소녀로 돌아와 있었다.

“왜냐하면 시은이는 벌써 준비가 다 끝났으니까!”

우쭐한 얼굴을 해보이는 그 모습이란! 하지만 이게 정말 마술 같이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짝짝짝!

“와, 정말 너!”

“히힛!”

그런 나의 모습에 시은이가 다시 쪼르르 내게로 달려와 와락 안겨왔다. 이게 정말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다만…….

“워, 워! 지금 또 교복이지! 떨어져!”

경각심을 늦추지 않은 나의 모습에 시은이가 꺄르르 웃으며 소리쳤다.

“싫은데, 싫은데, 싫은데! 왜냐하면 시은이는 아저씨가 좋으니까! 절대로 안 떨어질 건데!”

“이놈의 교복 정말……! 에이, 더러운 세상!”

아직도 포돌이의 잔재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정말인지 얘랑 같이 산다는 게…….

“갑자기 왜 그렇게 쳐다봐요?”

너구리 신부……. 아, 이게 무슨 팀버튼도 아니고. 걔도 정말로 그런 일은 경험 못 해봤을 거다.

“너 옷이나 더 사야겠다.”

“입혀 놓고 아저씨가 벗겼으면서.”

“……그럼 다음엔 입고하면 돼지.”

“어?”

그 말에 시은이가 그럴수도 있단 걸 깨알은 듯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말로는 좀처럼 지지 않던 녀석이 이런 모습을 보이니 저도 모르게 피식 튀어 나왔다.

“아무튼 아저씨 씻고 올 테니까 금조랑 같이 놀고 있어. 같이 엄마 보러 가자. 알겠지?”

“응, 아저씨!”

다른 건 몰라도 시은이가 박현숙씨를 좋아하는 건 맞는 모양이다. 하긴, 요괴라는 흔한 인식과 달리 저렇게 순하고 순진한데 말이다. 그리고 큰 수술 한 박현숙씨가 비록 친딸은 아니지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또한 위안을 얻고 지내던 시은이를 다시 만난다면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후우.”

재빨리 세우와 머리 감기를 마치고 내가 밖으로 나오자 날 기다리고 있었던지 시은이가 셔츠를 들고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이거!”

“너가 골라주는 거야?”

“응!”

아, 정말……. 어린 신부가 이런 기분일까? 교복 입은 시은이가 내게 소라색 와이셔츠를 내밀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뭔가 흐뭇하기도 하고, 야릇하기도 하고…….

“자, 여기로 팔을 쏙!”

“인마, 아저씨가 애냐?”

“애기들이랑 몸이 똑같은데! 뽕냥뽕냥!”

진짜 이게 정말……. 근데 대체 저 뽕냥뽕냥은 무슨 말인 거야……? 배가 나왔단 말인가……? 뭔가 귀엽긴 한데…….

“두고 봐. 아저씨가 정말 운동을 겁나게 열심히 해서 살 떨릴 정도로 멋지게 만들어 올 테니까.”

“응!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에요! 왜냐하면 시은이가 옆에서 감시하면 되니까!”

하지만 너무 귀엽단 건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야. 아, 정말인지……. 이거 또 내 스스로 호구가 될 것 같구만!

“됐고, 저기 바지나 가지고 와.”

“응, 아저씨! 저기 어떤 색깔?”

“소라색 셔츠 잡았으니 오늘은 완전 푸르딩딩하게 가보자. 네이비.”

파릇파릇한 시은이를 가졌단 의미로 오늘의 컬러는 파란색!

“푸르딩딩!”

그 말이 그렇게 좋았던 모양인지 푸르딩딩 하고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시은이. 참, 너무 해맑아서 뭐라 할 수가 없네. 아, 정말인지 사회물에 찌든 이의 천적은 도리어 저런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왠지 모르게 아침부터 정화되는 기분에 흐뭇함을 느끼는 동안 시은이가 네이비색 바지를 가져왔다.

“여기!”

“잘 했다.”

그 모습에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자 시은이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고 살랑이는 듯 싶다가 ‘우와!’ 하고 폴짝 뛰어 내 목을 또 끌어안는다.

“참 나.”

이게 또 이렇게 좋을까. 뭘 해도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정말인지 아침부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그렇게 좋아서 어떻게 하냐, 인마.”

“그럼 계속 이렇게 있으면 되지! 왜냐하면 정말정말 좋으니까!”

저 이렇게 사랑 받고 삽니다, 여러분! 아, 정말인지 흐뭇함이 멈추지 않는 순간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지체하지는 말도록 하자.

“자, 일단은 그럼 엄마 보러 가게, 바지 갈아입게 비켜봐 봐.”

“응, 아저씨!”

그리고 시은이가 떨어지자마자 나는 파자마를 벗고 바지를 갈아입었다.

“양말!”

그 사이 눈치 빠른 시은이가 가만히 있는데도 알아서 척척이다. 양말에다, 양말을 다 신고 나니 마지막으로 재킷까지. 정말……. 아, 어떡하면 좋냐. 진짜! 흐뭇함이 가시질 않네요. 난 행복합니다, 여러분.

“자, 그럼 나가자. 이 새구리들아.”

“까악!”

“우와!”

너무나도 귀여운 두 동거인과 함께 집을 나서는 길. 참, 이제 겨우 6시가 안 된 터라 시간이 무척 이르다 싶긴 했지만 삼성병원을 먼저 들릴 시간은 충분할 듯 했다.

“그냥 지금 시간엔 차 끌고 갈까. 시은아, 너 여기까지 찾아 올 수는 있니?”

“사실은 엄마 그냥 찾아갈 수 있는데! 시은이는 냄새 잘 맡으니까!”

아무렴 시은이가 둔갑술 밖에 없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이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지하철보다는 차로 데려다 주고, 오랜만에 나도 차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왜, 오늘 지현이랑 데이트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 아저씨가 차로 데려다 줄게.”

“우와, 그럼 지하철은!”

지하철이 타보고 싶었던 모양인지 눈을 크게 뜨고 내게 물음을 던지는 그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정말 귀엽긴 하다만 그래도 지금 시간에 지하철로 왔다갔다하는 것보다는 차가 편안할 거다. 음, 뭣보다 지하철에서 교복 차림은 너무 위험하니까…….

“그건 일요일이나, 주말에. 어차피 시간은 미어터지게 많으니까.”

“그래요!”

시은이의 승낙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차 키를 꺼냈다. 음, 나타. 요즘 참 달릴 일이 많아. 그지?

-삑삑!

“자, 그럼 타고 가자.”

“응!”

아침 출근 시간에 나타를 끌고 가는 일은 무척이나 오랜만이다. 아, 근데 생각해보니 이거 끌고 가서 퇴근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냐? 하긴! 뭐 지금 내가 돈 없어서 쪼달릴 팔자는 아닌데! 그쪽에 하루 주차 해둔다고 피눈물 쏟을 정도는 아니란 말이야! 어차피 시은이야 자기 스스로 문도 잘 따는 녀석이니 볼 일 다 보고 돌아와 들어가 있을 것이고, 정 뭣 하면 금조를 보내면 될 거다. 둘이 같이 지내면 되니까! 지금도 어제의 협약 덕분인지 사이좋게 안고 있는 상황이니까.

“자, 벨트 메고.”

“벨트?”

“이렇게.”

조수석에 앉아 있는 시은이의 벨트를 끌어 당겨 메주자 시은이가 그틈에 쪽 하고 입술을 맞춰왔다.

“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와 물음을 던지니 대답대신 동그랗게 뜬 눈으로 다시 한 번 내게 입술을 쪽쪽 마주칠 뿐이었다.

“왜냐하면 좋으니까?”

아, 나 정말……. 이런 해피한 아침은 정말 처음이지 말입니다!

“아무튼! 자, 그럼 출발한다.”

“응! 아저씨! 빨리 가요! 엄마 보러!”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타를 몰기 시작했다. 참, 그러고 보니까 오늘 구슬이를 못 봤네. 매일 아침마다 구슬이를 보고 가야 속이 편안해질 무렵인데 말이다. 하긴, 뭐 지금 별 일이야 있을까? 일단 시은이 먼저 데려다 주고 사무실 가서 확인해봐도 될 일이니 말이다.

“갑니다. 꽉 붙잡으시고.”

그리고 나타를 몰고 47번 국도를 탔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이른지라 그렇게 차가 많이 밀리진 않았다. 뭐, 이 시간에도 외각이라 강남 쪽으로 출근하는 차량들이 꽤 보이긴 하는데 차 끌고 출근 할 일은 사실 잘 없다고 봐야지.

“빠르다!”

지하철 만만찮게 차도 신기한 모양이다. 대체 시은이 녀석이 어떻게 생활을 해온 걸까? 2년 전 하산 했다 했으니 그럼 그때부터 줄곧 관악산 일대의 과천 쪽만 배회하며 다닌 것일까? 하긴 내가 본 요괴들 움직임을 시은이도 충분히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차 타고 움직이는 것보다는 걸어 움직이는 게 훨씬 빠르겠지.

“까악까악!”

“우와우와!”

음, 조금 부산하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을 잘 한 것 같다. 갈아탈 필요도 없었고, 거의 막히지도 않은 터라! 몸 편한 게 최고지!

순식간에 삼성까지 도착한 나는 삼성 병원 앞에 차를 세웠다.

“자, 다 왔다.”

생각보다 정말 빨리 도착했다. 강남 들어와서도 신호에 걸리지 않고 쭉쭉 치고 나왔던 터라 흐뭇한 기분으로 이야기를 하자 시은이가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그런데 엄마 냄새 안 나! 이상한 냄새만 나! 소독약……?”

아무래도 시은이가 코가 민감하긴 정말로 민감한가보다. 하긴 지금 박현숙씨 냄새가 그렇게 날 건덕지가 없을 거다. 병원에 입원을 한 상태니까. 더불어 여기 저기에서 병원 특유의 약품 냄새도 날 거고.

“병원에서 지금 치료 받고 계시니까 그럴 거야. 306호실이야.”

“응! 아저씨!”

그 말에 시은이가 다시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그리고는 내가 채워줬던 벨트를 풀어내고는 바로 또 다시 내게 와락 안기며 내 입술에 입술을 맞추었다. 얘, 뽀뽀 하는 거 정말 좋아하는구나! 진짜!

“아무튼 조심해서 갔다 와.”

“그 나쁜 새만 아니면 시은이는 괜찮아요! 그러면 시은이는 엄마 보러 갈게!”

박현숙씨가 많이 보고 싶었던 모양인지 시은이가 재빨리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도 일 잘해요~!”

그리곤 바로 병원을 향해 달려가는 시은이! 역시 겉모습은 그냥 여고생이지만 확실히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더 빠른 몸놀림이었다. 순식간에 멀어진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문은 닫고 가야지. 아후, 저걸 진짜…….”

에이, 저 귀여운 미물을 내가 감히 어떻게 나무라겠냐? 그저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나는 벨트를 풀고 몸을 뻗었다. 시은이가 앉아 있던 조수석 문을 닫으려고 손을 뻗는 바로 그 순간…….

“까악!”

놀란 금조의 소리가 들려왔다. 응? 갑자기 왜 그러나?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쿵!

============================ 작품 후기 ============================

오늘은 편두통이 심해서 좀 늦었네요.

컨디션이 상당히... 흔들린 상태인지라.

하지만 아청법은 두렵지 않다능...

둔갑술 우라마시로 피해갔다능... 헤헤...

+

오늘 오랜만에 아는 형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함께 새벽을 나누던 굉장히 좋은 형님이었던지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면서 이야기가 나온 게 있는데 웹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원래 이 형님이 그림을 기리시던 형님인지라 스토리 부분에 대해서 저와 함께 일을 하는 게 어떠냐 제의 해주시더라구요.

그런고로 만약 '착하게 살자!'가 웹툰으로 나온다면 어떠하겠습니까?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하셨던 형님이고, 좋은 스토리를 찾고 계신지라 제 작품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으로나, 매니아층에게도 어필 했던 착하게 살자를 웹툰화 시키면 좋을 것 같다 이야기 했습니다.

자세한 건 다음 주 중으로 얼굴 보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은데 착하게 살자를 좋아하시는, 혹 재미있게 보셨던 분들이 한 마디씩 남겨 주신다면 아주 빠르게 웹툰으로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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