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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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이대로 가는 건가요……?”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주미 원장이 다시 한 번 내게 앙탈을 부렸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단호하다.
“주인이 누구지?”
“주인님이세요.”
왜냐하면 오늘 있었던 일은 내가 너무 긴장감이 없었던 탓도 어느 정도는 있으니까. 물론 이런 주종 관계로 접어든지 불과 며칠 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게 적응될 리 만무했지만 주미 원장의 독단적 행동은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단 게 주요 쟁점이다.
이게 오늘 시은이를 거의 죽일 뻔 한 일이나, 청령을 납치해온 일 때문만은 아니다. 분명히 그녀가 나를 위해서 해주는 일은 내게 해가 되진 않겠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그게 전부 다 나를 위한 것만은 아니란 사실이다.
“그럼 누구 말을 들어야 하지?”
“……주인님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 내가 뭐라고 했지?”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라고…….”
지금이야 미약의 힘 덕분에 내가 1번이라고 하지만 2번은 구슬이고, 내 수명이 다하는 날엔 바로 구슬이 1번에 등극 할 테니까. 그 날을 위해서 안배 해놓는 것까지 뭐랄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아…….”
특히나 강력한 힘과 난폭한 본성 덕분에 일방적으로 다른 요괴들에게 군림하는 모습은 내게도 그렇게 보기 유쾌한 대목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난 휴머니즘 있고, 측은지심이 있는 사람이거든.
사실 보통 사람 만나는 일을 해보지 못했고, 그렇다 하더라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나누지 못한 상병신들에겐 이런 내가 답답해 보일 수도 있을 거다.
“내가 주미 원장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통제 해야 할 부분들은 몇이 있다고 보고 있어. 내 말 알아 듣겠어?”
“네, 주인님…….”
꼭 이런 애들이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가지지 못해서 다른 사람 위에 확실하게 군림을 한다, 안 한다로 관계를 획일화 시키고 나누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존나 편집증적인 거거든. 이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암만 나이가 많아도 그거 헛으로 쳐먹어서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열어본 경험은 일천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기가 이상한 걸 알 수 밖에 없거든. 정상적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제대로 된 관계를 만들지를 못하잖아? 하지만 존심이 있어 그걸 인정 할 수는 없으니 또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거야.
“난 주미 원장을 존중해. 날 위해서 해준 일이란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워하는 일과 주미 원장이 날 위해서 해주는 일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단 거야. 그렇기 떄문에 그런 부분에서 문제를 최대한 감소 시켜 보고 싶은거야. 알겠어?”
“네…….”
그리고 그 안에서 남이 뭐라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인생의 진리는 오직 나 뿐이며, 내가 경험하고 있고, 믿고 있는 게 전부란 식으로 지껄이고 다니고 고까운 태도를 유지하는 거지. 그런 식으로 아집을 키워온 인간들이기 때문에 화합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케이스와 시츄에이션을 막론하고 자기보다 밑이라고 생각되면 진짜 악랄해도 이렇게 악랄 할 수 없는 인간으로 돌변해서는 군림하려고 하지.
왜냐하면 안 그러면 불안하거든. 너무 불안하고 쪼달려서 참지를 못하는 거야. 그러니까 이런 놈들은 시련에도 약해. 견디질 못해. 금방 불평 불만 터져 나오고, 또 자기 의견을 피력해줘야 해. 안 그러면 존중 못 받을 거란 출처불명의 피해의식이 있거든.
꼭 보면 존나 고문관 찌질이 같은 새끼들이 나중에 상병 달고, 병장 꺾이면 밑에 애들 못 살게 구는 거나 여자 앞에서 말 한 마디도 못 떼는 병신 새끼가 꼭 아가씨들 앞에서는 개지랄 진상을 부리는 것과 같은 이치지.
좆밥이 달리 이유가 있어서 좆밥이 아닌 거다. 기본적으로 평균치를 가져야 할 사회성 부분이 평균치에 미치지도 못하니 당연한 일 아니겠냐. 존나 문제 인식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는데 이것들은 어떤 의미로는 참 불쌍하다. 근데 그걸로 끝이야. 왜 그런 거 있잖아? 불쌍하긴 한데 친해지긴 싫은 거. 알아도 이런 새끼들은 곁에 두고 구제하려고 노력 해줄 필요가 없지.
왜냐하면 범도는 호구가 아니니까요! 내가 좆병신도 아니고 왜 그딴 것들한테 시간 낭비를 해야겠냐? 지금 주미 원장도 다스리기 바쁜 판에 말이다!
“아무튼 오늘 고마웠어. 주미 원장 덕분에 마음 놓을 수 있어. 하지만 오늘은 생각 할 거리들이 필요 할 것 같아. 청령을 처리하는 문제도 그렇고. 주미 원장이 날 위해준다면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푹 쉬고 주말 쯤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땐 우리 둘이서만 나눌 수 있는 다른 것들도 충분히 느긋하게 겸할 수 있겠지.”
사람을 다스리는 일이 사실 익숙한 사람은 크게 없을 거다. 특히나 이런 식으로 주종관계를 다루는 게 익숙할 사람이 현대에 얼마나 있을까?
그렇지만 사나이 계범도, 기본적인 감각은 있다고 본다. 난 사람들과 충분히 호흡하며 살아온 놈이니까! 뭐, 그 중 반 이상은 길에서, 술집에서 만난 헌팅걸들과의 호흡이었지만! 후훗!
“그래서 이건 내가 처음으로 내리는 명령이야. 주말까지는 기다려.”
관계에 있어서 상대가 내게 일방적으로 애정 공세를 퍼붓는 상황이라면 그걸 케어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당신이 그렇게 안달하지 않아도 내 마음은 변함없다’라고 안심을 시켜줘야 한단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확실한 플랜’을 잡아 주는 일이다. 이 두가지가 묻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단호하고 확실한 태도로 상대를 다뤄야 할 필요가 있거든.
그런 고로 주미 원장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등을 다독이자 주미 원장이 “아…….” 하고 야릇한 소리를 내며 몸을 배배 꼬곤 나를 마주 안았다.
“네, 주인님…….”
흥분감이 섞인 목소리는 굴종의 쾌감을 무척이나 진하게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래, 꼭 채찍질하고 촛농 떨어뜨리고 폭언을 해야만 주종 관계가 엮이는 게 아니야. 오히려 주미 원장에게는 이런 정신적인 굴복이 더욱 더 강렬하게 느껴질 걸?
“기다릴 수 있겠어?”
그 말에 주미 원장이 기다리기는 힘들 것 같다는 욕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마른 목을 적시듯이 꿀꺽 하고 침을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께 안기고 싶어요……. 너무 너무…….”
“쉽게 주진 않을 거야.”
“너무 하세요…….”
“주미 원장이 그러는 걸 보니까 더 괴롭히고 싶어.”
음, 사실 나도 그런 성향이 좀 있는 것 같긴 해. 애가 타는 주미 원장을 보니 나도 불끈불끈하고, 또 금방이라도 안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라면 이때는 아니야.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상대를 조금 더 안달 나게 해줘야 한다. 음, 남녀 사이의 왕도는 이거거든. 밀당의 근원은 상대를 얼마나 안달 나게 하느냐인데, 왜 그래야 하냐 하면 그래야 상대가 날 좀 더 좋아하게 되거든.
지금은 주미 원장이 약 때문에 나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건 좀 존심 상하잖아? 그러니까 확실히 다시 주미 원장도 내가 또 다시 꼬셔 보겠어! 꼬시고 또 꼬셔서 주미 원장의 영혼에다 계범도 석자를 새겨줄 테다!
“음…….”
그리고 부드럽게 입술을 마주치자 주미 원장이 다시 내게로 저돌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오늘은 키스만 해주께.”
친구의 히로인 진숙이로 빙의해 도도하게 멈춰버린 나의 모습에 주미 원장이 울상을 띤 채 나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다음을 기대해.”
솔직히 나도 지금 겁내 하고 싶지. 영단 먹고 나니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 폭발적인 발기력하며……. 아, 케이로스 씹새가 날린 주먹감자보다 튼실하고 우직한 느낌이다!
“네, 주인님…….”
뭣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주종관계를 정착시키는 일이렸다. 나는 내 방식대로 주미 원장을 길들이겠다. 휴머니즘 넘치는 휴먼 조련사 계범도를 위해서 참아야지!
침울한 얼굴로 고개 숙이는 주미 원장이 자못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쪽.
다시 입술에 입을 맞추자 그 간질한 느낌에 주미 원장이 금방 미소 짓는다.
“이상한 느낌이네요. 이런 거에…….”
“그 느낌들을 가르쳐 줄 거야. 계선생님이라고 불러.”
“후훗…….”
인간적인 것과는 절대 거리 있는 존재, 요괴! 그 요괴들 중에서도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주미 원장이다 보니 이런 소소한 감정들의 교류를 불러오는 스킨십이 오히려 섹스나 키스보다도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래, 그런 것들을 살려주겠어. 사나이 계범도, 연애의 신으로 등극해주겠다!
내가 좀 웃긴 바보 형 같은 면모도 있긴 하지만 내 이름 가운데 들어간 범은 범범자다. 발음 똑바로 해. 범법자 아니거든!
“아무튼 그럼 이만 돌아가 봐. 늦기 전에 가서 주미 원장도 쉬어야지. 주말엔 가만히 두질 않을 거니까.”
“후훗, 네…….”
주말 생각에 벌써 들뜬 것인지 주미 원장이 몸을 배배 꼬아 보였다. 참 이렇게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데…….
“혹시라도 저 잔망한 계집애가 수작을 부리거든 바로 금조를 부르세요, 주인님.”
내 방에 숨어 있다가 빼꼼히 고개 내밀어 우리를 염탐하던 시은이를 바라보는 눈초리는 역시나 살벌하기 그지 없다.
“아, 아닌데! 시은이는 안 그런데!”
숨어서 보는 주제에 당황해서 버럭 소리를 지르곤 방으로 도망치는 시은이를 보니 참…….
“내가 암만 멍청해도 쟤한텐 안 당할 거야.”
“후훗, 그러네요.”
분명히 시은이도 나이는 50살이 넘었을 거다. 전쟁 나기 전에 태어났다면 한국전쟁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점이 많은지 원. 그래도 너무 하는 짓이 귀여워서 삼촌팬의 마음이 또…….
-흐뭇!
아마 내가 작가라면 이런 효과음을 또 썼을 거야.
“아무튼 그러면 저는 가볼게요, 주인님…….”
그 사이 주미 원장이 나를 바라보며 아쉬운 목소리로 이야기 꺼냈다. 이제 체념한 모양인지 서운함 묻어나는 눈빛이 정말 화려하고 성숙해 보이는 모습과 대조되어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알겠어. 조심해서 들어가.”
“네, 주인님.”
“뽀뽀.”
그 말에 주미 원장이 다시 웃음 짓는다.
-쪽!
그리고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하는 듯 한 얼굴로 내 입술에 살며시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가 조금스럽게 내게서 떨어져 갔다. 뽀뽀란 게 참 묘한 거야. 키스보다 가볍고, 연한데 여운은 그것 이상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헤어질 때 하는 입맞춤은 뭣보다도 다음을 기약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지.
결정적으로 이건 순응 테스트라는 건데 상대에게 가벼운 부탁, 요구를 해서 듣게 함으로써 내게 복속시키는 기본 원리가 깔려 있기도 하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처럼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시작해서 점차 순응이 커져가면 갈수록 상대의 행동을 통제 할 수 있는 계범도 연애의 비기라고 할까.
고추 친구들, 이런 고급 정보는 분명히 일생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야. 조……개 친구들은 이런 거 조심해. 이게 무의식적인 반응이라서 한번 복속이 시작되면 나중에는 거절하기가 몹시 힘들어 지는 상황이 생겨나니까.
뭐 몇 가지 더 알려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우리의 여운을 위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럼 가볼게요.”
“조심해서 들어가. 연락해.”
“네, 주인님.”
다소 강력했던 등장과 달리 놀랍게 얌전하고 사근해진 주미 원장이 드디어 우리 집을 나섰다.
-띠리릭.
손을 흔들어 배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아저씨!”
방에 숨어 있던 시은이가 쪼르르 달려와 내게로 뛰어 들었다.
“인마! 무거워!”
“저 나쁜 새! 혼 내줘요! 너무 나빴어!”
아직도 겁을 먹은 게 가시지 않은건지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자그마한 시은이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시은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다독였는데…….
-끼릭, 끼릭.
순간적으로 ‘HANDCUFFS OF PODOL’의 사운드가 귀에 들린 것 같았다.
응? 이게 뭐냐고? 포돌이의 수갑소리…….
“잠깐!”
“왜요……?”
“인마, 교복은 위험해! 불안해서 안 되겠어!”
후훗, 사나이 계범도 이토록 치밀함 마저 가지고 있지! 날 물로 보지 마!
“일단은 좀 떨어져……!”
“안 떨어질 거야! 왜냐하면 시은이는 지금 되게 무서우니까요!”
하지만 이게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인마! 누가 잡아가냐!
“주미 원장 갔으니까 걱정 하지 말고! 떨어져 봐, 좀……!”
“그 나쁜 새가 시은이 목에 이상한 걸 채웠어요!”
“아니, 그건 그래! 그러니까 일단은 좀 떨어져서……!”
아유, 이것도 요괴라서 그런가 왜 이렇게 떨어지질 않냐! 악을 써봐도 나를 꼭 끌어안고 떨어지지 않는 시은이의 모습에 도리어 지쳐버린 나는 헉헉 숨을 몰아쉬고 말았다.
“혹시 아저씨가 나쁜새한테 시켜서 시은이 목에다……?”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이젠 아예 이걸 즐기는 모양이다.
이 뻔뻔하기 짝이 없는 귀요미가 끙끙 앓는 내 모습을 보며 또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서 일부러 얄미운 질문을 던지자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모습에 시은이가 자신을 따라한 걸 알았던 모양인지 한쪽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고 말았다.
“웃음 터진 거 다 알거든?”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너구리 계집애 쓸 데 없는데 자존심이 있는 모양이다. 웃음이 터진 걸 꾹 참느라 입술을 바짝 오무린 게 자그마한 손 너머로 안 보여도 훤히 보이고 있거늘!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아닌 것 같은데?”
“아닌데……!”
번개 같은 나의 아닌데 공격에 시은이가 받아치지 못하고 다시 멈추고 말았다.
“너 그거 아냐? 입술 그렇게 오므리면 항문 같다.”
“더러워요!”
하지만 더러운 대신 시은이 웃음을 터지게 만든 모양이다. 그 말에 시은이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던 것을 풀고는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여튼 어린 애들은 똥구멍, 방구 이야기만 나오면 사죽을 못 쓴다니까.”
“아닌데, 아닌데……!”
“좋아 죽는구만.”
그 말에 시은이가 앙탈을 부리며 내게로 꼬물꼬물 더 안겨오고 말았다.
아이, 젠장. 포돌님, 지금 저 맹렬히 저항했지만 당하고 있는 겁니다. 얜 교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50살이 넘었어요. 그러니 수갑은 넣어두십쇼. 예?
“자, 아무튼 이제 진정 됐어?”
“아저씨는 따뜻해요. 든든하다!”
“왜냐하면 아저씨는 짱짱맨이거든요.”
떼어내기를 체념한 나의 말에 시은이가 더욱 더 환하게 웃으며 내 품에 고개를 기댔다. 아니, 이게 참……. 지금 좋긴 좋은데 이건 무슨 고목나무 매미도 아니고, 정말! 자꾸 웃음만 실실 나오네.
“짱짱맨이 뭐에요?”
“얼굴도 짱, 마음씨도 짱인 아저씨 같은 남자를 의미하는 말이야.”
“우와, 그럼 아저씨는 짱맨이다.”
“얼굴만?”
“우와, 거짓말 했다. 이제 보니 그냥 맨이다.”
“……죽을래?”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아, 화딱질 나! 이게 귀여운 건 맞는데 은근히…… 얄밉네. 내가 정말 말로는 어디 가서 꿀리질 않는데 지금 압도적으로 짓밟히고 있는 이 기분은 뭐지……? 너무 진실 어린 눈빛이다 보니 차마 받아칠 수가 없다. 이겨도 이기는 게 아닌 그런 기분 말이다. 후…….
그래도 화 내면 지는 거다. 자, 침착해. 침착해.
“아무튼 시은아. 교복은 일제 치하의 잔재라고 할 수 있어. 난 한국인으로써 그 치욕스러운 과거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당신의 고통이 떠오르도록 하는 교복을 지켜 볼 수가 없는 입장이란다. 아저씨를 위해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 주겠니?”
“시은이는 다른 옷으로 변신 못해요! 왜냐하면 이 모습 말곤 제대로 변 할 수가 없어요!”
“그럼 나가서 한 벌 사오자. 오케이?”
“떡볶이는……?”
“그래, 그것도.”
그제야 내게 안겨 있던 시은이가 바닥으로 내려왔다.
“응! 아저씨! 오늘은 힘들고 무서웠으니까 많이, 많이!”
“그래, 인마.”
“까악!”
그제야 금조도 내게로 퍼드득 날개 짓을 해왔다. 그 모습에 시은이가 또 겁을 먹은 모양인지 재빨리 내 등 뒤로 숨자 금조가 다소 뻘쭘한 듯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금조는 괜찮을 거야.”
“까악.”
금조도 주미 원장이 시은이를 너무 험하게 다룬 게 미안했던 모양인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은이는 경계심을 풀지 않는 눈초리다.
“너 여기서 지내려면 금조랑도 계속 같이 있어야 하는데?”
“윽!”
참, 이게 우리 집을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는 모양이다. 결국 어쩔 수 없단 얼굴로 시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금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한테 나쁜 짓 하기 없다고 약속해, 금조야.”
“까악?”
“그 나쁜 새처럼 괴롭히기 없다고! 왜냐하면 아까 정말 너무 아팠단 말이야!”
“까악…….”
괴롭힘은 금조의 보람 중 하나인지라 금조도 포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걸 또 망설이냐, 예끼놈!
“까악.”
하지만 이내 극적 타결이 된 듯 금조가 고개를 끄덕이곤 시은이의 손에 날개를 내밀었다. 시은이가 금조의 날개를 조심스럽게 붙잡자 금조도 고개를 끄덕인다.
와, 믿어지십니까?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새와 너구리의 극적 타결 현장을 보고 있습니다.
“내가 맛있는 고기도 많이 많이 줄게. 아저씨한테 말해서.”
“까악!”
결국 다 내 돈이잖아, 이것들아! 아, 참 얼 척이 없지만 그래도 둘이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 절로 웃음이 다 나온다. 극적 타결을 마친 새와 너구리라니 정말……. 이걸 어디서 볼 수 있겠냐?
“자, 일단은 나갔다 오자. 나도 생각지도 못한 일로 씨름해서 배가 고프네!”
“네! 아저씨!”
“까악!”
============================ 작품 후기 ============================
범범자 계씨의 평범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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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늘도 LG가 이길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LG가 내려갈 때가 아니기 때문이죠.
LG가 내려가는 건 모두가 가을 야구에 들어갈 수 있단 희망을 가질 때.
왜냐하면 Down Team is Down 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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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삼성이 질 줄은 몰랐어요. 이 계좌식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