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다들 수고 하셨어요!”
지현이가 적극적으로 인사를 먼저 하고 내 뒤를 따르자 다들 미소가 먼저다. 첫 날인데 이걸로 지현이 첫 인상 나빠지거나 그러진 않겠지? 음, 그래. 은갱이나 다들 착한 편이니까 문제는 없을 거다!
“휴. 일찍 퇴근 했는데 어떻게 정말 같이 병원에……?”
“네, 오빠! 지금 지하철 진짜 타기 싫어요. 끔찍해요.”
“그럼 못 먹어도 고지!”
지현이에게도 다시 생각을 물어봤지만 대답은 마찬가지!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내밀자 지현이 살짝 주변을 돌아보곤 미소와 함께 내 손을 잡았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곤 안심한 표정으로 잡는 게 또 왜 이리 귀여운지! 흐뭇하다, 정말!
“그런데 오늘 병원은 누구에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일이 그렇게 됐어. 그렇게 잘 아는 분은 아닌데 보호자가 없어서 나라도 가있어야 할 것 같거든.”
“아…….”
물음을 던지는 지현이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될는지. 진짜 이걸 뭐라고 이야기 하면 되냐? 어제 쉬는 동안 낮에 시은이라는 귀신을 만났는데 그 애가 오늘 전화를 해서 뭐 그렇게 된 거다……? 에이, 답이 없지. 그러면.
“아무튼 그냥 가서 상태만 보고, 좀 이야기도 나눠볼 게 있어서.”
시은이 정체는 내가 뭔지를 모르겠어. 그런데 일단은 이걸로 인연이 닿았으니 박현숙씨 경과를 보고 수술을 해서 앞으로 잘 살 수 있도록 해야지. 음, 그래. 그게 맞는 일이다.
“그러면 오늘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병원에 가준 거예요……?”
“이게 사연이 좀 복잡한데. 뭐 따지고 보면 그런 셈이야. 잘 모르는 애긴 한데 그래도 엄마가 쓰러졌다는데 내가 어떻게 외면하겠어? 도착해서도 사정이 그렇게 돼서 내가 보호자로 있게 됐거든.”
“우와……. 그렇구나.”
내 설명에 지현이가 대견하다는 듯 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애정 섞인 사랑스러운 눈빛에 괜히 또 기분이 으쓱해진다. 아, 정말 이 휴머니즘 덩어리.
“사람이 사람답게 해야 할 일 하는 거지, 뭐.”
“오빠, 멋있어요! 요즘엔 이런 사람 정말 찾아보기 힘든데……! 우와!”
오히려 아까 전에 내가 인센티브로 엄청난 성과를 올렸단 소리를 들었을 때 보다도 들뜬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 뭔가가 또 다른 기분이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정화된다는 느낌? 아, 이거 정말……. 정말 지현이는 요즘 애들 안 같아.
“그건 너도 마찬가진데.”
“네?”
“아냐. 아무튼 진짜 내가 본 사람 중에 너가 제일 이쁘다.”
“아…….”
“정말로. 입 발린 소리가 아니라.”
가끔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있는 그대로 꺼낸다는 것.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그조차도 쉽지 않지만 사나이 계범도, 이젠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련다. 혹시나 지현이가 부담스러워 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지만 내가 사실을 이야기 하고 왜 후달려야 하나?
당당한 내 눈빛에 지현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는 마주잡은 내 손을꼭 쥘 뿐이었다.
-두근!
아, 설렘! 이 풋풋함!
물론 구미호 아리나 주미 원장이 어떤 의미에서 지현이보다 더 이쁘긴 하겠지만 걔들은 사람이 아니니까……. 음, 그러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사람 중에선 지현이가 최고니까! 김태희? 전지현? 한예슬? 그 까짓게 무슨 상관이냐. 만지지도 못 할 거.
“저도 제가 본 사람 중에 오빠가 제일 멋져요.”
“꼴뚜기 왕자 같은 생겼는데?”
“네?”
그 말에 지현이가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가식 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또 내 맘을 사로잡는다. 뭐, 자칭 꼴뚜기 왕자지만 당당하기 짝이 없는 나의 눈웃음에 지현이가 더 환한 웃음을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제일 멋져요!”
“그래, 남잔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한 법이니까. 마음만큼은 정우성이다, 정우성.”
“은근히 닮은 것도 같아요!”
“눈, 코, 입 달린 게?”
“아뇨! 그냥 분위기가!”
연신 빵빵 터지는 지현이의 모습에 내 마음도 녹는 중이다. 아, 정말인지 이런 퇴근이라면 웰컴인데!
“까악!”
그리고 함께 건물 밖을 나서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금조가 내 어깨 위로 내려 앉았다.
“어머!”
“까악?”
놀란 지현이가 움찔하며 금조를 바라보자 금조가 얜 또 누구냔 얼굴로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이, 이 새는 뭐에요?”
지현이는 금조의 등장에 무척이나 놀란 듯 싶었다. 하긴 그것도 무리가 아니지.
“아, 내가 키우는 새야. 금조라고…….”
“새 데리고 출근해요? 오빠……?”
“아니, 뭐 내가 프리바디라서 얘도 프리버드거든. 그래서 그냥 방목해서 키우는데 나 따라 온 거야.”
“그게 뭐에요……!”
이내 웃음을 터뜨리는 지현이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하자 금조가 고개를 갸웃하며 지현이를 바라보았다.
“인마, 같이 일하게 된 비서 언니야야. 이쁘지?”
“까악?”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금조의 모습에 처음에는 좀 무서워 하던 지현이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별로 안 이쁜가봐요!”
“그럴 리가 없지! 그렇지?”
“까악!”
냉정하게 고개를 흔드는 금조의 모습에 지현이가 또 다시 웃음이 빵 터진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음, 아무래도 이거 약간 주미 원장의 견제가 섞여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아니면 금조도 여자라서 질투를 하던가!
“아무튼 빨리 가보자! 금조야, 아까 그 병원 간다. 그쪽으로 오면 돼. 알겠지?”
“까악!”
그리고 금조가 먼저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 복잡한 강남에서 저토록 자유로운 모습이라니!
“와, 말을 다 알아 듣나봐요.”
“쟤가 완전 요물이야, 요물.”
“그러게요! 근데 부럽다……! 나도 저렇게 퇴근하면 좋겠어요!”
“날개 달고? 그럼 하늘 나라 도망칠까봐 안 되는데.”
“아, 오빠 그건 아니에요!”
“아니야? 계속 옆에 있을거야?”
“네……!”
닭살 멘트라지만 서로 호감 가는 상황에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나! 후후 웃음과 함께 부끄러워하는 지현이의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지하철로 걸음을 옮겼다. 비록 지금 시은이라는 귀신인지, 요괴인지 알 수 없는 아이 덕분에 예정에 없는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라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참 설레고 즐거운 길이었다.
박현숙씨에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니까 이 정도는 뭐…….
“아무튼 가서 잠깐 이야기만 나누고 다시 지하철 타고 가면 될 거야. 그럼 거리가 꽤 되는데……. 아님 그냥 택시타고 갈까? 편안하게!”
수술비로 돈이 나간 게 있을 것이고, 또 앞으로 들어갈 돈이 수천만원에 달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페이스로는 억대 연봉도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아니, 뭐 이미 토토로 부대수익이 어마어마한데 무슨 걱정이람!
“아니요! 지하철 타고 가요! 그 정도 시간이면 퇴근 시간 지나서 그렇게 많이 막히진 않을 거에요. 사당까지만 참으면 되잖아요? 작은 돈일수록 아끼라고 그랬어요.”
“아우, 진짜 이뻐 죽겠네. 어머니가 정말 딸을 잘 키웠네!”
“그런가요?”
후후 웃으며 내게로 팔짱을 껴오는 지현이.
먼저 사귀자, 좋아한다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연인 분위기가 묻어나는 듯 했다. 이런 게 진짜 연애지! 암! 서로 좋은 감정이 싹터서, 언제가 첫 날인지 모르는 연애! 크, 기념일 같은 게 필요하다면 그건 우리가 처음으로 하나된 날부터 아니겠냐?
그 행복감 속에서 선릉과 도곡 환승을 마치고 도착한 삼성병원. 벌써 도착한 금조가 날개를 퍼덕이며 내 어깨 위로 내려 앉아 보였다. 아, 이 녀석 참.
“후우. 일단은 암환자 병실로 가야 하니까. 금조야, 잠깐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까악?”
“병실엔 새 못 들어가, 인마. 금방 나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응급 수술을 통해서 상태가 일시 좋아졌다고 하지만 면회 신청을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절차 확인을 위해서 서둘러 걸음을 옮기니 안내 데스크도 슬 퇴근 시간이 되어서 그런지 제법 분주하다.
“박현숙 환자 보호자입니다. 병실이 어디죠?”
“잠시만요. 박현숙 환자면…….”
“오늘 응급 수술로 온 환자 분요. 대장암…….”
대장암. 남 일 같진 않은데……. 워낙에 이게 40대 중년에겐 치명적이지 않냐. 아무튼 곧 안내 데스크 직원이 박현숙씨가 현재 입원해 있는 병실을 내게 말해주었다.
“이쪽으로 쭉 가셔서 올라가시면 돼요. 306호실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병실을 확인한 나는 기다리고 있던 지현이에게 손짓을 했다.
“이쪽으로.”
“네, 오빠.”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보러 간다 생각하니 지현이도 덩달아 긴장한 모습이었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306호실 앞으로 도착하자마자 굳게 닫혀 있는 병실 문이 보였다.
“후우.”
잠이 든 것인지 박현숙씨는 당최 움직임이 없었다. 젠장. 그럼 확인을 할 수 있을 만한 게 전혀 없는데…….
“안에서 주무시고 계신 것 같으신데요……? 아직 회복이 안 되셨거나…….”
“그러게…….”
지현이도 병실을 한 번 슥 보고는 그리 이야기를 전해왔다. 하긴, 수술 하고 바로 눈을 뜬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지.
“음, 그러면 그냥 가야 하나.”
괜한 발걸음을 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어정쩡하게 병실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어……? 혹시……?”
박현숙씨의 친인적이거나 지인이었던 모양인지 앞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서 걸어나온 아줌마가 날 보고 말을 걸었다.
“예?”
“혹시 언니 보호자 해줬다는……?”
“아, 예. 접니다. 혹시……?”
“아이고! 난 언니 동생! 아이고, 정말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아, 다행스럽게도 박현숙 씨 가족이 온 모양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내게 박현숙씨의 동생이 정말로 고맙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붙잡았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뭐라고 해야 하나. 맘이 다시 한 번 더 뭉클해졌다.
“아닙니다, 아주머니. 그냥 할 일 한 것 뿐인데요.”
“근데 언니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내가 아무리 이름을 봐도 전혀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모를 것도 아닌데!”
그리고 그녀가 내게 물음을 던졌다. 하긴, 이런 이야기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전혀 모르는 생판 남이 보호자를 자청한데다 입원비까지 대신 내어주었으니 말이다. 그래,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만…….
“저도 연락을 받았어요. 박현숙씨 따님한테.”
“예?”
그 순간 시은이의 이모 되는 아주머니의 눈이 커졌다. 그래, 나도 왜 그런지 안다. 그 광경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 있는 지현이를 뒤로한 채 내가 다시 그녀에게 눈빛을 보냈다.
“전 저기 있는 박현숙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어제 분명히 과천에 중앙동에 있는 공원에서 걔를 만났거든요. 그때 걔한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명함을 줬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어요. 그게 박현숙씨가 쓰러졌단 연락이었고, 119에 전화해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이야길 했죠. 그리고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구요.”
“그, 그게……. 정말인가요……?”
“예. 저, 정말 모릅니다. 어디 사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연락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만날 수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덕에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도울 수 있게 된 것 같구요.”
당황을 정확히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내가 안면식도 없는 박현숙 씨를 도울 수 있었던, 그리고 돕게 된 계기 정도는 이야기 해야 된다 생각이 됐다. 그 말에 시은이의 이모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지 그것이 죽어도 제 어미를…….”
응?
“예?”
“그것이 죽어서 제 어미를 이렇게 챙겼나 보네요! 아이고, 정말……! 정말 다행이네요!”
아니, 잠깐!
“저기 어머님, 지금 뭐라고 하셨죠?”
“네……?”
“아니, 그러니까 이름이……?”
“민지라고…….”
“시은이가 아니구요?”
그 순간 나는 또 다시 패닉 상태로 접어들고 말았다.
맙소사! 시은이가 아니라 민지라고? 이건 도대체 무슨!
“시은이라뇨……?”
“어제 만난 애가 자기 이름은 시은이라고 했는데…….”
“아니에요, 우리 조카는 민지인데…….”
“예?”
아니, 이게 대관절 도대체 또 어떻게 된 일이야? 얼 빠진 내 얼굴에 시은이…… 아니, 민지 이모님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와, 맙소사. 내가 지금 더…….
“민지라구요……? 과천여고 다니고 숏커트에……?”
“그건 맞는데 시은이라는 이름은…….”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순간 또 다시 멍해진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우두커니 멈춰서고 말았다. 와, 그럼 대체 얘 정체는 뭐야?!
“시은이면……. 혹시 언니가 얘기하던 애인가?”
“예?”
“아니, 언니가 민지랑 형부 사고로 잃고 계속 우울해 하다 요 근래에는 좀 목소리가 많이 밝아졌더라구요……. 민지랑 똑같이 생긴 애가 놀러를 온다고…….”
“아!”
혼란이 더해진 와중에 다시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시은이는 어쩜 박현숙씨와는 별개의 존재일런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대체 뭐지? 왜 엄마가 위태롭다고 한 거지? 대체 정체가 뭐야……?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어요. 그런데 걔가 맞을 것 같기도 하고…….”
아, 혹시 시은이가 박현숙씨의 친딸이 아니라면 신고를 하고 문을 열어놓은 채 도망을 쳤을 수도 있겠다. 이 사연이 또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도 확실한 게 있다면……!
귀신이 아냐! 귀신이 아니라고! 그래, 씨발!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어?!
겁나게 무서워하던 귀신이 사라졌단 자체만으로도 행복해진 나는 한결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휴……. 아무튼 뭐 그렇군요. 일단 상태는 어떠하신지?”
“지금은 좀 안정이 된 상태라고 하는데 빨리 절제 수술을 진행을 해야지 될 것 같네요! 아이고, 우리 언니 팔자도 박복하지! 더 커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할 텐 데…….”
“그 부분이랑 관련해서는 비용 걱정하지 말고 수술 진행하십쇼.”
“네?”
“수술비 들어가는 건 제가 전액 보태겠습니다.”
그래, 일단은 시은이가 뭐든지 살리려고 한 박현숙 씨를 살려내자! 그게 뭐든지 간에 세상에 좋은 일 해서, 한 사람 살려내면 되는 거 아니냐?
“아, 아이고! 정말 그렇게……?!”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박현숙 씨를 살리려고 누군가가 이렇게 애타게 노력을 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선 도와드려야죠. 너무 부담감 가지진 마세요. 저도 운 좋게 얻은 돈이 있어서 도와드릴 수 있는 거니까.”
“이 은혜를 어떻게……!”
“사람 목숨 달린 일에 은혜가 어디 있습니까. 살릴 수 있으면 해야 하는 거죠. 수술 받고 건강해지셔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사시는 게 은혜 갚는 일입니다. 어쨌거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이게 전부인 것 같네요. 응급수술은 부득이하게 제가 동의하고 진행을 했는데, 큰 수술은 본인이 직접 결정하셔야 할 일이니까. 여기 제 명함입니다. 이쪽으로 계좌번호 해서 연락 주시면 바로 입금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박현숙씨가 부담스러워 하시거든 저 개인이 아니라 뭐 암 재단 같은 곳에서 기금이 왔다고 해주십시오.”
지현이가 옆에 있어서가 아니다. 싸나이 계범도, 가끔 주접은 떨어도 추레한 놈은 아니다. 내 입으로 뱉은 말, 지킬 수 있다면 지키도록 노력 해야지! 가오를 떠나서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이렸다!
아, 좀 멋있긴 해! 진짜 나 같은 놈 또 어디 없나? 진짜 요 평생 내가 한 일 중 가장 멋진 일 베스트 3 안에 들 거다. 후후훗…….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로……!”
“아닙니다. 그러면 연락 주십시오. 병실 앞에서 계속 이러는 것도 환자분에겐 안 좋을 것 같아서…….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해서 고맙다 고개 숙여 인사 하는 민지 이모님을 뒤로한 채 나는 지현이에게 눈빛을 보냈다. 가자는 내 눈빛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마치 내게 푹 빠져든 듯 한 얼굴로 지현이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로……!”
“네, 상의하고 연락 하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추레하진 않은 주접쟁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