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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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거 좀 봐! 계대리 너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요즘 진짜 장난 없는데!”
충격은 있었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병원에서 돌아온 이후 다시 냉정을 회복하고 쌓여있던 일거리들을 급속도로 정리하던 내게 김부장이 또 다시 놀란 목소리로 말을 걸어 왔다.
“왜요? 또 낙찰 됐어요?”
보호자를 맡아야 할 시은이가 없어진 터라 박현숙씨의 수술이 완료 될 때 까지 병원을 지키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2시간 만에 모든 업무를 마무리 짓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인마! 3억, 2억, 2억……! 이야, 거의 10억 가까이 되네! 오늘도! 요즘 계범도 일 잘해! 월급 바로 전 날 인센티브의 절정을 찍는구만!”
하도급 업체도 구해다 줘야 했고, 특수 자격 요건이 필요한 공고들도 일부는 세부 사안까지 검토해야 했지만 그 마저도 순식간이었다.
보통은 이 두 가지 일을 처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라 후임들에게 일을 양보하고 가격 산출을 위해서 부단히 머리를 굴려야 하겠지만, 이 모든 것을 끝내는데 채 2시간이 걸러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
나에겐 구슬이가 있으니까! 구슬이가 인도하는 길엔 길(吉) 밖에 없으니까! 하하핫!
“뭐, 천재 한 두 번 보십니까?”
그런 탓에 야근을 각오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슬의 서브로 무척이나 널널해진 나는 거들먹거리는 얼굴로 김부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뭐 정말 거들먹 거릴 건 아니고! 사실 요즘 병가도 내고, 아까도 외출을 했던 터라 좀 미안한 맘도 적잖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냐? 뭐, 이런 게 내 잘못이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는 일하는 풍토가 그렇잖아. 일을 할 땐 회사에 귀속되어 있으니 철저히 회사의 일원이어만 하기에, 그 안에서 개인적인 여건으로 피해를 끼치거나 분위기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니까 이런 일이 굳이 잘못은 아니더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양키 코쟁이들의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어쩜 이런 거 이해하지 못 할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당장 20살 먹은 대학생 핏덩이 애들만 해도 이해 못 할 걸? 개인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합리적이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도 한국 사람이고, 최소한 집단 안에서 튀기보다는 올바로 기능하는 걸 또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미안한 맘이 조금은 드는 게 사실이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 이게 내 살아가는 모토 아니냐? 그러다 보니 다른 애들한테도 좀 그렇고 한데 아무쪼록 이런 식으로 일이 잘 터져 주니까 미안한 맘도 많이 줄어든다.
“아유, 짜식! 그래! 니가 바로 내 수제자 계범도다!”
김부장도 역시 일이 잘 되니까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래, 그럴 수밖에! 아무리 모난 놈이라도 회사 안에서 일만 잘 하면 애지중지 하기 마련이다.
“제가 무슨 부장님 제자입니까? 부장님은 원래 영업부 뛰셨으면서.”
특히나 김부장이나 나는 과거 유성구 시절 유흥을 함께 나누던 혈육보다 짙은 추억의 브라덜이 아니더냐?
“얌마, 너 입사하고 어리버리 탈 때 내가 길을 인도해준 거 아니냐!”
“그거야 고객들이랑 맨날 말싸움 하니까 이쪽으로 옮겨라 권유해주신 거죠.”
“선견지명 모르냐?”
“착한 개 지명하시겠다구요? 개 키우시려구요?”
“널 키운다, 인마!”
그러다 보니 사무실 안에서 이런 대화가 가능한 거다. 우리 두 사람의 대화에 일 하고 있던 후임들도 저마다 웃음 짓는다. 지금 시간이 딱 퇴근하기 2시간 전이라서 축 처진 불알마냥 다들 늘어지고 싶을 타이밍인데 이런 깨알 웃음이 있으니 그나마 좀 힘이 나는 모양이다.
“아무튼 진짜 와……. 이거 대단하긴 하네! 삼일째 지금 벌써 얼마를 낙찰 시킨 거야?”
“액수가 중요합니까? 뭘 해도 다 되는 놈인데.”
뻔뻔하기 그지 없는 나의 목소리에 김부장이 뭐든 좋다는 듯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우와, 진짜 이건 토를 못 달겠습니다! 대리님! 진짜 너무 대단하세요!”
“그러게! 진짜 계범도, 이제 슬럼프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건가? 완전 전성기인데!”
은갱까지 대화에 끼어 들어 부러움을 토로하는 동안 나는 내 옆자리에 앉아서 여전히 우리 업무에 대해서 독학하고 있던 지현이를 힐끔 바라보았다. 지현이는 지금 이 상황이 뭐가 뭔지 모를 거다. 주위 눈치를 살피며 날 바라보고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에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김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현씨, 지금 우리 계대리가 또 크게 한 건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인센티브 100만원 넘게 가져가는데, 이번달 인센티브만 총합 400만원이 훨씬 넘게 가져가는 거야! 정말 대단하죠?”
“아, 그렇구나……! 진짜 대단하시네요! 400만원…….”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지현이가 자기 일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예전에 투잡 뛸 때 보다 많이 버셨네요……. 우와…….”
“허헛, 이 정도야 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지현이가 칭찬을 하자 괜히 어깨가 으쓱하고 힘이 들어간다. 으흠, 역시 남자는 관심 있는 여자 앞에서 잘 보이는 만큼, 능력을 인정받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니까!
“오, 지현씨 투잡도 뛰었어? 의외인데?”
“아, 전에 회사 다닐 때 주중에는 회사 다니고 주말에 편의점에서도 일 하고 그랬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오래는 못했었는데…….”
“지현씨가 의외로 사회 경험 정말 많아요!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 지현이는 그 사이에 우리 부서 사람들과 제법 친해진 모양이다. 오, 역시 사회생활을 해온 가닥이 있어서 그런가? 그 모습에 흐뭇함을 느끼고 또 아빠 미소 짓고 있는 내게 지현이가 힐끔 고개 돌려 다시 미소 지었다.
‘잘 했어요, 오빠.’
입모양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아, 왜 이렇게 맘이 흐뭇한 건지!
“월급 타고 다음주 월요일에는 내가 빵빵하게 쏠 테니까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라고. 지현씨, 형은씨, 형석씨, 성현씨 모두 괜찮죠?”
“예, 대리님!”
뭐, 지현이랑은 내일 오후에 단 둘이 볼 거지만~! 흐흐흐……! 그래도 지금은 그런 티를 내지 말자. 수습사원들이 적응 할 때 까지는 말이지!
수습사원들도 이렇게 내가 빵빵 터뜨려 주니 열심히 하면 되겠단 느낌이 좀 더 드는 모양이다. 인센티브만 400만원이 넘게 나오는 곳이 얼마나 흔하겠나? 물론 보험이나 카드사, 혹 부동산 쪽에서는 이 이상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곳들은 대부분이 레드오션이지. 일이 생소한 만큼 그만큼 경쟁자가 적으니까 여긴 아직까지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법!
“소 한 마리 잡읍시다.”
“와아아! 멋집니다, 대리님!”
“내래 갑질의 정석을 보여주갔어!”
“그럼 오늘 바로 어떠냐! 오늘 바로 한 잔 하고 내일은……!”
분위기가 이리 흘러가니 또 김부장이 신나서 오버다. 아, 진짜 저 양반. 나이 들면 자중 할 줄을 알아야지.
“아직 월급 안 들어왔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인마! 내가 대신 내줄게! 갚으면 되잖아?”
“와, 진짜 치사하게 그렇게 나옵니까? 부장님! 부하 직원이 이렇게 일을 잘 하면 위로차원에서 한 번 시원하게 내가 쏜다 할 법도 안 데!”
“난 가정이 있잖아, 인마!”
“가정도 있으신 분이 자꾸 그렇게 술 마시고 들어가면 안 돼죠.”
“이야, 참……! 결혼도 안 한 총각이 유부남을 가르치는구나!”
말로는 날 이길 수 없단 것을 알고 있는 김부장이 한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여기 저기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총각도 아는데 유부남이 그러시면 안 됩니다.”
“에이, 몰라! 인마! 집에 들어가기 싫어! 같이 좀 놀자! 좀!”
결국 본성을 드러낸 유부남의 외유(外遊) 본능에 여기저기서 참지 못하고 웃음이 다시 한 번 터져 나왔다.
“에이, 웃지마! 승질나서 정말!”
버럭 소리 지르는 김부장의 나름의 큐트함에 지현이를 비롯한 여직원들이 웃음 짓자 김부장도 좀 머슥하긴 했던 모양이다. 아, 정말 삐지기 쉬운 40대 같으니.
“그리고 오늘은 안 돼요. 이따 병원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음? 아, 그래. 그건 어떻게 됐는데?”
“의식 잃으셔서 수술했는데, 수술은 잘 됐나봐요. 삼성병원이니까 가서 확인해보고 퇴근하던가 해야죠.”
“그래, 그래. 아무튼 계대리 여기저기서 요즘 고생이 많구만. 근데 뭐 친척이야?”
“아, 그런 건 아니고……. 아는 분이세요. 근데 여건이 안 좋아서. 저라도 거들어야죠.”
“우와……. 대리님, 멋있어요!”
회식 하고 싶어도 오늘은 안 된다. 심지어 지현이랑 같이 퇴근도 못 하는 판국에 말이지. 일단은 내가 보호자로 등록이 되어 있으니 박현숙씨 상태는 체크해봐야 한다. 급하게 처리만 한 상태지 그 암이 전이된 부위를 절제하거나, 항암치료까지는 진행을 하지 않았는데 그 부분은 이야기 나눠보고 또 수술 하도록 해야지.
“멋있으니까 예쁜 여자 좀 소개 시켜 줘 봐.”
“에이, 잘 되어 가는 여자분 계시다면서요!”
장난스럽게 꺼낸 말에 은갱이가 그러지 말라는 듯 야유를 던졌다. 장난스러운 그녀의 대답에 나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하며 지현이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지현이가 복숭아마냥 발그레해진 얼굴로 미소 띤 채 가늘게 눈을 뜨고 나를 마주보았다.
“대리님 인기 많으신가 봐요.”
“아유, 내가 대전에 있을 땐 별명이 피플 오빠였다니까. 만인들의 오빠!”
그 말에 또 다시 여기저기서 킥킥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 얼마나 인기가 좋았으면 젠더까지……. 아직 연락 하냐?”
“아, 놔! 그 이야기는 왜 꺼냅니까, 부장님! 그때 부장님이 귓속말로 쟤 마음에 든다 하신 거 다 이야기 해버릴 겁니다!”
“푸핫!”
“야, 얌마! 내가 언제 그랬어?!”
폭로엔 폭로로 응수한다! 당황스러운 김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둘은 이미 너무 많은 사실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다간 서로 이 바닥에서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어 진다고!
‘휴전!’
그 눈빛에 김부장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이런 폭로전에선 아무래도 총각이 유부남보단 강하지.
“계대리님이 여자 되게 많이 만나셨구나.”
그런 나를 보며 지현이가 오묘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의외의 기습에 조금 당혹스러운 기분이 있는 가운데 지현이가 질투심이 섞인 듯 한 눈빛으로 잠간 날 쳐다보곤 도도하게 고개를 돌렸다.
어라? 지금 질투하는 건가? 왠지 맘이 흡족하기도 하고, 또 그런 게 아니라고 애달파 오해를 풀고 싶긴 하다만 여기서 일희일비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지!
“그래서 이젠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서 정착하고 싶은 거야. 그 한 사람을 위해서 여지껏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고 할까.”
“누가 저거 입 좀 다물어라. 숨 쉬는 거 말곤 다 헛소리야, 저거.”
삐진 김부장이 쀼루퉁한 목소리로 태클을 걸어왔다. 그 말에 다시 한 번 더 웃음이 터져 나온 동안 나는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일단은 일이나 마저 하자! 웃고 떠드는 시간은 이쯤으로 두고!
“혜리, 진명 전기 하도급 건 좀 맡아서 처리해줘. 괜찮지?”
“네, 대리님!”
다시 업무 분위기로 옮겨 가니 다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니터를 살피며 힐끔 지현이를 바라보니 모니터를 보면서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도 나오고, 맘도 흐뭇하고.
아니, 뭐. 아까 말이 나와서 그렇지 나도 이젠 정말로 제대로 된 사람에게 제대로 정착을 하고 싶다. 사나이답게 삼처사첩 거느리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도 무게 중심이 잡혀 있어야지. 영혼 없는 관계, 비즈니스 같은 사랑엔 지친단 말이다.
“대리님, 이건 어떻게 보는 거에요……? 여기 사정률이라는 거 비율이 다른데…….”
때마침 지현이가 날 부른다.
“아, 그거? 그거는 금액에 따라 달라. 공고가가 3억 밑일 때랑, 10억, 그리고 30억 이하 일 때 마다 적용되는 범위가 다르거든.”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서 이야기를 꺼내자 지현이가 무척이나 경청하는 듯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음, 가까이 가니 좋은 냄새가 난다. 아,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리거나 여기가 사무실이 아니라면 좋으련만.
“뒤에 보면 그거 정리 된 표가 있을 거야. 그 정도만 알아두면 돼.”
“아, 알겠습니다!”
“사정률을 계산하는 방법도 있는데 지현씨는 그런 거 알아둘 필요는 없을 거야. 어차피 이런 건 우리 분석팀에서나 하는 거니까. 그 정도로 디테일하게 알아둘 필욘 없어.”
“네, 대리님!”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긴 하다만……. 에이, 뭐 일이나 계속해야지. 그 말에 지현이가 고맙다는 듯 찡긋 하고 눈빛을 보냈다. 아, 이 눈빛! 날 또 설레게 만드는 구나!
시은이 사태로 말미암아 잠깐 혼동이 오고 놀란 가슴도 모두 진정 되는 듯 한 눈빛이다. 그 눈빛에 힘입어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동안…….
“자, 오늘은 이만 퇴근들 하지?”
어느 샌가 시간은 흘러흘러 퇴근 시간이다.
“지현씨는 방향이 어디라고 했지?”
“아, 저는 과천 살아요! 관악산 아래쪽!”
“어? 그래? 그럼 계대리랑 같이 가면 되겠네!”
어디 사는지 다 알면서 김부장이 일부러 지현이 등을 떠밀자 지현이가 대답대신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김부장이 굳이 얘기 안 꺼내도 자연스럽게 갈 텐 데 도움이랍시고 이렇게 공식화 시켜버리는 게 문제라니까!
“오늘은 병원 갔다 가야 하니까. 좀 힘들 것 같은데요.”
“아……! 참, 그랬지. 오늘은 같이 가기 힘들겠네!”
“대리님 괜찮으시면 저도 같이 병원 들려다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차피 지금은 퇴근 시간이라서 지하철 타면 되게 힘들잖아요.”
오잉? 이내 지현이가 지옥철 이야기를 꺼낸다. 역시 사회생활 경험이 확실히 있구만! 지금 힐을 신고서 이 퇴근 시간대의 2호선을 타겠다는 건 정말인지……. 와, 구두 신어도 이 정도인데 저 높이의 힐이면 끔찍하다, 끔찍해.
“그렇지, 지금 지하철 타면 죽음이지. 계대리, 이런 저런 거 알려다 줄 겸 해서 괜찮으면 같이 가지 그래……?”
“아니, 뭐. 나야 괜찮죠. 지현씨는 일찍 안 가봐도……?”
“지금 지하철 타는 것보다는 그쪽이 더 나을 것 같아요!”
다행스럽게도 분위기가 나와 지현이가 같이 가는 무드로 흘러가고 있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한 가득이었지만 그걸 티 내기도 뭣하고 참! 아이, 이게 좋은데 좋다고 말을 못 하겠네! 아직까지 시은이 일이 의문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기분 좋았던지라, 천호 식품 사장님이 빙의된 기분으로 미소 짓던 나는 재킷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면 먼저 지현씨랑 같이 병원 다녀올게요. 그럼 퇴근합니다, 부장님. 다들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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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의 외유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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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너무 덥네요. 덥고 끈적끈적. 아이스크림 녹은 계속 묻어 있는 듯한 찝찝한 기분...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