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52화 (52/120)

<-- 52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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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

삼성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시은이를 기다리고 있던 내게 시은이 대신 먼저 금조가 모습을 보였다. 불꽃처럼 빨간 깃털을 휘날리며 유유히 내 어깨로 내려앉는 그 모습은 귀여움을 넘어서서 신비로움마저 전해주는 듯 했다.

“인마, 너 나 정말 잘 찾아 다니는구나?”

참 원리는 알 수 없지만 날 잘 찾아온단 말이야. 오늘 아침 출근을 할 때만 하더라도 금조가 지하철에 들어오지 않아서 어떻게 하려나 싶었는데 용케도 날아서 날 먼저 찾아온 터라 이번에도 별 다른 걱정은 안했다만 정말 신기한 건 신기한거다.

“까악!”

“아무튼 금조야. 오늘 길에 삐용삐용 소리 내는 하얀 차 한 대 못 봤냐? 파란색 싸이렌 달고 오는 엠블란스 말이야.”

“까악?”

삼성병원으로 제일 빨리 도착한 게 나고, 그 다음이 금조라. 물론 과천이랑 역삼은 방향이 다르니 금조가 엠블란스를 봤을 일은 없었을 거다. 참,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금조야! 그저 어깨에 올라선 채 고개를 갸웃하는 귀여운 애완조의 모습에 난 그저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 웃고 있을 상황이 아니지.

“빨리 와야 할 텐 데…….”

상대에 따라서 응급 수술을 해야 할 거고,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이 경각을 다툴 수 있는 일 일 테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게 좀 빨랐으면 좋겠는데…….

“어, 온다!”

때 마침 엠블란스 한 대가 응급실을 향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건가!”

이내 차가 멈춰서고 그 안에서 재빠른 동작으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건 보이지 않았지만 4, 50대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것이 시은이 어머니인가?

“까악?”

여전히 상황 파악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금조. 그 모습에 대답을 해줄 시간도 없이 나는 그 방면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안에서 시은이가 나오길 기다렸는데…….

“응급환자 이송합니다! 비켜주십시오!”

“아, 옙!”

그저 구급대원들의 긴박한 목소리에 길을 열어주었을 뿐이었다.

어? 뭐지? 이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운 감정이 스친 가운데 혹시나 싶어 핸드폰을 들어 보았다. 지금 시간이 내가 도착한지 10분이 훨씬 넘게 지났거든? 거의 20분 채워가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는 일 아니겠는가? 응급차 특성 상 신호가 걸리던지, 차가 막히던지 하는 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금방 지나올 수 있을 텐 데!

“왜 이렇게 늦어?”

방금 그게 맞다면 시은이가 안에 함께 타고 있어야 했다. 분명히 말이지. 근데 시은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직 안 도착한 게 틀림 없으렸다!

-지금 거신 전화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엉?”

대체 어디쯤인가 시은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건만 들려온 소리는 믿을 수 없는 소리였다.

“잠깐 이게 뭐야?”

뭔가 잘못 알았나 싶은 마음에 통화를 취소하고 다시 통화 목록을 살펴 보았지만 분명히 그 번호가 맞았다.

-지금 거신 전화 번호는…….

다시 한 번 더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번호는 없는 번호라 할 뿐이었다. 그 순간 오싹한 느낌이 온 몸을 스쳤다. 뭐야, 이게?!

“그 사이에 폰 번호를 바꿨거나 그럴 리가 없잖아?”

황당하고 얼떨떨한 기분에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던 나. 그런 내게 곧…….

“박현숙 환자분 보호자님! 박현숙 환자분 보호자님 안 계신가요!”

서둘러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현숙이라는 이름이 그리 친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그 이름은 분명히 ‘시은이’가 내게 가르쳐 준 이름이 아니던가?

“대체 이게 무슨…….”

“박현숙 환자분 보호자님!”

“아, 예예!”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나를 부르는 병원 직원의 목소리에 나는 서둘러 다시 응급실 안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아, 진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대체 시은이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그 번호는 뭐란 말인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찔해지는 상황이었다.

“지금 박현숙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서 바로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예.”

“수술을 위해서는 보호자 분 동의가 필요한데 환자분과는 아는 사이시죠?”

보호자 동의라! 아마 절차상의 문제겠지? 아니, 그 전에 내가 먼저 도착해서 보호자라고 이야기를 했으니 당연히 내게 물어보는 것일 것이다. 아, 근데 이걸 대체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대체 시은이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시은이가 당연히 올 줄 알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건데 대체 지금 이 상황은……!

근데 지금은 그조차도 낭비 할 시간이 없다!

“예, 아는 사이 입니다! 환자 분 상태는 어떠한가요?”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럼 뭘 망설입니까? 빨리 수술 진행 해주십시오!”

“아, 예! 알겠습니다! 동의 서류는……!”

“잔 말 말고 먼저 환자 생명부터 구해주십시오!”

지미럴, 일이야 어떻게 되었던지 먼저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 그 외침에 직원도 서둘러 싸인을 보내어 왔다. 나와는 전혀 안면식도 없는 사람의 보호자가 되어 수술에 동의를 했다니 좀 껄끄러운 생각도 든다만…….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응급수술실로 들어가는 박현숙씨와 응급대원들을 바라보며 나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내가 뭐에 홀린 건가? 귀신? 아니, 귀신이 대낮에?

“금조야, 너도 어제 걔 봤지? 기억나지? 교복 입고, 머리 짧은 애!”

“까악!”

내 물음에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금조. 그래, 분명히 금조도 봤다. 나만 본 게 아니라고. 근데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통화를 했는데 말이다.

“혹시 여우……?!”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친 것이 바로 그 생각이었다. 주미 원장이 말했었다. 여우는 감각이 무척이나 발달했고, 또한 변신술에 능해서 주미 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찾아낼 수가 없다고. 그렇다면 금조가 구미호를 알아보지 못한 것도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시은이가 여우였어……?”

지금으로써는 그게 가장 설득력이 있는데 말이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 하고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구미호가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단 것인가? 아니, 내체 왜 변장을 하고 이런 부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날 시험하는 건가?

“아, 대체 뭐지?”

순간적인 혼란스러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응급실에서 구급대원들이 무사히 환자를 데려다 주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발견한 나는 재빨리 그들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아, 환자분 바로 수술 시작하시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뇨, 그게 아니라 혹시 시은이라고 여자애랑 같이 안 오셨습니까?”

“네?”

그 순간 그들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이거 진짜 귀신에 홀린 기분이네! 이게 도대체 무슨…….

“저도 연락 받고 왔거든요. 그러니까 시은이라고 저기 박현숙씨 딸 되는 사람한테. 그래서 같이 온 게 아닌가 싶었지요.”

“아, 전화로 신고해주신 분은 도착하니 안 계시던데요? 원래 저희 관할서 핫라인에 등록되어 있으셨던 분이었고 그래서 급히 이쪽으로 이송해오긴 했는데…….‘

내 이야기를 들은 구급대원들도 뭔가 좀 석연찮긴 하다는 얼굴이었다.

“없었다구요?”

“예. 안에 문이 다 열려 있길래 혹시나 하고 확인 차원에서 들렸다가 의식 잃고 쓰러지신 거 발견하고 바로 이송한 겁니다.”

“그럼…… 진짜 같이 온 사람 없이 이렇게만 오셨단 말이네요……?”

“예, 그런 셈이죠. 누구한테 연락을 받으셨다고 하셨죠?”

“안시은이라고 저기 박현숙씨 딸 되는 사람입니다. 보자, 교복이 어디였지……. 과천 여고 다니는 애일 거에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박현숙씨 혼자 살고 계시거든요?”

“예?”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연이어 터져 나오는 알 수 없는 소식에 얼이 빠진 나는 멍청한 얼굴로 반문을 던지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며 구급대원들이 이상하다 싶었던지 힐끔 서로 눈치를 살펴보았다.

“박현숙씨가 가족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아니, 그럼 걔는 대체 누구란 말이냐? 와, 정말 귀신이라도 본 건가? 순간 소름이 쫙 끼치고 말았다. 도대체 그럼 내가 본 시은이는 누구란 말이야? 통화도 했었는데!

“남편 분과 따님은 2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나를 보며 중년의 구급대원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망……했다구요?”

“당시 사고 현장에 제가 직접 나가서…….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그 당시 현장에서 사망 하셨습니다.”

오, 오메! 이건 진짜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그럼 대체……. 대체 저한테 연락을 한 건…….”

없는 번호! 으아 소름 돋아! 이거 진짜……!

“그건 저희도 잘…….”

얼 빠진 나를 보자 구급 대원들도 뭔가 오싹함을 느낀 모양이다.

“근데 선배님……. 분명히 전화 건 사람이 엄마 살려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속삭이는 듯 한 후임자의 목소리에 나는 얼어붙은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내 중년의 구급대원이 그런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라는 듯 후임 구급대원의 팔을 찰싹 때리고는 말했다.

“아무튼 그랬습니다……. 예.”

그랬다……. 그랬다니. 와, 이건 정말 무슨.

“아무래도 딸이 엄마 살리려고 이 세상 떴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한 모양이네요.”

멍한 얼굴로 결론을 내린 내 말에 구급 대원들 모두가 석연찮은 얼굴을 하고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아, 예! 고생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은이가 귀신인지 뭔지는 몰라도 틈에 빠진 핸드폰 빼내는 일 따위로 사람 부르는 것보단 이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었기에 나도 구급대원들도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구급대원들이 다시 응급실을 나서는 동안 삼성병원 응급실에 남은 나는 고개를 흔들어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 시켰다.

“와, 대체 뭐지?”

어제 만난 시은이가 사람이 아니었단 말인가? 귀신…….

“아, 나 귀신은 무서운데!”

요괴야 워낙에 친숙하진 않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귀신은 솔직히 좀 무섭단 말이야! 아, 나. 병원비 계산 할 때 까지는 존나 멋있었는데 아 진짜…….

“금조야. 이거 어떻게 생각하니?”

“까악?”

당황스러운 나와 달리 금조는 애시 당초 별 생각이 없는 눈치다. 와, 맙소사. 젠장…….

“귀신인지 사람인지 너 구분은 못 하니?”

“까악?”

“아니면 요괴라던가.”

“까악?”

“……아. 아니다.”

대체 아는 게 뭐냐, 인마! 하지만 새한테 왜 아는 게 없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미쳐버리겠네.

“귀신? 아니면 구미호……?”

구미호라면 왜 오전에 날 만나고도 나서 시은이로 변신해서 또 이야기를 나누었단 말인가? 아, 젠장. 그리고 이런 응급 상황에 있는 박현숙씨를 내게 인도해준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아, 귀신 같잖아…….”

그런 걸 따지다 보니 점차 무게 중심이 귀신 쪽으로 쏠리네. 오싹한 기분이 든 나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해줄 전문 인력이 바로 지척에 있었단 생각에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그래, 금조가 모르면 주미 원장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지!

-주인님!

전화를 걸자마자 주미 원장이 신이 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주미 원장!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있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무슨 일을 말씀하시는 거죠? 왜 병원에 와 계신건가에 대한 건가요?

“아, 맞아! 이거 모르겠구나!”

금조가 회사 건물 밖에 있었으니 안에서 내가 무슨 통화를 한 건지는 알 수가 없으렷다. 그러니 여기 병원에 왜 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뭔지도 말이다.

“그러니까 어제 내가 공원에서 만난 여자애 기억나?”

-그 귀엽게 생긴 아이 말인가요? 혹시 주인님, 그 어린 아이에게 마음을 품으신 건!?

“내가 어디 그럴 사람으로 보여? 경찰청 가고 싶어서 그래? 아냐! 아무튼 그 애한테 오늘 전화가 엄마가 쓰러졌단 연락을 받고 지금 병원으로 왔는데 그 애가 없어. 금조도 같이 봤는데 온 데 간 데 없어! 분명히 이쪽으로 오면서 나랑 통화를 했는데 구급 대원들은 걔가 같이 있지 않았다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어?”

주미 원장의 농담을 받아줄 여력도 없이 진지하게 물음을 던지자 주미 원장이 느긋한 목소리로 웃음 지었다.

-아마 주인님께서 영기를 쌓아, 영안이 열렸기 때문에 생긴 일일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영안이 열렸다니……?”

-그런 경우가 있어요. 인간 수행자들 가운데에서는 순도 높은 영기를 쌓다보면 살아 있는 존재들 뿐 아니라 죽은 존재들과도 만날 수 있죠. 주인님의 몸에 영기가 올바로 정착되고 있다는 좋은 신호인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말이람? 그렇다면 이게 내가 영단을 먹고, 호흡법을 익히기 시작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시은이는…….

“그럼 걔는 귀신이란 말이네?”

-확실히 장담은 하지 못하지만 보통 인간은 아닐 것 같네요.

“음…….”

-걱정이 많으신 것 같네요, 주인님.

“당연하지! 귀신은 좀…….”

아,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귀신은 좀 약하단 말이다. 진짜……. 이게 다 오멘 때문이다. 씨발, 어릴 때 존나 무서운거라고 친구랑 같이 보다가 진짜 거품 물 뻔 했다. 와 이게 막 그렇게 잔인하거나 뭐 그런 게 아닌데 심리적으로 쪼는 맛이 있다 해야 하나? 데미안 개새끼, 진짜! 꼬맹이가 뭐 그렇게 무서운지! 나도 머리에 666 있는 거 아닌가 화장실 거울에 비쳐보고 그랬는데…….

아무튼 그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여튼 귀신은 정말…….

-어머, 귀여워라!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주인님! 후훗! 하지만 그런 하급한 것들은 전혀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어요. 그런 게 있다면 금조가 당장 불태워 없애 버릴 테니.

“그래……? 금조가 그런 기능도 있단 말이야?”

-후훗, 네. 아직은 어려 그러지 못하지만 금시조는 태양의 정기를 머금은 새에요. 아무쪼록 걱정하지 마세요. 크게 위해를 가할 존재는 아닌 것 같아 저도 그냥 두었으니.

“음…….”

이미 주미 원장은 시은이가 인간은 아니란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 그러고 보니 시은이가 금조를 만지려고 할 때 금조가 시은이를 공격하지 않았나? 그런 것 때문인가? 아무튼…….

“그래, 알겠어. 아무튼 고마워.”

-그런데 그 병원은 계속 계실 건가요? 주인님!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것도 인연인데 일단은 경과 이야기는 들어봐야지. 너무 늦을 것 같으면 이야기는 좀하고 회사로 돌아 가봐야 돼.”

-하지만 그건 주인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간 아닌가요? 굳이 주인님이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약속한 게 있어서 그래. 불로소득으로 번 돈의 절반은 사람들을 위해서 쓰겠다고. 어정쩡하게 그냥 기부랍시고 출처도 모르는데다 쓰는 것보단 오히려 이 편이 더 나아. 뭐, 걔가 귀신이든 아니든 제 어머니 생각하는 건 갸륵하잖아? 그러니 사람 살리는 셈 치고 그런 것들을 다 정리 해놓고 갈 생각이야.”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 하겠냐? 시은이가 있거나, 말거나 일단 이건 이 사람 살리기로 결심 했으니 딱 거기에다 쓸 생각이다.

-주인님은 마음이 참 따뜻하세요. 그래서 전 주인님이 참 좋아요. 제겐 없는 걸 가지고 계시니까!

이내 내게 다시 한 번 더 빠져든 듯 한 목소리로 칭찬을 꺼내는 주미 원장. 아, 뭐 이런데서 남자의 품격이 나타나는 거지? 계범도, 이 휴머니즘 덩어리 같으니! 정말 매력이 철철 흘러 넘친다니까! 이러니 사람, 요괴 할 거 없이 다 뻑이 가지. 정말 미치겠다, 이 매력덩어리.

“음?”

그러다 문득 내 머리로 생각이 스쳤는데, 다름 아닌 ‘어머니’라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고 보니 구미호도 어머니를 잃었다 하지 않았던가? 구렁이 청령에 의해서 말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종이 바로 구미호일 테니 혹시라도 구미호가 가족을 잃고 홀로 죽음에 이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내게 접근을 해온 건 아닐까?

왠지 모르게 가족을 잃어버렸다는 공통점이 떠올라서 귀신이 아니라 구미호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잠깐 멍 때리는 동안 주미 원장이 왜 그러냐는 듯 물음을 던지자 그 소리에 다시 정신이 들었다.

“아, 아냐. 아무튼 나중에 다시 또 연락 할 게. 답 안 나오는 거 붙잡고 있는 건 내 취향 아니니까 그냥 먼저 계산을 해놓고 행동 거취를 결정 해야겠어. 그럼 끊는다.”

-네! 주인님! 다시 연락 해주세요! 꼭이요!

“알겠어! 저녁에 연락할게! 끊어!”

그리고 핸드폰을 끊은 나는 걸기 전보다는 생각이 한결 나아진 것을 느끼곤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대었다. 뭐,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했지만 이런 것들 모두가 가설일 뿐이다. 정확한 건 다시 한 번 더 구미호를 만나게 된다면 알 수 있겠지.

만약 시은이가 구미호라면 대체 내게 왜 그랬을까? 그건 아직도 의문이긴 하다만……. 아무래도 가족 때문이 아닐까? 그게 아니면 날 시험하고 싶어서? 아, 도무지 모르겠다. 구미호가 아니라 귀신일 수도 있을 텐 데. 홀로 남은 엄마가 걱정돼서 이승을 떠나지 못한 딸…….

아, 또 이게 이렇게 생각하니까 너무 절절하다. 33살,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기라서 그런지 괜시리 울컥하는 기분이 밀려왔다. 어제 시은이가 엄마가 아프다고 울던 모습이 생각나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뭐가 됐든지 뭐 무탈하면 좋은 거지……. 그래.”

그래! 결론은 그거다! 사람이건, 아니건 시은이로 인해서 사람 생명 하나 구했으면 된 거지. 귀신이든 구미호든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 그러면서도 동시에 구미호나 귀신이라는 존재가 보기보다는 무척이나 가련하고, 또한 인간적인 울림이 있는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만나고 싶다는 묘한 충동과 함께 말이지.

“까짓 거 배포 있게 놀아보자! 고마우면 고맙다 뭐다 다시 만나러 오겠지!”

============================ 작품 후기 ============================

계대리가 쏜다! 빵야, 빵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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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겁 많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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