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51화 (51/120)

<-- 51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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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엄마, 엄마가 쓰러졌어요! 어떻게 해요! 정신을 못 차리세요!

울부짖음에 가까운 시은이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쓰러지셨다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순간적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란! 내 부모가 아닐지언정 누군가의 부모가 쓰러졌다는 이야긴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시큰 거리는 법이었다.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었는데……, 전화를 안 받으셔서 집에 와보니까 쓰러져 계세요! 어떡해요! 어쩜 좋아요!

너무 당황했던 모양인지 패닉 상태에 빠져든 시은이의 목소리!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몰라 당황한 상태에서 내 번호를 떠올리고 연락을 했던 모양이다. 맙소사, 설마 어제 번호를 주고 오늘 이런 연락을 받을 줄이야!

“지금 엄마 상태는 어떠하신데?”

-모르겠어요……! 어떡해요……! 흐흑!

“일단은 먼저 119에 전화해서 엄마 병원으로 옮겨야지! 시은아! 아저씨 말 들리지? 시은아!”

-네, 네네! 아저씨……!

패닉 상태에 빠져든 소녀가 정신없이 눈물 흘리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는 듯 했다. 아, 젠장! 이놈의 더러운 세상은 꼭 힘 없고 약한 사람들에게만 이리 각박하냐?

“일단은 먼저 전화 끊고 119에 전화해서 엄마 병원으로 먼저 데리고 가도록 해! 알겠지?”

-네, 네……!

“그리고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 게! 엄마 병원에 도착하시거든 연락 바로 하고! 알겠지?”

-네, 네! 아저씨!

“서둘러!”

-네!

그 말에 패닉 상태에 있던 시은이도 간신히 정신이 든 모양이다. 원래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이다 보니 조금만 시간이 늦어도 큰 일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 아니겠냐? 그러다 보니 빠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핸드폰이 뚝 끓어지는 소리와 함께 혼비백산해 있을 시은이 얼굴이 떠올라 나도 서둘러 사무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장님! 저 잠깐 외출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시은이와의 통화를 끝내고 사무실로 들어온 나는 망설임 없이 김부장에게 외출을 요청했다.

“뭐야? 점심시간 앞에 두고 왜? 무슨 일 있어?”

그러자 이야기를 들은 김부장이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냐는 듯 나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몸 아직도 안 좋냐?”

아마 어제 하루 쉰 것 때문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그런 것은 아니고……. 아니, 그런 거면 이제 점심시간인데 내가 굳이 그렇게 하겠냐? 이 바닥에서 벌써 몇 년째 굴러먹고 있는데.

“그건 아니구요.”

지현이를 비롯해서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는 터라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긴 어려운 감이 있었다. 시은이가 울면서 내게 전화를 걸었단 건 필시 걔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단 것일 것이고, 그걸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닐 필욘 없잖냐?

“그럼 무슨 일?”

지척까지 다가온 나의 모습에 김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작은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아는 애가 있는데 엄마가 쓰러지셨나봐요. 얘가 아직 고삐리라서 제가 가서 좀 봐줘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왜 쓰러졌다는데?”

“암 투병 중이라는데……. 아무튼 저도 정확한 건 모르겠고, 지금 사정이 좀 급한 것 같아서 외출 좀 하겠습니다. 일은 문제없도록 확실히 처리 해놓을 거니까 점심시간 끼고 한 3시간 안에는 돌아오겠습니다.”

이내 내 대답을 들은 김부장의 눈이 커졌다. 김부장도 사회생활 몇 년 해오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물론 내 가족이 아니라 지인의 일이다 보니 어쩐지 좀 애매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우리 회사가 좋은 게 뭐다? 본인 업무만 잘 처리 한다면 이러한 외근도 충분히 유연성 있게 허용이 된단 것이렸다.

“암 투병? 아, 계대리 주변에 그런 사람도 있었나?”

“자세한 건 다녀와서 얘기 드릴게요, 부장님.”

“아무튼 그래!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얼른 다녀와!”

술 좋아하는 사람 치고 사람 나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김부장도 크게 반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다른 직원들이 듣지 못하게 속삭이며 내 등을 두드리는 그의 모습에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직선배이자, 이 일 때려 친대도 오래도록 알고 지낼 양반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더 들었다.

“예, 부장님! 그럼 늦지 않게 갔다 오겠습니다!”

그래,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이 험난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최소한 사람이 사람답기 위한 의리와 기본적인 도의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일이 중요해도 그런 걸 도외시 하는 회사라면 오래 버틸 수가 없지. 그런 의미에서 술만 줄이면 김부장은 정말 좋은 상사인데 말이다.

“아…….”

재킷을 챙기는 내 모습에 먼저 들어와 모니터를 보고 있던 지현이가 힐끔 고개 돌려 시선을 보였다. 아, 이러면 또 좀 뻘쭘하긴 하겠다. 점심시간에 사람들이랑 어울려야 할 텐 데 내가 빠졌으니…….

“지현씨, 모르는 거 있으면 저기 영수씨한테 물어보고 해요. 금방 갔다 올 테니 걱정하진 말고! 다들 나 보고 싶다고 울고 그러면 안 된다.”

왜 또 외근을 하는지 이유가 뭔지 모르니 걱정 하는 눈치들이다. 짜식들, 참 정이 있는 회사라니까!

“에이,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다녀오십쇼! 대리님!”

“오냐!”

그런 후임들을 안심시키고자 우습잖은 농담 한 마디 던지고 사무실을 벗어나는 길. 아까 시은이랑 통화한 게 5분 전이니까 지금쯤 119가 도착하긴 했을까? 과천으로 먼저 내려가 봐야 하나?

일단은 지하철로 먼저 가자! 어디가 되든 강남 일대 벗어나는 건 지하철이 제일 빠를 테니까!

“까악!”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우리 회사 건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금조가 내 어깨 위로 날렵하게 착석했다.

“짜식, 보고 싶었냐?”

“까악?”

“아님 말구 인마! 아무튼 지금 급하게 지하철 가야 하니까 그리 알아둬.”

그 말에 금조가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말귀 알아듣는 새! 정말 금조만한 귀요미가 또 어디에 있겠냐? 그 귀여운 모습에 웃을 겨를도 없이 지하철로 내달리기 시작하자 금조가 다시 날개를 폈다. 음, 지하철로 같이 들어가기보다는 자기는 자기대로 날개 짓 해서 날아가는 게 더 좋은 모양이다. 이상하게 내가 있는 곳을 잘 찾아오긴 하더라. 꼭 내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이 말이야!

하긴,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지!

-텅텅텅!

구두발 소리 울리는 지하철 계단을 쭉 따라 내려가 플랫폼까지 들어온 나는 다시 또 시간을 살폈다.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 약 8분.

“아, 덥네. 젠장.”

날씨와 격한 움직임 탓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왔지만 그보단 시간이 더 초조하게 느껴졌다. 과천에 달리 큰 병원이 없거든? 종합 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데가 예일 의원이나 한세병원 정도……? 근데 거기가 긴급한 암 환자들 맡을 곳은 아닌 것 같고…….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나오게 된다면 아마 성모병원 아니면 삼성서울병원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았다. 위치상으로는 성모병원이 대형 병원 중 가장 큰 병원이니까 그쪽이 될 확률이 제일 높지 않겠나? 아마 진료 기록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게 될 텐 데……. 거기가 어딘지 알아야지 말이지!

-뚜르르르……!

“전활 못 받나…….”

아무래도 지금 시은이가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는다. 이게 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 친구 일이다 보니 내가 덩달아 속이 다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이송중이라면 지금 엄청나게 정신이 없을 텐 데……. 일단은 좀 기다려야 하나?

하긴,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이렇게 오버 할 일은 아니니 말이지. 연락 오면 가보는 게 최선이라만 내 급한 성격에 그런 걸 어떻게 그냥 두고 보고 있겠냐. 이러니 호구 소리 듣고 살지, 에라이 젠장.

“구슬이…….”

그리고 내 머리를 스친 것은 구슬이의 존재였다. 운대를 알려주는 게 구슬이라면 내가 가야 할 방향까지도 알려줄 수 있지 않겠는가?

“과천으로 가면 될까?”

이내 나는 목에 걸고 있는 구슬이를 살짝 꺼내들어 물음을 던져보았다.

-흉(凶)

지하철 플랫폼의 그리 밝지 않은 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글씨는 모두 흉이었다. 아마 엠블란스가 서울 쪽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아닐까? 그렇담 지금 과천으로 가면 분명히 시은이와는 방향이 꼬이고 말 터!

“제일 가까운 데가 성모 병원이잖아? 성모 병원.”

-흉(凶)

이래서 찾을 수 있겠나? 그냥 속 편하게 기다리고 있는 게 좋은가?

“혹시 강남쪽인가?”

-길(吉)

바로 그 순간 구슬이가 내게 화답해왔다. 다른데 가지 말고 강남에 있는 게 제일 좋다 이거지?

“삼성병원……?”

-길(吉)

삼성병원이다! 선릉과 도곡에서 갈아타고 대청에서 내리면 되겠군. 그러면 내가 먼저 도착해 있진 않을까?

“……정말 삼성병원일지는 모르겠는데.”

에라 모르겠다! 언제 구슬이가 틀리는 거 봤어? 믿고 가는 거지!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선릉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차피 다음 역이니 멀진 않지만 여기서 갈아타고, 도곡으로 가서 또 갈아타고. 젠장, 택시 탈 걸 그랬네.

“혹시 이게 음모 같은 거 아니겠지?”

순간적으로 시은이가 혹시 구렁이의 수괴 같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다만 그럴 리 있겠냐? 그래, 그런 거였으면 어디로 나오라고 떡밥을 단단히 던졌겠지. 아닐 거야.

고개를 흔들고 핸드폰을 다시 바라보던 차 마침 문자가 날아왔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지현이! 기다리고 있던 시은이는 아니었지만 지현이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잘 이야기 나누던 내가 갑자기 급한 일로 밖으로 나갔으니…….

-아는 여동생이 좀 안 좋은 일이 생겨서. 그래서 내가 거들어야 할 것 같아. 너무 걱정 하지마. 별 일은 아냐.

이런 걸 두고 오지랖이라고 하는 거지? 직장인백서, 남의 사연에는 신경을 끄란 법칙에는 위배가 되는 부분이긴 하나 사나이 계범도 그렇게 좀스럽게 살진 않는다 이거야.

-아! 그렇구나. 오빠한테는 무슨 일 없죠?

-응, 내 일은 아니야. 근데 얘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래서 어른이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자세한 건 이따 갔다 와서 이야기 할게.

그리고 문자로 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시은이다. 이거 참, 여기 저기서 버라이어티하게 연락이 오네!

“시은아, 어디냐?”

-119 아저씨랑 같이 삼성병원으로 가고 있어요! 거기 엄마 전에 진료 받았던 데라서 그쪽으로 가는 게 제일 낫대요! 아저씨는 어디에요……?

“……우리 회사 강남에 있으니까 금방 그리 가마. 너무 걱정 하지 말고! 다 잘 될 거니까!”

-네, 아저씨…….

“그러면 삼성병원에서 보자! 알겠지? 도착하면 아저씨한테 연락 해. 아마 내가 먼저 도착할 거니까.”

-네,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으니 내 맘도 참 짠하다. 하루, 하루 쉽게 가는 법이 없구만! 아, 계범도 인생이 이렇게 버라이어티 해지다니!

“괜찮으실 거야. 아무 문제없을 거야. 인마, 아저씨가 도와줄 테니까 시은이 네가 힘을 내야 돼. 그래야지 엄마도 안심하고 일어날 수 있으실 거야. 알겠지?”

-응! 네! 아저씨……!

의지 할 곳이 없어 방황하는 아이에게는 의지 할 곳이 되어 주는 게 가장 큰 배려다. 그리고 너무 슬픔에 잠식되지 않도록 힘을 실어줄 필요도 있는 것이고. 흐느낌 속에서 ‘네’라는 대답을 하게 만드는 게 지금은 가장 큰 배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삼성병원에서 보자, 시은아. 꼭 도착하자마자 연락해. 알겠지?”

-네! 정말 고맙습니다!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참, 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시니?”

-아, 엄마……. 박현숙이요.

“그래, 알겠다! 엄마 손 꼭 잡아드려! 다 잘 될 거야! 걱정 하지마!”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를 되풀이 하는 시은이를 뒤로 한 채 짠한 맘이 피어 올랐다. 아, 참 상황이 오묘하다. 이게 별로 도와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고맙다고 하니……. 거기다 얘 엄마가 정말 큰 일이 나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면 또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일은 없도록 만들자. 그래, 그러도록 하자! 계범도야!

“후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거만큼 확실한 인연은 또 없는 셈 아니겠냐. 그 생각과 함께 도곡에서 대청에 이르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구슬이 덕에 일찍 삼성병원에 도착한 나는 당당한 자태로 삼성병원 암센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혹시 여기 과천에서 응급환자 발생해서 오기로 되어 있지 않나요? 박현숙씨라고 투병 중이신 암 환자분입니다.”

“네? 아, 네! 혹시 가족분이신가요?”

“가족은 아니구요. 박현숙 환자 보호잡니다.”

아, 나도 이런 거 해본 적이 없어서 이런 게 되려나 모르겠다. 내 가족 말고 다른 사람 보호자 해줄 일이 몇이나 있겠냐? 하지만 아직 미성년인 시은이가 보호자로 있는 것보다는 내가 보호자로 있는 게 낫겠지? 이게 신분 확인이나 절차상의 문제가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만…….

“박현숙 환자 치료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얼마가 되던지 전부 다 제가 댈 테니 입원부터 수술까지 금전적으로 문제가 생겨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 작품 후기 ============================

병원에서 갑질하는 쿨 호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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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절차는 잘 몰라서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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