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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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내 앞에 앉은 채 후후 미소 짓고 있는 지현이. 이건 정말로 나도, 구슬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일 것이다. 월요일에 만나 금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난 이후로 내 개인사가 워낙에 바빴던 터라 연락을 잘 하지 못하고 있던 이 와중에 지현이가 윤이사의 비서가 되었다니!
“진짜 설마설마 했는데.”
사무실이랑 쇼핑몰에 이력서 냈단 이야기까지 들었다만 정말 이게 우리 회사일 줄이야! 더구나 윤이사가 비서를 구한다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있었던 터라 그 놀라움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저도요. 이름 특이한 사람 있다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그게 정말 오빠일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그래?”
“네! 어제 이사님이랑 면접 보고, 저기 부장님께서 그렇게 얘기 해주시더라구요. 내일 출근하면 이름 특이한 사람이 저 며칠 간 업무 가르쳐주고 할 거라고.”
그리고 그건 지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 또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간 곳이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일 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진짜?”
“네! 저도 진짜 생각지도 못했는데 부장님이 이름 이야기 하는 거 보고 혹시나 했었어요. 그래서 오늘 은근히 기대하면서 출근했어요.”
어제 내가 출근하지 않은 날 지현이가 우리 회사에서 면접을 보았을 줄이야! 으핫, 이거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네!
“아, 진짜 우리가 인연은 인연이가보다. 정말 이게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혹시나 싶은 맘은 들었다만 정말 그럴 줄 누가 알았겠느냐?
처음엔 순간적으로 닮은 사람은 아닌가 싶었지만 내가 지현이를 못 알아볼 리 없지 않은가? 날 보고 환하게 웃어주는 그 모습은 결코 쉽게 잊을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요 근래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여자가 제법 있긴 하다만 지현이는 그 여자들 가운데에서도 특별하다. 승미 이 개년은 사람 열 받아 미치게 만들었고, 구렁이 청령은 진짜 피 말리도록 스릴감에 찌들게 만들어 주었고. 주미 원장은 좋긴 하지만 그게 아주 순수하고 풋풋한 느낌은 아니잖아……? 뭐, 그 끈적함도, 애틋함도 싫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 맑고 깨끗한 느낌은 아니란 말이야. 난 순면 감촉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니까.
물론 지현이 말고도 구미호 아리가 있긴 하다만……. 에이, 아냐! 기억에서 지우자! 사람도 아닌데! 어차피 그냥 스쳐지나가는 존재일 뿐일 것을! 아무튼 그러다 보니 지현이가 독보적일 수밖에!
게다가 지현이 몸이 좀 인터네셔널해야지! 하얀색 민소매 블라우스처럼 보이는 윗부분과 가슴팍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는 까만색 쫀쫀한 느낌의 아랫부분을 가진 투톤 원피스는 탈(脫) 아시아 급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구두 소리를 내며 사무실에 입성하는 바로 그 순간 은갱을 비롯한 우리 회사 여직원들이 전화업무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시 경계와 부러움을 동시에 담은 시선을 내비출 정도로 말이다.
“나한테 미리 연락이라도 좀 해주지 그랬어?”
물론 예쁜 여잘 보면 여자들의 질투가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잔 질투에 사는 생명인데 어쩌겠냐? 자기보다 이쁘고, 몸매마저 출중한 대상이라면 당연 경계의 대상일 수밖에.
그래서 원래 예쁜 여자들은 친구가 없거든. 로드 헌팅 경력 10년차면 아주 쉽게 알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다. 진짜 예쁜 애들은 절대로 무리 지어 다니지 않는다. 정말 예쁜 애들은 견제하기 위해서 어정쩡하게 예쁜 애들이 옆에 수행비서 혹은 무수리, 보디가드 대용으로 오크 내지는 트롤 같은 애들을 데리고 다니지, 진짜 예쁜 애들은 따돌림을 당하는 건 지 뭔지 몰라도 진짜 친구는 별로 없더라. 뭐, 그 대신 남자들이 주변에 디립다 많긴 하더라만.
“그냥 확실한 것도 아니고 해서……. 그리고 서프라이즈 하고 싶었어요! 오빠 말대로 정말 우리가 인연이면 여기서 또 만나게 되는 건 아닌가 하구요. 헤헷…….”
“하긴. 근데 진짜 이렇게 되니까 참 신기하긴 하다. 정말로!”
“그러게 말이에요!”
어쨌거나 지현이와의 생각지 못한 재회는 내게 또 설렘을 가져다 주었다. 아니, 지금 상황이 그렇잖냐. 우리가 보통 사이도 아니고, 거의 섹스 직전까지 간 사이다 보니 말이다.
“안 그래도 보고 싶었는데.”
“헤…….”
한 순간의 감정이든 뭐든 정상적인 남녀 사이의 진도가 그 정도로 나갔다면 암묵적으로 우리 ‘사귀자’라는 말은 나온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쿨하게 섹스만 하고 끝내잔 종족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나와 지현이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물론 나도 한 때엔 그런 것에 미쳐 있던 시절이 있긴 했지만 이제 33살이나 먹었는데. 정신 차려야지!
어쩜 승미 년을 만난 게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뭔가 해보려다가 그런 식으로 까여봤고, 그렇게 맘에 상처를 입어봐서 다른 사람 맘에 상처 주는 게 얼마나 아픈 건지도 느끼게 된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 년한테 고마워 할 일은 아니지.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좋은 경험이라고 하긴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안 하는 게 제일 좋은 거니까.
“약속 하루 전에 이렇게 먼저 보니까 좋네.”
“저두요, 오빠……! 정말 너무 좋아서 웃음이 가시질 않네요.”
어쨌거나 그런 감정들도 이제는 이해가 되는 시점이다 보니 더욱 더 반가울 수밖에. 그 마음을 그대로 꺼낸 소탈한 한 마디에 지현이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직원들이 사무실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잠깐 티타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좀 미안하기도 하다.
음, 어쩜 사내 연애가 될지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니 좀 거북스럽거나 불편한 마음도 조금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게 더 큰 데 어떻게 하겠냐?
“아, 근데 정말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지? 진짜 우리 회사에 이력서 넣은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오빠, 혹시 회사 안에서 따돌림 당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월요일에 전부 다 알았대. 그 전까지는 윤 이사가 그냥 독자적으로 구한 거였나봐. 나야 월요일에 누구 때문에 회식 자리 비웠으니.”
“음, 그 누구가 좀 찔리겠는데요……?”
살짝 시선을 피하며 은근한 미소를 짓는 지현이. 아, 얘는 정말 보면 볼수록 더 이쁜 것 같아! 처음에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땐 밝고 활발해 보이는 귀요미였는데 보면 볼수록, 그리고 만나면 만날수록 예뻐 보인다.
음, 그런 볼매 스타일이 있지. 외모 자체는 그렇게 눈에 띠지 않지만 그걸 넘어서는 인간적인 매력이 더 강한 경우 말이야! 지현이는 눈에 띠진 않지만 그래도 참 자연스럽게 이쁜 편에 속하는데다 그런 볼매 매력까지 있으니……!
“찔리면 내일 나란히 손잡고 퇴근 하겠지.”
그 말에 지현이가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정말요……?”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무척이나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재차 물음을 던진다. 살짝 들뜬 듯 한 얼굴로 나를 유심히 바라보내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란! 아, 이 느낌!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입사하자마자 그건 좀 그런가?”
지금 당장이라도 꼭 안고 뽀뽀를 하고 싶은데 아 지금은 그럴 수가 없지. 아직까지 김부장에게는 공식적으로 서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는 아니다. 그러니까 지현이도 혹시나 했었고, 나도 혹시나 했던 느낌이 맞았을 뿐이니까.
아, 이거 일이 이렇게 되니까 지루하던 회사 생활이 다 들뜬 기분 한 가득이네! 사내 연애는 솔직히 말해서 한 번 도 해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형태가 이리 되다니 참 오묘하다.
“음, 그건 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아무래도 눈치 보이니까…….”
“별로 안 찔리는 거 아니고?”
“아닌데요? 그럼 그건 과천에 가서 많이 하면 돼죠!”
절대로 그런 건 아니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 항변하는 지현이의 모습에 난 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고 아빠 미소를 짓고 말았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승미 년이나 그런 여우같은 계집애들과는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모든 여자들이 그렇단 것은 아니지만! 솔직함을 밑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연인 관계라는 것에 너는 없고 나만 있으며, 동시에 사랑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현실적, 물직적 필요충족 조건에 의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재단하는 가증스런 꼴페미들이랑은 전혀 말이다.
그 꼴페미들이 보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별 그지 같은 소리들을 다 늘어놓을 거다. 얼핏 굉장히 현실적이고 기술적인 조언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인성 면에서 썩어 있는 걔네들은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질투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들은 쉽게 말해서 여자 좆밥들이다. 상식을 가식이라 치부하고, 선의를 위선이라 취급하며 그게 진리인 마냥 떠들어 대는 인터넷 허세 찌질이 종자 좆밥 새끼들이나 이 년들이나 다를 바가 없는 거지.
하나 재미있는 게 있다면 인터넷 루저들은 모니터 뒤에서는 악플의 거인으로 빙의해서 이 꼴페미년들을 겁내 씹어 대는데 실제론 밸도 없는 호구 나부랭이들이다. 대부분이 한 번 먹어 보겠다고 깝 치다가 머리 위에서 놀고 있는 꼴페미, 된장, 보슬 계집애들에게 개 털리고 내상을 입어 열등감이 폭발하는 거지.
음, 일전에 내가 승미 년한테 당했던 것처럼 말이다. 씨발, 이게 나 같은 놈도 그렇게 흔들리기 마련인데 여자 경험 없고, 피해의식에 쩔어 있는 것들과 합체를 하게 되면 오죽하겠냐? 이건 곧 열등감 폭발로 이어지고, 그럼 열등감은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접어든다.
정상 연애 해본 사람은 그게 참 개년들이라는 걸 알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그게 아닌 경우, 상처가 크면 클수록 모든 여자가 개년화 되는 개년 프로젝트가 진행이 된단 거다. 그게 곧 감정적 점입가경 단계를 거쳐서 심지어 주화입마에 해당하는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어 더더욱 큰 여성혐오를 지닌 난폭자가 되는 거지. 애시 당초 자기 이름, 자기 얼굴 내세우지 못 할 말들을 내뱉고 그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단 자체가 정신병리적인 증상이 있단 거거든.
아무튼 반면에 꼴페미들은 거기나 현실이나 둘 다 ‘나는 귀족이다’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냥 얘네들은 애시 당초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사는 종자들인지라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거든. 애 낳고, 생리 하는 태생적인 문제를 가지고 존나 피해자인 척 떠들어 대는데, 진짜 아닌 게 아니라 여자가 그런 거 가지고 뭐라 그러면 그렇게 무식해보일 수가 없다.
정말 재미있는 건 대학물 먹을 만큼 먹은 년이 사고 전개 방식이 저런 거 밖에 안 된다는 거지. 이런 년들은 엄마가 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정을 해놔야 한다. 왜냐고? 이따위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건 아이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속박의 굴레란 생각에서 비롯되는 거잖냐. 이게 뭐냐? 애시 당초 그게 부끄러운지도 모른단 거다. 이 꼴페미 년들의 대가리 속에 있는 여성이란 존나 대우 받아야 할 존재인 동시에 무조건 피해자거든.
실제 경험도 아니고 미디어의 자극적인 재창조에 의해서 부여된 이미지를 구분을 하질 못하는 거다. 생각이 뇌를 거쳐서 혓바닥으로 옮겨져야지, 그런 거 하나 없이 바로 혀를 굴리려고 드니까 논리도 엉망진창이고 주장도 힘이 없지.
그런걸 보충 할 생각은 안하고 병신, 머저리 같은 레알 호구놈들 수족 부리 듯이 부리면서 개놈 프로젝트라고 거기 따르지 않는 모든 남성은 개놈이라는 젖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그러니까 애시 당초 대화가 성립이 안 되는 거지. 존나 이중적이고, 이기주의적이거든. 생각의 전제 조건 자체가 여자는 피해자라는 인식을 깔고 있는데 뭐가 통용이 되겠냐?
남자들이 점차 여성 혐오를 가지고 찌질이화 되는 것도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는 거다. 여권신장(女權伸張)을 주장하면서 책임은 모조리 다른 쪽으로 돌려 버리는데 권리가 신장되겠냔 말이다. 책임 없는 권리가 세상에 어디에 있냐?
특히 꼴페미의 선두주자 몇들이 진짜 말도 안 되는 좆 같은 걸로 여권신장, 여권신장 주장하는데 진짜 이쪽은 온, 오프라인 모두 답이 없는 종자들이다. 면상에다 여래신장을 쳐먹여 버릴라.
아무튼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그러는 놈들이나, 부끄러운지조차도 모르는 년들이 너무 많은 이 세상에 지현이 같은 존재는 정말인지……!
“정말?”
“응, 응! 오늘 첫 날이라서 긴장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하긴. 아무래도 우리 회사에서는 비서 개념이 많이 생소해서 더 그럴 거야.”
“그런 것 같더라구요. 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지현이가 눈치를 보는 것도 어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으니 더더욱 말이지! 게다가 문제는 우리가 본사에서도 비서가 없었단 거거든. 윤 이사가 무슨 바람이 들어 그랬는지 몰라도 나도 적응이 잘 안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 하겠는가?
“뭐, 걱정 말어. 우리 일이 좀 생소해서 그렇지 이해하고 나면 되게 쉬워. 간단히 말해서…….”
“투찰, 전자 입찰 하는 회사 이거죠?”
“그래, 그렇지. 잘 공부했네!”
“헤헷, 제가 머리는 좀 좋은 편인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음, 아닌가요……?”
대답 대신 씩 웃음 짓자 지현이가 ‘칫!’ 하고 퉁명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우와, 오빠 너무하다! 처음부터 기 죽인다!”
그러나 이내 웃음기 번진 얼굴로 사랑스럽게 앙탈을 부리는데, 아 정말…….
“괴롭히고 싶은 얼굴이야.”
“음……. 괴롭히면 안 돼요. 나 정말 일반 사무직인 줄 알았는데 이런 건 하나도 모르니까 믿을 사람 오빠밖에 없단 말이에요.”
그리고 날 애처롭게 바라보며 그러지 말라는 듯 고개 흔드는 지현이. 아, 뭘 먹고 이렇게 귀여운 거지? 내 몸이 다 배배 꼬일 지경이다.
아무튼 걱정이 많은 건 정말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비서라는 직업 특성 상 타 부서와의 교류가 거의 없을 테지? 다른 큰 회사라면 비서진들이 있겠지만 여긴 또 그런 것도 아니라서.
아마 사무실은 영업팀 쪽에 셋팅이 될 것 같은데 거긴 이대리를 비롯해서 일하는 애들이 최악이다. 왜냐? 얘네들 겁내 아저씨 필 나게 노는 애들이라서 양지 여자 대하는 걸 전혀 모르거든. 그러니까 이대리만 해도 술 마시면 여자를 아가씨 대하듯이 대해서 좀 문제가 있는 양반이기도 하고.
어?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김부장이 영업팀 가고 내가 우리 부서 제일 윗자리에 앉을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그게 이상적이긴 하지! 김부장도 원래 영업직 출신이니까 말이다. 아, 이거 요즘 실적도 어마무지하게 좋다 보니 이것도 어느 정도는 기대할 만 한 데!
“너무 걱정 하지 마. 제이비드 서울지사 최고 에이스 계범도가 등 뒤에 버티고 있잖아? 그냥 생소한 개념만 좀 익히면 될 거야. 어차피 복잡한 일들은 분석팀에서 전담하는 거니까 어려워 할 것 없어. 학교 다닐 때 사회 과목 중에 경제나 그런 것들 배우잖아?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돼. 그것도 소과목 하나 정도?”
호감 있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 남자의 본능일 것이다. 그리고 남자 중의 남자, 모든 남자들의 스탠다드를 대표하는 나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 그래도 그나마 구슬이를 만나고 한창 잘 나가기 시작할 시기에 지현이가 와서 더욱 더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 우리 일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까 회사 밖에선 잘 나간다 해봐야 얼마나 잘 나가는지 모르거든! 안에 들어와야지 와 정말 잘 나간다, 돈 많이 번다 할 수 있지! 지존 럭키가이다, 증말!
“음……. 네, 오빠! 전 오빠만 믿을게요!”
“오빠 나쁜 남자야. 너무 막 그렇게 믿으면 안 돼.”
“아이, 참!”
한껏 상기된 얼굴로 또 다시 앙탈을 부리는 지현이를 봐라. 아, 정말……. 앞으로 한 달 정도는 회사에 나올 맛이 나겠어!
“알겠어, 알겠어. 아무튼 오늘은 비드스쿨이라고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서 간단하게 개념 정리 정도만 해두면 될 거야. 내일부터는 내가 직접 가르쳐 줄 테니까. 뭐 대강 공고 발행처에서 나오는 요건들이 얼마나 다른지 정도면 알아두면 돼. 모르는 것 있으면 재깍재깍 물어보고.”
“네, 오빠!”
“참, 그리고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알고 있어요! 계대리님!”
사회생활을 헛으로 한 게 아니라는 듯 지현이가 미소와 함께 먼저 대답을 해보였다. 이미 다른 사람들도 지현이와 내가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란 건 눈치를 챘을 거다. 그래도 그게 그 문제의 그녀였던 것은 모르는 편이 좋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지만 그래도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어서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형편성이나, 공정함에 의문을 표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잖냐?
“오케이. 그럼 남비서님. 이제 우리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보자고. 홈페이지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모르는 것 있으면 바로 물음 보고.”
“넵! 대리님! 히힛!”
아, 참 이뻐! 정말! 센스 있는 그 모습에 함박웃음을 머금은 나는 천천해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다. 아, 뭔가 또 일이 술술 풀리는 기분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 내 방향은 슬슬 천국 쪽으로 고정이 되어 가는 기분이렸다!
물론 방심해선 안 되겠지. 꼭 이럴 때 초 치는 게 세상의 법칙이니 말이다.
“근데 오늘 옷 완전 있어 보이는데?”
“전에 일 할 때 입었던 옷이에요! 오늘은 첫 날이라서 좀 신경 써봤어요!”
“역시 몸이 살아 있으니 옷도 덩달아 살아나네! 좋다, 좋아!”
“정말요? 근데 오빠, 전에 봤을 때보다 살 많이 빠졌어요. 아팠다더니 그래서 그래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며 지현이가 다시 물음을 던져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상처 난 내 입가를 어루만지는데 그 모습에 또 난 아빠웃음 폭발이다. 흐흐흥.
“아니, 뭐 그렇게 심한 건 아니고. 근데 살이 빠진 것 같아?”
“네! 월요일에 봤을 때보다 많이 빠진 것 같아요. 턱 선이 살아나는 느낌?”
오오! 이게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살이 빠지고 있다니까 기분은 좋네!
“사실 요즘 운동 중이거든.”
물론 뻥이지만 이 정도면 꽤 귀여운 허세 아니냐! 적당히!
“정말요? 우와, 그럼 퇴근하고 저랑 같이 운동해도 되겠네요?”
“음, 음! 그래. 그렇지!”
이내 지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 뭐 내가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최근 내가 한 가장 격렬한 운동은 주미 원장과의…….
“국가대표가 될 수도…….”
“네? 근데 오빠 무슨 운동 해요?”
“어?”
주로 허리 운동을 위주로 하고 있는데…….
“싸나이는 달리는 거지! 한 바퀴 산뜻하게 공원 돌고 계속 움직이는 거.”
차마 그거라곤 말 못하겠다!
“아, 유산소! 그래서 살이 많이 빠졌구나! 그럼 퇴근 하고 시간 맞춰서 같이 운동 가도 돼요……?”
지현이와 같이 운동을 하면 주미 원장 만나러 용운사 쪽으로 가기 힘들어 지는 건가? 어라……?
“그……래. 그렇게 하자!”
하지만 칼을 쥔 사람은 나지. 주미 원장과 보는 건 주말로 돌리도록 하자. 그리고 매번 운동을 하는 건 또 아닐 테니까. 음, 그렇지만 이래저래 바빠질 것 같긴 하네!
“같은 동네 사람이라서 이런 게 정말 좋네요! 히힛……!”
그렇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지현이를 보니 내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아,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청춘과 중년의 공존이라니 아, 계범도! 21세기 피터팬 같으니.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내일은 불금이니 같이 또 술도 마셔야 되는데 어떻게 해?”
“음……. 그러게요? 생각도 못했다! 어떻게 하죠?”
이내 지현이가 미처 생각지 못했단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그리고 웃음이 터진 건지 그대로 환하게 웃음 짓는데 그게 어찌나 자연스럽고 예뻐 보이는지.
“먹고 또 운동하면 돼지.”
같이 할 수 있는 거 하나 잘 알고 있는데…….
“음, 적당히 먹고 그럼 같이 걷기 운동하면 되겠네요! 그럼 내일은 굽 좀 낮은 거 신고 와야겠어요!”
“그……래.”
아, 음란마귀가 다시 또 들러 붙었구나! 순수한 지현이의 리액션에 나는 다시 한 번 올곧은 마음을 붙잡고자 깊게 숨을 들이켰다. 후, 그래! 지켜주기로 했었잖아! 또 다시 호구가 될지언정, 심지어 고자가 될지 언정 나의 고결한 정신은 지키고자 했으니 이 유혹에서 벗어나야지! 암!
“아무튼 들어가면 점심시간까진 이제 계속 공부를 해야 할 거야. 파이팅.”
그러는 동안 어느 샌가 사무실 앞이다. 아, 아쉽네. 같이 노닥거리며 놀고 싶은 게 정말 사실인데. 뭐, 내 일이야 구슬이와 함께라면 순식간에 끝이 나니 나야 이제 출근해서 노닥거리는 시간이 더 많아진 감도 있거든.
“네, 대리님. 열심히 할 게요!”
에휴, 그래도 지현이도 자리를 잡아야지. 그 자리 잡는데 내가 도움이 될 수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자! 가서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그거라도 좀 쉽게 볼 수 있도록 요약본이나 만들어볼까?
그 생각을 하며 같이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려던 바로 그 찰나.
-가슴을 패인 것처럼~!
“아, 잠시만. 먼저 들어가 있어.”
“네, 먼저 들어 가있을게요! 대리님……!”
핸드폰이 울렸다. 그 소리에 지현이에게 먼저 들어가 있으라 하고 핸드폰을 꺼낸 나는 지현이를 먼저 사무실로 보내고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흠.”
모르는 번호다. 아, 폰이 맛이 가고 나서 모두 백업된 번호 모두가 살아난데다 지현이도 여기 있으니 굳이 받을 필요는 없는데.
“이건 또 누구야?”
흐음.
“음?”
계속 울리는 핸드폰 소리를 일단은 꺼두고 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제이비드 계범도 대리입니다. 누구십니까?”
지금 이 시간에 내게 전화를 걸어올 만한 사람이…….
-아저씨!
하나 있다. 그래, 하나 있다. 그것도 이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걸 사람이!
“시은이냐?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작품 후기 ============================
전지적 좆까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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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유료 연재 시장이 나타나면서 점차 글들도 '리얼 버라이어티화' 되어 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 종이책이 전통 예능(ex 토크쇼)처럼 정해진 형식 안에서, 출판 양식에 맞게 재미를 주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접근성 및 여러가지 요건들이 상승해서 그 형식에 파괴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과거엔 박명수 같은 사람이 나와서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런닝맨에서 처럼 "시간을 지배하는 자!" 이런 게 통용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점차적으로 장르 시장도 포멧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고 있지요.
그런고로 이 글도 그런 예능처럼 편안한 맘으로 봐주십사 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제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유머나 재치, 센스 같은 부분들을 적극 활용해서 풀어가는 글이다 보니 그렇게 무게감 있게 극을 이끌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 이전까지는 이런 부분들이 계속 되풀이 되고 반복되면 분명히 질릴 것이라 우려해 다른 방향으로 시도를 많이 해보았지만 결국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이런 부분이니까, 쉽고 편안하게 쓰려거든 이런 부분들이 제일 잘 녹아나게 되더라구요.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개연성 오류가 있을 부분들은 지양하고, 최대한 민담이나 동양적 색채를 첨가하려고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작품의 기획 의도가 있다면 '그냥 주인공 범도가 잘 되는 글'입니다!.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착하게 살자를 쓸 시점부터는 뭔가 작품에 메세지를 담아야겠다 생각을 하고 풀어 나갔습니다. 그걸 시작으로 과정 중에 있었던 게 내 이름은 김상옥, 이터널 라이프 두 작품이었고 그 절정이 괴물과 현자의 시간 두 작품이었지요.
괴물 같은 경우는 수긍을 하고 마무리까지 도달했지만 현자의 시간은 좀 문제가 있었고... 그 이후론 머리가 너무 지쳐서 쉬고 싶단 생각이 충만해죠. 그래서 정직이 연중 되고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것이고...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쉬기는 불가능 한 전업쟁이라...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이쪽이 물질적으론 제게 더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괴물 같은 걸 쓸 때보다 심정적으로는 물론 시간적으로도 훨씬 더 널널하고, 반면 수익면에서는 이쪽이 훨씬 더 높다보니 현실적으로, 물질적으론 확실하게. 그러다 보니 지금은 이렇게 가벼운 걸음으로 가는 게 맞진 않나 싶기도 합니다. 거의 2배 정도 차이가 나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히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더 해야 하겠지만 제가 아직까지 마음 놓고 그럴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솔직한 말로 제가 기대치를 가질 만큼 그렇게 잘 쓰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계속 써왔을 뿐인지라-
아무튼 그러합니다. =_= 한 편 적당히 보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글. 지금은 머리 더 안 굴리고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온니 휴식.
그러니 보시는 분들도 딱 거기까지만 생각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