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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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패인 것처럼~!
으, 으음!
“까악!”
집으로 돌아와 느긋하게 숙면을 취하고 있던 나를 깨운 것은 핸드폰 소리보다도 요란한 금조의 음성이었다.
“으으! 인마! 왜 이렇게 시끄러워! 아야!”
“까악! 까악!”
“아퍼! 인마!”
그리고 금조의 음성보다도 더 확실하게 내 잠을 깨워 준 건 날카로운 금조의 부리!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괴로웁다~!
“까악! 까악!”
아니, 이놈이 갑자기 왜 이래? 혹시 핸드폰 소리 때문에 놀라서 그런가 싶어 퍼뜩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바로 핸드폰으로 손을 뻗어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오늘은 아예 대놓고 침대에서 뻗어 있어서 그런지 일어나기조차 쉽지 않았다만, 이렇게 요란한 소리로 울어 내며 부리로 쪼아대는 탓에 버틸 수가 있어야지!
“아, 일어났으니까 그만 쪼아 인마!”
이거 참 좋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참 성가시다고 봐야 할 지! 에이, 귀여우니까 봐준다!
“여보세요?”
금조를 뒤로 한 채 잠에서 깨어나 전화를 받은 나는 두 눈을 꿈뻑이며 먼저 물음을 던졌다. 아, 너무 피로해서 그런지 정말 깊게 숙면을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니 정신이 없다. 자기 전까지는 주변도 많이 밝았던 것 같은데 또 이게 어둠이 내려앉아서 그런지 대체 내가 얼마나 잠을 잤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배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응? 은갱이냐?”
번호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먼저 받은 탓에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은경이였다. 이제 점차 내 정신도 비몽사몽간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 번 늘어지게 하품을 하니 은경이가 기운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자다 일어나셨어요?
“음, 좀 피곤해서. 완전 뻗어 있었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
“자다가 일어나서 짜증 난 것 말곤 괜찮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선배님!
“아냐, 뭐. 어차피 밥 먹을 시간이니까. 근데 뭐? 왜?”
후배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게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라만 정신 들고 보니 시간대가 거의 얘들 퇴근 할 시간이거든. 그러다 보니 지금 연락이 오니까 좀 의아한 맘이 들 수밖에.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4억짜리 공사 따주고도 삼미 유순화 과장이 지랄지랄 하는 거면 아, 나 거기랑 계약 날려버리던가 해버려야겠다.
-아! 오늘 투찰건 확인 해보셨어요?
“아니. 안 해봤지. 왜?”
내가 그럴 정신머리가 어디 있겠냐? 매일 매일이 이토록 버라이어티 하다 보니 일들이 한 가득이라 그럴 시간조차도 없는데.
-선배님 또 낙찰 어마어마하게 하셨어요!
“음?”
-지금 본사에서 난리에요! 연락 못 받으셨어요?
“잠깐만.”
그러고 보니 부재 중 전화가 몇 통 와 있다. 아, 금조가 그래서 내 머리를 쪼아댄 모양이다. 그래도 금조가 제법 매너는 있구나. 말로 하다 못 알아먹으니까 행동으로 옮기는…….
“짜식. 대견한데.”
-예?
“아니다, 아냐.”
털 고르기에 여념 없는 금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 하자 은경이가 뭔가 하고 물음을 던진다. 굳이 금조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고개를 흔들 수밖에!
“암튼 뭐 오늘은 어디 됐는데?”
-오늘도 제법 돼요! 8개 드셨어요! 그 중에서 중복되는 업체 빼면 5개인데, 진짜 선배님 월급날 앞두고 인센티브 엄청나게 뽑아 가시는데요?!
“어디? 북명 건설 됐어? 청호 소방이랑?”
-넵! 거기 두군데랑 삼미 건설도 또 됐어요! 삼미에서 유과장님이 전화 와서 대리님 칭찬 입이 마르도록 하던데요?
으하하핫! 꿀 같은 잠을 깨운 전화였지만 일이 잘 풀렸다는데 내 기분이 나쁠 리 있겠는가? 시덥잖은 소식이었다면 짜증이 났겠지만 또 다시 구슬이의 힘이 적극 발휘된 순간! 예쓰, 그래! 아직 정신은 다 돌아오지 않았지만 일어나자 마자 기분 좋은 소식에 절로 흡족한 미소가 입에 걸렸다.
“뭐, 할 일 한 거 뿐이지!”
-그래도 진자 대단하세요! 오늘도 액수 제일 높은 거 5개 다 합치시면 인센티브 또 150만원 정도 나오신 거 같아요! 와, 진짜 대단하십니다! 선배님!
“내가 이 정도는 해줘야 우리 신삥들도 아 이게 되는 거구나 하지. 셋 다 잘 지내지?”
-아, 네! 형은씨가 대리님 걱정 많이 하던데요?
응? 형은이가?
“그래?”
-아, 어제 점심때 커피 사주시고 얘기 많이 해주셔서 그런가봐요. 선배님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전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음, 요즘 내가 구슬이 만나고 나서 매력 포텐이 터지는 건가? 하긴! 가무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남자의 품격이지. 아, 나 정말.
“아, 나 또 이렇게 한 여자를 홀리는 건가. 나 같은 남잔 위험하기 때문에 쉽게 좋아하지 말라고 전해줘.”
-에이, 선배님! 그건 아니십니다!
이내 정색하며 소리치는 은경이!
“뭐, 임마! 죽을래? 콱! 내가 대전 유성구의 전설, 피플 오빠 이야기 또 해줘?”
-그거 벌써 100번 넘게 들었지 말입니다!
“마, 이런 이야기는 듣고 또 들어도 다 삶의 양식이 되는 법이야! 뼈가 되고, 살이 될 말들인데 잘 새겨 놔야지, 인마.”
아, 그립구나! 유성구 유흥 황자, 피플 카페의 헌팅 황제! 그게 바로 내 별명이었거늘! 그땐 지금처럼 이렇게 퉁퉁 불어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에이, 제가 그런 거 들어서 어디다 씁니까! 선배님! 저도 여잡니다!
“아, 맞아. 은갱 여자였지 참. 내가 종종 착각한다니까.”
-와, 너무 하십니다! 저 상처 받았어요!
“인간이란 누구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야. 상처를 이겨내야지, 은갱.”
그 말에 결국 은경이도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영수와 같이 내 직후임인 은경이는 다소 눈치는 없지만 그래도 성격은 꽤 좋은 편이다. 음, 후임들에겐 꽤 깐깐하고 권위적인 구석이 있긴 하다만 그래도 애가 참 성실해. 또 스포츠도 좋아하고 그래서 이야기도 잘 통하고.
물론 은경이가 참 성격은 좋은데……. 성격만 좋아서. 에휴, 우리 은경이 누가 데려갈꼬?
“아무튼 확인 좀 해볼게. 알려줘서 고맙다. 내일 보자.”
뭐 그거 그거고! 난 내 휴일 마저 누려야지. 아직 까지 좀 더 자고 싶긴 한데 그래도 일어난 김에 저녁은 챙겨 먹고 뭘 좀 하긴 해야 할 것 같다.
-네, 선배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오냐.”
그리고 핸드폰을 끊은 나는 기지개를 쭉 펴고 몸을 풀어 보았다. 아, 몸이 뭐라고 해야 하지? 요즘 영단을 먹고 자서 그런지 개운하다 해야 하나? 아직 잠은 덜 깼는데 막 몸은 개운해서 굉장히 좀 언밸런스한 느낌이다.
“아, 이제 뭐 하지? 금조야.”
“까악?”
근데 막상 일어나긴 했는데 할 게 없네. 이런 씨.
“참, 내 생활도 서글프다. 서글퍼!”
사실 오늘은 예상 밖에 일들을 많이 하긴 해놓은 상태다. 후훗, 낮에 공원에서 철 없는 10대들도 훌륭하게 계도 했으며, 또 시은이도 만나지 않았던가?
“음, 그러고보니 내가 걔 연락처는 모르는구나.”
하긴 명함 줬으니 어련히 연락이야 오지 않을까?
“별 일은 없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암투병 중이라면 정말 애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 있을 거다. 그 생각 하니 또 걱정이 돼서 혹시 그 공원에 다시 나가볼까 싶기도 하다마 지금쯤이면 시은이도 집에 들어갔겠지.
“그래, 뭐 할 거 없으면 살이나 빼야지. 그쟈? 금조야!”
“까악!”
아마 금조가 주미 원장의 요가원으로 다시 갈 것을 짐작한 모양인지 유난히 신이 나는 듯 한 얼굴로 내게 날개짓 해왔다.
“주미 원장, 보고 있지? 그쪽으로 씻고 갈 테니까 내 몸 만드는 것 좀 도와줘. 그리고 심신 수양 할 수 있도록 그것도 좀 거들어 주고!”
이게 보는 건 같이 본다고 했는데 들리는 것도 같이 들리는지는 모르겠네.
“까악?”
고개를 갸웃거리는 금조를 보니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에라, 아무튼 가보면 알겠지.
“읏짜짜. 아 빨래…….”
생각해보니 빨래나 좀 돌릴 걸 그랬나? 아니다, 그냥 대강 지금 돌려 놓고 갔다와서 널고 자자.
혼자 살다보니 제일 귀찮은 게 이런 거다. 일을 마치고 왔을 때나, 이렇게 마음 놓고 쉬고 있을 때 종종 집안일이 복병처럼 튀어나와 뭔가를 해야만 한다 압박감을 준단 것이다. 에휴, 근데 어떻게 하겠냐? 혼자 사는 집구석에 이런 거 해줄 여자도 없고 결국 내가 해야만 할 수밖에.
“세탁, 헹굼, 탈수.”
그나마 혼자 살기 때문에, 그리고 와이셔츠들이 대부분인지라 그렇게 빨랫감 자체는 많이 없단 것이 위로 사항이렸다. 물론 셔츠가 목이랑 손목에 때가 타는 감이 적잖게 있어서 제대로 빨려면 솔질도 다 하고 해줘야 한다만 요즘은 안감을 따로 대어 놓은 옷들이 많아서 그냥 대충 돌리고 다림질이나 간단히 해주는 정도로 만족하고 산다.
귀찮아서 못해, 진짜.
“뭐, 헹굼 한 번 더 하면 되겠지?”
좀 늦으면 빨래가 돌돌 말린 채 세탁기 안에 뭉쳐져 있어서 꾸리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뭐 어떠냐? 헹굼 한 번 더 돌리고 탈수 해서 널면 되니까.
“후우. 근데 살이 좀 많이 빠졌나?”
너무 정신이 없었나?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살이 많이 빠졌단 느낌이다. 내가 제대로 거울을 본 게 전에 지현이 만나러 갔을 때니까 3일전인데…….
“미안하다, 화장실 거울아. 난 이제 더 이상 널 믿을 수가 없어요.”
네가 진리이자 세상의 답이길 바라지만 결코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달관한 맘으로 나는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물론 운동하러 요가원에 가는 것이니까 그렇게 열심히 샴푸질을 할 생각은 없었다.
“흠. 그래도 이 정도 꽤 짜세 나오는데. 아, 이런 씨. 화장실에 거울을 떼던가 해야지. 이것만 보면 자신감이 충만해지네.”
오늘 낮에 시은이에게 들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현실로 돌아온 나는 머리를 홈웨어 위로 얇은 코튼 후드 티 하나를 걸쳤다.
“운동은 편하게.”
아무리 갖춰 입어봐야 운동하고 땀 흐르면 끝나는 거여. 어차피 실내에서 하는 거니까 또 양말도 필요 없을 거야. 그 생각에 슬리퍼를 신고 차 키를 챙기자 금조가 사뿐히 내 어깨로 날아들었다.
“가자, 금조야!”
혹시라도 가는 길에 또 구렁이가 사람을 보내진 않았을까 싶어 문 밖으로 벗어날 땐 금조의 존재가 무척이나 간절해진다. 아, 요 녀석이 정말 처음엔 못 미덥다가 이젠 아주 든든하다니까.
“포청천은 전조. 나는 금조.”
“까악?”
“니가 사람이었으면 이거 엄청 재미있을 거야, 인마.”
솔직히 나라고 다 웃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웃길 때가 있으면 재미 없을 때도 있다고…….
아무튼! 어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금조와 함께 나타에 이른 나는 주차장 앞에 남아 있는 아침의 흔적에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확실히 뭔가 단련을 받긴 해야겠어. 주미 원장이 호신술이나 무술 같은 것도 가르쳐 줄 수 있으려나?”
아침이랑 점심에 각 깡패와 고삐리들을 제압하긴 했지만 그거야 상대가 너무 병맛이었으니 운이 좋았던 거다. 그냥 덩치만 겁나게 큰 깡패랑 숨 쉬는 거 말곤 다 헛소리인 고삐리 하나 혼내준 걸로 과신 할 순 없지.
후훗, 이 정도 사회물 먹었으면 용의주도 할 필요가 있는 법이다.
“자, 일단은 가봅시다!”
주미 원장에서 많은 것들을 전수 받아야만 한다. 뭔가를 배울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물론 가서 주미 원장과 아주 즐거운 향락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내 나이에 뭔가를 배운다는 건 이제 아주 멀고 먼 일처럼 느껴지거든. 33살이라 아직 선배님들이나 형님들에 비하면 한참 어린 나이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배움이라는 게 낯설어지는 시점이긴 하다. 내가 배웠던 것들이 내 삶이 되었고, 그것들을 계속 되풀이 하면서 삶이 정착되고 안정되기 시작한 시점이니까.
그건 좀 지루하고, 답답하긴 해도 그래도 안정적이거든. 사회생활에서 무시 할 수 없는 요건이 바로 그 안정성이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에 하던 것을 되풀이 하게 되는데, 더 이상은 삶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뭐, 그러니 격렬한 진보 주의자도 어느 순간인가는 자기 활동에 회의를 느껴 보수 주의자가 되기도 한다잖아?
하지만 지금 내 나이엔 아직까진 젊은층이라고 믿고 싶고, 난 영원한 청년이고 싶다. 언젠간 나이에 굴복해 중년이 되고, 장년층이 되기도 하겠지만. 뭐, 그러다 보니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단순 요가가 아니라 어릴 때 드래곤볼이나 그런 만화책, 소설 속에서 보던 무술 같은 걸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두근두근 울렁울렁 신밧드의 모험처럼 신이 나는 것도 당연한 건 아닐까?
-부웅!
“금조, 벨트 메라. 밟을 거야!”
“까악?”
밟는단 말을 오해 했던지 고개를 갸웃하며 금방이라도 반격의 태세를 갖춘 금조는 그야말로 준비된 공격수다.
“이근호가 너 같았으면 좋았을 텐 데. 마, 밟는다는 건 그런 게 아니야.”
“까악?”
“이런 거지!”
말 벗이 있어서 그러나? 말 없는 구슬이보단 그래도 말이라도 알아듣는 금조가 있으니 혼자 떠들어도 이상해 보이진 않네! 그 사실에 무척 기부이 좋아진 나는 콧노래를 흥얼 거리며 용운사 방면으로 다시 차를 몰았다.
-끼익!
“잠깐!”
참, 이쪽은 갈 때 마다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이번에 또 갔다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골목에 급히 차를 세우고 구슬이를 꺼내 보았다.
-길.
“휴, 다행이다.”
어제도 이렇게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하긴, 이번엔 모든 게 다 준비되어 있는데 어떻게 흉이 터지기도 힘들 거야! 암!
그리고 나는 다시 차를 몰았다. 과천 종합청사 방면이야 좀 막힌다 하더라도 용운사 방면은 역시나 막힐 일이 없다. 더구나 아직 퇴근 시간도 아니고. 요 며칠 사이 부쩍 운전하는 일이 많이 생겨서 그런지 지금 이 시간에 도로를 달리는 게 참 낯선 느낌이다.
“10분이면 가겠는데.”
신호 한 번 걸리지 않고 단숨에 용운사까지 이른 나는 정말 10분 쪼금 넘어서 용운사에 도착하고 말았다.
“오늘은 일이 숨풍, 숨풍 잘 좀 풀릴려나.”
차도 이렇게 막힘 없이 달려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왠지 모르게 개운한 기분을 느끼며 주차를 하고 내리니.
“어?”
용운사 앞 주미 원장의 5층 건물 앞에 웬 차들이 즐비해 있다.
“뭐야? 이거 죄다 외제차들이네.”
관악산 앞쪽, 촌동네에 대관절 이게 무슨 일이래?
“뭐야? 금조야, 이 느낌은 뭐지? 뭐라고 생각하니?”
“까악?”
“혹시 안에 엄청난 사모님들이랑 연예인들이 있는 거 아냐?”
주미 원장이라면 혹시 그럴지도 모르겠는걸!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긴 오래 산 요괴니까 그만큼 요가 효과는 확실 할 것이고 그러면 또 뭐 그런 커넥션을 가지고 또 재계나 정계, 아니면 인기 연예인이랑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녀는 진정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엄청난 인프라가 구축 되어 있는 존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사람이 적다, 없다고 말하더니 실상은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이야. 와, 이 정도로 퀄리티가 있단 거겠지?
“일단은 가보자.”
건물 앞 외제차들에 흥미를 느낀 나는 금조와 함께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향냄새가 가득 차있는 것이 느껴졌는데……. 음? 이게 말이다.
“왜 전에 맡은 거랑은 다른 것 같지?”
이상하단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며 3층까지 올라서니 꼭 명상을 할 때 듣는 것 같은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수업 중인가? 끝이 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어 입구쪽에 서 있으니 이내 내가 첫 날 주미 원장을 보았던 그 방에서 주미 원장이 무척이나 들뜬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주인님!”
“아, 아아!”
손님들도 있을 텐 데 너무나도 큰 그녀의 음성에 깜짝 놀라 내가 손을 흔들자 요가복 차림의 주미 원장이 내게로 달려와 와락 나를 끌어 안았다.
“너무 보고 싶었어요!”
숨 막힐 정도로 거대하나, 포근하고 매끈한 가슴의 압박에 므흣함과 흐뭇함이 절로 터져 나온다. 흐흥! 빙구 웃음을 살며시 띤 채 주미 워장의 등을 다독이자 주미 원장이 바로 내게 입술을 들이댄다.
“으음!”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 바로 혀가 쑥 들어오는데 보자마자 이렇게 진한 입맞춤이라니! 갑작스럽고 의외인 만큼 짜릿한 흥분감이 밀려오는 가운데……!
“지금 강습 중 아냐? 이래도 되는 거야?”
암만 그녀가 요괴라지만 이런 건 좀 곤란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천천히 주미 원장을 떼어 내며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리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괜찮아요, 주인님.”
“괜찮아? 밖에 좋은 차들 엄청 많던데. 이거 사모님들 아냐? 아니, 뭐 꼭 그럴 필요야 없겠지만 그래도 손님인데…….”
“이쪽으로 와 보세요!”
“응?”
이내 나를 이끄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 지금 한창 수업중인 것 같은데 나를 바로 데리고 가겠단 건가?
“아, 아니 난 아직 맘의 준비가!”
“후훗, 걱정 마세요!”
안에 부잣집 사모님들 만나기엔 내 차림이 너무 허접스러운 게 아닌가 싶은 맘에 영 내키진 않았다만 주미 원장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뭐지……? 의문이 고개를 드는 찰나 점점 향 냄새가 진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히 안으로 가면 갈수록 향냄새가 전에 맡았던 것들과는 확연히 다르단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몸이 나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침향(枕向)와 사향(麝香)을 배합해서 만든 미혼향이에요.”
“미혼향?”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금조가 어느 샌가 주미 원장에게로 날아 들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터전이라는 듯 풍만한 가슴 골 사이에 쏙 들어가선 기분이 좋은 듯 ‘깍깍’ 소리를 낸다. 아, 나도 저기 들어가고 싶다만…….
“보시면 알아요.”
후후 웃음 짓는 그녀의 말에 가슴에서 시선을 떼고 열린 문을 바라볼 수밖에.
“어, 어어?”
그리고 보여진 광경에 나는 정말 너무나도 놀라고 말았다.
“이, 이게 뭐야?!”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듯 한 기분이 들고 만 것은 보아선 안 될 광경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왜 다들 홀딱 벗고 있어? 왜 저래……?”
마치 뽕 맞은 것처럼 훌렁 벗은 여자들이 쾌락에 젖은 얼굴을 하고서 흐느적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젊은 여자, 혹은 아주 관리 잘 한 사모님 같은 분위기인지라 시각적으로는 땡큐지만 어째 보아선 안 될 것 같은 불법을 본 것 같은 기분이라 얼떨떨한 가운데 주미 원장이 나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살을 빼길 원하는 원생들이에요.”
“사, 살을? 저런 식으로?”
“인간들의 식욕과 성욕을 관장하는 부분은 다른 부위가 아니라 하나의 부위에요. 이 쾌락 중추를 먹는 것 대신 미혼향을 통해서 충족시켜 줌으로써 식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거죠. 대신 부작용이 있다면 미혼향에 취해서 극한의 쾌락을 맛보게 되니 거기에 중독이 되는 거에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8개월 정도 된 원생들이랍니다. 효과는 엄청나요. 저기 보이죠? 제일 끝쪽에서 제일 격하게 느끼고 있는 원생 말이에요.”
“어, 어…….”
야동에서나 볼 법 한 상황이 막상 눈에 펼쳐지니 꼴린다기 보단 좀 무섭단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이지? 주미 원장이 가르쳐준 대로 특히나 몰입한 듯 거의 자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자를 보자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돌돌이에 반응이 왔다. 혹시 나도 여기에 중독 되는 게 아닐까 싶어 움찔하고 주미 원장을 바라보자 그녀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후후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향은 여자들에게만 반응을 하는 거에요. 아무튼 저기 있는 저 원생이 미혼향을 통해서 20킬로를 넘게 감량했어요.”
“그……래?”
“물론 이것만 해주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미혼향을 통해서 식욕을 조절해주고 있답니다.”
이거 엄청난 물건이구나. 오히려 이런 것이라면 구렁이의 미약보다도 훨씬 더 효과가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건 냄새만 맡으면 반응이 오는 거니까…….
“으, 으음.”
“아무튼……. 혹시라도 주인께서 원하신다면 여기 있는 여자들 중 아무나 골라서 동침 하셔도 돼요.”
“에, 에이! 그건 아니지!”
날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듯 이야기 하는 이 여자. 아, 정말 어쩌다가 나는 이런 끝판 대장을 내 부하로 만들어 낸 것일까?
“정말요……?”
“그럼……. 아무리 날고 기는 여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주미 원장만한 사람이 없지.”
“그 말 너무 좋아요!”
그리고 끝판 대장이 내게 안겨왔다. 흥분 가득한 얼굴로 내 얼굴에 거친 숨결을 토해내는 것이…….
“호, 혹시 주미 원장도 이 향에 영향을 받아?”
“물론이죠. 차이가 있다면 원생들과 달리 이건 내 자신을 조금 흥분되게 만드는 정도……. 주인님의 발끝도 따라갈 수 없어요.”
이내 주미 원장이 해보고 싶은 게 있던지 음심(淫心)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이끌어 여자들의 틈바구니 중앙으로 들어가더니 보란 듯이 그 자리를 어루만진다.
-움찔!
“설마…….”
설마 여기서 하잔 건 아니겠지? 주변에는 그 미혼향에 빠져든 것인지 오르가즘을 느끼는 듯 야릇한 숨소리와 신음소리를 내는 원생들로 가득하다. 오 마이 갓! 나도 점점 무섭다기보다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묘한 흥분감이 밀려오는 가운데…….
미혼향이 주미원장에게도 충분히 영향을 미친 것인지 잔뜩 흥분된 얼굴로 그녀가 두 가슴을 어루만지며, 유혹하듯이 내게 말했다.
“여기서 안아주세요…….”
============================ 작품 후기 ============================
역시 우즈벡이 한골 넣을 줄 알았습니다!
헐... 근데 그게 자책골일 줄은 몰랐네요...
엔씨... 피, 바보. 번트 밖에 모르는 바보!
두산 그냥 바보...!
그 와중 사랑해요, 엘쥐.
이래서 제가 럭키 가이를 쓴 겁니다...
슬퍼서 야하게 쓸거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