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회: 럭키 가이! -->
* 가볍게 쓰고 있는 킬링타임용 글입니다.
전의 공지 2회는 삭제 했습니다.
앞으로 작품을 즐기는 분들을 위해서 댓글란 운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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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아인슈타인이 말했지.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면서 내일이 달라지길 바라는 건 정신병 초기 증상이라고.
“매일 매일이 버라이어티하다, 증말.”
하지만 내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다. 자의든, 타의든 전혀 관련이 없는 일들이었지만 참 내.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 줄 누가 알았겠냐? 정말.
-부웅.
나타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미 김부장한테는 오늘 병가 낸다고 콜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회사 출근하게 생겼냐? 밤을 새서 그런지 몰라도 잠을 한숨 자고 싶단 생각이 가득했다.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 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정신에 출근 했다간 실수 연발일 것 같다.
물론 영수나 은경이한테 좀 부담감 안겨 주는 것도 그렇다만 지금 상황에 회사 일까지 같이 끼자니 내 몸이 못 버틸 것 같다. 그래, 이럴 땐 쉬어주는 게 이치에 맞는 거다.
그나마 김부장이랑은 일을 오랫동안 같이 해왔고, 또 어제 건수들 많이 터진 게 있어서 그런지 별 다른 말은 없더라. 뭐, 오늘도 그렇게 많이 일이 있진 않을 것 같고.
“까악!”
“참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라도 있어서 적적하진 않구나.”
때 마침 들려온 금조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으며 백미러를 바라보았다. 뭐, 그나마 지금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게 있다면 바로 금조가 옆에 있단 것이렸다. 이 작고 귀여운 새가 흉악한 구렁이와 그 수하들을 상대로 뭘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주미 원장 말로는 내 몸 하나 지키는 데엔 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 했다.
까놓고 말해서 일반인인 나야 그럼 네, 알겠습니다 해야지 별 다른 수가 있겠냐?
“까악!”
물론 생긴 거나 하는 짓이 좀 그래서 못 미덥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안심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금조가 보는 것은 주미 원장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주미 원장의 숨결로 부화를 했기 때문인지 금조가 있으면 내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주미 원장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당장에 날아와 나를 구해줄 수도 있단 거겠지?
“까악!”
여전히 까마귀 같은 소리를 내며 뒷좌석을 분주히 오가는 금조를 보니 정말 이걸 믿고 안전을 장담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젠장, 그런데 뭐 어떻게 하겠냐? 얘 말곤 지금 딱히 답이 없는 것을.
“이 참에 일 때려 치고 한 1년 휴식이나 취할까?”
올해로 5년째 일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내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한 적이 있던가? 문득 그런 생각이 물밀 듯 밀려왔다. 아, 그럴 겨를이 없었지. 그래, 생각해보면 사람이 적당히 휴식을 취하기도 해야 하는 법인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니까.
일 자체가 생소한 일이라 처음에 자리 잡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회사 자체도 나와 함께 성장하던 신생 업체다 보니 더 쉴 겨를이 없었던 거다. 그러고 보면 대전 본사에 있을 땐 그나마 좀 널널했어. 그땐 다들 다 같이 잘 돼보자 해서 함께 커나갔다만, 지금은 회사가 커지고 서울 지사로 와 있는 신세다 보니 조금 힘이 빠진 감이 있다.
“사표 수리는 해주려나.”
아마 김부장이 기를 쓰고 반대하겠지? 절대로 반대 할 거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이지. 뭐, 근데 그럼 당분간 좀 쉬라고 말미를 줄 지도 모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양반이랑은 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오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하고 잠깐 휴식기를 가지는 편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에휴, 뭐든 어떻게 하겠지.”
구렁이야 어쨌든 나 사는 건 또 나 사는 거잖냐. 아무튼 다친 구렁이가 쉽게 행동하진 않을 것이고, 별로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금조라는 지원군이 생겼으니 크게 문제 될 것들은 없으렷다.
그리고 우리 동네로 들어와 보니 이제 막 출근을 시작할 시점인지라 서울방면으로 나가는 차들이 그득하다. 혹시 페이튼이 있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 싶어서 전방, 측방, 후방 할 것 없이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만 다행스럽게도 페이튼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사람들을 부리는 건지.”
진짜 요괴 주제에 이건 좀 반칙 아냐? 그런 생각도 들지만 하기사 돈이면 뭔들 못 하겠냐. 얼마 전에 봤던 일진 할배 같이 돈만 내면 지가 왕이라고, 칼자루 쥔 쪽이라 생각하는 판국에. 그 운전 기사놈도 필시 구렁이가 가진 재물로 움직이는 놈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뭐 미약 같은 걸 써서 조종을 한다거나 했겠지?
“에휴, 좆 같은 세상살이다.”
그래도 병가를 얻어낸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 출근까지 했다면 정말 오늘 하루 우울했을 거다. 그러면 길로 열어낸 아침도 흉으로 돌변 했겠지?
차를 세우고 다시 구슬이를 꺼낸 나는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정리했다. 운은 스스로를 믿는 자를 찾아간다 했던가? 그래, 운대란 것이 그렇지. 이전에는 그냥 운이란 게 내게 주어지면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상황에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러니 다 잘 될 것이다. 그래, 긍정적으로!
맘을 다잡고 구슬을 들어 올려 아침햇살을 확인하니 여전히 구슬이는 ‘길’이라 이야기 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평탄한 가운데 무리가 없지 않겠는가?
“금조야, 다 왔다. 내리자.”
“까악!”
구슬이를 다시 옷 안으로 집어 넣고 이야기 하자 금조가 폴짝 내 어깨로 뛰어 올랐다. 금조가 성격이 포악하고 거칠긴 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말은 대체로 잘 듣는다. 뭐, 주미 원장 말로는 주인도 조심하지 않으면 공격 할 수 있는 녀석이라지만……. 주미 원장이 미약으로 인해 나를 따르고 있고, 또 그 영향을 받은 화신이 금조이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왠지 모르게 생명체라서 그런지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삑.
그리고 차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서려는 찰나.
“어……?”
길인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순간 심상치 않은 낯짝을 가진 남자 두 사람이 어느 샌가 서있었다. 잔뜩 굳어 있는 얼굴에 스치는 흉흉한 기운이…….
“뭡……니까?”
왠지 모를 불안감을 들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과천 중앙동 빌리지 타운이라는 곳에 있는데, 여기 주차장은 굉장히 인적이 드물고. 또 얼마 전에 CCTV가 고장이 났거든……. 좆 고삐리들이 술 마시고 깨뜨린 건지 몰라도 갈아야 한다고 관리 사무소에서 고지를 해놓고선 아직도 처리가 안 됐는데…….
“조용히 따라 오는 게 좋을 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두근! 하고 세차게 뛰어 올랐다. 와, 이 구렁이 년 행동력 지리네! 정말! 돌아가자마자 복수 하려고 사람을 보낸 거야?
“예? 절요? 어디로 가잔 겁니까?”
이런 씨불, 내가 그래도 죽이는 건 반대라고 했건만! 아, 이런 측은지심은 21세기 트랜드와는 어울리지 않는단 말인가? 아, 이걸 계기로 나도 막장 소설 주인공들처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내츄럴 본 킬러가 되어야겠다. 개년!
-스윽.
이내 남자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침 햇살에 반짝 빛이 나는 것이 아름다워 보일만도 하다만 살벌하게 아침부터 웬 칼이야?
“같이 고기나 좀 썰자 이런 건 좀……. 전 남자 안 좋아하는데요.”
“썰리기 싫으면 잠자코 따라와, 씨발 새끼야.”
아, 나! 진짜!
“당신들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
-파악!
“우아아악!”
내가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려는 바로 그 찰나! 내게 칼을 보이며 위협을 건넸던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 섰다.
뭐, 뭐야?!
순간 당황한 내게 보인 것은 어깨에 있어야 할 금조가 총알처럼 튀어나가 남자의 얼굴을 공격했단 것이었다.
“이!”
순간 그놈의 파트너도 당황한 모양인지 내게로 주먹을 날려왔다.
“우워!”
이런 씨불, 다짜고짜 주먹이면 나도 당황하지! 놀란 나도 뒷걸음질을 쳤으나……. 응? 근데 이상하게 좀 느리단 기분이 드네?
-후웅!
아슬하지도 않았다. 아주 대놓고 허공을 가른 남자의 주먹에 나는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악! 내 눈!”
그 사이에 금조는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남자의 얼굴을 피투성이를 만들어 놓은 채 신이 나는 모양인지 ‘까악!’ 하고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날개 짓을 해 날아올랐다.
오, 맙소사! 저 조그마한 새가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이런 씨발! 이 새낄!”
금조의 공격에 파트너가 당할 줄 누가 알았겠냐! 주인인 나도 몰랐는데 말이다! 놈이 당황해서 다시 한 번 더 내게 주먹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이상하게 느리게 느껴진다. 내가 워낙에 스트리트 파이터와 철권으로 단련된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씨발, 내가 이런 운동신경의 소유자가 아닌 걸 내가 아는데?
-후웅!
이번에도 아주 가볍게 남자의 주먹을 피해낸 나는 나도 한방 먹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쳤다. 이대로 주먹을 저 새끼 면상에다 꽂으면……!
잠깐 망설임은 있었지만……! 그래, 한 번 해봐!?
-짝.
“이, 이 새끼가!”
하지만 엉거주춤하다보니 주먹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뺨을 좀 기분 나쁘게 때린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저기 세게는 안 때렸는데요.”
그 말에 남자가 흥분한 듯 ‘씨발놈!’ 하고 욕을 내뱉으며 다시 한 번 더 날 덮치듯이 다가왔다. 꼭 격투기 선수가 테이크 다운을 시도하듯이 낮은 자세였다!
우워, 이거 어떻게 하더라!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치켜 올렸다. 뭔지는 몰라도 이런 낮은 자세에서 내 소중한 돌돌이를 보호해야 할 것만 같았거든!
근데……!
-퍼억!
슬로우하게 느껴지는 남자의 움직임과 그에 비해서 정상적인 속도라 느껴지는 내 몸이다 보니 그게 타이밍이 안 맞아서 내 무릎이 그대로 남자의 면상을 찍어버린 것이다.
“우왓!”
비명을 지르는 남자와 동시에 무릎에서 느껴지는 찌릿함에 전율감을 느낀 나! 순간 무릎이 축축해졌단 느낌이 들자 움찔하고 뒤로 물러섰는데 코가 뭉개진 건지 코피가 터진 남자가 손으로 코를 막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쉐엑!
그리고 그 순간을 노리고 있었던지 하늘로 솟아올랐던 금조가 번개처럼 활강하며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까버렸다.
-뻐억!
앵그리 버드!
“컥!”
제법 큰 남자가 자기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새에 맞아서 뒤로 벌렁 넘어지는 장면은 정말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와, 맙소사!”
기절을 한 듯 그대로 쓰러진 남자의 모습에 내가 감탄을 터뜨리는 동안 사나운 금조가 “까악!” 하고 승리감 가득한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로 착지를 해왔다. 와, 주미 원장이 걱정 말라는 이유가 있었구나! 맙소사! 이게 작은데도 이렇게 셀 줄 누가 알았겠냐?
이내 금조에게 당해 얼굴이 씹창이 났던 칼잡이가 놀란 얼굴로 쓰러진 파트너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잠깐 의식을 잃었던 남자도 부축을 받아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는데 이거 정말 내가 살면서 이렇게 짜릿한 기분은 처음이네!
“씨발, 포켓몬 마스터가 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날아라, 금조야! 몸통 박치기! 초딩 시절 친구 게임보이로 하던 게임 기억을 소록소록 떠오를 정도로 금조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좋았어, 금조야! 그래! 주미 원장이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 아니었어!”
아무리 작은 새라고 해도 요괴의 화신인데 그렇게 호락호락하겠냐? 내가 생각을 잘못했던 거야! 이 정도면 정말 무서울 게 없을 지경이었다. 으하핫!
“예쓰! 씹새들, 감히 누굴 노려? 아, 널 지칭한 말은 아니야, 금조야.”
뭐라고 해야 할 까? 저놈들이 구렁이가 보낸 놈들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승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좋아, 해냈어! 그래! 일반 사람이 공격한다 한들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거였군! 깡패도 별 거 아니네!
“아, 나도 회춘을 하나? 어떻게 그건 무릎으로 반격했지? 아, 나 늘그막에 선수라도 해야 하나.”
캬, 특히나 내가 덩치한테 먹힌 니 킥! 이거 좀 그림 되는 것 같아서 누가 몰카라도 찍었음 그 장면만 인쇄해 벽에 걸어다 놓고 싶은 지경이다.
으히히힛! 아, 나이 먹고 주먹질 하고 싸울 일은 도통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있다니! 보통 신고 먹고 합의금 깨지거나, 까딱 잘못하면 별 생길 일이라지만 저 놈들도 그렇게 당당한 입장은 되지 못하니 신고는 못 할 거야. 그러니 CCTV 없는 여기서 일을 벌였겠지.
“후, 금조 너한테 뭘 먹여줘야 할지 모르겠네. 최고로 좋은 것만 먹여줘야 겠어.”
아까전만 하더라도 상당히 쫄린 상황이었다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꿀리지가 않어! 그래, 씨바! 이만하면 해볼 만한데? 금조도 금조지만 이상하게 내가 좀 빠릿해진 것 같았다. 와, 예전에 술집에서 시비 붙어서 2:2로 싸웠을 때도 난 탱킹 전문이었는데…….
급속도로 자신감을 충전한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머리 위의 금조를 찬양하는 맘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짜 금조 너 완전 짱이었다!”
“까악!”
뿌듯하게 포효하는 요 녀석이 어찌나 이뻐 보이던지!
“잠깐. 근데 금조야. 그러면 저 씹새들이 우리 집이 여기에 있단 걸 다 안단 거겠지?”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긴, 저 구렁이 년 내가 어디에 사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도 모두 다 알 텐 데! 당연한 일인가?
“이런 젠장…….”
금조와 함께라면 무서울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이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사가 그렇게 쉬운 것이어야지 말이다. 제일 좋은 건 주미 원장의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인데 그쪽은…….
“출근 생각하면 막막하네.”
에라, 지금 내가 꿀릴 게 뭐냐? 그래, 꿀릴 게 없지! 인간 일에는 요괴들이 끼어들지 않는 법이라고 했으니 분명히 이 부분은 증거 확보해서 경찰에 신고를 하면 더욱 말끔하게 처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보자. 지금 놈들의 수뇌라 할 수 있는 구렁이가 주미 원장에게 일방적으로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날 어떻게 하려고 사람들을 보냈지만 그것들조차도 금조한테 박살이 나고 말았지. 더 과감하게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더 큰 수를 쓰진 못 할 것이다.
음, 그래.
“역시 난 머리가 좋아.”
그러니 제이비드 서울 지사 에이스지! 암! 구슬이 덕도 있지만 원래 기본빵 이상은 하던 놈이라 이거야!
“그래도 이사는 고려를 해볼 필요가 있겠네.”
여기가 아니라 어딜 가던지 따라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사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한 2천정도 여유 있는데 지금 전세금 찾고, 나타 팔아서 강남으로 들어갈까? 이 정도면 작은 오피스텔 원룸 하나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 지현이가 좀 불편 할 수 있으려나.”
같은 동네 사람이었는데 이사를 가버린다면 좀 만나는데 불편 할 지도 모른다. 아니, 지현이가 비서 일을 하는데 강남 쪽에 있다면 오히려 좋을지도.
“오호, 그래. 그럼 일이 죄다 쭉쭉 잘 풀리는데 말이야! 그지? 금조야!”
“까악!”
피맛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금조가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아, 아까부터 머리가 축축하다 싶었더니 쟤들 피였구나……. 자려고 했더니 우리 금조가 날 또 씻게 만들어 줬네? 근데 아까 그걸 봐서 그런지 얘한테 화를 못 내겠다. 주인도 공격 할 수도 있다잖아…….
“……생고기를 좀 사와야 하나.”
아무튼 이게 진짜 사납긴 엄청 사납구나! 이렇게 작고 흉폭한 놈은 내 돌돌이 이후로 처음이로군. 후후훗…….
아,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작지만은 않아……. 화가 나면 3배로 커진단 말이야! 단지 평상시 사이즈가 조금 작아 보일 뿐이니까…….
“자, 금조야! 일단은 그러면 집에 들어가서 좀 씻고 한숨 먼저 자볼까?”
“까악!”
말을 알아듣는지 몰라도 내 말에 동조해주는 뭔가가 있단 건 참 즐거운 일이었다. 금조의 호응에 기분 좋게 집으로 걸음을 옮기던 나는 집 앞에조차 인기척이 있단 사실을 느끼고 말았다.
누군가가 서있는 모양인지 뭔가가 있단 느낌과 함께 그림자가 먼저 내 눈 앞에 보였거든!
“응?”
분명히 우리집 문 앞에 누군가가 있다! 뭐야? 아까 그놈들 일행인가?
그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한 채 금방이라도 금조를 내보낼 기세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후우……! 금조야, 이상한 사람이면 순식간에 튀어 나가는 거다! 알겠지……?”
나의 속삭임을 들은 금조가 머리 위에서 어깨로 폴짝 뛰어 내리더니 제법 든든하게 고개를 끄적였다. 아, 나 오늘부터 널 생각해 치킨을 먹지 않도록 하겠다! 금조야! 그리고 화나를 더 이상 까지 않겠다!
송창식 킬러 코킬이 감독만 깔게!
“후우.”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나는 비장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피 보기를 좋아하는 살벌한 금조가 금방이라도 날아들 기세로 자세를 잡고 있는 것을 보니 한창 맘은 놓인다만…….
“어?”
“까악!”
그리고 걸음을 내딛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사람. 그 순간 나는 튀어나가려던 금조를 반사적으로 움켜쥐고 말았다.
“까악!”
“아얏! 인마!”
내 손을 쪼며 불만 가득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는 금조를 뒤로 한 채 앞에 선 그녀가 씨익 웃음 지어 보였다.
“안녕?”
============================ 작품 후기 ============================
앵그리 버드 금조
+
여흥~ 작가 대거 이전 사태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생각임을 먼저 밝힙니다.
음모론 정도로 보시면 되겠네요~
이런 거 싫어하시면 패쓰.
본문이랑은 상관 없어요!
1. 5명 중 4명이 그쪽에서 기존 작품들을 연재를 해왔던 사람이란 것. 그런 사람들이 굳이 여기로 왔다가 다시 "저쪽이 조건 더 좋아서 갑니다." 하지만 실제로 저쪽 파이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1등도 그렇게 돈이 많이 안 되는 게 현실. 이건 좀... 상식적으로 이해 못 할 패턴이네요.
2. 이전의 이유로 밝힌 수익분배 문제. 문제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아라 내에서 평균 연재 기간이 채 3달도 안 되는 사람들이(심지어 2명은 한달 반도 안됩니다.) 수익 분배의 불공정성을 느껴서 이전을 결정했다는 건 좀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네요.
3. 그 중 셋은 출판 작가이며 상당히 이 바닥 경력이 있는 상태고, 순위권에 오르기 위해서 분량치기를 했단 자체만으로도 이미 이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하고 있단 것이라 여겨지구요.
4. 그걸 통해서 약 일주일만에 15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월 300만 까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생계 문제를 논한다는 게 좀 의문이네요.(저와 대조해봤을 때 그 정도 나왔으리라 추정 됩니다. 제가 이 글로 100만원 가까이 나왔는데 쿠폰에서 압도적인 그 작품은 훨씬 더 많은 수익이 있었겠죠?)
5. 조직적으로 5명이 동시에 이전한 이후 일부는 자신들의 행위 자체에 대한 어떤 사과나 언질도 없이 공식적으로 J사에 대한 비난 성명만 표시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치인 스타일 네거티브 전략이거든요.
6. A가 어떤 조건을 내어 줬는지 몰라도(조건이 어떤지 몰라도 거긴 사람 없어서 돈이 안 됩니다. 종이책도 전혀 메리트 없는 곳 중 하나. 지금은 거의 독보적이죠. 대여점에서 반품 되는 거...) 이 사람들이 장난질에 동참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바람에 A와 J의 밥그릇 싸움에 구매자들이 피해를 입었단 거죠.
7. 똑같이 글 쓰고 돈 버는 입장에서 좀 화가 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A사가 빼간 게 아니라 독자 유치하려고 일부러 보냈다고 봅니다. 이미 전례가 있는데다 제 지인 작가도 그런 제안을 A사에서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죠. 이건 동료의식도 없고, 매너도 없고, 예의도 없고, 의리도 없고. A사도 작가들도 그냥 그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사과 없이 영업장에서 타영업장 홍보하고 떠났단 이 자체가 존나 노매너 후유아 파인쥬 앤 아윌 킬유 네요.
8. 결정적으로 J사의 수익분배 이거 문제가 심한 건 맞지만 이건 이 사건 자체랑은 사실 그렇게 관련 있는 문젠 아니라고 봐요. 이 사건의 본질은 A의 비양심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작가들의 잘못된 행동에 있는거죠. 암만 수익 분배 문제가 걸렸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니까. 기본적 상도덕이 없는 행위니까요.
9.이 사건의 본질 자체는 이 사람들이 물 먹인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없어도 최소한 사죄는 필요하단 건데, 그런 거 전혀 없이 피해자 코스프레 하고 J사에 대한 네거티브랑 물타기로 본질 흐리고 J사만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 걸 보면 수가 너무 빤히 보여서 비호감이네요.
10. 저도 작가 입장에서 A사가 J사만큼 크질 바랬습니다. 서로 경쟁하는 체제로 접어들면 남양유업 스타일 J사의 패기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죠. (J사 사정은 아마 현재 연재하고 있는 작가들 가운데 제가 제일 잘 알겁니다. 좀 많이 심하긴 해요. 여지껏 J사에 문제 있을 때 마다 옹호했던 게 머슥해질 정도로.)
11. 근데 이런 식은 아닌 것 같네요.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인 것들은 지켜주는 선에서 정식으로 키워야지 이런 잡음 나는 마케팅은 결국 마이너스도 동반하기 마련이잖아요? 무엇보다도 그걸로 인해서 피해가 발생하면 안 되니까.
12. 일부 A사 실드 여론은 작가에 대한 결제가 아니니까 다른 작품들 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결국 이 서비스의 본질은 "내가 무료한 시간을 얼마나 즐겁게 채울 수 있느냐"하는 건데 그걸 엿 만들어놓고 그러면 안 돼죠.
13. 결론적으로 이건 노림수 있는 밥그릇 싸움. 문제의 본질을 뒤로한 채 결국 누가 더 잘못했냐는 잘잘못 양상으로 간 거거든요. 독자분들이 거기에 휘둘리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A사에서 바라는 건 J사 독자들을 어떻게든 빼내려는 거거든요. 그게 돈이 되니까. 작가들이 이전하면 독자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근데 그걸 참 말끔하지 않은, 잡음 가득하고, 심지어 자기 이미지도 고투헬 시킬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이 시장엔 왜 제대로 된 회사들이 없을까요? 작출 말고 전문 마케터를 고용하면 될 텐데 왜 굳이 그런 걸 고수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네요.
14. 아무쪼록 두 회사 사이에서 나오는 언플들에 흔들리거나 희생 당하는 일 없이, 현명하고 즐거운 문화 생활들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