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40화 (40/120)

<-- 40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

아, 마음이 싸하다. 설마하니 그 빌어먹을 운전기사 놈이 설마 구렁이를 구해낼 줄이야.

“젠장…….”

그럼 정황상 그럼 내가 주미 원장의 배후가 되었고, 구렁이를 없애려고 했다는 아귀가 착착 맞아 떨어지게 된 거지. 완전 퍼펙트하게 말이다.

“아, 나 진짜 왜 이게 이렇게 꼬였지!”

사실 나도 머리로는 구렁이가 죽거나 사라지거나 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 구렁이 만난 이후로 수 백 번도 더 했을걸?

그런데 막상 만나서 저런 꼴을 보니 또 그게 그렇게 되진 않더라. 내가 킬러도 아니고 보통 회사원인데 저거 그냥 죽여버려, 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단 것이었다. 구렁이가 재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은 딜을 하려고도 했었고, 거기다 주미 원장에게 잡혀 고문당하고 있는 꼴을 보니 더더욱.

“에휴……. 그래도 구렁이가 살려는 준다고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탈주한 구렁이에게 내가 그나마 미움은 덜 사도록 이야길 했단 거 아닐까? 살려주겠다고 이야기 한 것 말이다.

“아, 나. 가르치려 들었다고 또 열 받으면 어떡하지?”

그럼 또 인생 내리막으로 접어드는데! 내게 원한을 품고 도망쳐 버린 구렁이가 대체 어떻게 행동을 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신경이 쓰인다. 후회가 여러 가지다.

물론 어차피 운전기사 놈이 날 따라와서 할로겐라이트를 모두 부수고 구렁이를 꺼내간 것이라면 이건 ‘필연’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막을 수가 없는 그런 운명적인 일 말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보자마자 저거 없애 버리라 했다면 후환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나 정말 그 상황에서 저거 그냥 죽여 버려라, 없애 버려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러지 못 할 일이다. 입으로는 다들 당연히 그리 한다 뻐꾸기 날려도 노. 장담한다. 그리 할 수 있는 사람 정말 몇 안 된다. 또 일이 정말 이렇게 될 줄도 누가 알았겠어? 후우!

아, 그런데 그럼 또 뭐 하냐? 이미 이건 다 지나가버린 일인데! 돌이킬 수가 없는 일이란 말이다. 그 운전기사 놈만 없었다면 자비심을 베풀고, 기왕이면 효력이 있을 만한 서류 양식도 만들고, 꼼꼼하게 내게 절대로 위해를 가하지 않겠습니다 약속을 받아서 풀어줬을 텐 데 말이다.

그 빌어먹을 운전기사 놈! 대체 언제 날 미행한 거야? 어쩐지 회사 앞에서 만났을 때부터 거슬리더라니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아, 그저 누구든 그러 했으리라 자위할 수밖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주미 원장이 여전히 내 편이라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구렁이가 주미 원장을 풀어주진 않았다. 아무래도 해독제가 따로 있는 건 아니던지, 아니면 자기 힘으론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약을 달고 싶었던지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런 정황들을 총망라한다면 분명히 구렁이도 나를 쉽게 어찌 할 수는 없을 터.

“청령의 척수와 손발의 힘줄 모두를 끊어 놓았기 때문에 그건 아무리 천년 도를 닦은 구렁이라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상처가 될 거예요. 게다가 제가 있으니 돌아다닐 수도 없을 것이고, 거처에 몸을 숨긴 채 은신하고 지낼 거랍니다.”

“으음……. 대신 그게 다 낫거나, 그 전에 그 부하들이 나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건…….”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이 빌어먹을 구렁이가 요괴답지 않게 사람을 부린단 것이지. 특히나 운전기사 놈이 뭘 먹여서 그리 만들었는지 몰라도 청령 빠돌이 역할을 단단히 하는 것 같던데…….

나랑은 완전 대립각이지 않냐. 쉽게 말해서 숫자가 얼마나 되는진 몰라도 조폭 같은 애들을 적으로 돌린 셈이다.

“그럼 좋은 방법이 있어요!”

“좋은 방법……?”

“인간들의 일에는 개입 할 수 없으니, 주인님이 직접 처리하도록 하는 거에요.”

뭐? 내가 최대 2 대 2로 싸워본 적은 있지만 솔직히 그것도 고삐리 시절 이야기고……. 이 나이 먹고 깡패 같은 것들과 액션 찍기도 뭐 하잖아!

“아니, 싸우는 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 필요한 거죠. 주인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 지금 좀 후달려서 집으로도 가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

세월의 지혜가 있는 요괴이기 때문일까? 태연하기 그지없는 주미 원장의 모습에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보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긴 주인님께 드릴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은 곳이에요.”

그리고 그녀가 씨익 웃음 지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이렇게 강한 요괴가 내 편이라는 안도감이 들게 만들어 주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주미 원장이 아래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예 청령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던지 여전히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아, 좀 심각하게 같이 걱정해주면 좋을 텐데……. 서운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정말 별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거 참 오묘하네.

“후우.”

주미 원장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나서 홀로 남은 나는 멍한 얼굴로 구슬이를 꺼내 보았다.

“구슬아. 음성 지원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분명히 구슬이가 이 사건들을 예고해줬을 것이다. 그래, 분명히! 다만 그걸 내가 미처 보지 못 한 게 화근이겠지? 구슬이의 힘을 알고 있으면서도 확인하지 않고 부주의한 내 탓이 크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얼 어떻게 하겠나? 구렁이는 도망쳤고, 내게 원한을 품어서 무슨 짓을 할 줄 모르고.

“……너 없으면 이제 난 어쩌냐?”

조만간 구미호가 구슬이를 데려갈지 모르는데 말이다. 아, 구슬이가 없으면 일이 풀린다, 안 풀린다를 떠나서 이제 너무 불안할 것 같다. 분명히 오늘은 대흉이었을 거다. 대흉!

“널 보내고 싶지 않구나, 구슬아.”

그렇지만 달라면 줘야지. 원 주인이 달라는 건데 어떡하겠냐. 한숨을 푹 내쉬는 동안 어느 샌가 해가 밝아왔다. 와, 밤새도록 주미 원장 집에서 전전긍긍했던 거다.

“시발, 좆밥이 이유가 있어서 좆밥이 아니지.”

아, 이놈의 정! 이놈의 연민! 참 내가 독하게 살려고 해도 이런 부분에선 해결이 안 된다. 그러니까 승미 년한테도 한방 먹은 거겠지.

“에휴.”

최근 똥줄은 타왔으나 일들이 다 무사 해결 되었다. 그런 건 생각하면 이것도 잘 해결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모두 구슬이 덕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자 더 없이 착잡해졌다. 최악의 상황은 여기서 구미호가 구슬이를 가져가고, 믿을 건 주미 원장 밖에 없는데 주미 원장이 방심하는 사이에 내가 구렁이한테 잡혀간단 건데…….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들어 나는 재빨리 구슬이를 들어 보였다. 아, 사람이 너무 이런데 얽매이면 안 된다만 구슬이가 뭔가 해답을 내려주길 바랬다. 그러다 나는 구슬이를 확인하기 전 구슬이를 아래로 내려놓았다.

“후우. 그래, 내 상태가 제일 중요한 거랬지.”

이번에도 안 좋은 게 뜨면 살짝 멘붕이 올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렇게 갈대처럼 흔들리기 쉬운 거로구나. 아무 것도 모르고 객기 부릴 땐 무식해서 용감한 거라고, 하나 하나 알아갈수록 조심스러워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지!”

그래, 정신일도하사불성!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

“아, 생각해보니까 졸라 아프겠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도…….”

아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이런 씨발! 계범도 좆밥 같은 생각은 말자!

“후우!”

다시 한 번 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 그럼 못 먹어도 고지!”

후회한다 해서 배팅금이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란 말이지. 본전을 뽑고 싶거들랑 당황하지 말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새롭게 배팅을 해야 한다.

“후우. 보자, 구슬아.”

구렁이가 내게 원한을 품어 무슨 짓을 하던지 그런 건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 미리 미리 대비하고 조심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일이다.

“후.”

그와 동시에 나는 구슬이를 관악산에서 비쳐오는 아침 햇살에 비춰 보았다. 푸른빛 가득하던 새벽이 물러나고 떠오르는 햇살이 온 세상을 밝히기 시작한 시점인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햇살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햇빛 속에서 나는 실눈을 뜨고 구슬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구슬아! 이제 내 운대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다오! 어떻게 되는지……!

-번쩍!

순간 영롱한 푸른빛을 내뿜던 구슬이가 조금 더 강렬한 빛을 내뿜은 것 같았다.

“길(吉)?”

그 안에서 영롱하게 뭉치는 글씨들! 아침 햇살의 기운을 받아 유난히 더 진해 보이는 선명한 글씨 ‘길(吉)’이 빛을 발했다. 와, 길이면 그냥 평범하단 건가? 그래도 어제 그 일을 겪고도 길이니 다행이라고 할 수밖에!

“후우.”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미 원장의 말대로 당장은 구렁이도 거동이 불편하고 힘이 들 것이다. 당분간은 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 척수와 손과 발의 힘줄을 모두 끊어버렸다고 했으니…….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끔찍한 만큼 끔찍한 원한을 품었을 확률도 높겠지만 아니, 내가 시킨 건 아니니까! 그래, 원인제공이야 내가 했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미안한 감이 있으니 살려주겠다고 한 거고. 우리 과거를 보고 살기엔 너무 시간이 아깝지? 그래, 빛나는 미래를 보며 살아가자. 웬만하면 구렁이랑은 이제 다신 안 마주쳤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주인님!”

때마침 아래층에서 올라운 주미 원장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불렀다.

“응?”

뭔가를 뒤에 감추고 있는 듯 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이제 더 놀랄 것도 없단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또 뭘 가지고 온 걸까? 혹시 저 귀에 청령의 머리통이 있는 건……. 아,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오싹하네. 아, 아니다. 아까 너무 파격적인 장면을 봐서 그런 것 같아.

“이제 제가 주인님의 걱정과 고민들을 모두 해결해드릴게요.”

“어떻게……?”

주미 원장이 정말 강력하니 든든하긴 하다. 하지만 인간 문제는 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바로 이걸로 말이에요.”

그런 나를 앞에 두고 걱정 할 일이 전혀 없다 미소 가득한 주미 원장이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이건……?”

마치 새의 알처럼 큼직한 구체였는데, 꼭 모양이 어제 먹었던 영단과 흡사해 보였다. 아니, 그것과는 묘하게 또 달라 보이는 것이 영단의 고운 빛깔과는 다르게 조금 어둑한 구석이 있었다.

“주인님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하셔서 아주 소중한 걸 가지고 왔어요.”

“소중한 것……?”

구슬이만큼 소중한 물건일까? 묘한 기대감에 부풀어 구체를 바라보자 이내 주미 원장이 들어오라는 듯 내게 다시 구체를 내밀었다.

“음…….”

이게 뭐지? 설마 특대형 영단인가?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알 같이 거대한 구체를 전해 받아 들었다. 왠지 모르게 따스한 뭔가가 느껴졌다. 그 이상한 느낌과 알 수 없는 이 일에 기대감을 가지고 주미 원장을 바라보자 그녀가 미소와 함께 구체를 향해 후우 하고 바람을 불기 시작했다. 마치 숨결을 불어넣는 것처럼 말이다.

“어어?!”

주미 원장의 숨결을 받은 구체가 점차 빛을 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무스름한 모양이 사라지고 새빨간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후우.”

한 번 더 주미 원장이 숨결을 불어넣자 와그작 소리를 내며 금이 가기 시작하는 구체! 이, 이거 뭐야? 대체 뭐지? 어리둥절한 가운데 그녀를 바라보자 주미 원장이 마지막으로 세 번째 숨결을 불어 넣었다.

“후우.”

그와 함께 금이 가기 시작하던 구체가 투둑 하고 깨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그리고 내 손바닥 위에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구체안에 처음부터 뭔가가 있었던 것처럼……! 따스했던 뭔가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 놀라운 광경, 놀라운 느낌에 멍하니 시선을 붙이고 있던 나는 어느 샌가 껍데기를 깨고 날개를 드러낸 새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이건……?”

마치 불에 타는 듯 새빨간 깃털을 가진 새였는데, 정말 불에 타는 듯 흔들리는 털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꼭 만화책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피닉스 같은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물론 그것들보다는 작고 귀엽게 생긴 것이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생각과 달리 너무 작고 귀여운 새인 터라 얼떨떨한 기분으로 새를 보고 있자 이내 눈을 감고 있던 새가 번쩍 눈을 떴다.

“까악!”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새 특유의 갸웃거림에 자도 모르게 웃음이 픽 터져 나오고 말았다.

“이게 대체 뭐야?”

“금조예요.”

이내 주미 원장이 새의 이름을 불렀다.

“금조……?”

금조가 뭔데? 뭔지는 몰라도 이게 보통 새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생각과 함께 금조를 바라보자 주미 원장의 목소리에 반응 한 것인지 금조가 작은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며 내 손바닥 위에서 폴짝 뛰어 주미 원장에게로 몸을 틀었다.

“까악! 까악!”

반갑다 목소리를 높이는 금조의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져 나는 걱정과 불안도 모두 잊고 다시 한 번 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까마귀 아니야?”

소리가 너무 익숙한지라 얼떨떨한 얼굴로 소리치자 작은 새가 휙 고개를 돌려 나를 째려본다.

-움찔!

“내가 새한테도 쫄 것 같냐?”

솔직히 고개가 180도 돌아와서 사실 좀 놀라긴 했지만! 쫀 게 아니라 놀란 거다, 이건!

“까악!”

“우왓!”

말은 못해도 사람 말은 알아듣는지 나한테 대드는 금조의 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얼이 빠진 얼굴을 하고 말았다. 이게 보기완 다르게 꽤 사나운데?!

“금조는 난폭한 편이니 조심하세요, 주인님! 아무리 주인이라 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답니다! 후훗! 참, 귀여운 아이에요.”

그런 나와 금조를 마치 남편과 자식을 보는 것처럼 행복한 얼굴로 미소 짓던 주미 원장이 말했다.

“금조는 나의 화신. 금조는 처음 본 사람을 자신의 생명처럼 따르는 식신. 어딜 가나 금조가 주인님을 지켜 드릴 거예요.”

============================ 작품 후기 ============================

대흉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을 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