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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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께서 묶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그리 만들어 놓았어요! 마음에 드시나요?”
설마 했더니 주미 원장이! 맙소사! 놀란 나의 목소리에 순간 구렁이가 움찔해 보였다.
“인간! 감히 네놈이! 인간 주제에!”
빛을 정말로 싫어하는지, 아니면 전신에 입은 심각한 상처들 덕분인지 쇠사슬에 손과 발, 그리고 목을 묶인 채 괴로워하던 구렁이 청령이 순간 눈을 번쩍 뜨고 나를 노려 보았다.
“어, 어?”
“네놈에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감히! 이런 식으로 나를!”
자, 잠깐만요. 이거 내가 그런 거 아닌데……?
“감히!”
“아, 아니 잠깐……!”
“뱀 주제에 감히 못 하는 소리가 없구나.”
바로 그 순간 나를 꼭 끌어 안고 있던 주미 원장이 오싹할 정도로 차갑게 돌변해선 내 앞으로 나섰다. 그와 함께 그녀의 손이 어제 보았던 새의 발톱 같은 모양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우, 우어! 그걸로 뭘……!
-부욱!
“끄아아아!”
그리고 주미 원장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 모습으로 구렁이 청령의 등을 후벼 팠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너무 놀란 나는 차마 그 광경을 보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온 몸에 난 상처와 빛으로 괴로워 하던 청령은 등을 후벼판 주미 원장의 손톱에 더더욱 괴로워 하며 발광했지만 주미 원장은 청령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장면을 즐기는 듯 희열에 찬 얼굴을 하고서 여전히 박혀 있는 손톱을 비틀어 ‘우드득!’ 하는 요상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으, 으아아아! 아아아! 아악!”
영화나 방송에서 보던 예쁜 비명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가득한 비명에 나는 그거 멍하니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그 날 밤 구미호를 쥐어 패고, 도도한 자태로 날 위협했던 구렁이 청령이 지독스럽게 고통스러웠던지 눈물마저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 아니 내가 처리를 해달라고 하긴 했지만 이게 이렇게까지…….
“주인님이 명하신대로 청령을 처리 했어요.”
마치 칭찬을 기다리는 듯 한 아이처럼 나를 바라보는 주미 원장의 모습에 나는 오한이 돋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이게 구렁이가 약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주미 원장이 정말 엄청 세서 그런 걸까?
“어, 어떻게…….”
“별 거 아니예요. 청사는 빛이 있을 땐 전혀 힘을 쓰지 못하거든요. 이미 전 구슬의 경쟁자로 이 간사한 뱀을 점찍어 놓았고, 이 요망한 계집이 구슬을 차지하면 빼앗을 순간만 노리고 있었거든요! 그 시기를 앞당긴 것뿐이에요. 주인님이 구슬을 가지고 계시다면 청령은 더 이상 제가 이용할 필요가 없는데다 건방지게 주인님을 위협하기까지 했으니 바로 행동으로 옮긴 거죠!”
경험치의 차이란 걸까? 일찌감치 많은 준비를 해온 탓인지 청령이 쪽도 못 쓰고 주미 원장에게 깨졌을 줄이야.“
“그…….”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리겠다! 인간! 네놈을 가장 먼저!”
하지만 여전히 청령의 기세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빛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심각한 상처들과 함께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는 몸뚱이와 눈물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도 증오심을 내비치고 있었는데…….
“자비를 원수를 갚다니! 죽여 버리겠어! 반드시!”
근데 왜 나를……. 날 죽이겠다고…….
후덜덜 몸이 떨려오는 가운데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그저 내 생각으론 잘 알아듣게 타이르는 선에서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건만!
-우득!
“아, 아아아악!”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지만 못 하는 소리가 없구나. 다리조차 없는 미물 주제에.”
여전히 청령의 등에 손톱을 박아 넣고 있는 주미 원장이 청령의 척추를 부러뜨리기라도 한 건지 다시 한 번 더 요상한 소리를 내며 속삭였다. 아, 우리편이라서 다행이긴 한 데 너무 이게 좀…….
“주, 주미 원장!”
“네, 주인님!”
칭찬을 기다리는 그녀의 눈동자에 나는 더 이상 그러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니, 이게 정말……! 내가 시킨 대로 해준 건 고마운데 와 이거 도저히 내 눈으로는 못 보겠다!
“자, 잠깐만……. 내가 좀 이 구렁이랑 이야기를 해도 될까?”
“네?”
“주미 원장이 정말 잘 해준 건 알겠는데…….”
그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다시 한 번 더 청령이 증오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 마이 갓……. 사회생활 하면서 적은 만들지 말잔 주의였는데 이거 정말 엄청난 적을 만든 것 같네…….
그래, 저 더러운 성격에 나한테 미약까지 주고 딜을 제안했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내가 통수를 쳤다고 느끼겠지……? 아니, 내가 정말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너무나도 파격적인 선물을 받아서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동안 주미 원장이 잘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 뜻이 그러하시다면…….”
왜, 왜 또 그런 표정인데? 불안하게!
“하지만 교접 중에 이 간악한 뱀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교접? 아니, 이야길 나눈다니까!
그러나 내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미 원장은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청령의 양 손목과 발목을 후벼팠다. 뭔가를 끊어냈는지 뚜둑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그 자리로 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있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슬에 묶인 채 덜덜 떨고 있는 청령은 오히려 가련해 보일 지경이었다. 바짝 얼어버린 나는 만신창이가 된 청령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와, 이거 정말 내가 악당이 된 것 같은 기분인데…….
“이제 마음 놓고 즐기셔도 될 거에요. 주인님.”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청령의 피를 핥으며 미소 짓는 주미 원장. 저게 요괴의 본성일까? 아니, 이게 정말…….
“아니, 나는 그런 게 아니라…….”
“부끄러워하시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요! 더 지켜보고 싶지만 그럼 저는 문 뒤로 가 있을 게요. 안심하셔도 될 거예요. 지금 저 구렁이는 목숨 연명 하는 게 고작인 상황이니까.”
“아, 아아……. 그래…….”
고양이한테 밥을 줬더니 그 다음 날부터 새며, 쥐며 동물 시체가 집 앞에 놓여져 있다던 이야기와 같은 상황이었다. 이런 그림을 바랬던 것은 아닌지라 주미 원장이 밖으로 나가고도 나는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저, 뱀아…….”
하지만 원한 품은 구렁이는 내 목소리에 반응을 해 그 와중에도 증오심 섞인 눈으로 고개를 쳐들 뿐이었다.
“죽이겠어…….”
기력이 다 한 듯 떨리는 음성이었다. 안타까울 정도로 약해 보이는 모습에 미안함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만…….
“내가 이러라고 한 게 아닌데…….”
“죽여 버리겠어……. 반드시…….”
도저히 대화가 통할 것 같지 않았다.
“죽여 버리겠다! 인간!”
나를 향해 엄청난 증오심을 불 태우고 있는 구렁이를 보고 있자니 측은하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론 오싹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여기서 구렁이가 살아난다면 날 정말 죽이려고 달려들겠지?
“우리 조율 한 번 해봅시다. 딜을 알고 있잖아……?”
“죽여 버릴 거야……. 인간 주제에……. 감히 인간 주제에…….”
“아, 아니! 그런 이야기만 하지 말자구. 지금 죽을 위기에 처한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니까.”
그 말에 구렁이가 다시 눈을 희번뜩혔다. 아유, 씨 놀래라!
“내가 좀……. 그래, 솔직히 뭐 날 너무 위협하는 것 같아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를 하긴 했어! 그래, 거기까진 인정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라고 한 건 아니야! 정말이야! 나도 정말 놀랐다니까!”
“그걸…… 나더러 믿으란 거냐! 크윽……!”
하지만 이내 그것도 이 강렬한 빛 앞에선 힘이 들었던지 금방 일그러지는 청령. 대나무처럼 꼿꼿하기 그지 없던 여자가 꺾이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므흣함이 느껴졌다.
“믿고, 안 믿고는 그쪽 자유라고 하지만 난 정말 이럴 생각까진 없었어.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하면 좋냐? 분명히 살려 놓으면 날 정말로 죽일 것 같고, 죽이자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보통 사람 생각으론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주미 원장에게 맡겨 생명을 끊는 게 맞는 일이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이게 또 죄책감이…….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더 딜 하자고. 어때?”
“닥쳐……! 네 놈은 절대로 믿지 않아……!”
“그럼 죽는 수밖에 없어. 나도 그럴 수밖에 없고. 지금 자비심 베푸는 거 아냐. 나도 당신 무서워 죽겠단 말이야. 쫄린다고.”
이게 손 내밀 때 잡으란 말이다! 손을!
하지만 여전히 불신과 증오 담긴 시선을 하고 있는 청령. 그래, 그게 당여한 일이겠지. 뭔가 상황이 꼬인 것 같단 생각에 떨떠름한 맘이 한 가득이었다. 그 와중에 왜 이렇게 불쌍해 보이는 건지 원……. 예쁜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스윽.
“치우지 못해!”
쇠사슬을 쩔렁이며 내 손길을 피하려는 청령이었지만 그럴 힘조차도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 잘 생각해. 목숨 가지고 흥정하는 건 아니라고 보지만 당신이 살고 싶다면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 구미호가 이제 곧 구슬이를 데리고 갈 것 같은데, 당신도 그때가 기회잖아? 그렇지? 그런데 그걸 못 하고 죽게 될 수 있단 말이야. 지금 당장으로썬.”
나의 손길을 끝끝내 피하려는 청령이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힘도 없었고, 피할 수도 없었으니. 손 끝에 닿은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살결이 의외로 기분이 좋아서 계속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좀 SM 취향인가? 어젠 그냥 무서워서 묶은 건데 이건 좀 야릇한 느낌이…….
“……날 살려주겠단 건가?”
“내가 구슬이 들고 있는 동안은 이거 노리지도 말고, 또 날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그것만 약속해준다면 놓아주라고 할 게.”
그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만 그래도 뭐 하나 죽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내가 이렇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구렁이가…….
“인간 주제에 감히! 내게 네 까짓 놈에게 고개 숙일 것 같으냐!”
존심을 부리네……. 아, 나 진짜 하등 쓸모없이 존심 부리는 것들이 제일 싫은데 말이다.
“그러는 지는 뱀 주제에.”
“뭐야!”
“그래, 니가 왜 용이 못 된 지 알겠다! 속이 그렇게 좁으니까 천 년이나 도를 닦아도 그 모양이지! 내가 멍청해서 살려주겠다고 하는 줄 아냐? 인간, 인간하고 계속 무시 하는데 네까짓 게 측은지심이 뭔지는 아냐? 그런 것도 모르는 주제에 도를 닦아서 어떻게 용이 되고, 신선되고 할래? 그런 걸 하나도 모르니까 요괴일 뿐인 거지! 천 년이나!”
사람이 위험 감수하고 호의를 베풀면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일 것을! 괜히 존심 부리는 청령의 모습에 나도 짜증이 나버리고 말았다. 아, 내가 이런 상황을 원한 건 아니었던지라……! 주미 원장의 착실한 미션 수행은 좋은 일이었다만!
“큭…….”
나의 말에 분통한 듯 눈을 부라리는 청령!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또 빛에 힘이 들었던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살생으로 도 닦는 걸 시작했으니, 그러고도 포악한 성격 버리질 못했으니 더 크게 되질 못 하는 거야!”
도사님과 주미 원장에게 들은 것을 바탕으로 그리 이야기를 꺼내자 청령이 자존심에 무척이나 큰 상처를 입은 듯 한 얼굴을 해보였다.
“무슨 수를 써서든 네놈만은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날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만 뭐 어쩌겠냐? 지금 그 상태로 말이다! 흥! 나도 할 땐 하는 놈이라 이거야!
“조금 더 머리 식히고 생각해. 얘기 하고 올 테니.”
그리고 나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이번엔 좀 멋있었던 것 같다. 쿨 해보이지 않았나……?
아무튼 나 진짜 이런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짜 진심으로 이런 선물을…….
-철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지 주미 원장이 후후 웃으며 나를 내게 안겨왔다.
“생각보다 일찍 나오셨네요, 주인님! 제 더러운 뱀은 안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시던가요?”
“응? 주미 원장 두고 그럴 수가 있나. 아냐, 별로야. 저런 건.”
“어머! 좋아라! 저도 주인님이 너무 좋아요! 너무 너무!”
저런 처참한 광경을 연출하고도 주미 원장은 해맑기 그지없었다. 미약의 파워가 강력하긴 강력한 모양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니 또 괜히 잘못한 것 같은 불편한 맘이 드네. 아, 정말…….
“그럼 이제 다른 것들을 보러 가요!”
“다른 것들?”
“후훗, 주인님을 위한 선물들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 나를 주미 원장이 다시 한 번 더 이끌었다. 이번에는 위치가 다른 모양인지 팔짱을 끼고 계단으로 나를 이끄는 그녀. 아까 전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살벌하게 청령을 공격하던 그녀가 돌변한 터라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엔 뭔데 그래……?”
“이번에도 와 보시면 알아요!”
혹시라도 청령이 주미 원장에게 해독제를 넘겨줬다면 어떻게 될까? 순간 그 생각이 들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그럴 리 있을까? 아냐, 아냐. 그렇진 않을 거야! 지금 반응으로 봐선……! 혹시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 자꾸 마음이 불안해지네! 아까 구렁이가 죽인다, 죽인다 소릴 질러서 그런가?
“마음에 드실거에요! 이번에도!”
느낌이 참으로 싸한 가운데 함께 계단을 오른 곳은 3층도, 4층도 아닌 5층이었다.
“여긴 왜……?”
“주인님을 위해서 준비한 공간이에요. 여긴.”
여긴……? 그 순간 오싹한 느낌이 다시 등줄기를 스쳤다. 그럼 아까 거기가 청령을 위한 자리였단거지? 그런 자리를…….
“……어떤 자린지…….”
-꿀꺽.
피가 말린다. 와, 정말! 설마 청령이 해독제를 주진 않았겠지? 아냐, 주진 않았을 거야! 그래. 해독제를 주면 바로 구슬을 빼앗기게 되는데 그러진 않았을 거야. 그럼 굳이 공격을 당할 이유도 없었을 거고…….
“어서 열어봐요! 어서요!”
대책 없이 해맑은 얼굴로 자꾸만 나를 재촉하는 주미 원장은 기괴해보일 정도로 들떠 있었다. 아, 정말 미치겠네. 쫄린다는 기분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씨……. 좋은 선물일 줄 알았더니…….
-철컥.
아, 내키지가 않는다. 문이 안 열렸으면 좋으련만……! 그런 기대야 하등 부질 없는 일들에 불과했다.
-끼이익.
천천히 열린 문. 그리고…….
“짜잔!”
순간 주미 원장이 내게 팔짱을 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척이나 기대감에 부푼 얼굴이었는데, 그건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눈빛이었다.
“어, 어?”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주인님!”
우려와 달리 내 눈앞에 보인 것은 마치 신혼집 같은 분위기의 집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건물의 모습과는 다르게 내부는 무척이나 널고 고급스러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가구들과 전자 제품들이 들어차 있었고, 인테리어 또한 훌륭했다.
아주 넓은 평수에다 말끔한 새 가구들이 가득 차서, 대체 오늘 하루 동안 주미 원장이 무슨 수로 이것들을 다 꾸몄나 싶을 정도였다.
“주인님과 함께 지낼 장소에요! 주인님이 살고 계신 집은 너무 허전하니까!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도록 해요!”
와……. 지금 주미 원장이 나한테 집을 선물한 거다, 그지?
“이게 선물이었구나. 와……. 진짜 대박이다…….”
“마음에 들어요?”
“어! 진짜 마음에 드는데!”
하하핫! 쫄아 있던 만큼 안도감도 어마어마했다. 휴! 진짜 순간 여기가 내 무덤이 될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몰랐다.
“와, 이거 다 스마트 티비랑 오디오도! 와, 당구대도 있어! 집 안에!”
“뭐든 원하는 게 있다면 말씀만 하세요! 필요한 것들 모두 다 제가 구해다 드릴게요!”
위치가 조금 안 좋다 할 수도 있을 법 했다만 관악산 바로 아래다 보니 별장이라 셈 쳐도 모자랄 게 없었다. 아니, 그런 걸 떠나서 뭔가 내 소유의 공간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봤냐? 이게 바로 나의 퀄리티! 나의 매력이다! 흐하하!
“진짜 마음에 드는데……?”
주미 원장이 구렁이 청령을 그렇게 심하게 다루지만 않았다면 정말 판타스틱한 선물이 되었을 텐 데 말이다. 뭔가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기분을 느끼며 뒤돌아서자 주미 원장이 내가 좋아해서 정말로 행복하단 얼굴을 해보였다.
아, 정말 참을 수가 없네! 그 모습에 주미 원장을 꼭 끌어안고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계단에서는 내가 리드 당했지만 이번엔 내가 리드를 이끌어 갈 차례!
“으음!”
주미 원장을 벽으로 밀어 붙이며 격하게 입을 맞추자 그녀가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왜 여자들이 가방 선물 받으면 그 날은 쉽게 허락을 해주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인걸!
“으흥!”
그와 동시에 나 또한 주미 원장의 풍만한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래층에 있을 청령이 걸리긴 했다만 성의표시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양 손을 가득 채운 가슴을 부드럽게 비비자 그 자체로 거칠어지는 주미 원장의 숨결! 그 숨결과 부드러운 감촉에 취해서 점차 빨려들어갈 듯이 몰입하던 나는……!
-와장창!
순간 아래에서 들려온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고 말았다.
“뭐, 뭐야?”
설마 구렁이가 탈출이라도 한 건가?! 당혹감이 온 몸을 스쳤다. 이런 씨! 그러면 안 되는데! 지금 완전히 나한테 원한을 단단히 품은 상태인데!
“설마 청령이……!”
“걱정마세요, 주인님. 그 어리석은 뱀은 빛을 극도로 싫어하는 청사라 그 안에서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어요. 제가 확인을 하고 올게요!”
“아냐, 같이가!”
꼭 이런 때 혼자 있으면 더 위험해지더라! 내가 그런 주인공의 법칙 같은 거에 당할 것 같냐!
“주미 원장이 걱정 되니까……!”
쪽 팔리게 무서워서 그렇단 말은 못하겠고, 그 말을 팔자 주미 원장이 더욱 더 내게 빠져든 얼굴을 해보였다.
“성가신 뱀은 그냥 제 선에서 처리 할 걸 그랬나봐요……! 주인님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어 두었더니 괜히 성가신 일만…….”
진작 그래주지! 그럼 나도 덜 미안하고, 덜 찝찝했을 텐 데!
“어쨌거나 빨리 가서 확인을 해보자고!”
“네~!”
초조한 나와 달리 주미 원장은 느긋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극도로 긴장감 없는 모습에 내가 덩달아 기운이 빠지는 것을!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무슨 일인지 몰라도 구렁이가 나오는 날에는……!
-쿵쿵쿵!
계단을 울리며 열심히 아래층으로 향한 나는 2층에 이르자마자 그 바닥을 적시고 있는 붉은 피를 발견했다. 오 마이 갓! 이건 분명히 청령이다! 이렇게 피를 흘릴 사람은 청령 밖에 없잖아?! 어, 어떻게 탈출 한 거야?! 도대체!
그리고 내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나는 곧 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부우우웅!
“어?!”
차 소리?! 엑셀을 급 밟았을 때 나는 그 요란스러운 엔진 소리를 내가 모를 리 없지 않은가?
“페이튼!”
순간적으로 오싹한 느낌이 등골을 스쳤다. 이 빌어먹을 운전기사 놈이 설마 날 미행하기라도 했던 건가? 맙소사!
“아래에요!”
주미 원장 역시 뭔가 심상찮은 낌새를 눈치 챈 듯 순간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를 따라서 나 또한 서둘러 계단을 따라 내려갔지만……!
“아무래도 청령이 인간들을 수하로 부린다더니 인간들이 와서 구해간 모양이에요.”
이미 차는 저만치 멀리 떠나버린 상황이었다. 보이는 뒷모습이 분명히 익숙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내가 저걸 모를 리 있냐? 어둠속에서 보이는 W로고!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저, 저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아?”
“무식한 청령이라면 모를까 인간들에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어요. 교활한 청령이 인간들을 이용할 줄은 몰랐네요.”
인간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 했던가? 맙소사! 맙소사!
“하지만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청령은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니 잘 움직이지도 못 할 거에요. 이쯤하면 청령도 감히 제게 대적 할 생각은 하지 못 할 거에요. 그러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주인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다. 이거 진짜 엄청 큰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아아, 운전기사 놈 미래가 뻑 투 더 퓨처라고 놀렸더니 내 미래가 불안해졌네…….
“……쟤가 날 반드시 죽인다고 했는데…….”
============================ 작품 후기 ============================
인생사 새옹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