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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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건설 4억! 대명 전기 3억 3천! 천공 전기 2억 4천! 서해정보통신 1억 7500만원!
자잘한 수의공사 8건 제외하고 굵직한 4개만 살펴본다면 삼미에서 받을 인센티브가 100만원. 대명 전기가 82만 5천원. 천공은 3억 이하니까 커미션 2%로 계산해서 48만원. 서해가 35만원. 그리고 나머지 8개의 수의계약 건들이 다 합쳐서 약 40만 원!
다 합쳐서 약 300만원! 이게 오늘 하루 내가 벌어들인 인센티브의 총합이었다!
“이야아아아! 계범도! 역시 살아있네, 살아 있어!”
“축하한다! 계대리! 역시 계대리야! 하루만에 12건! 우와아, 진짜 이건 투찰의 신이다! 신!”
그 소식 전해들은 김부장과 영업부 이대리는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크, 당연한 일 아니겠냐? 윤이사가 본사와 우리 서울지사의 대표라고 하지만 본사와 지사를 오가는 바지 사장에 불과했고 실질적인 총 책임자는 김부장이다.
그리고 이대리 역시 계속해서 업체를 물어다 와야 하는데 분석 팀에서 힘을 내줘야만 자신 있게 업체들을 땡겨 올 수 있는 것이고. 조직이란 게 이렇듯 유기적인지라 한 부서에서 대박이 터지면 다른 부서에도 당연히 그 덕을 볼 수밖에 없다.
뭣보다 커미션 가운데 10%를 내가 먹고, 또 10%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인센티브로 분배가 된다. 즉, 우리 팀이 일을 잘하면 잘할수록, 혹은 내가 못해도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 해주면 받아가는 돈은 커지는 거다. 그 동안 일이 안 되는 사람이 대신 관리를 해준다거나 서브를 해주고, 분석을 도와준다거나 하겠지?
아무튼 그러니까 당연히 나의 낙찰 건수 폭발은 모두에게 행복이 될 수밖에 없었다.
“투찰 천재 한 두 번 봅니까? 다들 촌스럽게 왜 이래요?”
으히히힛! 나도 기분이 좋아 죽을 지경이지만 그걸 또 내색할 수가 없었다. 아, 없어 보이게끔 그럴 수 있나? 이런 건 또 당연한 척, 쿨 한 척 해줘야 그림이 되는 거잖냐?
“으하핫! 이거, 이거! 내가 보통 때 같았으면 한 대 쥐어박는데 오늘은 예뻐서 참는다! 아유, 계범도 예뻐 죽겠네!”
“영수씨, 성현씨, 형석씨! 부장님 좀 떼어내 봐.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남자면 질색인데 자꾸 달라붙으시네!”
특히나 김부장의 기쁨은 다른 누구보다도 더 했는데, 너무 좋아하는지라 내가 도리어 뻘쭘해질 지경이었다. 물론 오늘 하루, 내가 벌어다 들인 커미션이 거의 지난달 매출의 1/3 정도 되는 것이다 보니 기분이 좋을 만도 했다만……!
그런 것보다는 사실 내가 승미 개년 때문에 내상을 입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던 터라 김부장 속이 더 타들어갔을 거다. 왔다 갔다 하는 윤이사한테 이래저래 시달리기도 했을 것이고, 또 대전 본사에 있는 양반들이랑 이야기 하면서 좀 꿀리는 것도 있었겠지?
그러다가 내가 공백을 깨고 이렇게 큰 기록을 세웠으니 이제 본사에 있는 직원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 할 거리도 생겼고, 또 윤이사한테도 자랑할 건덕지가 생긴 셈 아니냐?
“인마! 예뻐서 그런 거 아니야, 예뻐서!”
“아, 거 참! 대박 한 두 번 납니까? 저 계범돕니다, 부장님!”
사실은 나도 기분이 째질 것 같다. 푸하하핫! 아니, 뭐 솔직히 300만원이라는 게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 당장에 내가 받은 적중금과 비교 해봐도 이건 뭐 아주 푼 돈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이것인 즉 내 업무와 커리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단 것이다. 토토는 운이고, 또한 그 자체로 단발이라면 이건 그런 게 아니란 거지! 내가 대학 졸업하고 나서 취업한 이후로 내내 해왔던 일에서 다른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릴 정도로 큰 기록을 세웠는데 그 의미가 토토랑 동일할까? 노, 절대로 아니다!
물론 액수 자체는 본사의 김대리가 세운 70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건 운만 잘 맞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고, 이건 설령 운이 서브해준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야, 범도야! 오늘 대박 터졌는데 이따 퇴근하고 한 잔 해야지?”
엄청난 운이 뒷받침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사실 순수한 내 능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구슬이의 서브가 있긴 하지만 그걸 누가 알 테냐? 내가 미쳤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니겠는가? 꼭 드라마나 뭐나 보면 이런 거 얻은 애들이 생각 없이 주절주절 이야기 풀어 놓고 그러던데 왜 그런 짓을 하냐? 사람에겐 누구나 지켜야 할 비밀들이 있는 법인데 말이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것은 우리 회사 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명성을 떨칠 만한 나, 계범도의 기록인 셈이다. 나중에 구미호에게 구슬이를 돌려주고 나서도 이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스코어’란 말이다. 스코어! 곧 커리어! 12건 낙찰의 주인공, 계범도! 앞으로 내 이름 앞에 붙을 수식어가 되어줄 날이란 거지.
그러다 보니 기분이 째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아유, 술은 또 뭡니까! 다들 피곤해 하는데 푹 쉬어야죠!”
하지만 그거랑 또 술은 별개다. 아, 정말 술 좋아하는 상사 있으면 이래서 피곤하다니까. 뭘 해도 다 술, 술! 전생에 술 못 마셔서 한이 들리기라도 한 건지 원.
“에이, 아닙니다! 계대리님! 오랜만에 대리님께서 잘 되셨는데 그냥 갈 수 있나요!”
“은경씨, 지금 다이어트 하고 있지 않아? 난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요놈의 장은경이! 다이어트는 요단강 건너 저기 저 편으로 넘겨보낸지 오래인지 이게 또 회식을 하자고 난리다. 애들 관리 좀 제대로 하랬더니 저게 자기 몸매도 관리를 못 하네! 아, 정말.
“에이,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정도야!”
“그런 자애로움이 오늘의 은경씨를 만든 거야. 이제는 엄해져야지. 은경씨 뿐 아니라 지금 내 몸을 봐. 난 안 돼. 그리고 우리 월급도 3일 남았는데, 인간적으로 월급날 전까진 좀 쉬엄쉬엄 합시다! 내가 어디 도망갑니까? 다들 왜 그래요?”
김부장이 또 회식 분위기를 이끌어 가려고 한다만 그럴 수가 있나? 뭐, 내가 하기 싫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잘되거나 말거나 신입사원들은 죽을 맛일 텐 데 말이다.
날도 더워지고, 일도 잘 이해가 안 되고. 한창 힘들고 빡빡 할 때라서 얘네도 쉬고 싶을 텐 데 오늘까지 또 회식이라면 진짜 질릴 거다. 금요일 회식하고 주말 쉬고 월요일도 회식 했는데, 또 화요일에 회식하자고 하면 나도 싫은데 당연히 얘네도 싫겠지!
“야, 이 좋은 날에 술 한 잔 하고 축하를 해야지! 어떻게 그냥 넘기냐?”
예끼, 이 사람아! 저 거북스러운 표정들이 안 보이냐? 거북인 줄 알겠다! 어떻게 높은 사람이 되고 나면 눈치가 다들 이렇게 없어지는 건지, 원!
“부장님, 그러다 암 걸려요. 우리 인간적으로다가 회식은 월급은 받고 좀 합시다. 내일 또 한 건 더 터지면 내일 또 하시게요? 이제부터 매일매일 터져 나갈 테니까 이른 축하는 패스하자고요. 설레발은 필패! 모르십니까? 오늘은 여기서 깔끔하게 퇴근하고 목욕재계로 이 기운 이어가도록 하죠. 가득이나 날씨도 더운데 회식 많이 해서 살찌고, 몸 불어서 더 늘어지면 이건 부서 전체의 효율성 저하에도 기여 하는 거 아닙니까?”
다소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왕이라고! 에헴! 뭐, 그런 걸 둘째친다 하더라도 이미 신입 사원 3인방과 중간 직원 혜리, 설희, 은지 세 사람도 회식은 싫단 눈치다. 당연하지 않겠냐? 셋 다 기껏 해봐야 20대 초중반인데 말이다. 먹는 거 좋아하고 술 분위기 좋아하는 은경이나 반기지 나머지들은 절대 아니올시다!
딱 보면 알 텐데 왜 그걸 그리 몰라? 암만 김부장이 여기선 갑이라고 하더라도 부서 전체를 이끌어 가야만 했기 때문에 다들 이렇게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도리가 없지! 아, 이 양반 정말 술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라니까.
“뭐, 그래! 그러면 금요일!”
이내 김부장이 양보했다는 듯 월급날인 금요일을 찍었다. 불금에다 월급날이니 당연히 회식은 예약된 수순이라고 하지만 어허! 그럴 수가 있나!
“그 날은 안 됩니다. 지금 날 어둠에서 세이브 해준 여신 만나러 가야 됩니다.”
그 말에 영수를 비롯한 부서 직원들이 “오오~” 하고 환호를 터뜨리며 날 바라보았다. 낯 많이 가리던 형은이도 상당히 흥미로운 얼굴로 날 보며 작은 목소리로 음성을 더하는 것이 아, 점심시간의 면담이 효과가 있었네. 역시 난 좀 젊은 애들한테 먹히는 스타일인 것 같다니까.
“크, 계범도! 그럼 우리 술은 또 언제 마시냐?”
“어차피 월요일에 이사님 오면 그 때 한 잔 할 거잖아요? 이사님 카드 그때 벗겨 먹읍시다, 부장님. 오늘 가면 어차피 부장님이 쏴야 돼요. 나 카드 한도 초괍니다. 딱 소주 한 병 사다드릴 수 있을 정도 밖에 없다구요. 그때 제가 진짜 다시는 부장님 월요일에 술 마시고 싶지 않도록 마셔드리겠습니다.”
“오냐, 좋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절대로 빠지기 없기다!”
으이그, 인간아! 내가 주말에 사모님이랑 전화 통화 좀 해야겠다. 김부장 와이프랑은 나도 알고 지내는 사이거든. 김부장 총각 시절에, 나도 지금처럼 몸 불지 않고 좀 날렵하던 시절에 피플이라는 카페 앞에서 헌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났던 여자들 중 한 사람이 지금의 김부장 와이프인지라……! 그 탓에 내가 두 사람을 이어줬다 뭐 그런 분위기가 있어서 이래저래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고로 주말에 김부장 와이프한테 콜 한방 때려서 월요일에 김부장이 술 못 마시게 만들어야지. 일명 버스터 콜 프로젝트다. 월요일 술자리에서 김부장 당신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 주겠어.
“아이 프로미스. 약속 합니다! 대신 오늘은 다들 월요일 준비도 해야 하니까 일찍들 퇴근하도록 하죠! 부장님!”
“인마, 니가 부장해라! 뭐 오늘은 계범도가 우리 지부 구한 영웅이니……. 그래, 오늘만큼은 니가 대장 해먹어라!”
“이제 퇴근 시간인데 뭘 해먹어요! 참 나! 아무튼 그래도 준다니까 저 감사히 받겠습니다! 자, 다들 들었죠?! 오늘은 칼 퇴근 하도록 합시다! 칼퇴근 콜?”
“우우~! 좋아요! 대리님!”
회식 제안 때보다 분위기가 120%는 더 좋은 것 같았다. 아, 정말 민심을 이렇게도 모른단 말이더냐?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 말을 안 듣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자기 멋대로 굴면 언제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 것을!
그나마 김부장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닌지라 그게 다행이다. 술 좋아하는데다 꽉 막히고 잘 삐졌어 봐! 아유, 생각만 해도 무섭다.
“아무튼 월요일엔 각오들 하고 오라고! 오늘은 다들 이만 퇴근해봐! 계범도가 내일 또 한방 크게 터뜨린다니까 믿어보자고!”
이렇게 내 기 살려줄 줄도 알고 말이지! 아마 좀팽이였다면 이거 맘에 담아놓고서 삐졌을 지도 모른다. 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나도 나이 들면 들수록 좀 더 잘 삐지게 되는 걸 느끼는데 말이다.
“그러면 나는 먼저 퇴근한다! 다들 퇴근들 하고!”
“예, 가십쇼! 내일 뵙겠습니다!”
어쨌거나 칼퇴근을 선언한 만큼, 그리고 내가 엄청난 낙찰을 보인만큼 김부장도 일찌감치 퇴근을 했다. 음, 내가 보기엔 퇴근이 아니라 근처에서 친구 만나서 술 한 잔 하러 가는 것 같다. 진짜 김부장도 좀 수상한데? 요괴 아냐?
어쨌거나 김부장의 회식도 물리치고 칼퇴근도 얻어낸지라 나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물론 지금 지하철을 타면 지옥철이 열릴 것이기 때문에 근처 토방 가서 또 구슬이 파워를 빌릴 작정이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은지도 모를 일이었다. 큰 욕심 안 부리고 이번에 터진 만큼 토토가 한 번 더 터져주면 진짜 한 2년은 놀고먹기만 해도 되지 않겠냐?
여름휴가 받아서 환락 여행을 한 번 떠나 보자고! 흐하하핫!
“그럼 퇴근해보겠습니다! 대리님!”
벌써부터 여름 휴가 생각으로 잔뜩 들 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동안 신입사원 세 사람이 유난히도 즐거운 얼굴을 하고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천호동 사는 성현이와 행당 사는 형석이. 그리고 형은이가 왕십리쪽이었나? 셋 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 터라 이 칼퇴근이 무엇보다 반가운 눈치였다.
“그래, 다들 수고 했어요! 내일 봅시다!”
“네, 대리님! 내일 뵙겠습니다!”
나의 인사에 내성적이기 짝이 없던 형은이가 목소리를 높여 인사했다. 오, 이거 참 의외인데? 낯가림이 있고 또 조용조용하다보니 그럴 줄은 몰랐다. 아마 오늘 점심시간의 면담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잘가요, 형은씨~! 형석 씨랑, 성현 씨도!”
아, 뿌듯하다!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네! 형은이의 작은 변화 덕분인지 더욱 더 기분이 좋아진 나는 퇴근하는 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나도 퇴근을 할 채비를 갖추었다.
“일찍 끝나서 그런가 표정들이 좋아 보이네요.”
아무래도 신입들보단 늦게 퇴근해야 그림이 되지 않겠냐? 좀 늦게 퇴근하는 영수가 후후 웃으며 이야기 했다. 음, 다른 사람 눈으로 봐도 좀 표정이 좋아져 보이는 모양이다. 형석이나 성현이는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해주거나 하진 않았지만 오늘 일로 뭔가 느낀 바가 있겠지?
무엇보다 얘네들도 아마 이 일에 비전 좀 느꼈을 거다. 왜냐고? 하루만에 300만원을 버는 걸 눈으로 직접 봤으니 말이지!
“이게 되는 일이라는 걸 딱 목격 했잖냐? 이제 쟤들이 비전 느끼고 남아서 일 빠릿하게 잘 해주고 하면 그걸로 땡큐야, 땡큐.”
그 말과 함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다.
“퇴근 잘 하십시오, 대리님!”
“니들은 왜? 퇴근 안 해? 일 더 하다 가려고?”
“저희도 대리님 따라서 결과 내야죠! 한 30분만 더 하다 가려구요!”
“오늘 회식 하셨으면 바로 가서 좀 징징 거렸을 텐 데 안 하신다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아무래도 영수나 은경이는 내가 12건을 낙찰 시켰다는데서 좀 자극이 된 모양이다.
“넵! 대리님 부끄럽지 않게 결과물 꼭 만들겠습니다!”
음 서열 3위 설희까지도 말이지!
“그래, 뭐. 다들 열심히 하도록 해! 나는 오늘 일찍 들어가서 목욕재계라도 해야겠다. 너무 오랜만에 이만큼 터지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네! 요 타이밍에 딱 쉬어줘야지! 다들 수고해라!”
“넵!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대리님!”
“오냐! 수고!”
그리고 나도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이제 토방으로 직행하는 일만 남았다.
아, 아무래도 이번 달은 정말 풍족하겠는 걸? 토토만 적중금 3800만원에다 인센티브 300만원 확보. 그리고 구슬이가 있는 한 인센티브는 아마도 계속해서 이렇게 쭉 붙어 나오지 않겠냐?
“오늘은 메이저리그로 재미 좀 보자, 구슬아!”
후끈 달아오른다! 이 상승세 이어가자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온 나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지하철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토방이 역삼역과는 반대 방면에 있는 터라 그쪽으로 가서 한 시간 정도 놀고먹다가 조금 한산해지면 집으로 가면 된다.
크흐흥, 일단은 내가 찍고 싶은 것들 찍고 마지막 한 장만 구슬이의 힘을 빌릴 생각이다. 다 알고 하는 게임이 무슨 재미가 있겠냐? 여러분, 토토는 레저입니다. 도박이 아니라구요.
그리고 이건 인생의 진리지. 뭐든 적당히가 제일 중요하니까!
“아, 맞아. 주미 원장이랑은 또 연락을 해봐야 하나?”
출근 전 내가 말을 해놓은 대로 주미 원장은 내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정말 미약이란 게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빡센 물건이긴 하구나.
아무튼 지금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내게 중요한 일이 있다면 그건 구렁이 청령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일일 테지. 그리고 거기엔 주미 원장이 키포인트일 것이고! 아, 그리 생각하니 토방 들리지 말고 바로 또 집으로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약속된 시간은 이제 이틀 남았으니까!
“흐음…….”
잠깐 생각을 하며 걸음을 멈춘 나는 지하철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문득 회사 건물 앞에 서 있는 낯익은 차량 한 대를 발견하고 말았다.
“아, 씨……. 저게 정말……!”
페이튼! 그 끔찍한 냉동차가 내 눈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가 페이튼을 발견한 순간 그 차에 타고 있던 건방진 운전기사놈 또한 나를 발견한 눈치였다.
이런 젠장! 3일이나 시간을 준다더니 여긴 왜 온 거냐? 아, 맙소사! 설마 날 감시라도 하고 있는 건가? 황당하고 불안한 맘이 동시에 밀려왔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 난 지금 운대를 지배하고 있는 놈이라고!
“후우. 허튼 짓 하기만 해봐.”
다 이를 거야! 주미 원장한테!
이내 잠깐 굳어 있는 나를 향해 청령 대신 차를 운전하던 건방진 운전기사 놈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 너냐? 그럼 내가 무서워 할 필요가 전혀 없지. 요기보다는 한결 만만한 상대라 긴장을 푼 나는 그를 향해 먼저 말을 건넸다.
“뭐……?”
그 순간 놈의 눈썹이 꿈틀했다. 내 태도가 어지간히도 거슬리는 눈친데……. 아, 나 진짜.
“……요?”
내가 싸우기 싫어서 맞춰주는 거다. 건방진 놈, 정말!
“너냐?”
“뭐?”
이게 정말 사람을 우습게 보나! 뭐 하는 놈의 자식인 줄 몰라도 내가 나이는 더 많은 것 같은데 다짜고짜 반말이네?
“너지?”
그리고 그놈이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뭐야! 이 새끼가 갑자기 왜 이래!? 설마 구렁이 년이 날 납치해오라고 시키기라도 한 건가? 설마 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이거 못 놔!”
사연이야 어쨌든, 내가 주던지 안 주던지 약속된 말미가 있는데 이건 아니지 않냐? 이 건방진 새끼를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지지 않고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금방이라도 그 놈의 면상을 후려 갈 길 작정을 하고서 말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나는 최대 2 대 2로도 싸워서 이긴 적이 있는 놈이라고! 날 아주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흥분해서 싸울 기세로 씩씩 거리고 있던 내게 순간 그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
응? 잠깐 흥분한 터라 잘 듣지 못했다만 이내 나는 멈춰서고 말았다.
“뭐?”
그게 어렴풋이 들었던 말이 혹시 내가 뭔가를 잘못 들었나 싶었거든. 아니, 그걸 왜 나한테……? 아니, 날 찾아올 이유가 되기라도 한 건가?
“우리 누님 어디로 데리고 갔어?! 얘기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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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당황스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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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사상
두 분을 마지막으로 5권 사인본 15부 마무리 짓습니다. 5권 불발되신 분들은 남아 있는 책들(3권-2, 4권-4, 5권-3)들도 확실히 수량 확보되면 증정 이벤트 마지막으로 진행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