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25화 (25/120)

<-- 25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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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대리, 어떻게 됐어?”

삼미 건설 유순화 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니 오후 2시가 거의 다 되었다. 삼미 건설 담당자 유과장은 평판이 최악이라도 삼미 건설 자체는 또 탄실하고 실력이 있는 기업인지라 놓칠 수가 없는 상황! 그래서인지 김부장이 내가 돌아오자마자 밥 먹었느냔 말 대신 먼저 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도 그런 것이 점심시간 끝날 무렵 들어올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예정보다 시간이 오버 됐으니 걱정이 된 것도 당연했을 것이다.

“그 돼지 같은 게 앞으로 두고 보겠답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결과물 안 나오면 그때는 정말로 계약 해지 하겠다고 강짜를 부리더라구요.”

아, 젠장. 가끔은 사무실을 벗어나는 외근 일이 좋을 만도 하다만 관리차원으로 떠나는 접대는 절대로 좋지가 않았다.

“그래? 한 달이라. 구체적으로 뭐라던데?”

능력도 개뿔 안 되는 것들이 서류상 ‘갑’ 위치에서 얼마나 유세를 부리던지. 특히나 유순화 과장처럼 개뿔도 모르면서 빽으로 자리 얻은 사람 만날 때는 진짜 진이 다 빠질 지경이다.

“뭐랄 것도 없죠. 그 노처녀가 히스테리 부리는 거에요. 갔더니 일 얘기는커녕 지 선 본 이야기, 어디서 가방 신상 새로 나왔더라 주절거리는데 짜증나서 숨이 멎을 뻔 했어요.”

“크!”

그 말에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나왔다. 이미 유순화 과장의 악명은 우리 팀원들에게도 자자한 모양이다. 특히나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우리 회사에 취직한 20살 형은이가 더 질린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혹시라도 형석이나 성현이 같은 남자 사원 붙여주면 꼬리 치는 일이 생길까봐 삼미 건설은 형은이에게 맡겼거든.

“진짜 진상이지?”

씁쓸함 머금은 내 얼굴에 형은이가 수줍게 웃음을 터뜨리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덩달아 마음이 흡족해졌다. 아, 지현이도 풋풋한데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형은이는 오죽 하겠냐? 뭐, 이성적으로 끌린다기보다는 아주 귀여운 여동생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한 가운데…….

“그런 거 말고는 뭐 없어?”

“그냥 결과 한 달 안에 찍어 달래요. 2순위, 3순위 나와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지 않냐고? 그러면 자기들이 돈 내고 이거 맡긴 의미가 없다잖아요. 돼지가 지가 찍어도 벌써 하나는 땄겠다는데, 진짜 개뿔도 모르는 게 정말.”

다시 일 얘기로 돌아와서! 유순화 과장과의 점심은 정말 최악이었다. 내내 쓸 데 없는 신변 잡기 이야기를 하다가 말미 쯤에 고까운 자세로 그리 이야기를 꺼냈는데 솔직히 내 담당이었던 회사라 더 화가 났다.

아니, 씨바! 요 두 달 동안 아슬아슬하게 놓친 공고들이 몇이 있다만 올 초랑 작년 말만 하더라도 거의 한 달에 2개씩은 공고를 잡아 줬었거든!

그런데 이게 정말 되는 거 맞느냐, 운 아니냐 하는데 내 참 얼 척이 없어서! 자기네들한테 내가 따준 공고만 지금 벌써 8건이 넘는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다니? 솔직히 입찰가 정해지는 건 운이라지만 범위 산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실력이 있어야 오차 범위 안에라도 들어갈 수 있는 거다.

그런 건 모조리 개 무시당했으니 내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냐?

“어떻게든 결과 만들어 줘야죠. 계약 유지하려고 오늘 그 돼지 같은 거 한테 쳐 먹인 육회만 송아지 한 마리 나올 걸요? 그 값은 뽑아내야죠!”

“그래, 고생했다! 계대리! 어떻게든 한 달 안에 결과를 만들어 줘라! 그런데 한 달 안에 되겠냐?”

우리 일이 사실 이렇다. 완전한 실력, 정확한 계산으로 값이 산출 되는 게 아니라 제시되는 액수 자체가 랜덤이다 보니 확실히 장담은 못 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김부장이 이렇게 불안스러워 하는 것 아니겠냐? 더구나 승미 년 때문에 요즘 내 촉이 좀 맛이 갔던지라 우려를 표하는 감도 적잖을 거다.

“걱정 마세요, 부장님. 일주일 안에 쇼부를 칠 테니까. 그 돼지 같은 것 입을 다물게 해줘야죠.”

아무리 행태가 더럽다지만 어떻게 하겠냐?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인데 말이다. 고까워도 참는 게 사회생활의 절반 아니겠냐?

“그래, 그래! 아무튼 그럼 좀 쉬고 일 봐라!”

“쉬긴 뭘 쉽니까? 쓰잘 데 없는 이야기 들어준다고 시간을 얼마나 빼앗겼는데요?”

하루에 쏟아지는 공고만 100여건이 넘는데 그 중에서 관리하고 있는 업체에게 적당한 것을 찾고, 투찰가격을 정해주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게다가 하도급 협력 업체가 필요하다 하면 그런 것들도 찾아줘야 하는 관계로 이렇게 중간이 비어 버리면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영수씨, 미래 건설에 연락 해봤어?”

“예, 미래 건설은 자체적으로 하도급 구했답니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오케이. 다른 이상은 없지?”

“아, 계대리님! 저기 천공 전기 사장님이 할 말 있다고 대리님 오시거든 이야기 해달라고 하셨는데…….”

아, 젠장. 이렇다니까! 일 자체가 결론적으로 결과는 운에 맡겨야 하는 고로 이렇게 낙찰이 비어 있을 경우에는 관리가 벅찬 상황이 종종 있다. 나도 결과를 만들어 주고 싶은데 운대가 맞지 않아서 빗겨 나가는 경우 말이다.

천공 전기면 충청도 쪽에 있는 곳인데, 내가 대전에 있을 때부터 같이 일을 해왔던 곳이다. 아마 요 근래에 결과가 없어서 그 문제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형석씨, 정 사장님이랑 통화했어요? 분위기는 어떻던데요?”

“그냥 좀 안 좋으신 것 같던데요……?”

천공 전기로 전화를 돌린 형석이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대답하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수고 했어요.”

그래도 이 분은 삼미 건설 유과장만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그나마 다행이다. 이쪽 업계 사람들이 좀 거친 사람들이 많은데 좀 조용조용한 편이기도 하고.

“휴, 일거리가 산이구만.”

나갔다 오니 정말 숨 돌릴 겨를이 없다. 아, 그 돼지 같은 게 정말 사람 붙잡고 개 같은 소릴 자꾸 늘어놓으니! 하지만 어떻게 하겠냐? 이게 바로 사회생활인데 말이다. 아쉬운 건 우리들인지라 잠자코 이야기 들어주고 맞춰주고…….

“젠장, 진짜 구렁이 말대로 해버릴까?”

이젠 익숙할 법도 하다만 익숙한 만큼 지긋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야 말로 로또나 당첨돼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어디론가로 날아가 편히 쉬다 왔으면 하는 거지.

후후, 물론 지금 난 그럴 요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3800만원이라는 공돈이 생겼고, 일이 일반적이지 않은 만큼 나름의 전문성이 있어서 일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복귀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미래 생각하면 뭐 하고파도 할 수가 없는 게 우리네 현실이지. 그쟈?

“계대리! 오늘 이대리한테 회식 자리 알아 놓으라고 했으니까…….”

그 와중에 김부장이 또 회식 이야기를 꺼낸다. 아, 이놈의 회사는 어떻게 된 게 월요일부터 회식을 하자 난리냐? 금요일 저녁에 해놓구선 말이다!

“오늘은 회식 못 갑니다~!”

솔직히 술은 좋아한다만 회식이 이렇게 잣으면 안 좋지.

“야, 오늘 대전 본사에서 윤이사 오는 거 알잖아?”

물론 오늘 회식에 이유가 있는 것도 안다. 매주 월요일마다 본사에서 윤이사가 우리 서울 지사를 점검하러 오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거지. 그런데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이 눈치 없는 윤이사랑 김부장이 매번 회식 노래를 부르니 원!

“오늘은 선약 있어서 안 됩니다, 부장님. 저도 연애는 해야 될 거 아닙니까?”

웬만하면 안 빠지고 우리 팀들을 잘 꾸려 가겠지만 나도 오늘은 엄연히 약속이 있다고!

“어?!”

그 말을 꺼내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반응들이 날아왔다.

“어? 뭐야? 계범도! 너 금요일까지만 해도 우울해 하더니! 여자 생긴거야? 주말에?”

“에이, 뭐 그런 건 아니고 좋게 좀 풀려 나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와, 축하드려요! 계대리님!”

“어떤 사람이에요?”

주말의 꿀맛 같은 휴식 이후 월요일. 사람들이 제일 일하기 싫고, 축 늘어지는 월요일에다 날씨는 여름과 다를 바 없는 초여름. 거기다 점심까지 먹고 바로 일을 하려니 다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아, 참! 내가 니들 맘 모르는 건 아니라만…….

“에이, 다들 설레발은 필패 모릅니까? 그냥 그렇게만 알고 계시고, 제가 나중에 잘 풀리면 그때 이야기 해드릴게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오늘은 안 됩니다. 윤이사님한테는 잘 좀 얘기 해주세요.”

나도 부끄럽단 말이야! 특히나 지현이와는 정식으로 잘 되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이었고, 구렁이에게 난처한 딜을 받은 터라 연장 근무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아, 계범도 빠지면 무슨 재미로 술 마시냐?”

그런 나를 보며 김부장이 아쉬운 얼굴을 해보였다.

“이대리, 술 잘 마시잖아요?”

“걘 재미가 없잖아.”

“술을 재미로 마십니까? 그러다 부장님 간 터져요. 폭발.”

“아직 30년은 끄덕없다!”

병나발을 불어도 멀쩡한 양반이니 딱히 할 말은 없다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후후! 확고한 의지를 담아 고개를 흔드는 내 모습에 김부장도 포기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래서 계범도가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였구만.”

“그러게 말이에요!”

“예뻐요?”

“왠지 예쁠 것 같은데! 계대리님 눈 높으시잖아요!”

나의 핑크빛……까진 아니고 연분홍빛 소식에 여직원들이 더 들뜬 얼굴을 해보였다. 영수나 은경이, 설희, 혜리, 은지 뿐만 아니라 형석, 성현, 형은 신입사원 셋까지! 애들이 일에 치여서 정작 자기들은 연애 할 시간이 없는지 부럽단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니, 아직 뭐 지현이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프리 바디인데 다들 왜 이러실까?

“에이, 자꾸 설레발 하지 말라니까! 그럼 미끄러져! 자, 다들 일해! 일!”

어쩐지 쑥스러운 기분이 밀려와 고개를 흔들고는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했다. 여러 가지로 일이 많은 가운데 그나마 웃음이 나오는 게 있다면 이런 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아, 구슬이 덕분에 토토를 먹은 건 좋지만 그로 인해서 요괴라는 믿을 수 없는 존재와 엮이기도 했잖냐?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제 참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3일이라.”

3일 안에 구슬이를 넘길지, 아니면 지킬지 결정을 해야 했다. 그리고 넘긴다면 구렁이가 준 미약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을 위해서 사용을 할 필요도 있었다.

“지현이한테…….”

지금으로써는 그게 가장 좋은 상대였다. 아니, 지현이랑 너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런 애가 날 좋아해준다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 말이다. 아, 하지만 약 같은 걸 쓰는 건 너무 사나이답지 못한 것 같다. 내가 그지도 아니고 애정을 구걸하는 것만 같다.

“휴우!”

자꾸만 잡생각이 머리를 차올라 나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먼저 일부터 끝을 내야지.

그리고 다시 집중해서 본 듀얼 모니터에는 신입 사원 셋이 걸러낸 공고들이 보였다. 이 공고들 중 몇이나 낙찰이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삼미와 천공 전기만큼 반드시 낙찰을 시켜줘야만 했다.

“구슬이…….”

지금 내 속을 제일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건 삼미 유과장도, 천공 정사장도 아닐 거다. 떨쳐내려야 낼 수가 없는 구슬이의 향방! 에라, 정말 모르겠다! 이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있는 동안은 득 좀 보자!

그 생각과 함께 나는 품에서 구슬이를 꺼냈다. 그리고 모니터 조명에 슬쩍 구슬이를 비치며 나의 운대를 확인해 보았다.

“길(吉).”

혹시 이게 구체적인 물음을 던진다면 그에 대한 대답도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입찰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뭐 계산이 어려울 것도 없다. 계산이라니까 어렵게 느껴지는 거지, 계산은 이미 프로그램화 되어 있어서 지점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값이 나온다. 단지 그 지점을 뽑기 위해서는 이 공고에 대한 그래프를 분석해야만 한다.

사실 대부분의 낙찰가는 중앙에 밀집 되어 있다. 그건 뭐든 그러할 거다. 왜냐하면 중앙이 평균치니까. 그러다 보니 대부분 입찰에 참여 하는 초짜들은 중앙 가를 많이 넣는데 중앙 가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 한 끗발 차이로도 이기거나 지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값을 넣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단 말과도 같은 거다.

“오버냐, 언더냐.”

그래서 우리 회사는 경쟁률이 적은 외곽 가를 많이 노리는데, 외곽은 높은 곳과 낮은 곳 두 군 데가 있다.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풀어 가다보면 비교적 경쟁률이 낮고, 또한 많은 지점을 확보할 수 있다. 입찰가를 정확히 맞추지 않는다면 입찰가보다 높은 근사 값을 1순위로 두거든.

“어디가 길이니……? 위?”

이게 정말 될 진 모르겠지만 한 번 시험 삼아 몰래 물음을 던져 보았다. 퍼커션이 칸을 나누고 있어서 그렇게 눈치 보일 것은 없었다. 다만 슬쩍 비춰본 구슬이는…….

“흉(凶)……!”

오오! 바뀌었다! 되네?! 이런 기능도 있구나! 설마 물음에 대한 대답까지 해줄 수 있을 줄이야! 단순히 내 운대만 읽어주는 게 아니었어!

와, 이게 활용도 면에서 정말 어마어마한 물건이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구렁이가 뻑이 가는 거 아닐까? 그래, 이 정도면 그 건방진 년도 뻑이 갈만 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 넘겨주기 싫다만…….

에이, 지금은 일 하자! 일! 생각은 퇴근한 후에!

“이번엔 언더……. 여긴……?”

그와 동시에 다시 구슬이 안의 글씨가 바뀌었다. 스르륵 하고 바뀌는 장면은 다시 봐도 움찔하고 몸이 떨릴 정도였다.

“중길(中吉)!”

사실 이것만 알아도 먹을 수 있는 확률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물론 중앙 가라면 정확해야 하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잘못 본 것 일 수도 있겠지만 난 이미 구슬이 덕분에 3800만원의 실수령액을 얻었다. 게다가 요괴가 이걸 내게서 요구하고 있다. 충분히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범위는 97.84.”

구슬이가 제시해준 언더. 그 안에서도 조금 더 세부적으로 확인하고자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변화하는 구슬이는 시시각각이었다만 97.84를 제시하는 순간 ‘대길’을 그려 주었다.

이건가? 바로 이게 낙찰가인가? 공고는 약 4억 원 규모의 공사였고, 삼미 건설에 이걸 물어다 준다면 유과장 입을 싹 다물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3억 넘는 공사도 요즘은 잘 안 나오거든!

“4억이면 2.5% 커미션이 천만 원. 그 중 10%. 인센티브만 100만원이렸다…….”

“야, 계대리! 넌 아까부터 뭐 그리 중얼거리면서 하냐? 신들렸어?”

그런 내가 이상했던지 부서 안을 돌아다니던 김부장이 뒤에서 물음을 던졌다.

“예, 지금 완전 신 왔어요! 삼미 건설 4억짜리 물어다 줍니다. 저 인센티브 100만원 가지고 갑니다, 부장님.”

“참 내! 결과나 내고 얘기해, 임마!”

“그 전에 해야 좀 더 멋스럽죠!”

이게 정말 될까 싶은 생각도 사실 조금은 든다. 이런 식으로 구슬이가 활용이 될 지는 몰랐으니까.

하지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아무래도 토토보단 이쪽이 내 주 업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촉이 있었다.

-달칵.

그와 함께 나는 망설임 없이 삼미 건설의 투찰가를 입력 했다. 보통은 다시 한 번 더 이 가격이 맞을지 몇 번이고 생각하고 더 분석해보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후우, 좋아.”

구슬이가 있으니 시간도 단축되고, 또한 확률은 증가된다. 분석이라기보단 전적으로 구슬이에 의지하는 일이었지만 뭐 어떠냐? 3일 뒷면 내 손을 떠날 수도 있을 판에!

그런 생각이 들자 아까 복잡했던 머리가 단숨에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구슬이가 있을 때 최대한 뭔가 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내게 주어진 기회를 그렇게 쉽게 놓칠 수 없지! 그런 생각이 들자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폭발했다.

사나이 계범도! 기회를 놓치진 않겠단 말이다!

“예, 사장님! 제이비즈 계범도입니다! 제가 이번에 충남교육청 건 제가 반드시 성사 시키겠습니다. 아이, 다 알죠! 제가 정사장님이랑 한 해, 두 해봤습니까? 그만큼 저희 믿어주시고,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더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요 두 달 동안 낙찰 안 떴던 것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다 생각해주십시오! 심기일전 했습니다! 예, 사장님! 이제 막 내달리시면 됩니다. 이번 교육청 건 제가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투찰가 입력 했으니 내일 아침에 확인하시고 투찰 해주십시오. 예, 이번에 분명히 됩니다! 제가 기필코 사장님 부자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예, 믿고 입력만 해주시면 분명히 1억 5천 짜리 무조건 들어갑니다. 자신 있습니다!”

구슬이 덕에 자신감이 붙자 관리 전화도 보통 때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그리고 그 강력함은 회원 업체들 사장님들에게도 묘한 신뢰감을 주었던 모양이다. 투찰이 자꾸 빗나가니 불안해 하던 천공 전기의 정사장님도 내 통화를 마치고는 믿어 보겠다고 승낙을 했고, 다른 곳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장님들 대부분이 거친 일을 하면서, 거칠 게 생활해 오셨던 분들이 많은지라 이런 남자답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 더 큰 호감을 보이곤 하거든!

“자, 내일 오전 투찰건 잊지 말라고 전화 돌리는 거 잊지들 마시고!”

“예, 대리님!”

그렇게 정신없이 값을 뽑고, 통화를 하고, 일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 샌가 해가 축 늘어져 있었다.

정신없이 바쁘다가 일도 마무리들이 되고, 슬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내 마음도 점차 일에서 구슬이로 향하고야 말았다. 이걸 정말로 어떻게 하면 좋지? 구슬이는 정말 신통방통한 물건임에 틀림없었다만 이게 구렁이로부터 날 지켜주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미약이라.”

이걸 지현이 한 테 써보고 더 많은 양을 받아서 능력 있는 여자들 거느리며 떵떵 거리고 사는 게 나을까?

“아이, 젠장. 가오 상하게.”

남자가 잘 되어도 자기 스스로 잘 되고 싶은 거지 남의 덕보고 잘 되고 싶은 건 아니라고 뭔가가 내키지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나 손해는 아니니까.”

그 생각과 함께 품에 들어 있는 구슬이와 공 병을 어루만져 보았다. 지금 당장 내게 주어진 두 가지 길. 3일 뒤에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전에 반드시 이 미약을 시험 해봐야만 할 텐 데…….

“이제 퇴근 시간 되도 어둡진 않다. 그지? 일찍 퇴근 하는 것 같고 좋지?”

“그럼 뭐 합니까? 회식해야 되잖아요?”

“뭐, 자기는 회식도 안 오면서. 배신자 계범도, 집에 일찍 가기나 해라!”

“안 그래도 그럴 겁니다. 애들 술 너무 많이 먹이지 마세요!”

“술 마실 거다! 계범도 얄미워서 욕이나 왕창 할 거야!”

그 사이에 김부장이 회식 덕에 일찍 일어날 생각인지 재킷을 걸치며 말을 걸자 나는 웃음과 함께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도 우리 회사가 그렇게 분위기가 삭막하거나 하진 않다. 좀 가족 같은 구석도 있고. 물론 일 잘 풀리니까 다행이지, 아닐 땐 밑도 끝도 없이 싸늘하지만. 뭐, 그건 어딜 가던지 마찬가지 아니겠냐?

그리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 위로 재킷을 걸쳤다. 생각해보니 오늘 가방 안에 할로겐손전등을 챙겨 왔는데 이건 꺼내보지도 못했네. 너무 당황해서 이게 있단 생각조차 하질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구렁이한테는 감히 안 깝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오늘은 먼저 퇴근 합니다. 다들 내일 아침에 봅시다. 마무리들 잘 하시고!”

어쨌거나 조금 더 생각에 몰입 할 수 있도록 혼자일 시간이 필요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먼저 일어나자 영수를 비롯한 우리 부서 팀원들이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들 모두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어느 샌가 핸드폰에는 지현이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오빠, 퇴근했어요?

이번에는 혹시라도 번호를 잃지 않게 번호를 딱 저장해뒀지! ‘남지현’ 이라고 말이다.

“아, 이렇게 시간 딱 맞춰서. 귀엽다. 정말…….”

퇴근 시간이 6시라고 했더니 딱 맞춰서 연락이 온다. 히히힛!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스트레스가 쭉 풀리는 기분이네. 정말. 문자보다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통화버튼을 누르자 누르기 무섭게 지현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나 이제 퇴근 했어! 이제 지하철 타고 과천역으로 이제 갈 거 같아! 한 40분 걸리겠는데? 넉넉하게 1시간 뒤쯤에 보면 되겠다.”

-아, 정말요? 알겠어요! 그러면 1 시간 뒤에 과천역에서 봐요!

“그래. 그럼 이따 보자!

-네, 오빠! 이따 봐요~!

아주 찰나의 통화라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만난다는 기대감만으로도 즐거운 것을 말이다. 전화를 끊자마자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우리 회사 뿐 아니라 같은 건물 다른 회사 사람들도 퇴근을 하기 시작한 모양인지 엘리베이터는 벌써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 안에 몸을 싣고 사람들과 함께 퇴근하는 자리. 어쩐지 노곤함이 밀려왔지만 기대감 없이 익숙하기만 하던 지금에서 벗어난 듯 한 기분이 들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일탈이라고 해야 할까? 뭐, 좀 골머리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고루한 생각이 아니어서 좋은 것 같아.

그리고 동시에 지현이에게 구렁이가 준 절대 미약을 사용해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머린 복잡하지만 내려진 결론은 하나!

“어쨌거나 뭐든 나야 땡 큐지.”

============================ 작품 후기 ============================

일 할 땐 일 하는 차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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