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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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휴. 이 분위기를 어쩌면 좋을까? 괜히 인천까지 데려다 달라 그랬던 모양이다. 사나이 존심이라고 길에서 내버려지고 싶진 않아 그리 얘기 했지만 정말로 데려다 줄 줄은 몰랐는데…….
“……휴.”
숨 막힐 듯 어색한 정적과 이젠 닭살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차 안에서 슬슬 으슬함이 느껴졌다. 아 나, 진짜! 이게 추운데 가오 떨어질 까봐 에어컨 끄라고 안 하는 건지 이러다 감기 걸릴 것 같았다. 에어컨 좀 센스 있게 낮춰야지, 저 운전기사 놈은 센스도 없이 그저 묵묵히 운전만 할 따름이었다.
투덜거림이 입 밖으로 슬 나올 무렵 재수 없는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며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까만색 코팅된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한참 달리면서 슬쩍슬쩍 봐온 풍경들이었다만 어디 외지는 아니고 정말로 인천에다 데려다 주긴 한 모양이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큰 일이 없었고, 또 은근히 구렁이가 친절한 것 같아 힐끔 고개를 돌리니 언제 날보고 있었던지 구렁이의 매서운 눈빛이 느껴졌다.
-움찔!
오금이 저린 눈빛에 저도 모르게 심장 덜컥 내려 앉아 크게 움찔하니 그런 날 비웃는 듯 거만한 얼굴로 구렁이가 미소 지었다.
“3일이다, 인간. 명심해라. 그 시간까지 내게 구슬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네놈의 수명도 3일 뿐이다.”
그래, 차 있는데 인천까지 데려다 주는 게 뭐 대수냐? 친절했다 생각을 확 뒤집는 구렁이의 싸가지 없는 말이 또 다시 내 심장을 죄여 왔다.
“예……. 3일…….”
화, 나 진짜! 작년에 한화가 10이닝 1실점 했는데 류뚱을 패전 투수로 만들었을 때의 갑갑함이 밀려왔다.
아, 진짜 어떻게 하면 돼지? 구슬이를 넘겨줘야 하는 건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내면의 갑갑함이 밀려와 나는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그저 구렁이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이제 내 눈 앞에서 사라져 주지 그래? 인간.”
이 야무지게 건방진 년 같으니! 그래도 무서우니까 입 밖으로 차마 얘긴 못 꺼내겠다만…….
“저기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럽니다…….”
그 말에 구렁이 대신 건방진 운전기사 놈이 짜증스런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아 나, 저게 진짜! 내가 구렁이한테 쫄았다고 지한테 까지 쫀 줄 아나? 확! 생각 같아선 운전기사 놈을 불러서 밖에서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구렁이가 너무 세다……. 약한 놈이 알아서 기어야지.
“뭐지?”
짜증스러운 얼굴로 구렁이가 대답하자 나는 공 병을 들어 보였다. 구렁이가 말했던 절대미약, 딱 한 방울 분량을 말이다.
“이거 어떻게 쓰는지는 가르쳐 주셔야…….”
“네가 원하는 계집의 피부에 닿기만 해도 중독 상태로 접어들 거다. 중독 기간은 3일. 그 시간 안에 교접을 하거든 중독은 풀릴 것이고, 독은 네 몸에 반응할 것이다. 네 정액과 독이 만나 중화 되거든 계집은 네게 길들여져 철저히 네게 복종하게 되는 것이고.”
아, 그렇게 쓰는거구나. 구렁이가 넘겨준 미약 샘플의 사용 방법을 알게 되었다만 그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그러니까 꼭 섹스를 해야 하긴 해야 하는거 구나.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근데 중독 상태인 여자랑 하라구요? 잠깐, 그럼 재벌이나 연예인 뭐 그런 여자한테 뿌려도 못 쓰잖아요?”
아무나 한 테 쓸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것도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말이다. 이런 씨! 절대 미약이라더니 이게 뭐야? 그냥 뿌리고 얼굴만 보이면 내게 뿅 하고 반 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내가 네 까짓 놈에게 이런 아량을 베푸는 데 그것까지 신경 써줘야 하나? 인간 주제에.”
이내 구렁이가 비웃음과 함께 미간을 살며시 찌푸렸다. 아 나, 이렇게 야무지게 건방진 것을 봤나! 예상보다 친절하게 인천까지 데려다 주긴 했지만 역시나 고깝고 까칠한 태도는 그대로였다. 잠깐이나마 구렁이가 생각보다 친절했다 생각한 내 잘못이지.
“에휴, 예. 알겠습니다!”
다소 불만 섞인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구렁이와 건방진 운전기사가 썩은 미소를 지었다. 아, 자존심 상해!
“어쨌거나 명심해라. 중독 상태에서 교합하지 않으면 계집은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보게 될 거다. 첫 날엔 온 몸이 불에 타는 듯 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고, 둘째 날엔 온 몸을 칼로 저미는 듯 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다. 그리고 마지막엔 전신을 바늘로 찌르는 듯 한 고통 속에서 죽게 될 테니까. 다르게 쓰고 싶다면 네가 저주해 마지않는 계집 혹은 사내놈을 제거하는데 사용해도 될 거다, 인간.”
생각 같아선 지금 당장 저 운전기사 놈에게 뿌리고 싶은데 그러면 당장 구슬이를 넘겨줘야 할 것 같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 젠장……!
“옙……. 명심하도록 하죠.”
반드시 섹스를 할 수 있는 장소, 반드시 섹스를 할 수 있는 대상에게 쓰지 않거든 사람 죽이게 될 지도 모르겠는데?
“그, 그럼……. 다음에…….”
“허튼 수작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보시다 시피 난 내 손 더럽히지 않고도 너 같은 인간 충분히 처리 할 수 있으니까.”
아, 사실 안 보고 싶다. 정말 안 보고 싶다! 저 뱀 같은…… 아니, 뱀이지! 저 뱀년이 나를 이렇게 협박하다니! 으아, 진짜!
하지만 어떻게 하겠냐? 차에서 내리며 불만을 감춘 채 힐끔 쳐다보니 저게 어디서 배워왔는지 몰라도 손가락 두 개로 자기 눈을 가리킨다.
-지.켜.보.고.있.다.
딱 이 느낌! 아 나, 진짜!
짜증이 샘솟지만 영업용 미소 잊지 말자. 씩 웃으며 꾸벅 고개를 숙이니 대꾸도 하지 않는다.
“가자.”
도도하게 건방진 운전기사 놈에게 명령을 내릴 뿐! 그 모습에 짜증이 나 살짝 세게 문을 닫으려다가 또 수틀려서 불려 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이건 쫄려서 그런 게 아니라 조심성이 있어서 그런 거다. 이해해줘……. 내 마지막 자존심…….
“에라이 샹!”
검은색 페이튼이 떠나가자마자 입에서 버럭 욕이 튀어 나왔다. 아, 젠장! 생각해보니 페이튼이란 이름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뱀 이름 아니냐? 아 저 뱀순이 년 진짜! 누가 뱀 아니랄까봐!
“아, 이걸 정말 어쩌면 좋냐?”
답답한 마음에 품에서 구슬이를 꺼내 보았다. 이걸 내가 들고 있는지 몰라서 그랬던지, 아니면 알아도 내게서 못 빼앗을 리 없다 확신했던 모양이다.
자, 일단 들은 말을 정리해보자. 저 뱀순이가 페이튼 같은 고급차를 타고 다닌다는 건 저만큼 사람을 부리고, 재물도 있단 말일 것이다. 그럼 당연히 싸가지 없는 운전기사 놈은 사람이겠지? 자기 손 안 더럽혀도 날 처리 할 수 있단 건…….
“조폭 뱀이네, 이런 씨불…….”
원래 이런 요괴는 막 이런 거랑 상관 없이 홀로 고독을 씹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딜에도 능숙한 걸 보니 제법 수완이 있는 모양이다.
“구슬아, 어쩜 좋으니?”
그냥 넘겨주기는 싫은데 도리는 없고! 미약과 널 교환해야 할까? 갑갑한 맘에 구슬이를 오전 햇살에 비춰 보니…….
“길(吉)? 길이라고?”
내가 목숨은 부지 했으니 길한 것인가? 아, 정말 이 운대는 변화무쌍하고 해석하기도 힘들다, 정말. 갑갑한 가운에 나는 다시 구슬이를 셔츠 안으로 집어 넣고 말았다.
“그래, 길은 길이다. 차비 굳고 여기까지 엄청 빨리 왔으니까. 아유, 젠장.”
오늘이야 어떻게 넘겼는데 문제는 3일 뒤다.
“그 사이에 그 여자가 찾아오면 좋을 텐 데…….”
아니다. 그럼 더 난감해지려나? 왜 넘겼냐고……. 아, 진짜! 이래도, 저래도 갑갑해지는 가운데 우울함이 밀려왔다.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왜냐? 지금 샘플로 하나 받았지? 아까 전에 원본 사이즈를 보아 하니 거의 10명 정도를 부릴 수도 있을 것 같던데 막말로 내가 맘 독하게 먹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면 10명 정도의 여자 위에 군림을 할 수도 있단 것 아니냐?
“미안하니까 월 10만원씩만 용돈 타도 월 100만원인데…….”
그 정도면 부담 없으니까 한 20만원씩이면…….
“그것도 나쁘진…….”
에라이 씨! 그래도 그건 뭔가 사나이답지 못한 것 같다. 친하지 않으면 강제로 해야 한단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은가?
“젠장 웃통 까고 병문안 다니는 사이라도 되어야 하겠는데.”
그 정도면 중독 시키고 병문안 가도……. 그리고 가서 뭐 한다고 해도…….
“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복잡한 머리를 흔들며 나는 삼미 건설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일부터 처리를 하자. 착잡한 가운데 일이라는 도피처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일 것 같았다…….
……는 개뿔!
“아, 일도 하기 싫어! 아! 유순화! 아, 짜증나!”
9부 능선 넘었더니 7부 능선이 기다리고 있는 격이다. 구렁이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35살 노처녀 히스테리를 받아줘야 하다니.
“한 일 년 쉴까……?”
그래, 구슬이가 내게 남아 있을 3일간 집중해서 배팅하고, 올해는 좀 쉬는 걸로 할까?
“이런 씨, 진짜.”
3일 간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날 정말 괴롭히는 구나. 그 생각과 함께 3층의 삼미 건설 로 올라가던 나는 핸드폰의 진동을 느끼고 핸드폰을 끄집어 냈다.
“하, 누구야? 이 번호는.”
핸드폰이 아직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 누군지 확인을 할 방법이 없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빠?
“응?!”
그 순간 내 심장이 크게 움찔하고 말았다.
“지현이니?”
-아, 네! 오빠! 폰 고장 났었어요? 어제 연락이 하루 종일 안 되던데!
“어, 어어! 고장 났었지! 어제 이모가 이야기 안 해줬어? 일어나니 핸드폰이 완전 먹통이라서 오늘 기계를 그냥 바꿨어!”
지현이다! 지현이! 와, 지현이가 먼저 연락을 했어!
그 순간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내 맘을 스르륵 녹였다. 많은 근심과 걱정 속에서 이 목소리가 어찌나 편안하게 들리던지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개 같은…… 아니다, 개는 아니지. 그 구렁이 년이 날 어찌나 갈구었는데, 너무 다른 지현이 목소리를 들으니 왜 이러지? 눈물이 날 것 같네? 내가 그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아, 폰은 그럼 지금 다시 되는 거예요?
“어, 어! 바로 연락을 하려고 했었는데……. 일 때문에……!”
혹시라도 번호 저장 안 했다 그러면 서운해 할까봐 살며시 거짓말 해주는 센스! 이런 걸 바로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거다. 님도 좋고, 나도 좋고~!
-지금 오빠 일 하는데 방해한 거 아니에요? 그럼 안 되는데!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지현이의 고운 목소리에 내 굳어 있던 맘도 녹아 내렸다.
“아냐, 지금은 괜찮아. 조금만 늦었으면 전화 못 받을 뻔 했는데 역시 우리 타이밍이 맞다. 지현이 목소리 듣고 싶었는데 지금 듣게 돼서 참 좋은데?”
-정말요? 저도 오빠 목소리 정말 듣고 싶었어요!
으하하핫! 정말인지……. 머리 복잡한 가운데 이런 일이 있으니 또 그 사소한 게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고맙고 감사할 때가 있을까. 원래 일을 할 땐 일에 집중을 하는 편이었다만 삼미 건설 사무실을 앞두고 그 앞에서 통화에 빠져들고 말았다. 잠시나마 각박함을 잊고 싶었거든.
-그리고 오빠 보고 싶었어요.
그 말에 KFC 할아버지 미소가 지어졌다. 로케트 펀치처럼 툭 튀어나온 광대가 도통 들어가질 않는다. 흐뭇하다, 정말!
“나도 지현이 정말 보고 싶다. 우리 오늘 시간 되면 퇴근하고 볼까?”
-오늘요? 정말요? 네, 오빠! 오늘 저녁에 만나요!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착하고 귀여운 아가씨 만나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지현이와 다시 연락이 됐고, 다시 만날 수 있다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아니, 뭐! 뇌리에 박힌 구미호든 몸매 쩔어주는 주미 원장이든, 그 싸가지 없는 구렁이던지 지금은 지현이가 최고였다.
“알겠어, 지현아. 그러면 퇴근하자마자 과천으로 갈게. 종합 청사 앞에서 또 볼까?”
-음, 오빠 차 가지고 갔어요?
“아니, 아니.”
-그럼 제가 과천역 앞에서 기다릴게요! 저 백조라서 시간 많으니까.
귀엽게 웃음 짓는 지현이의 목소리에 마음이 다시 한 번 흐뭇해졌다. 그러다 삼미 건설 사무실에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던지 사람이 하나 툭 튀어 나왔다.
“어? 제이비즈에서 오셨구나! 유과장님 만나러 오셨죠?”
더 길게 통화하고 싶다만 아직 일 중이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삼미 건설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지현이에게 속삭였다.
“에이, 잘 될 거야! 아무튼 그러면 나 마칠 때 다시 연락 할 게, 지현아.”
-아, 알겠어요! 오빠! 그럼 일 열심히 잘 해요! 파이팅!
“응! 지현이도 다 잘 될 거야! 파이팅!”
밝고 활발한 지현이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핸드폰을 끊었다.
“아, 여자친구분이랑 통화중이셨어요?”
그리고 그걸 본 삼미 건설 직원이 알만하다는 듯 실실 웃음을 보이며 말을 건넸다.
“아직 여자 친구는 아니구요. 아무튼 안에 유과장님 계십니까?”
여자 친구는 아니지만 꼭 연애 처음 할 때 기분 같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충만감에 나는 아주 잠시 보았던 구미호 여자와의 의리를 지키는 일보다는 지현이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쳤다.
“유과장님 지금 잠깐 나가셨는데 금방 들어올 거에요. 안에서 잠깐 기다리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슬이를 넘겨주고 미약을 받아서 이것으로 지현이와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예쁜 꽃도 금방 지는 법이고, 또 그리 좋았던 승미 년이 내 뒷통수를 그렇게 세게 칠 줄 몰랐던 것처럼 지금 이것도 언젠가 사그라질지 모른다.
“이쪽으로. 뭐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냉수 한 잔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미약이 있다면 그런 일이 없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 순간 구렁이에게 받은 미약 샘플을 지현이에게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지현이랑은 첫 날 거의 그 선까지 도달했으니까 미약에 중독된다 하더라도 괴로워 할 시간 없이 바로 할 수도 있을 테니.
“후우…….”
그렇다곤 해도 약 같은 걸 쓴다는 게 여전히 찝찝하긴 하다. 에휴, 젠장. 무슨 일이 이렇게 꼬였담? 그 와중에 힐끔 구슬이를 전등에 비쳐보니 여전히 구슬이는 길이다.
“길밖에 모르는 바보 같으니.”
내 생각과 다르게 이것도 좋게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지현이에게 미약을 쓰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동안…….
“어머, 계대리님 오셨네요.”
참 희안한 일이 있는데, 보통 뚱뚱한 여자들이 울림통이 좋아 목소린 이쁘거든. 그렇잖아? 근데 삼미 건설의 유과장은 뚱뚱한데 목소리도 돼지 같다. 필시 목 안에도 살이 쪄 성대를 압박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담배를 겁내 피우던가!
이런 젠장. 어떻게 이쁜 구석이 어떻게 하나도 없어?
“안녕하십니까, 유과장님.”
“더 이상 제이비즈랑은 일을 같이 안 하기로 했는데 그거 못 들으셨나봐요……?”
하지만 싫은 티 내지 말자. 그래도 구렁이한테 비위를 맞추면서 미리 연습을 해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내 맘은 평온했다.
“에이, 유과장님! 저희 사이가 그렇게 쉽게 끝이 날 사이가 아니지 않습니까?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 잘 이야기 하고자 제가 온 거 아닙니까? 점심 안 드셨으면 점심 드시면서 같이 이야기 나눠 보시죠. 제가 정말 괜찮은 육회 집 알고 있는데, 같이 드시면서 이야기 좀 나누시죠.”
이 돼지 같은 건 먹는 걸로 꼬시는 게 최고다. 육회비빔밥 한 번 같이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난 비빔밥도 면처럼 빨아 당길 수 있단 걸 처음으로 알았다. 김남일이 진공청소기가 아니라 삼미 건설 유순화가 진공청소기다.
“뭐, 그러도록 하죠. 하지만 제 맘이 그렇게 쉽게 변 할 것 같진 않네요.”
에이 그냥 이걸 확! 요 년한테다 미약을 뿌려 버릴까? 순간 유과장이 도도한 척 하자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유, 진짜 생긴 거나 보통 사람 같으면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겠는데 이건 뭐! 확 미약을 써버릴까 싶은 맘도 들었다.
하지만 참자.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풀러 온 거니까. 예, 얘기 들어보시고도 정 아니다 싶으시면 안 하셔도 좋습니다! 저 아시잖습니까? 얘기나 한 번 들어주십사 하는 거니까 너무 부담가지지 마십시오.”
“좋아요. 여기까지 오신 성의 봐서 이야기는 들어보도록 하죠. 가요!”
돼지 요괴한테 쓰긴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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