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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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문이 닫히기 무섭게…….
-부우웅!
차가 출발했다.
“아, 저 우리 구면이죠……?”
어쩔 수 없이 차에 오른 나는 어색한 얼굴로 구렁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내 목소리에 대답을 하기는 커녕 파충류 같이 차가운 눈빛을 해보일 뿐이었다.
-움찔!
그 오싹한 눈빛에 온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이 들었다. 아, 나 진짜! 사실 그냥 도망을 칠까 싶기도 했다만 그래봐야 성질만 더 돋을 것만 같았다. 빛을 싫어해서 도망치면 쫒아오진 못하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일 것이다. 해 떨어지고 나면 그땐 내 목도 뎅겅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단 생각에 굳이 무리한 상황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후우…….”
빛을 싫어한다더니 차는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을 시켜놓은 상태였다.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를 것 같은……. 정말 미치겠네! 아, 아까까진 길이었잖아? 구슬아, 너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하니?!
젠장, 내 운대를 알아도 그걸 꼬박꼬박 확인을 하진 못하겠구나. 지금 내 운대가 어떠한지 구슬이를 꺼내서 확인이라도 해보고 싶다만 그랬다간 저 여자가 당장이라도 구슬이를 빼앗아갈 것만 같았다. 의리상 구슬이는 내가 잘 맡아야 한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면 나는 대체 어쩌란 말이냐? 나도 힘이 없는데 빼앗긴 건 내 탓이 아니지! 그래, 빼앗는다면 빼앗길 수밖에…….
“잘 지내셨죠……?”
구렁이가 혹시 그 날 일로 앙심을 품고 무척이나 저기압은 아닐까 다시 한 번 인사를 건네자 다시 한 번 더 차가운 눈빛이 날 향했다. 아, 미치겠네! 정말 간이 떨린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눈빛에 마치 내가 고양이 앞에 쥐, 뱀 앞 개구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저기 근데…… 저는 왜……? 이 차는 또 어디로 가는지……?”
운전기사도 대동한 것을 보면 이 여자가 보통 여자는 아닌 것 같았다. 요괴라더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가? 어쩜 사람들 사는데서 요괴들이 뿌리를 내리고 한 자리 해먹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저도 모르게 수긍은 된다. 인간 같지 않게 갑질 하는 것이 요즘 워낙 많아서…….
아무튼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저, 저기요. 태웠으면 얘길 좀…….”
대화는 우리 모두가 이로워 지는 길이라 했던가? 끊임없는 나의 대화 시도에 여자가 다시 한 번 눈빛을 던졌다. 아, 나 진짜! 저 감정 없는 눈빛이 너무 살벌하다! 진짜 이 여잔 아무런 감정 없이 맘에 안 드는 사람을 해꼬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맘에 안 드는 사람이 나일 테지.
3800만원 수령하기 무섭게 찾아온 불행에 내 맘이 바운스, 바운스!
“우리 이야기를 하고자 지금 절 여기다 앉혀 두신 게 아닌…….”
“시끄러운 인간이로군. 입 닥쳐.”
“……네.”
헐 대박! 드디어 여자가 입을 열었다만 내게 돌아온 건 폭언이었다. 제길, 사나이 계범도! 가오가 있지 여자한테 이렇게 쫄아 있을 줄이야! 하지만 얼핏 모델처럼 보이는 시크한 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뱀이렸다! 그것도 보통 뱀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구렁이! 이무기 말이다!
그러니 쪼는 게 당연하지. 그렇게 생각하니 한창 두근거리던 심장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듯 했다. 그래, 까짓 거! 호랑이한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아,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무진장 아플 거란 불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과연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저기요…….”
입 닥치라 그랬는데 입을 또 열어서 그런지 구렁이가 심사가 많이 꼬인 얼굴을 했다. 짜증 섞인 그녀의 얼굴에, 운전하고 있던 운전기사도 힐끔 날 돌아보자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나! 말도 못 꺼내냐?!
“혹시 딱히 목적지 없으시면 저 인천에 볼 일 있는데 그쪽으로 좀…….”
이런 말을 내뱉다니! 나도 정말 참 대단한 놈이다! 그래, 존심이 있지 너무 후달리지 말자고! 어차피 죽을 목숨일지도 모르는지라 똥배짱을 부렸더니 운전기사가 어이가 없단 얼굴을 하고 날 쳐다보았다. 저것도 사람인가, 아닌가 모르겠다만 사람이면 아유 진짜! 저걸 확!
“인천 쪽으로 가.”
때마침 구렁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감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차가운 목소리지만 묘하게 섹시하단 생각이 드는 음성이었다.
“아, 고맙습니다.”
“죽을 자리 정도는 고르게 해줘야지.”
…….
“예?”
이, 이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살 떨리는 목소리에 절로 온 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영화처럼 차 문을 열고 도망칠까?
-딸칵.
때마침 저 얄미운 운전기사 놈이 문을 잠궜다. 이런 씹쌔를 봤나! 저런 천하의!
“농담이야. 뭘 그렇게 겁을 먹고 그러지? 인간.”
씨익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는 구렁이는 정말 살 떨리게 살벌했다. 얼굴은 중화권 미녀들처럼 작고 갸름한 얼굴에 시원시원하기 짝이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만 도통 표정 없는 저 얼굴이 문제였다. 웃는 것도 입만 웃고 있는데 어떡해?!
그리고 아무리 껍데기가 이쁘다한들 구렁이가 아니더냐? 그걸 알고 보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예뻐 보이진 않을 것 같았다.
“아, 아닙니다. 요즘 날이 생각보다 더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하핫…….”
“에어컨.”
솔직히 지금 서늘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하다. 하지만 예상 외로 구렁이는 친절했다. 차고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지 탈 때부터 차 안은 차가웠다만 이제 더 춥게 만들 생각인 모양이다.
“저기…….”
“긴 말 하지 않겠다. 네가 가지고 있는 여우 구슬만 가져 온다면 네 목숨은 살려주겠어.”
“예?”
“그 계집애가 영악하게 머리를 굴렸다지? 우리들은 인간에게는 손을 대어선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으니 그걸 노리고 네가 구슬을 넘겨줬을 줄이야.”
응? 그랬나? 요괴들이 인간을 건드리면 안 되는 거였나?
근데요. 당신 그때 날 죽이려고 했던 것 같은데…….
“물론 난 그런 것 개의치 않지만.”
내 맘을 꿰뚫어 보는 듯 한 구렁이의 말에 다시 한 번 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오만해보일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에 어찌 쫄지 않겠는가?
“네가 그것만 넘겨준다면 목숨은 살려줄게.”
내 목숨 가지고 지금 흥정 하는 거야? 오 마이 갓! 이런 경우를 내가 평생 경험해볼 것이라 생각도 못해봤던 터라 순간 패닉 상태로 접어들고 말았다. 그런 나의 멍한 모습에 구렁이가 다시 미소 지었다.
“어차피 그 물건은 여우가 훔친 물건이야. 따지고 보면 여우의 물건도 아니란 말이지. 그러니 누구에게 들어간다 한들 문제 될 게 없어. 그렇지?”
“그……런 것 같습니다, 예!”
“그러니까 그걸 내게 넘겨. 인간.”
지금 내가 구슬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걸까? 굳이 힘으로 빼앗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역시 천년이나 도를 닦았다더니 그렇게 또 성격이 급하지만은 않구나. 그런 부분은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는 동안 구렁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인간들에게 배운 게 있지. 거래란 것 말이야. 네게 만약 그 물건을 내게 넘겨준다면 네 목숨을 살려 주고, 또한 그에 향응하는 선물을 해주겠어.”
“선물이요……?”
오잉? 이건 내가 예상치 못했던 전개인데? 꼼짝 없이 구슬이를 빼앗기고 말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구렁이가 내게 딜을 걸었다. 이거 전개가 흥미로워 지는 것이…….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들을 다 다룰 수 있지.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독은 무색, 무취, 무향의 가장 치명적인 독이야. 이 독은 어떻게 정제하느냐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지.”
“저, 저기요. 구렁이는 독이 없지 않나요……?”
그 순간 구렁이가 찌릿하고 나를 노려봤다. 아, 아니! 그냥 일반 상식을 물어본 것 뿐인데! 그렇게 무섭게 쳐다볼 것 까지는!
“원한다면 직접 확인하게 해줄까?”
“아, 아닙니다!”
그래, 구렁이는 독이 없어도 이무기는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독하지! 아유, 간 떨려!
“어쨌거나 네가 인간 계집 덕분에 상처를 입었단 걸 알았다. 아주 비참하게 버림받은 것도.”
“그렇게까지 비참하진 않은데요……. 주말에 복수도 좀…….”
“말이 쓸 데 없이 많구나. 인간.”
“죄송합니다!”
세상 이렇게 각박하게 사니까 용이 못 된 거야! 버럭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쫄리는 놈이 참아야지, 뭐. 에휴, 내 신세야.
“그래서 네게 어떤 이성이든 유혹 할 수 있는 미약을 건네주겠다.”
“예?”
“내 독을 정제해서 만든 미약(媚藥)이지. 한 방울만 먹어도, 아니 피부에 닿기만 해도 그 인간은 너의 노예가 될 거야. 네게 반항조차 할 수 없게 되겠지. 그 계집애에게 복수를 할 수도 있고, 네가 꿈꿔온 이상형을 네 것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 아니면 인간들 중 가장 부유한 여자를 네 것으로 만들 수도 있을 거야. 구슬을 내게 넘긴다면 네게 이 미약을 주겠어.”
제법 딜을 할 줄 아시는데? 그 순간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렁이가 손에 쥔 작은 병을 바라보았다. 한 방울이라지만 저거 양이 생각보다 꽤 되겠다.
운대 맞는 구슬이도 좋지만 저게 그렇게 효과가 좋다면 이거 좀 쌈박한데? 남자로써 당연히 저런데 끌리지 않겠냐? 승미 년 한테 굳이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어디 재벌가 아가씨 하나 딱 물면……. 토토? 그게 뭐죠……?
“선택해. 어차피 네가 그 계집애에게 지킬 의리는 없잖아? 넌 그저 아주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갔을 뿐이고 ,또 내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널 살려둔 거지.”
살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구렁이는 정말……. 이래서 구렁이 담 넘어간다는 거구나. 의외로 달변가인 구렁이의 딜에 나는 점차 빨려 들어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날 보았던 그 여자, 구미호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구슬이를 넘겨준다면 그 여자가 많이 슬퍼하지 않을까? 알고 있는 거라곤 그 여자가 사람이 아니란 것 밖에 없었지만 이상하게 자꾸 신경이 쓰였다.
“음……. 그거 진짜 맞아요?”
하나 지금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태. 뇌리에 남아, 맘에 남아 자꾸 생각이 난다 하더라도 이 목숨을 부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우선은 미약이 사실인가 아닌가로 이 순간을 탈피해보자. 생각을 좀 해봐야지!
“지금 날 의심하는 건가? 인간 주제에?”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두 그런 효과가 있단 게 믿겨지지 않아서…….”
혹시 저걸 손에 넣는다면 저걸로 구렁이를 어떻게 해버릴 수 있지 않을까? 구렁이를 내 노예로 삼는다면 그것도 좀……! 저런 도도해 보이는 여자를 굴복시키는 맛이 또 꿀이지!
“흥. 이걸로 날 어떻게 해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모든 독에 대한 내성이 있으니.”
아유, 저걸 그냥!
내 속을 다 들여다보는 구렁이 앞에서 나는 그저 웃음 지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구렁이도 생각할 말미를 줘야겠다고 판단했던지 다시 운전기사를 불렀다.
“병.”
“옙! 사장님.”
그와 함께 얄미운 운전기사 놈이 어디선가 작은 향수병을 꺼냈다. 5ml 휴대용 향수병 정도 되는 병이었는데 미리 준비를 해놓은 것인가? 제법 준비성 철저한데……?
이내 병을 건네받은 구렁이가 뚜껑을 열고 공 병 입구에다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희고 가느다란 것이 보기만 해도 참 예쁜 손이었다. 저걸로 핸드 잡을…… 아유, 내가 무슨 망측한 생각을! 상대는 구렁이인데 말이다!
-또옥!
바로 그 순간 구렁이의 손끝에서 무엇인가 맑고 투명한 물방울이 공병 안으로 떨어졌다.
“어……?”
그리고 구렁이가 손을 공 병의 입구에서 떼고 보란 듯이 입으로 손가락을 핥았다. 제법 섹시한데……? 왠지 모르게 꼴릿한 느낌이 들어 얼굴을 붉히고 있는 동안 어느 샌가 정색한 구렁이가 공 병의 뚜껑을 닫고 내게로 내밀었다.
“아무 계집이든 실험해봐. 그럼 내 말이 거짓이 아니란 걸 알게 될 테니.”
“아, 예…….”
“그리고 네게 말미를 주겠다. 3일이다. 그 시간 안에 결정 하지 않으면 네 목숨도 없는 거다.”
“아, 알겠습니다.”
구렁이가 내민 공 병을 받아든 나는 잔뜩 쫄아 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구렁이가 생각보다 덜 흉폭 해서 말미는 생겼구나. 휴우.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착잡했다. 대박을 안겨준 구슬이이기 때문에? 아니면 그 날 내게 구슬을 맡긴 그 여자가 자꾸 생각나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이렇게 구슬이를 빼앗긴다면 무척이나 속상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무슨 수를 쓰겠냐? 나는 철저한 을인데 말이다. 욕 잘 하는 영업 사원이 있어도 개 털릴 판에……. 의리를 지키고 싶긴 하다만 내 목숨 바칠 정도로 우리 의리가 깊은 상황은 아닌지라……. 구미호도 이해 해주겠지? 내가 뭘 어떻게 하겠냐? 이게 운명이라면 순응 하는 수밖에!
“휴우…….”
그래도 정말 생각보다 구렁이가 사납진 않았다. 오래 도를 닦아서 그런가? 그런 걸 떠나서 보이는 외형이 처음엔 너무 무서워 쫄아 있었지만 지금은 좀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예쁜 것 같아……!
큰 키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는 거의 주미 원장 급이었고, 오히려 단발머리에 차가움이 서린 얼굴은 시크한 매력까지 더해진 것 같았다. 뭐라고 할까? 주미 원장이 끈적한 색기가 있다면 구렁이는 차가운 색기가 있다고 할까?
“뭘 보는 거지? 감히 그 더러운 눈으로 말이야! 인간 주제에!”
물론 성격은 정반대로 개 까칠하지……. 이쪽이 훨씬…….
“아, 아닙니다!”
지는 구렁이 주제에! 만물의 영장 인간이라고 했던가? 그게 무슨 소용이냐? 이런 경우도 있는데 말이다. 휴, 싸우면 내가 지니까 내가 빵 셔틀 해야지, 뭐…….
“근데요…….”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정말 더럽게 까칠하다, 더럽게! 신경질적인 구렁이의 모습에 잔뜩 주늑이 들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혹시 인천까지는 데려다 주시나요……? 삼미 건설이라고 기왕 가는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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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의 마지막 자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