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20화 (20/120)

<-- 20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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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여우 구슬? 여우 구슬이라니!

“여, 여우라뇨! 이봐요, 영감님! 대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는 절로 금요일 밤, 그 날을 떠올렸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잖아?! 왜냐하면 그때 분명히 그 여자가 파란 불을 마술처럼 내뿜으면서 ‘여우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술김에 뭘 잘못 봤다 넘어가질 못하는 이유가 그 날 기억이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다. 달을 등지고 있던 그 여자의 환상적인 모습을 필두로 지는 사람이 아닌 것마냥 차가운 눈을 가졌던 검은 가죽옷까지.

“말 그대로네.”

하지만 여우라니? 분명히 사람이었는데? 그래, 여우……라니. 말이 안 되잖아? 지금은 21세기다.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고, 스마트폰이 범람하는 그런 시기란 말이다. 멀쩡히 사람 같은 용모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두고 여우라니?

말은 안 되는 게 맞는데 말이다. 근데 내가 본 것들을 생각하니 또 그게 부인 할 수만은 없을 것 같고…….

“자네가 가지고 있는 건 여우 요괴의 구슬이야.”

그 말에 나는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영감님을 바라보았다. 구슬이의 정체가 바로 여우 요괴의 것이라고?

“요괴라구요? 말도 안 돼…….”

그러고 보니 달을 등지고 있던 그녀의 눈빛은 호박색이었다. 여우 눈 색이 그런 색이 아니었던가? 사람은 그런 색 눈이 나오지 않는다. 멜라닌 색소가 부족한 백마 누나들이면 모를까, 동양인은…….

아니, 뭐 내 전공이 그런 게 아니니까 장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네에게 요괴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도 말인가?”

“예?”

요괴라니! 아, 말도 안 돼! 세상에! 한화가 역전승 거둔 것만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금요일 밤 이후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잭팟이다. 이거 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지금 이게 흉인지 길인지 모르겠다만 아까 본 소길이 떠올라 내게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구슬이가 여우구슬인지 뭔지는 몰라도 확실한 것 하나가 있다면 내 운대를 정확히 짚어준단 것 아닌가?

“여우 뿐 아니라 구렁이도 만났군!”

“어, 어?!”

그러고 보니 소복 입은 여자가 가죽옷을 구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설마 요괴들끼리 야산에서 다툼이라도 벌이고 있었단 말인가? 오, 지져스! 이런 일이 지금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도대체 믿을 수가 없네!

“그건 또 어떻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자넨 봐서는 안 되는 존재들을 보고 말았어. 그게 운명이라 하더라도 이건 너무 위험한 일이네.”

“아니, 앞 뒤 다 자르지 말고 좀 자세히 이야기를 해줘봐요!”

빨리 출근을 하려 했지만 지그 이 마당에 그게 대수냐? 영감님의 정체야 알 수 없었지만 요 며칠 내게 벌어진 일들을 알아내긴 지금이 적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영감님은 도사 같은 게 아닐까?

“맞네. 자네가 생각하는 그게.”

“어? 독심술도 할 줄 아세요?”

진짜 도사 아냐? 헐 대박!

내 맘을 읽은 듯 한 그 말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니, 도대체 이 현대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먼저 자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들어봐야 하겠군.”

이내 영감님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아직 새벽 시간 중이라 과천역으로 향하는 길목은 조용했는데, 근처 골목에 작은 놀이터가 있어 그 방면으로 나를 이끄는 듯 했다. 아침이라지만 제법 으슥한 곳이라 좀 긴장되기도 했다만…….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 없이 비어 있는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긴 딱 좋아보였다.

“그 날 저녁에 속이 상한 일이 있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죠. 택시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급 똥이 마려워서……. 왜, 도사님도 아시죠? 술마시고 터진 급똥은 진짜 약도 없는 거. 그거 진짜 사람 미치거든요. 완전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는데…….”

“쓸 데 없는 이야기 말게!”

놀이터 벤치에 앉으며 내 말을 커트 시키는 영감님! 아니, 뭐 쓸 데 없다기보다는 그 날의 상황을 디테일하게 꺼내 놓고 싶었을 뿐이라구요! 쪼금 까칠하시네, 정말.

“예, 뭐. 아무튼 그래서 택시 세우고 기사님한테 휴지를 받아서 관악산 쪽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거기가 과천대로 방면이라서 화장실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아무리 술 됐다 그래도 도로 한복판서 똥싸다 객사할 순 없잖아요?”

“……그 똥 이야기는 그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러나?”

“그때 정말 진심으로 인생의 위기였다니까요? 서른 셋 먹고 택시에서…….”

“아니, 제발 좀! 진지해지게!”

아,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데.

“아무튼 그래서 볼 일 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거기가 과천대로니까 어떻게 택시 잡을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등산로 타고 과천 쪽 등산로 입구 가서 콜 택시 부르려고 했죠. 그러면서 산을 올라갔는데요.”

“거기서 여우를 만난겐가?”

순간 영감님이 눈을 번뜩였다. 인자해 보이는 용모에 불구하고 그 순간의 눈빛 만큼은 칼날 같이 날카로웠다.

“예, 뭐. 올라가다 보니까 막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여자 둘이서 싸우고 있는 것 같은……? 그리고 보니까 하얀 소복 입은 여자랑 가죽 옷 입은 여자가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싸우고 있는 거에요. 무슨 무협지도 아니고 막 공중을 휙휙 나는데!”

“여우와 구렁이가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구만!”

영감님 말을 미뤄 보았을 때 여우는 소복이고, 구렁이는 가죽옷일 것이다. 나도 나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근데 가죽옷이 좀 더 센 거 같더라구요. 소복 입은 여자가 나가 떨어지니까 야밤 산 속에서 무슨 살인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만 하라고 소리를 쳤죠.”

“후, 끼어선 안 될 일에 끼고 말았군.”

“예? 아니, 상식적으로 그런 거 보면 말려야 하는 게 정상 아닙니까? 눈 앞에서 사람을 죽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 말에 영감님이 다소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저 사나이 계범도, 쪽 팔리게는 살지 않습니다. 그런 걸 보면 당연히 말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도 자네는 마음이 올곧은 사람이로군.”

“솔직히 지금은 좀 후회해요. 그냥 모른 체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것들이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 말이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사람이 아니라면 그 날의 일들이 모두 설명이 된다. 그리고 내게 대박을 안겨준 구슬이의 정체까지도 말이다.

“아무튼! 그걸 계속 말리다 보니까 그 가죽옷이 절 어떻게 하려고 하더라구요. 그때 소복이 빛에 약하다 소리쳐줘서 핸드폰으로 그 여자 얼굴에 빛을 비쳤더니 막 불도 내뿜는겁니다! 파란색, 가스렌지에 왜 밑에 보면 그 파란 불 같은 거 있잖아요?”

“이런! 둘의 싸움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구렁이를 방해한 겐가?”

“아니, 제가 그게 뭐 그런 건 줄 알아서 끼어 들었답니까? 그냥 여자 둘이 야산에서 싸우는 게 좀 이상하긴 해도 남자니까 꿀리진 않겠다 싶었죠…….”

심상찮은 영감님 얼굴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 들고 말았다. 아, 쫄리는 이유가 그 나뭇가지가 아직도 기억 난다. 나무에 푹 박히던 나뭇가지 말이다. 그게 마냥 내 머리통 가운데 날아들었다면…….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그 가족옷이 불을 맞은 사이에 소복이 날 데리고 도망쳤어요. 그 코스가 못해도 1시간은 걸어야 될 것 같았는데 순식간에 과천 등산로 입구 쪽으로 도착했더라구요. 진짜 그때 막 놀이동산 기구 맨 몸으로 탄 것 같아서 오줌 쌀 뻔 했는데, 아까 똥 안 쌌으면 그때 쌌을지도 몰라요. 아무리 여우다, 뭐다 해도 그래도 여잔데……”

“……제발 그 더러운 이야기는 제외해주면 안 되겠나?”

“보기와 다르게 은근히 깔끔하시네요.”

쳇. 맛깔나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뭐 그래서 그 여자가 고맙다 하더라구요. 그리고 당분간 이걸 맡아 달라고 나한테 줬어요.”

그 말과 함께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구슬이를 꺼냈다. 강렬한 아침 햇살을 받아 더더욱 영롱하게 빛나는 구슬이는 이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보통의 물건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군…….”

“죽여주죠? 근데 아무튼! 제가 겪은 일은 여기까지구요. 대체 이것들 정체가 뭡니까?”

그 오묘한 빛에 도사 영감님조차 매료된 듯 보였다. 그게 조금은 수상해 보여 다시 구슬이를 손에 꽉 쥐고 물음을 던지니 영감님이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말을 꺼냈다.

“자네가 관악산에서 본 두 여자는 관악산에 살고 있는 두 요괴일세. 하나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이고, 다른 하나는 천년간 도를 닦은 구렁이일세. 이무기라고도 하지.”

구미호와 이무기……? 아니, 무슨 이런……. 얼 척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지금 내 상황 자체가 일반 상식으론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마법사니, 뭐니 이런 게 아닌 게 어디냐?

“구미호랑 이무기라니……. 아, 이게 정말 믿겨지지가 않네요.”

“그럴 만도 하겠지. 그들 역시 알게 모르게 인간 세계에 녹아 내려 있네. 특히 영산(靈山) 권역에 있는 민가에는 알게 모르게 자리를 많이 잡고 있지. 인세와 어우러져 문제를 달리 만들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간의 일에 개입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네.”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구렁이는 원한을 쉽게 잊지 않는 존재일세.”

그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런 가죽옷을 어제 또 봤는데……. 괜스레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이 아찔한 상황이라니!

“원한을 가질 것까지야…….”

“이무기는 용이 되지 못 한 존재일세. 꼬리 아홉 달린 여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존재이지. 하지만 여우들은 대를 이어 전승해오는 영험한 구슬이 있네. 바로 그 여우 구슬이지. 그것이 있는 탓에 여우들은 강력한 도술을 부릴 수 있어. 아마 구렁이가 구슬에 욕심을 내 싸움을 벌인 모양인데 자네 덕에 구슬과 여우 모두를 놓치게 되었으니 어찌 원한을 안 가지겠는가?”

…….

“좀 좀스럽네요. 이무기면 오래 살았을 건 데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아 놔, 알고 그런 게 아닌데?

“아마 여우도 이대로는 승산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자네에게 구슬을 맡긴 것일 거네. 그걸 자네가 가지고 있다곤 구렁이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일세.”

자꾸 그런 얘길 들으니까 어제 잠깐 만난 게 자꾸 생각나는데……. 차 타고 지나갔는데 설마 구슬이를 보진 않았겠지?

“그러면 이제 저는……?”

“어서 그 구슬을 버리게.”

“예?”

“인간은 인간의 삶이 있는 법이야. 다른 권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여기서 멈추도록 하게.”

자,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그러니까 이무기가 구슬을 탐내서 구미호와 싸웠고, 운 없게 똥 싸러 온 내가 그 싸움에서 구미호를 거들어 줘서 지금 잘못하면 좆 되게 생겼단 거네……?

“아니, 듣고 보니까 그 가죽 옷 열 받네요! 지가 뭔데 남의 것을 탐내는 거에요?”

“여우 구슬 또한 원래는 여우들의 것이 아니었네. 신령의 보물이었지만 시종을 들던 여우가 그 영롱함에 취해 가지고 도망친 물건이지.”

“……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네요.”

여름방학 할머니의 이야기 보따리 혹 전설의 고향도 아니거니와. 대체 이런 일이 왜 나한테 일어난 것인가?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 속에서 나는 손에 쥐고 있는 구슬이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여우는 필시 자네를 이용 할 것이네. 어서 그 구슬과 멀리 떨어지도록 하게. 그래야만 해.”

그 말에 나는 그 날 밤을 다시 한 번 더 떠올렸다. 아주 잠시였지만 여우……. 그 여자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거든. 물론 예뻐서 좀 플러스 점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게 정말로 날 이용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이 구슬을 어디 버리란 말인가요?”

“내게 주게. 그럼 내가 처리하도록 하겠네.”

진지한 얼굴로 손을 내미는 영감님이었지만…….

“아니요. 맡긴 거 잖아요.”

이게 또 전부 사실이라고 생각 할 수는 없잖아? 인생 실전인데 맡긴 물건 함부로 넘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게 내 의지로 맡겠다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영감님 말이 사실일수도 있겠지만 남이 맡긴 물건 함부로 넘기는 것도 잘못된 거 거든요. 그러다 여우가 저한테 앙심 품음 어떡해요? 모르고 도와준 거 보다 그게 더 열받잖아요?”

“으흠! 그게 자네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데도 말인가? 혹시 그 여우구슬의 영험함을 빌어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닌가?”

……이건 좀 쫄리는데. 하지만 일이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햇빛에 비춘 구슬이 역시 지금 내 선택을 길(吉)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영감님, 토토 해보셨어요?”

“……그게 뭔가? 또 무슨 쓸 데 없는 소릴……!”

“토토 하다 보면 고수랍시고 경기 내역 분석해 픽을 올려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 따라가서 먹는 애들도 있고, 그게 엇나가서 돈 날리는 애들도 있죠. 근데 결국 선택은 자기 몫이란 말입니다. 먹는 것도, 못 먹는 것도 다 자기 팔자란 말이에요. 이걸로 제가 득을 볼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의리가 먼접니다. 저한테 맡긴 물건이잖아요. 그러니 무사히 돌려줍니다. 영감님 말은 감사하게 듣겠지만 이건 나한테 맡겼으니 돌려줄 때 까진 제가 들고 있을 겁니다.”

여우가 훔친거라지만 뭐 당사자가 달라고 하지 않았으니 일단은 여우 소유가 아니겠냐? 그런 걸 다 떠나서 그 여자가 나한테 맡긴 것이니 나는 돌려줄 때까지 물건을 맡고 있을 것이다. 선택은 결국 내 몫이다. 위험하다 경고 해도 그게 도리다. 거기에 어긋나진 않을 거다.

구렁이……. 그 이무기가 나타나면 좀 쫄리긴 하겠지만 어떻게 대화로 풀면 되지 않을까? 도를 그렇게 닦았다는데 대화가 안 되면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이건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자네 목숨이 달려 있다고!”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맡긴 걸 나 몰라라 하고 버릴 순 없죠. 사람은 의리 있어야 됩니다.”

구슬이가 내게 행운을 안겨다 주는 물건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그게 아니다 하더라도 승미 년한테 배신당해 디였는데, 그런 비슷한 뭔가를 내가 하고 싶진 않은 거지.

단호한 나의 모습에 영감님도 맘을 바꾸긴 힘들다 싶었던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리 한다면 도리 없지.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젊은이로군.”

“단호박인 줄 아셨죠?”

“쓸 데 없는 소리만 하지 않는다면 참 좋겠네.”

“너무 야박하신 거 아닙니까? 도사님이.”

“……후.”

한숨 내쉬는 도사 영감님을 보니 그래도 입은 좀 다물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요괴들을 너무 믿지는 말게.”

“예, 뭐. 다시 만나면 건네주고 말아야죠. 이런 부담스런 물건 오래 가지고 있을 순 없잖아요.”

구미호가 다시 와서 찾아갈 때까지 최대한…… 뽕은……. 후후훗.

“이걸 받게.”

그 사이에 도사님이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게 뭡니까?”

“자네의 선택이 그러하니 내 억지로 구슬을 버리라 하진 않겠네. 다만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 이것이 잠깐이나마 자네 몸 지키는 데엔 도움이 될 것이네.”

도사님이 품에서 꺼내 든 것은 작은 염주였다. 손목에 차기 딱 좋은 콤팩트한 사이즈! 새까만 것이 꼭 검정콩 같았는데, 겉으로 봐도 상당히 값어치 있는 물건처럼 보였다.

“저기 혹시 돈을…….”

“그런 걱정 말고 받기나 하게!”

“진정 도사님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아, 이런 거 혹시 강매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듯 했다. 도사님이 내민 작은 염주를 손목이 차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맘이 든든해지는 듯 한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감사한데요. 제가 아침이라도 한 끼 사드릴까요?”

“그건 됐네. 아침부터 자네 입에서 더러운 이야기들을 들었더니 밥맛이 없네.”

“정말 보기보다 은근히 깔끔 하시네요, 도사님.”

“……아침 댓바람부터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게 누군가?”

도사님들은 똥 안 싸나……? 혹시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 지었다.

“아무튼 정말 감사 합니다. 도사님 덕분에 뭔가 머리가 풍성해진 것 같네요. 성함이라도 여쭐 수 있을까요?”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지나가는 인연이거늘. 자네가 부디 잘 되길 바랄 뿐이네.”

아, 진짜 도인은 이래야지! 이 사이비들! 이게 뭐 정말 다 사실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배포가 있는 분인 것 같다. 헛소리라기엔 내 사정과 너무 연관이 많고, 또 사실이라면 아무런 사심 없이 내게 뭔가 영험한 도구를 준 게 아닌가?

아낌없이 나누는 진실 된 도인의 모습에 감명 받은 나는 작은 결심을 하나 더 했다.

“그럼 도사님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눔을 베풀도록 하겠습니다. 이 구슬이 제게 뭔가를 안겨 준다면 그걸 나누도록 하죠.”

그 말에 도사님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내 단호하고 강단 있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신 모양이다. 내가 바로 인간 비타민 계범도다.

“그렇게 하도록 하게.”

“예, 도사님.”

그리고 도사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다. 이제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감사했습니다, 도사님. 이제 저는 출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부디 몸조심하도록 하게. 여우는 간악하니 쉽게 믿지 말 것이고, 구렁이는 포악하니 진정 조심하도록 하게.”

“걱정 하지 마십쇼. 제가 이 잔망스러운 것들이 수작 부리면 사나이답게 육봉으로 응징을 하겠습니다.”

“……제발 그런 쓸 데 없는 소린 하지 말게!”

역시 도사님이라 이런 색드립엔 약하시군.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도사님이 쯧쯧 혀를 찼다.

“아무쪼록 몸조심하시게.”

“예, 도사님.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필승!”

그리고 나는 도사님을 뒤로한 채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던 터라 정상 출근 시간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하지만…….

“여우 구슬이라…….”

달을 등진 그 여자. 설마 정체가 구미호라니……. 호박색 오묘한 눈동자에 홀려 버릴 것 같았던 기분이 새삼스럽게 이해가 됐다.

“그럼 또 다시 만나긴 하는 건가?”

왠지 모르게 맘이 설레였다. 지현도, 주미 원장도 만났다만 그 여자가 구미호라서 그런 것일까? 뇌리에 남아 있는 그 여잘 다시 만난다니 정말로 막 가슴이 어우…….

그렇지만 정체를 아니 그렇게 쉽게 홀리진 않을 것이다! 굳게 다짐 하며 나는 과천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다이어트는 좀 해둬야지……. 엣지 있게.”

============================ 작품 후기 ============================

봉술 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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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20회(1권)까지 교정 완료 됐습니다. 이북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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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이이이이이이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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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은 머리가 좀 푹 쉬고 나서 다시 진행 할 겁니다~ 현시나, 정직이나 둘 다 머리 쓰기를 요하는 글인데 동시에 작업하다 보니까 퍼져버린 감이 적잖네요~ 현시는 마무리 됐고, 정직은 잠시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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