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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가이-19화 (19/120)

<-- 19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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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매번 느끼는 거지만 지하철 타러 과천역까지 가는 길은 정말 조용하다. 과천 자체가 서울과 비교해왔을 때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내가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후후후후후…….”

그리고 아침부터 미친 놈 마냥 웃고 있는 것은 내가 평소보다 일찍 나온 이유와 동일하다.

“럭키 가이, 럭키 가이!”

내가 오늘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고?

“수습한테 미래 건설이랑 진명 전기공사 건 좀 맡겨 놓고 나갔다 와야겠다.”

아니, 사실 난 일찍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갔다 와서 점심 먹으면 죽이네, 정말! 꿀이야, 꿀!”

그저 밤새도록 한숨도 못 잤을 뿐!

“흐하하하하!”

세상에 정말 이런 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어제 그 사실을 확인 하고 나서 미친놈처럼 몇 시간을 웃었는지 모른다. 정말, 정말, 정말로 이런 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2천원으로 3800만원이니……. 그랜져 한 대 값 나오네!”

15만 원 짜리도 안 됐는데 설마 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 말이다. 그것도 2천원 가지고!

“이걸로 뭘 하지? 뭘 할까?”

세상에 이런 돈벼락이 갑자기 떨어지다니 이 것 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각박한 직장 생활에 단돈 10만원만 떨어져도 그거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건만 이게 단위가 어디 보통 단위냐? 2년짜리 적금 만기와 다를 바 없는 돈을 한 순간에 벌게 되다니! 정말인지 ‘대길’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거의 로또 2등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돈을 토토로 타게 되다니! 솔직히 말해서 소액 배팅 먹을 때 내가 최대 120만 원 정도는 먹어본 일이 있다만 그 이상은 먹어본 역사도 없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패닉이 찾아올 지경이었다.

약 5000만원에 세금 떼면 3000만원 후반!

강남에 빌딩 가지고 있거나, 재벌 부모를 두었거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알부자든지 뭐든 날고 긴다는 이들에겐 푼 돈일 수도 있겠지만 이건 내가 건설 회사들한테 인센티브로 따려면 거의 70억짜리 공사를 따줘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입사 5년차인 내 연봉보다도 400만원이 더 많은 금액이란 말이다! 으하하하핫!

이런 거대한 돈을 한방에 벌었으니 어떻게 잠이 오겠냐? 내가 아무리 백령도 출신에 사나이 답게 살자가 인생의 모토라고 하지만 이런 것에서도 대범한 면모를 보이진 못하겠다. 아니, 막말로 이게 정말 보통 사람은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그러다 보니 이 돈 타면 뭐 할까부터 시작해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느라 밤잠을 세우고 말았다. 사실 그 전에는 사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는데 막상 당첨이 되고 나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던 것들은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입만 귀에 걸려 있을 따름이었다. 어젠 이게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걸 몇 시간이나 맞춰봤는지 모른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올 무가 맞아 떨어지다니!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서 밤에 잠도 오지 않았고 뜬 눈으로 뒤척이다가 나도 혼자 낄낄낄 웃음을 터뜨리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아, 세상에 정말 안 되는 놈은 계속 안 되란 법이 없는 모양이다! 진짜 승미 년이랑 헤어지고 나서 인생이 우울 그 자체였는데 이런 좋은 일이 내게도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안 되겠다. 일단은 호작질 말고 잘 모아 둬야지. 그래, 암.”

너무 들뜬 맘 덕분에 사고나 치지 않을까 도리어 걱정이 들 정도였다. 사실 내가 나이만 좀 어리다면 이거 감당하지 못하고 바로 친구들 불러서 풀싸롱 거하게 쐈을 거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 방년 33세!

결혼은 하던지, 말던지 내 재산 불리기에 한창이어야 할 시기이다.

“어차피 이거 가지곤 직장 생활도 못 때려 치는데.”

솔직한 말로 나한테 10억이 생긴다 한들 난 직장은 그만두지 못 할 거다. 뭐 그 정도만 되면 은행 이자로도 먹고 살 수 있다고 하긴 할 건데 그러면 생활의 안정성이 분명히 없어지고 말 테니까. 내가 로또보다 토토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다.

일단 로또보다 재미있고! 그리고 될 확률도 높고, 그리고 배당금도 로또보다 고르다. 인생 한방, 일확천금이라고 하지만 내가 감당하지 못 할 과도한 뭔가는 결국 나를 망치기 마련 아니겠니? 물론 이 정도 나이 되면 그건 누구나 다 안다고 하지만 우리가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을 그대로 실천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랬으면 경찰이 왜 필요하겠냐?

“다음에 또 한방 터지면 그때부터 쇼핑 시작이다! 후후훗……!”

물론 그러한 결정에는 다 이유가 있지. 나는 우월한 아이템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바로 구슬이 말이다!

“아, 이거 또 너무 자주 터지면 관심 받겠지? 적당히 조절 좀 해줘야겠네, 에헴!”

솔직히 말해서 아직 이게 터진 이유가 정말로 구슬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구슬이가 내 운대가 당시에 ‘대길’이라고 했을 때 구매를 했고, 그 연유로 토토가 터진 것이라 보는 게 제일 그럴 듯 해 보였다.

K-리그 올 무도 놀라웠지만 한화가 디펜딩 챔피언 삼성을 상대로 설마 역전승을 거둘 줄 누가 알았겠는가? 관악산에서 본 요상한 여자들이나, 올 무 보다도 놀라운 역전승이었다. 이거 일부러 그러는 거 같지? 나 정말 진심이다!

“드디어 BMW 한 번 몰아보나!”

아, 정든 차라고 하지만 현기는 현기다. 나타 팔고 그 돈이랑 다음에 딸 돈 합쳐서 꿈에 그리던 서민적 드림카 BMW 520 시리즈로 바꾸면 크아! 생각만 해도 간지가 좔좔 흐른다. 그거 아니면 벤츠 C 클래스나, 아우디 A6 정도?

다른 것들도 있겠지만 차 바꾸는 것만큼 즐거운 상상이 어디있겠냐? 더구나 독일제 명품차! 크아, 쥑이는구만!

“아유, 우리 예쁜 구슬이.”

과천역으로 향하는 내내 나는 주머니 속의 구슬이를 어루만졌다. 정말 예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오늘 아침도 날이 밝자마자 첫 빛에 구슬이를 비춰 내 운세를 가늠해 보았다. 어제와 같이 ‘길(吉)’이 비춘 것으로 미뤄 보아선 오늘 하루도 무난하리라 예상할 수 있겠지?

“정말 근데 진짜 이게 정체가 뭔데 이런 기능이 달려 있는 걸까?”

내가 내 운대를 알 수 있고, 또한 내 마음가짐에 따라서 그것이 변화하는 시점도 알 수 있단 것은 획기적인 일 아닌가?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건 솔직히 운 빨이다. 되는 놈은 되고, 안 되는 놈은 안 된다는 게 다 운에 관한 이야기 아니더냐?

과천역으로 걸어나는 내내 구슬이를 만지던 나는 문득 구슬이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와 구슬이를 꺼내 보았다. 아직 6시밖에 안 됐다지만 여름이 가까워 오는지라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아침 해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빛을 꺼려하는 그 가죽옷 여자에 대한 두려움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그 여잔 또 뭐고 넌 뭐고 또 다른 그 여잔 누굴까?”

생각해도 답 안 나오는 이야기들이거늘. 그래도 계속 궁금한 걸 어떻게 하겠냐? 혹시라도 구슬이가 뭔가를 일러주지 않을까 싶어 보고 있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내 맘을 홀릴 듯 한 푸른 빛 뿐!

-반짝!

그 생각과 함께 멍하니 걸음을 옮기던 나는 순간 구슬이가 ‘흉(凶)’으로 바뀐 것을 보았다.

-움찔!

갑자기 왜 흉이지? 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흉이라니! 뭐야, 이게! 그리고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는데, 그러기 무섭게 귓가로 소리가 올렸다.

-빠앙!

“야 이 미친놈아!”

그리고 좁은 골목길에서 앞도 안 보고 순간 튀어나온 차 한 대가 아슬하게 내 앞을 스치며 클락션을 울리자 너무 놀란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런 씨팔, 이 아침 시간에 웬 미친놈이!

“저거 진짜 미친놈 아냐!”

전방 주시도 안 하고 운전을 하나! 하마터면 월요일 아침부터 사고를 당할 뻔 했다는 생각에 울컥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대는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몰고 가버릴 뿐이었다.

“이런 씨불, 저런 양아치 새끼들이 외제차 몬다고 지랄이지?”

아까 열거했던 3사 만큼 각광 받고 있는 폭스바겐 페이튼의 난폭 운전에 분노하긴 했지만 별 다른 도리는 없었다. 이미 차는 저만치 멀리 가버렸고, 어떻게 증빙 자료를 남길 핸드폰도 먹통이었으니까.

“아유, 진짜 억울해서 돈을 더 벌던가 해야지!”

있는 놈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꼭 외제차 모는 놈들이 조심성이 없다. 아예 대놓고 니들이 피해가라 똥배짱 부리는 꼴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정말 열 뻗쳐서 정말!

“에이, 씨 진짜.”

이런 경우 겪다보니 진짜 나도 좋은 차 한대 뽑아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특히 강남에서는 지들이 뭐라고, 기껏해야 세차하는 주제에 차종으로 사람을 비웃고 우습게 보는 찌질이들도 많거든. 아유, 정말 돈이 보배다! 대한민국은!

그래도 아무튼 정말 다행스럽게도 구슬이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것 같았다. 아니 ,사실 다르게 생각하면 길에서 구슬이에게 정신 팔아선 안 될 일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다시 본 구슬이는 어느 샌가 다시 ‘소길(小吉)’로 바뀌어 있었다.

“어? 흉을 피하니까 아까보다 더 좋아졌는데? 역시 사람은 역경에 강해지는 거지! 하지만 길에선 안 되겠다, 구슬아. 넌 정말 요물이야.”

그리고 내가 구슬이를 다시 주머니로 집어넣는 찰나.

“이보게!”

이번엔 등 뒤에서 웬 영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 일대에 저 앞에 걸어가는 아줌마를 제외하고는 나밖에 없는지라 분명히 날 부르는 말이겠지?

“예?”

날 부를 사람이 어디에 있지? 그것도 할아버지가 말이다. 설마 그제 만났던 그 일진 할배인가 하고 일순 경계 태세를 갖추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일진 할배는 아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영감님?”

나를 부른 사람은 어쩐지 도인 같은 분위기를 가진 영감님이었다. 새하얀 수염은 덥수룩하게 턱을 가득 채웠고, 희고 긴 머리카락을 묶어서 비녀를 꽂아 꼭 교과서에 나오는 1900년대 조상님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지나가다 자네를 보았는데, 기운이 안 좋아 긴히 해줄 말이 있어서 그런다네!”

어? 이거……!

“기운이요?”

“그렇네! 지금 자네는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 놓여 있어!”

이야……? 이거 정말…….

“죄송한데 할아버지. 여긴 제 구역입니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이 구역의 사이비쟁이는 나라구요. 그러니까 다른데 가서 영업 하세요.”

이거 참! 부지런하다고 해야 할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 지! 이 영감님 이 이른 시간부터 ‘도를 아십니까?’ 영업 중이네! 사나이 계범도, 어디 그런 것에 휘말릴 것 같냐? 절대로 그럴 일이 없지.

아, 싸가지 외제차부터 ‘도를 아십니까?’ 까지. 오늘 아침 또 흉으로 돌변하자마자 이래 저래 꼬이네!

“아니, 난 그런 게 아니라!”

“아, 예예예! 그런 게 아니시면 용건 없으니까 가주시지요?”

“지금 자네는 정말 위험한 상황에 놓여져 있대두!”

“제가요? 아닌데요? 저 지금 엄청 잘 풀리는데요?”

이 영감님이 감히 누구한테 썰을 풀려고 그래? 난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

“저 바빠서 이만!”

길 가다 교회 다니라 전도하는 아주머니에겐 ‘왜 성경엔 공룡이 없냐’ 따져서 진화론을 증명해낸 사람이 바로 나요! 대순진리회? 증산도? 뭐 이런 친구들과도 대강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어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다 안다. 대충 이런 식으로 상이 어쩌구저쩌구, 기운이 뭐시기 뭐시기 하는 거지.

괜히 이야기 나눠봐야 시간 낭비다. 오늘 일찍 나오긴 했지만 그만큼 내가 일을 빨리 처리하고 은행 가서 신속하게 환전 받을 계획이 있으니 아침은 바쁠 것이란 말이다. 이럴 시간이 없다고!

“그 구슬은 여우 구슬이란 말일세!”

할아버지를 무시하고 가려던 나는 그 소리가 들린 순간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예?”

마치 어린 시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술래가 고개를 돌렸을 때처럼 말이다.

“뭐라구요?”

하지만 움직인다 한들 날 붙잡을 술래는 없었다. 두근두근 하고 요동치는 가슴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자리에서 나는 짐짓 심각한 얼굴을 한 노인을 볼 수 있었다. 여느 사이비쟁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듯 한 맑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란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네가 가지고 있는 그것은 여우 구슬이라 했네. 천년간 도를 닦은 여우가 들고 다니는 여우 구슬!”

============================ 작품 후기 ============================

나도 그 구슬 좀...

오늘 일야 야쿠르트 때문에 못 먹었네요...

홈역배라 꿀일 줄 알았는데...

라쿠텐 세이부 치바 전부 다 역전승 했는데...

오릭스 갈 걸... 미안해, 대호찡... ㅠ

그래서 몰브는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갑니당.

보여줘, 추신수! 당신의 파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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