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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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분명 대길이었는데 오늘은 흉이라고? 순간 불안한 느낌이 저도 모르게 온 몸을 스쳤다. 오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건가? 그 생각에 나는 목에 걸려던 구슬이를 저도 모르게 다시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이씨, 괜히 또 신경 쓰이네.”
대길이라는 말 덕분인지 몰라도 버라이어티 했지만 결과적으론 행복했던 어제. 그런데 오늘은 흉이라니 그 자체로 뭔가가 꼬여버린 기분이었다.
이걸 진작에 봤다면 굳이 일을 만들러 밖으로 나오진 않았을 것 같은……. 뭐 그런 안타까운 기분이 말이다.
“오셨나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나는 혹시 이 아줌마와 엮여서 뭔가가 잘못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예! 다 왔습니다!”
별 일이야 있겠어……? 그냥 요가 학원에 상담하러 온 건데 말이다. 하지만 흉이라는 글자가 눈에 밟혀서 그런지 몰라도 자꾸만 맘이 불안해지고 있었다. 이런 젠장, 갑자기 웬 흉이라는 게!
“빨리 들어가서 그냥 쉬어야겠다.”
내가 그렇게 심하게 귀가 얇은 편은 아닌데 확실히 구슬이의 글씨는 우습게 넘길 수가 없었다. 어제 대길을 잘못 봤다면 지금은 흉이 보여선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어제 본 글씨보다 훨씬 더 또렷했잖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것 하나, 구슬이는 보통 목걸이가 아니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분명히 이게 내 운명을 점 지어주는 물건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불안하다만 상담은 마쳐야지.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살짝 열린 문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손으로 열린 문을 슬쩍 끌어당기자마자 건물 전체를 채웠던 향냄새가 조금 더 진하게 느껴져 왔다. 은은하고 달콤한 기운이 있어 묘한 향이 말이다.
“저기…….”
흉이란 글씨 때문에 조금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내민 그 순간 전면과 옆면이 거울로 된 환한 방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잠시만요.”
낮잠을 자던 고양이가 마치 기지개를 펴는 듯 유연한 자세로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여자. 그 여자는 나를 보며 싱긋 웃음 짓고 있었다.
“아, 아. 예.”
“마무리로 몸 푸는 중이라서 맞이하러 나가지 못했어요. 한 5분이면 되니까 거기서 기다려 줄래요?”
색기가 넘쳐흐르는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섹시 원장이었다. 와, 진짜 장난 아니네! 오히려 사진이 실물을 더 살리지 못한 것만 같았다. 착 달라붙는 스포츠 브라로도 볼륨감을 감추지 못해 가슴살이 슬쩍 삐져나와 있는 상체. 그리고 쫀득하단 느낌이 절로 드는 날씬한 힙과 허벅다리까지.
오 마이 갓……! 어제 지현이 몸매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이쪽이 훨씬 더 강력해 보였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외모 면에서도 수수해 보이는 지현이와 달리 그녀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높은 코와 쌍거플 진 눈이 작고 갸름한 얼굴에 담겨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강남역 8번 출구 성괴 출몰 지점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서구적 페이스까지.
“아까 전화주신 분이시죠?”
유연한 허리를 뽐내기라도 하듯이 터질 듯 한 가슴을 들고 그녀가 내게 물음을 던졌다. 그 순간 머리 속에 있는 흉이란 글자가 스르륵 녹아내린 듯 했다.
와,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한테 흉이라니? 그건 정말 안 될 일인데?
“아, 예! 제가 전화한 계범도입니다.”
“후후, 기다리고 있었어요! 언제 오시나 하고!”
나긋나긋하지만 한편으론 끈적해 보이는 그녀의 음성에 나는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고 말았다. 진짜 다이너마이트 바디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정말 와 이건 진짜, 우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몸이다, 진짜. 진심 쩔어!
“아 좀 늦었죠……?”
“그래서 몸 좀 풀고 있었는데 괜찮으시죠?”
“예, 예! 괜찮습니다. 마음껏 푸셔도 됩니다. 저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어머, 지금 여기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응큼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예?”
실제로 보기에는 20대 후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실 나이는 40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야기 하는 게 거칠 게 없었다. 거침없이 날아드는 40대 누님의 돌직구에 그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머리를 긁적이자 섹시 원장이 자세를 풀고 가부좌를 틀었다.
“자, 안으로 들어와요.”
존재 자체가 섹시 그 자체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설레는 기분과 함께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난 여기 원장 복주미라고 해요. 반가워요.”
“아, 예. 반갑습니다, 원장님.”
서서 앉아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니 스포츠 브라로도 가리지 못한 거대한 가슴골이 훤히 보인다. 와, 진짜 이건 정말…….
“자, 이리 마주 앉으세요.”
“예, 예?”
“원장실 말고 여기에서 이야기 하도록 해요. 무슨 일로 우리 학원을 찾아오셨죠?”
자신의 맞은 편에 나를 앉히려는 주미 원장님. 아, 이름도 섹시한 것 같아. 얼떨떨한 가운데 나는 그녀의 안내를 따라 맞은 편에 앉아 양반다리를 해보았다. 그리고 구슬이가 절로 볼록 튀어나오자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구슬이를 가리고 자세를 잡았다.
“아,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좀 몸을 관리 할 겸 해서 왔습니다.”
“어머, 그래요? 지금도 굉장히 귀여워 보이는데?”
“살 빼면 끝장나거든요. 정우성.”
“……그건 좀…….”
“아, 그건 정우성이 살이 쪄서…….”
그 말에 주미 원장이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웃을 때 마다 출렁이는 가슴이 정말로 와우……. 이거 절대로 흉이 아니잖아? 구슬아! 이게 어떻게 된 거니?
“그렇군요. 그래서 살 빼려고 오신거다 이거죠? 보통 남자분들은 요가로 살 빼려고 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아, 예. 사실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 하려고…….”
“즐거운 마음이요?”
“원장님 사진 보니까 안 생길 수가 없어서…….”
그 말에 주미 원장이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나 때문에 온 거네요, 여기까지!”
색기 가득한 얼굴에 미소를 걸친 채 그녀가 자연스럽게 내 가슴팍을 손으로 터치했다. 40대의 능숙한 스킨쉽에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기합을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죠. 사실 사진 빨이면 안 들으려고 했는데…….”
“어머? 정말요?”
“사진이 실물을 못 살리시네요. 그런데 진짜 40대 맞으세요? 나이 속이신 거 아니죠?”
“제가 왜 그러겠어요?! 저 45살 맞아요!”
나이 많은 여자에게 어려 보인다는 예쁘다보다 강렬하지! 그것도 수 만 배는 더 말이다.
근데 복주미 원장은 정말 내가 작업 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래 보였다. 그러다 보니 진심이 묻어나는 나의 목소리와 눈빛에 그녀가 더욱 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 근데 진짜 어떻게 그런……. 아니, 피부도 지금 너무 좋으신데요. 목에 주름도 없고. 저도 요가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까?”
“뭐, 자기하기 나름이죠. 안 그런가요? 범도 씨가 열심히 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장담 할 수 있어요!”
배시시 웃으며 은근히 나와 눈을 마주치는 그녀! 몸 동작 하나, 하나가 다 선정적이다. 와우, 진짜! 정말!
“정우성 되어야 하는데 아이돌 될 까봐.”
“푸훗! 아, 정말 귀여우시네요! 범도씨! 이런 말해도 괜찮죠? 기분 나쁘지 않죠?”
아무래도 주미 원장은 또 내가 맘에 든 모양이다. 승미 년이랑 헤어지고 나서 자꾸 여자가 꼬이는 기분이 드네……? 그런데 이게 왜 흉이지……? 구슬이가 잘못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주미 원장은 매력이 철철 넘치고 친절했다.
“예, 뭐. 누님한테 듣는 이야기인데.”
“어머, 누님이래! 후훗, 나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 봐요!”
“그래요?”
“아무래도 일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주변에 여자들 밖에 없거든요. 범도 씨가 만약 여기 다니게 된다면 청일점일 거예요. 이 학원에서는.”
“와, 이거 엄청 끌리네요.”
“어머~ 음기가 너무 강해서 범도씨 힘들지 않을까요?”
나긋나긋, 야릇야릇한 주미 원장의 목소리에 나는 정말인지 오랜만에! 잘 구슬리면 진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10대 시절의 마음을 느끼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나이 계범도, 그런 것에 지지 않습니다. 저 강인한 놈입니다.”
“후후훗! 정말 귀엽네요, 범도 씨! 좋아요! 당사자가 개의치 않다니 그런 건 상관이 없겠죠.”
불안감과 달리 친절하기 짝이 없는 주미 원장의 말에 나는 어느 샌가 한결 긴장이 누그러짐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게 다이어트 효과가 있나요?”
“음, 우리 요가 학원은 단순한 요가가 아니라 필라테스 동작과 결합된 동작들이 많기 때문에 상당히 운동 강도는 높은 편이에요. 그리고 시간도 하루에 한 시간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하고 싶은 만큼 계속 운동 할 수 있어요. 시간 날 때 마다 내가 지도해줄 거예요. 아무래도 범도씨가 청일점이 되어준다면 내가 각별한 애정을 쏟을 수도 있겠죠?”
마치 나를 유혹하는 듯 한 주미 원장의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불끈불끈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게 지현이 때랑은 또 다른 것이 복주미 원장은 성인이잖아?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같이 즐겨도…….
“둘이 있을 땐 손만 잡으셔야 돼요.”
그 말에 복원장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웃음 지었다.
“지금 이상한 상상했죠?”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나를 보며 복원장이 다시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범도씨. 지금 일이 많이 바쁜가요?”
“예?”
순간적으로 당혹감이 스쳤다. 주미 원장의 나긋나긋함에 불안감은 가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흉이라는 글자가 내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갸웃하는 내게 주미 원장이 별 거 아니란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범도씨가 여길 다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괜찮으면 몸 상태를 내가 한 번 체크 해보고 싶어서요. 몸 구석, 구석 어디가 안 좋은지 알 수 있잖아요? 그걸 통해서 범도 씨에 맞는 개별 운동 코스를 직접 짜줄 거예요. 원래 이것도 돈 받고 하는 거예요! 그것도 수십만원씩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학원에도 청일점을 유치해야 다른 회원 분들도 좋아 할 것 같거든요. 남자가 직접 온 경우는 범도씨가 처음이라서 나도 설레네요.”
이건 도저히 거절 할 수가 없겠는데……?
“예, 뭐. 일정도 딱히 없고, 괜찮습니다. 확실히 코스를 짜주신다면 아유 좋네요. 체계적이고.”
공짜란 말이 또 더 끌린다. 그리고 주미 원장도 설렌단 말이 더더더 끌린다. 아, 내 인생에 더 이상 여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마음을 비워야 여자가 오는 법이란 말인가?
주미 원장의 제안에 흐뭇함 감추지 못하고 있는 동안 주미 원장이 싱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럼 위에 입고 있는 옷 벗어 주시겠어요?”
“예?”
“피부 위에서 직접 느끼는 게 제일 좋아요.”
아니, 이건 너무 야릇하지 않나? 그런 가운데 주미 원장이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 그녀의 말에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이 건물 안에는 복원장과 나 둘밖에 없단 것.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나는 아주 순순히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어머, 귀여워! 몸이 아기 같아요!”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말에 금새 맘이 씁쓰름 해졌다.
“몸만 동안입니다.”
“후후훗, 금방 몸짱 될 수 있을 거에요. 엎드려봐요.”
아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만 이미 상체까지 깐 마당에 뭘 못하겠는가? 꿀꺽 침을 삼키며 요가 매트 위에 엎드리자 바지 주머니 안에 넣어둔 구슬이가 탁 걸렸다.
“뭐가 있네요. 혈액 순환에 방해가 되니까 벨트도 풀고, 주머니 안에 있는 것도 다 비워 놓아요.”
주미 원장이 내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녀의 손길에 다시 한 번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잠시만요.”
그리고 주머니에서 구슬이를 꺼내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주미 원장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이건……?”
“아, 친구한테 받은 건데요. 소중한 물건이라서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색 정말 이쁘죠?”
“어머, 그러네요! 정말 신기한 거네요! 어쩜 이렇게 빛이 예쁠까……?”
구슬이의 새파란 빛에 매료되기라도 한 듯 그녀가 미소와 함께 손을 구슬이에게 손을 뻗었다.
역시 여잔 여자다. 이런 엑세서리에 야한 걸 보면 말이다. 그 생각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나는 구슬이로 고개를 돌렸다가 순간 더욱 더 진해진 ‘흉(凶)’를 발견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말았다.
왜지?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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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