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12화 (12/120)

<-- 12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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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차모는 일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지만 우리 집까지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고, 술이 후딱 깨버렸다. 그런 상황인지라 위험 무릎 쓰고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는 길엔 다행히 단속도 없었고, 내 정신도 아주 온전했다.

그것도 그런 게 지금 이 상황에서 잠이 오거나 정신이 흐리면 말이 되겠냐? 처음 만난 날 우리 집으로 함께 간다니! 아, 정말 내가 보통 상황이라면 땡큐, 땡큐, 땡큐 하고 절이라도 연달아 올릴 상황이겠지만 지금은 시험 당하는 기분이 들 지경이었다.

오, 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상황을 내리시나이까? 대길은 대길인데 이게 참 애들도 아니고 먹고 땡큐 하기엔 너무 좀 그런 감이 적잖거늘!

오히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지현이는 아무런 고민도, 갈등도 없어 보였다. 나만 이렇게 쪼들리고 있는 거야? 젠장, 20살 초반 꼬꼬마를 옆에 두고 내가 쫄리다니 아 뭔가 말린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설레는 만큼 두근거림은 커지고, 두근거림이 커지는 만큼 우리 집에 들어가서 연출 할 야릇한 상황도 그려진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나의 애마 나타를 집 주차장에 세웠을 때.

“정말 후회 안 해?”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옆자리에 앉은 지현이에게 물음을 던졌다. 물론 집 안에 들어가서 정말 술만 마시고,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섹스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땡기고, 끌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빠른 것은 너무 잃어버리기도 쉬운 것을 아는 30대니까.

하지만 아까부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망설임이 없었다.

“오빠가 후회 안 하게 해주면 되잖아요.”

아, 이런 젠장!

‘안 돼요!’ 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런 말이 더 어렵다. 말에는 야릇한 뭔가가 있어서 그러한 방향으로 충분히 흘러 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걸 판별하는 건 아주 아리까리한 문제긴 하다만…….

마주 보는 눈빛만 본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말 보다도 더 정확한 것이 있다면 말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일 것이다. 차를 멈춰 세운 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지현이의 눈을 보고 있자니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 느낌에 저도 모르게 나는 손을 뻗었다.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며 가느다란 얼굴을 붙잡았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맘으로 다가서자 지현이가 마찬가지로 목이 타는지 꿀꺽 침을 삼키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으음…….”

그리고 마주 닿은 부드러운 입술! 쓴 맛을 빼버린 듯 한 소주의 달콤함이 입가에 머물고 있는지 마주 닿은 입술 사이로 느껴지는 그녀의 맛은 정말인지 황홀했다.

오랜만에 하는 입맞춤이기 때문일까?

“하아!”

뜨거운 숨결이 터져 나왔다. 달콤함을 잔뜩 머금은 끈적한 향이 느껴져 온 몸의 잔털이 곤두서는 듯 한 느낌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으음!”

비스듬히 포갠 입술은 그 안으로 서로를 탐미하듯이 뒤섞여 엉켜 있었고, 두 손은 마찬가지로 정신이 없었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음란한 광경에 나의 손은 더듬더듬 그녀의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아……, 오빠!”

그리고 지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그와 함께 팔 아래로 손을 뻗어 내 등을 어루만지는 그녀. 가슴을 허락한 지현이는 조금씩 거칠어지는 숨을 내뱉으며 촉촉이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음!”

그리고 다시 마주친 입술! 좌우로 비틀들이 흔들며 서로를 갈구하는 몸짓과 교감은 진정 말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오, 맙소사! 예상치 못했던 첫 만남에 바로 이런 진도라니!

“아……!”

머리와 이성은 자제하라 말하지만 몸과 본능은 자제를 하지 못하고 충동에 따라 움직이고 만다. 나란히 포갠 입술과 함께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자 겹쳐진 입술 사이로 자꾸만 야릇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으음!”

그 숨소리가 정말 날 미치게 만든다. 맙소사! 이건 정말 남자라면 감히 참을 수가 없는 상황 아닌가? 술기운 올라서 뜨거운 몸을 어루만지다 보면 내 몸도 터질 듯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도 통제를 벗어난 손은 자꾸만 지현이의 부드러운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때 마다 더욱 더 크게 새어나오는 달콤한 숨결은 흔히 말하는 미약(媚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빠…….”

숨결을 잔뜩 머금은 야릇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맙소사……!

“안으로 들어가요…….”

그 말과 함께 지현이사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천천히 고개 들어 그녀를 바라보니 차 안에서는 부끄럽다는 듯 붉은 낯으로 내게 눈빛을 보내어 온다.

“으, 음.”

그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자 지현이도 나를 따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훗…….”

술기운이 있는 것인지 비틀 하면서 문을 닫고 선 그녀가 제법 쑥스러운 듯 한 모습으로 날 바라보며 섰다. 도발적인 듯 하면서도 또 이런 모습을 보니 뭔가 풋풋하고 쑥스러워 보인다. 오, 이런 맙소사! 밥 먹을 때만 하더라도 그냥 알바생에 불과 했는데!

“그러면 들어가자.”

나는 애마 나타를 잠그고, 설레는 맘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걸음을 옮겼다. 지현이의 옆으로 오자마자 지현이가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팔짱을 꼈다.

-꾹.

아, 아까와는 다르다. 아까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나를 내 팔을 꼭 안아 팔꿈치 어귀에서 푹신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두근! 두근! 두근!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흥분감과 기대감! 그리고 가장 육체적인 반응이 온 몸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나 반 년 간 영업 정지를 맞이했던 나의 굴삭기가 어서 빨리 새로운 홀로 진입하고 싶다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정말 괜…….”

“……찮아요!”

내가 하는 말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현이가 내 말을 덥석 잘라 버렸다. 그리고 조금 더 꼭 팔을 끌어안자 그 포근한 느낌이 지친 내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감싸 안는 듯 했다.

“저 문만 넘어 가면 내가 짐승으로 돌변할지도 모르는데?”

“책임 못 질 일 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이것 봐라? 은근히 고단수야!

“내가 안에 가둬놓고 밖에 안 내보내면 어떻게 해?”

“음……, 그러면 보내달라고 빌어야죠. 오빠, 제발요~ 하구요. 히힛.”

겁이 없는 걸까? 아니면 처음 보는 날 그렇게 믿는 걸까? 장난스런 얼굴로 지현이가 대답하자 도리어 내가 긴장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럼…….”

이제 드디어 역사가 이뤄지는 순간인가! 두근두근 하고 고조되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동안…….

“오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띠리릭!

동시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나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런 미친……!”

내 곁에 있는 지현이를 황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빌어먹을 승미 년이 보였다. 저 미친 게 결국 여기까지 온 거야? 아니, 이런 씨! 저거 뭐 하는 년이야?!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아 나! 대길이라더니 갑자기 이건 또 뭐야?!

“오빠, 그 여잔 누구야!”

이 년이 아주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바람 피고 헤어진 주제에 순간 지현이에 대한 적개심을 감추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구……?”

당황한 건 지현이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의 목소리에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전 여자친구.”

“아……!”

하지만 이 빌어먹을 년아! 니가 날 그만큼 쥐고 흔들었으면 그걸로 끝이지 더 당해줄 요량이 없거든?!

승미 년 얼굴을 보자마자 흥분되고, 기대 되었던 기분들 모두가 바닥으로 내려앉고 말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감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울먹이는 얼굴의 승미가 나와 지현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오빠, 저 여잔 누구야……?”

“너 여기 왜 왔냐?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누울 자리 하나 구분하지 못하고 진상 짓 하고 있는 저 년을 보고 있자니 내가 왜 저런거랑 결혼까지 생각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에 먼저 들어가 있어. 잠깐 얘기 하고 들어갈게.”

“알겠어요, 오빠…….”

내 말에 지현이는 다소 놀란 얼굴이었지만 이내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자 승미가 씩씩 거리며 내게로 다가왔다.

“저 여잔 누구야, 오빠!”

“니가 알아서 뭐 하게?”

이런 버라이어티하게 미친 년을 봤나. 아주 막장의 끝을 여기서 보여주는 구만. 그렇게 욕을 쳐 먹고 여기까지 와서 이럴 줄은 몰랐다. 정말로.

“오빠…….”

차가운 나의 목소리에 승미가 울먹이는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많이 울었던지 퉁퉁 부은 얼굴이 안쓰럽고 짠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만…….

“너 진짜 양심 좀 있어라. 니가 어떻게 여기에 올 생각을 다 해?”

그건 불쌍한 네 년 머리에 대한 생각일 뿐이고!

“내가 잘못 했어, 오빠! 내가 정말……!”

“잘못한 줄 알았으면 벌 받아야지. 지금 니가 벌 받고 있는 거야, 이 년아.”

“제발 나 용서 해줘, 오빠! 나 정말 이러다 죽을 것 같아! 죽을 것 같단 말이야!”

“거야 니 팔자지, 내가 알 아 아니잖아? 촌스럽게 왜 이래? 강승미, 한 달 전에 우리 헤어질 때 니가 확실하게 못 박았지? 나한테는 비전도 뭐도 없어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떠나가는 거라고. 그때 이미 넌 나랑 모르는 사람 된 거야. 근데 이제 와서 왜 이래? 니가 사람이냐?”

“정말 내가 잘 못 했어, 오빠! 그땐 정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봐!”

“지금도 아니야. 그러니까 닥치고 좀 꺼져줄래?”

세상엔 여러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 일부는 남에게 상처를 주고도 뭐가 잘못된 건지를 모른다. 대체 이런 년놈들은 어떻게 세상을 살았길래 생각이 그 모양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흥분하고 설렜던 만큼 지금 이 순간이 깨지자 차가운 분노도 커졌다.

잠깐이나마 잊었던 걸 다시 한 번 상기 시켜 주는 구나, 네가!

“오빠……! 나 정말 죽어 버릴 거야! 진짜!”

“죽든 말든 거야 강승미 팔자지, 내 팔자 소관 아니라니까? 왜 남의 집 앞에서 죽네, 마네 지랄이야? 너 씨발, 인간적으로 너무한 거 아니냐?”

“그래서 이렇게 미안하다고 하잖아! 오빠!”

“미안하면 그 더러운 몽뚱이랑 가증스러운 쌍판 좀 치우라고 꼭 이렇게 대놓고 얘기해야 알아 듣겠어?”

이게 사람을 정말 물로 봐서 이러나? 아까와는 다른 흥분감이 몸을 휘감았다. 점점 거칠어 지는 내 말에 승미 년도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던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오늘 정말 내가 헤어지고 나서 하고 싶었던 것들 모두 다 하고 있는데 참 맘이 왜 이러냐?

그래, 상황이 그지 같아서 그렇다. 이런 상황 준 놈이 개자식이지, 정말. 개새끼야, 정말!

“오빠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생각대로 안 되니까 이게 또 울고 지랄이다. 와,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고? 정말로 이 대책 없는 년은 그럼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한 건 너지. 한창 만날 때 나이트 가서 바람피우고 그 새끼랑 존나 떡치다가 덜컥 애 생겨서 헤어지자 해놓고, 막상 버림받으니 나한테 온 거잖아. 씨발, 그럼 내가 니가 감당 안 되게 싼 똥 까지 닦아줘야 도의상 옳은 일이냐?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거든 너 정신과 좀 다녀올래?”

너무 화가 나니까 맘이 오히려 더 차가워진다. 아, 진짜. 오늘 참 아리까리 하다가 마지막에 이게 크게 망치는 구나.

“…….”

막상 과거 일을 꺼내니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땐 오빠가 맨날…….”

이내 뭐라 변명을 하려는 듯 억울한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승미 년이지만 그거 씨알도 안 먹힌다, 개년아.

“씨발 연락은 내가 안 된 게 아니라 니가 안 된 거지. 이미 내 스케줄 알고 있으면서 바빠서 연락 안 된다고 칭얼거리고 짜증낸 게 누군데? 내가 바쁠 땐 바쁘다 미리 미리 이야기 해줬잖아? 매 주말 마다 너랑 시간 보내려고 그렇게 노력 했는데 니가 피곤해서 싫다면서?”

피해자 앞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라니 기도 안 찬다. 고추 친구들, 혹시라도 여자 친구가 지가 잘못하고 지가 피해자인 척 하거든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마라. 버릇 잘못 들이는 거다.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애랑 그 정도 선에서 끝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정말 오래 볼 사이면 그런 문제도 확실하게 처리를 한다. 그게 안 되는 거랑 오래 살아봐야 몸에 사리만 늘어 날거다.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살아? 하나 뿐인 내 인생!

“그리고 아까 전도 그랬지? 전화해선 기껏 한다는 소리가 미안하단 소리조차 없고 니 배에 있는 애가 내 애기 같다고 구라 쳤지? 너 정말 양심은 있는 거냐?”

이런 븅신 같은 게 사람을 정말 진짜 무뇌아로 알고 있나? 하나, 하나 짚어주니 지도 할 말이 없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다. 속 답답해지는 광경이라만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다.

“내가 오냐 오냐 다 받아주니 이것도 받아줄 줄 알았냐? 그럼 넌 진짜 미친 거야. 이런 거 다 받아주는 걸 사랑이라고 생각 하냐? 넌 사랑 받을, 아니 논 할 자격도 없는 년이야. 그러고 나선 나중에 또 등신 머저리 호구 같은 새끼 만나서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하고 동정심 얻어서 맘 사겠지? 너 그거 불공정거래에 속하는 거야.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지가 피해자인 척을 하고 있어! 넌 그냥 존재 자체가 고소감이야. 경찰 부르기 전에 그냥 꺼져. 알겠냐?”

그리고 차갑게 뒤돌아섰다. 더 이상 이 년이 내게 뭔가를 바라거나 기대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 내가 성격이 좀 그렇다. 정말 정이 확 ㄸᅠㄹ어지면 확실하게 떨어지는 타입이니까.

-띠리릭.

“흑…….”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와 어쩐지 맘 한 구석이 찌릿하긴 했지만 그냥 그것 뿐이다. 그저 좋은 시간과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과 이런 모습이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철컥. 띠리릭.

그리고 문이 닫혔다. 왠지 모르게 고요한 가운데 안에 들어와 있던 지현이가 쇼파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긴 잘 했어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위기가 갑자기 축 늘어져 버렸다. 이런 젠장 할…….

섹스를 놓쳐서 안타깝다기 보다는 지금 내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비참하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에휴, 미안하다. 내가 저런 걸 어쩌다…….”

한숨을 푹 내쉬는 나의 모습에 지현이가 후후 웃음 지어 보였다. 위로 하려는 듯 한 그녀의 웃음에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숨을 다시 한 번 내쉬었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정말…….

“뭐라도 좀 마실래?”

“아니, 괜찮아요.”

마실 거라도 내어주려고 했지만 거절하는 지현이의 말에 조금 더 뻘쭘한 느낌이 들었다. 아, 지금 대체 무슨 이야길 해야 하나? 이런 상황은 겪어본 적도 없고, 또 마주한 적도 없다 보니 당황스러운 가운데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그냥 오빠랑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뜨거웠지만 어색한 정적이 맴돌고 있었다. 아, 젠장. 섹스를, 욕구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보다 이 무거운 분위기가 내 잘못인 것 같아 죄책감이 느껴진다. 남자는 책임감의 동물이고, 결국 자책하는 상황이 온다면 가장 자괴감을 많이 느끼고 마니까.

우울한 얼굴로 내가 옆에 다가오자 지현이가 옆으로 살짝 비켜 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내가 앉자마자 그녀가 날 빤히 쳐다본다.

“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답답한 가운데 물음을 던지자 지현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소리 다 들렸어요.”

“음…….”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그건 알 것 같았어요.”

어리지만 생각이 깊은 그녀가 다시 또 내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을 마주보는 게 왠지 부끄럽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걸?”

괜히 어색한 맘에 눈을 피하며 이야기를 꺼내자 지현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눈을 피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 부담스럽다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오빠 맘이 많이 아팠겠다구요.”

“아…….”

지현이가 나를 가슴으로 품었다. 포근하고, 향긋한 그녀의 가슴으로 말이다. 따스함이 맴돌고 있는 푹신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자 저도 모르게 맘이 위로가 되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독하게 말을 내뱉긴 했지만 그 독기 모두 내 상처의 훈장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 당하고, 내 일상이 망가졌었는데! 그 당사자가 날 또 이렇게 괴롭히고 있다니 얼마나 짜증이 나고, 또한 괴롭겠느냐? 말로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말이다.

“정말 나쁘다, 저 여자.”

두근, 두근 하고 울리는 지현이의 심장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 소리와 함께 나를 꼭 안은 두 팔이, 그녀의 포근한 품이 너무 좋아 눈물이 왈칵 날 것만 같았다.

“지현아…….”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허리를 마주 안았다. 한 손에 가득 차는 가슴과 달리 날씬한 허리가 내 몸에 마주 닿자 지현이가 “으음!”하고 소리를 내며 미소 지어 보였다.

“잠깐 숨 못 쉬었어요.”

세상에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울 수 있단 말인가? 밖에서 질질 짜다 갔는지, 뭘 하고 있는지 모를 승미 년과 180도 다른 그녀의 모습에 나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내 나의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쇼파로 천천히 그녀를 눕히고 그녀의 위에 살며시 기대어 보았다.

“으음.”

숨소리와 함께 두근거림이 더 크고, 빨라졌다. 그 사실에 나도 덩달아 커진 두근거림을 느끼며 조금 굳어 있자 지현이가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대길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운이다. 정말로 이 여잘 만난 건 행운이다!

“응, 정말로.”

내 심장도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뛰는 그녀만큼이나 빠르게 말이다. 온 몸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가슴 설레는 기분을 오랜만에 만끽하며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쇼파 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워 있는 지현이가 나를 바라보며 살며시 입술을 깨물어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섹시한지라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지현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지현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타 안에서 느꼈던 뜨거움이 다시 한 번 살아나는 듯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입술을 겹쳤다. 포근히 겹친 입술 사이로 미끈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달콤함.

그와 함께 나의 손이 다시 한 번 더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헤헤 변칙을 준 컷입니당.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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