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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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니까 잠깐 일 좀 돕는거라고?”
“네. 몸이 안 좋아서 일하다 그만 두고 쉬고 있는데 주말에 잠깐 도우러 온 거예요.”
“왜? 몸이 어디가 그렇게 안 좋은데?”
“그렇게 많이 안 좋은 건 아니에요! 그냥 좀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아서.”
지글지글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오리 불고기의 향은 그야 말로 예술적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무르 익어가는 나와 지현이의 분위기 역시 예술이었다.
“뭐 그럴 때 있지. 사회생활 쉽지 않지?”
차를 가져와서 딱히 술을 마시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되었다. 그도 그런 것이 내가 아니라 지현이가 먼저 이슬이 한 병을 주문 했거든.
“그렇게 쉽지만은 않네요. 오빠는요? 오빤 어때요?”
둘이서 비운 게 벌써 한 병 반. 이 정도면 분위기가 슬 무르익어 갈 타이밍이다. 보통 반 병 정도 들어가면 그때부터 술기운도 살살 오르고 나른해지는 것이 기분이 좋아지잖아? 그리고 그건 지현이 역시 마찬가지인 듯 했다. 양 손으로 발그레한 얼굴을 괴고 있는 모습이 마치 꽃봉우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나이 먹을수록 더 힘들어지지. 그때가 좋을 때다 싶은거야.”
“그래요?”
“그럼!”
“그럼 오빠도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많이 피곤하고 힘들면요!”
활발한 성격 덕분인지, 아니면 낯가림이 없는 것인지. 팔짱을 꼈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지현이는 내게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턱 괸 채 내 눈을 바라보며 경청하는 듯 한 그녀의 모습은 가히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현이 자체가 그렇게 어디 가서 빠질 정도로 부족한 외모도 아니었고, 더구나 얼굴에 걸려 있는 표정이 너무나도 예뻤다. 강남역 8번 출구 성형권역에서 자주 출몰하는 성괴와 비교해보았을 때 오히려 그녀만이 가진 자연스럽고 풋풋한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외모이다 보니 오염되지 않은 청정수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그랬다.
“어떻게 쉬겠냐. 먹고 살아야 하는데. 잠깐 쉬기라도 하면 더 힘들어져.”
“그건 왜 그래요? 오빠 일 오래 했으니까 경력도 있으시잖아요?”
“뭐, 경력 있다고 해도 이직이란 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조건 맞추기가 힘들고, 또 일이란 게 조건이 좋아진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
사람이 일을 할 때 제일 힘든 게 뭐냐 하면 나 혼자서 하는 게 아니란 거다. 사회생활 못해본 학생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예를 들어 설명 하자면 사회생활, 직장생활은 조별과제다. 이러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겠지?
혼자서 하면 되는 과목은 혼자서 그냥 자기 하는 만큼 능력껏 처리를 하면 되는데, 이 빌어먹을 조별 과제 과목은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능력 있는 애들을 만났다 하더라도 이 안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것만큼 짜증나고 절망적인 일도 없다. 이건 뭐 말로 굳이 얘기 안 해도 다들 느껴봤을 거다.
자기 알바 해야 한다고 약속 시간에 빠지는 년 놈들도 있고, 심지어 군대 갔다 왔으면서도 하기 싫어서 뒤로 슬 빠지기만 하는 죽빵 털고 싶은 양아치들도 있고,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점수는 똑같이 높게 받고 싶은 무임승차 년들도 있고, 지 혼자 모든 것을 다 처리하고 희생한 마냥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인간 군상들도 있잖아?
그 조별 과제를 학교 졸업하고 평생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것도 실수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마는 게 아니라 목이 뎅겅 잘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손발이 맞아야 돼. 그게 제일 중요하거든. 지현이 너도 새로 일 구할때는 조건 따지지 말고 그런 걸 잘 봐야돼. 돈 많이 준다 한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뭣 같으면 그거 진짜 오래 일 할 데 못 돼. 지금은 뭐 내가 심신이 지쳐 있어서 그렇지 그렇게 나쁘진 않거든. 김부장이 눈치 없게 자꾸 술 마시자 그래서 좀 짜증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괜찮아.”
그런고로 나는 사실 지금 내 자리에 만족하는 입장이다. 뭐, 대리직이긴 한데 거의 팀장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돈도 적당히 나 벌어먹을 정도는 벌고 있다. 승미 같은 년에겐 부족해 보이고 비전이 없어 보였을지도 몰라도.
“그렇구나. 근데 오빠 왜 그렇게 지친 거에요? 오빠 성격이면 막 일도 되게 잘 조절하면서 하실 것 같은데.”
승미 년과 지현이는 확연히 다른 것 같았다. 얘가 나에 대한 환상이 있다 싶어서 그런지 몰라도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을 던지는 모습은 작업이나 수작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하긴, 내 꼴이 이런데 훨씬 더 젊고, 예쁜 얘가 무슨 작업을 치겠냐?
단지 승미 년과 달리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지 않을까?
“아, 뭐. 사실은 여자친구랑 헤어졌거든.”
“정말요? 왜요?”
이런 이야기 잘 안 하는데 말이다. 회사 사람들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처음 만난 지현이에게 하게 될 줄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음을 던지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뭐, 그렇게 됐어. 남녀 사이 문제가 다 그렇지. 하여튼 좋게 헤어진 건 아니라서, 그것 때문에 좀 방황이 길었지.”
“혹시 그 여자가 잘못한 거에요?”
“내가 잘못한 건 아니니까. 바람 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얼마나 잘해줬었는데! 대체 여자들은 왜 그러냐?”
괜시리 울컥하는 내용에 또 다시 한숨이 나왔다. 이건 굳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지현이도 여자다 보니 여자에 대한 원망이 조금은 묻어난 것 같았다. 그게 조금은 신경이 쓰여 눈치를 살피지만 지현이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 여자가 이상한 여자 같아요. 정말 오빠 같은 사람 흔치 않은데!”
오히려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거든 말에 잠깐 졸였던 맘과 함께 맘에 쌓여있던 울컥함도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뭘?”
그냥 하는 소리인 줄은 알지만 그저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얘가 정말 나한테 맘이 있는 게 아닐까?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는 동안 지현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살짝 비스듬하게 돌리며 말했다.
“저도 살면서 느낀 건데 남의 일에 그렇게 나서 주는 사람 흔치않더라구요. 오빠처럼 용감하게요. 정말 내가 그 여자였으면 절대로 안 그랬을 거에요. 그런 사람 두고 바람 피우다니 그 여자가 이상한 거에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안 그래요?”
미용실이나 백화점에서 듣는 멋있다, 잘 생겼다 같은 상투적인 멘트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었다. 와, 대박! 얘가 정말 선수라면 정말 대단한 선수일 것이다.
왠지 모르게 흐뭇함이 극대화 되는 칭찬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아니, 뭐! 할 일을 한 것뿐이지. 그 할배가 너무 진상이었어.”
“그럼 저 아니어도 도와주셨겠네요……?”
그 순간 지현이가 아주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게 물음을 던졌다.
“응?”
“아니에요!”
그리곤 금방 모른 척 고개 돌리는 지현이. 어쩐지 수줍어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확실히 얘가 나한테 호감이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와, 대박! 진짜 이게 바로 대길이었구나! 새삼스럽게 주머니 속 구슬에게 감사하는 맘을 가지며 나는 지현이를 다시 살펴보았다.
술기운이 올라서 그런지 확실히 아까보다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 갸름한 얼굴에 새하얀 피부는 단연 베스트였고, 쌍거플이 있는 연한 갈색 눈과 조금 낮은 듯 하지만 작고 귀여운 코, 그리고 도톰해 보이는 입술은 최고의 미인 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로 귀엽고 앙증맞아 보였다.
그리고 시스루한 느낌이 가미된 반팔 블라우스 너머로 느껴지는 볼륨감이 얘 은근히 몸매도 괜찮은 것 같았다 이거지…….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술기운 탓인지 몰라도 유혹에 무척이나 연약한 상태가 될 것만 같았다.
“지현이 너 아니라도 도와줬지. 하지만 너 아님 지금 여기 나오지도 않았을 거야.”
그 말에 지현이가 반색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동자는 어쩐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눈빛에 왠지 모르게 흐뭇함이 들면서도, 내심 아직은 거리를 두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할까? 승미 년에게 워낙에 상처를 많이 입은 탓에 어쩐지 연애 자체가 조심스럽다. 이성적으로 끌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탓에 도리어 내쪽에서 이러한 좋은 기회를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럼.”
“왜요……?”
술을 마셔 발그레 해진 얼굴이 더 붉어진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확 넘어가고 싶단 생각이 절반, 그래도 아직은 신중하자는 생각이 절반이었다.
“괜찮은 애처럼 보여서.”
“어떤 면이요?”
다시 한 번 더 내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물음을 던지는 지현이는 여느 20살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직 나이는 정확히 모르는데 사회 생활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이런 행동을 봐서 절대로 20대 중반을 넘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일도 열심히 하고 표정이 정말 좋아서. 그렇게 잘 웃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거든.”
“잘 웃는 사람들은 많던데.”
“억지로 웃다가 입에 경련 일어나는 애들? 그런 애들은 정말 잘 웃는 게 아니라 그냥 뻘쭘해서 웃음으로 때우는 애들이야.”
“정말요?”
그 말에 지현이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 참 산뜻하다.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하지는 웃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맘을 열진 말자고!
나이 먹으면서 참 내가 변했다고 느끼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 중 하나가 예전과 달리 무척 신중해졌단 거다. 특히 승미 년 일을 겪고 더 그렇다. 서른 셋. 이제 상처 받는 게 두렵다. 맘이 끌려도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쉽게 되지 않는다. 흡사 번지 점프를 하기 전에 뛸까 말까 고민하고 망설이는 것처럼 불안한 것이다.
어릴 땐 죽을 것 같이 아프지만 한편으론 금방 낫는다. 그런데 나이 들면 경험치가 쌓여서 그렇게 아프진 않아도 그 후유증이 오래간다. 그게 이젠 너무 싫은 거다.
“그럼. 그 정도 구분 할 수 있는 촉은 있지.”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 좋은 설렘까지 없애고 싶진 않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란 말인가?
“저도 오빠 되게 괜찮은 사람 같아요! 아까 얘기 한 것도 있지만 사람이 진실 되어 보이니까.”
그런 나를 향해 지현이가 후후 웃으며 한 마디를 더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짐을 느꼈다.
“너무 비행기 태워 주네. 항공 마일리지도 없는데.”
그리고 소주잔을 들자 지현이 역시 빼지 않고 잔을 들었다.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얘 성격이 정말 좋은 것 같다. 같이 술 마시러 와서 빼지도 않고, 자기 이야기만 막 하려 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들어준다. 그 자체만으로도 호감이 배가 되었는데 또 이렇게 잘 어울려주니 마치 운명의 짝이 아닌가 싶은 운명론적 생각까지 들었다.
-챙
“크으!”
“으, 쓰다!”
한잔을 비우고는 조금 헤롱거리는지 헤헤 웃음 짓는 지현이의 모습은 사랑스러운 그 자체였다. 나도 어제 달리고 오늘 또 연장으로 달려서 그런지 몰라도 둘이서 이제 겨우 2병째인데 취하는 기분이다.
“자요, 오빠. 아 하세요!”
“아이, 뭘 이런 걸……. 땡큐지!”
쓰다 인상을 찌푸렸다가도 금방 젓가락으로 오리 불고기를 짚어 주는 지현이의 모습은 정말인지…… 너란 여자 신사임당급!
“오빠 먹는 것도 잘 먹네요! 복스럽다! 난 잘 먹는 사람이 좋던데! 히힛!”
그리고 환하게 웃음 짓는 지현이는 내가 반하지 않으면 매너가 아닐 것만 같았다. 정말 이런 여자애를 만난 건 행운이 아닐까? 몇 번 더 만나보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아낌 없이 대시해봐도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호감이 무르익어가는 술자리 속에서 소주병은 4병까지 늘어났고, 점차 나도 지현이도 취기가 많이 올라 혀가 슬 꼬부러지기 시작했다.
“아, 여자랑은 한 자리에서 이렇게 많이 먹은 적 없는데.”
“왜요오?”
술에 취하자 여전히 양 손으로 턱을 괸 채 말끝을 늘이는 지현이. 그게 너무 귀여워 보여 나도 모르게 프힝 하고 바보 같은 웃음이 튀어 나왔다.
“그야 좋은데 데려 가려고 그렇지. 좋은데.”
여자랑 술을 마실 땐 한 자리서 끝장 보는 것보다 자리를 바꿔가며 먹는 게 좋다. 점차 장소를 밀폐된 곳으로 바꿔갈수록 관계의 농밀함도 커져 나가는 것이니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취하니 또 못된 생각이 나오려 했다.
“으음.”
“좋은데 어디요오?”
“아니야.”
“어딘데요오? 응? 오빠, 어디에요?”
귀엽게 재촉하는 모습에 그저 다시 웃음이 픽 나오고 말았다. 아, 정말.
“그냥 바나 조용히 술 마실 수 있는데 말이쥐.”
그 말에 지현이가 뭔가 알 듯 말 듯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다시 적을 괴고 비스듬히 기댄 얼굴은 어쩐지 야릇해 보이는 느낌도 들었다.
“음……. 조용한데 가서 뭐 하려구요오?”
후후 웃음 짓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씨익 웃음 짓고 말았다. 초짜야 당황하겠지만 사나이 계범도 이제 33이다.
“조용한데 가서 좀 더 진지하게 얘기도 더 하고, 집중하고 그런 거지. 여긴 시끄러우니까 집중이 안 되잖아.”
너한테 더 집중하고 싶어. 이 한 마딜 더하면 완벽한데! 크, 그러진 못 하겠다. 그랬다간 너무 빨리 진도 빠질까봐 말이다.
“그럼 가요! 조용한 데!”
“응?”
“여기 말고 좋은 데 가요!”
그런 나의 우려와 별개로 아무래도 지현이가 내게 좀 확실히 느낌이 온 모양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손에 꼽을 정도로 담백하고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에 나는 다시 웃음이 피식 터져 나옴을 느꼈다.
“내가 조용한데 가서 못된 짓 하면 어떻게 하려고?”
“못된 짓이 뭐 어떤 건데요?”
의미심장한 얼굴로 물음을 던지는 그녀는 속을 알래야 알 수가 없었다.
“섹스.”
그런 경우 부끄러워하지 말자. 몸 안쪽 깊은 돌직구를 던지자 지현이도 조금은 놀란 듯 흔들리는 눈빛을 해보였다. 당황한 듯 한 얼굴을 보며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엄밀히 애정을 전제로 한 섹스가 나쁜 짓은 아니지만 꼴려서 수작을 부릴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지. 남잔 다 늑대야. 아무도 믿지 마.”
섹스, 나도 참 좋아하는데요. 근데 승미 개 같은 년이 그걸로 바람이 나서 애까지 생긴 마당에 내가 그걸 참 어떻게 하면 좋겠냐? 복수를 위해서 미친 듯 따먹고 다닐 사람도 있겠지만 난 좀 상처가 깊다.
“미리 경고 하는 거에요……?”
그런 나를 보며 조금 당황했던 지현이가 다시 미소 띤 얼굴로 물음 던졌다. 요즘 젊은 애들은 달라서 그런 걸까? 역시나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더 의미심장한 얼굴을 해보였다.
“뭐, 그런 거지.”
“그럼 오빠가 책임지면 되잖아요.”
“응?”
그녀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졌고, 앙증맞은 입술은 턱을 괴고 있던 손가락을 잘끈 깨물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촉촉해 보이는 눈빛이 그 자체만으로도 이건 ‘역사’가 이뤄질 것 같은 좋은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가요, 오빠. 우리 좋은 데로…….”
“어……?”
전혀 예상치 못 한 그녀의 도발에 나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정말이야? 얘 술 마시니까 상당히 도발적이고 섹시한 부분까지도…….
이게 승미 년이랑 마지막으로 했던 게 반년 전이니까 지금 하게 된다면 거의 반 년 만에 처음으로 하게 되는 거다. 그 생각이 들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술기운이 단숨에 사라져 버린 가운데 지현이가 입술을 살며시 깨물고 나를 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가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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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컷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