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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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잘 먹었다. 이모! 여기 계산!”
일진 할배와의 작은 배틀이 날 또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불백은 정말로 맛있었다. 난처한 일을 거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평소보다 불백 양도 많은 것 같았고. 정말 이게 대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네! 잠시만요!”
이제 점심시간도 끝이 난 터라 비교적 할랑해진 식당. 잠깐 쉬고 있던 알바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쪼르르 카운터로 걸음을 옮겼다.
“맛있게 잘 드셨어요?”
“그럼. 맛없으면 안 왔지.”
“헤헷~ 그렇네요!”
밝게 웃음 짓는 알바생은 참 귀여워 보였다. 역시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묻어나서 그런 것일까? 티 없이 맑은 얼굴을 보니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아무튼 여기.”
불백이 1인분에 7천원. 아, 아까 2천원 하지 말고 이거 잔돈 3천원 합쳐서 5천원에 할 걸 그랬나?
그 생각이 들었지만 뭐 지금은 때가 늦었다. 이미 샀고, 밥은 먹었고. 그냥 담배값 하나 낭비 안 했다 셈 치는 거지, 뭐.
“네! 오늘 정말 정말 감사했어요. 아까 정말 무서웠었는데.”
“세상엔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 대학생이야? 알바 중?”
“아, 저 학생은…….”
“아, 그런거면 굳이 얘기 안 해도 돼.”
하긴 학생이라면 아직 방학 중은 아닐 텐 데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물론 주말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학생 아니라니 젊은 나이에 생업을 위해서 일을 하는 모양이다. 그런 걸 굳이 건드릴 필욘 없지.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어린 나이에 고생 참 많다.”
슬쩍 화제를 돌리니 알바생이 다행히 콤플렉스는 아니었던 모양인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웃음 지었다.
“저 그렇게 어리진 않은데요.”
역시 어리단 말 싫어하는 걸 보니 어린 게 확실하군. 여자 나이 23살이 딱 기준 점인데, 언더면 나이보다 성숙해 보이려 애를 쓰고 오버면 나이보다 어려 보이려 애를 쓴다. 그런고로 이 알바생은 23살 이하라고 볼 수 있겠지.
이게 바로 소액 배터 5년차의 언오버 분석력이란 말이다!
“뭐 끽해봐야 20대 초반이지. 서른 넘어봐. 나이 앞에 2 달고 있으면 다 어려 보이는 거야.”
“헤헷, 그렇군요! 그럼 오빠는……?”
“오빠는 무슨. 삼촌뻘이지.”
아까 일 때문인지 알바생이 친한 척 자꾸 말을 걸어왔다. 워낙 싹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나쁠 것은 없다만 이런데 헛된 기대 가질 나이는 지났잖아? 뭣 보다 승미 년 덕분에 이제 여잔 더 이상 보이는 걸로 믿지 않기로 한 것도 있고.
“에이,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요!”
“나 비행기 태워줘도 좋은 거 없어.”
이것도 다 립서비스에 불과하지 않겠냐? 이내 알바생이 후후 웃음과 함께 3천원 거스름돈을 건넸다.
“참, 현금 영수증.”
“아! 잠시만요! 그건 제가 아직 못 배워서……!”
예전에 어릴 때엔 귀찮다고 그런 것도 챙긴 적이 없다만 요즘은 현금 영수증이 필수다. 그래야 세금이라도 좀 덜 두드려 맞지! 니미, 급여는 안 오르는데 물가는 팍팍 오르고, 뭐 받는 것도 없는데 세금은 디립다 내야하고! 말년에 내가 연금이나 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컵라면이랑 햇반이나 사들고 들어가야지.”
더 생각해봐야 뭐 하냐. 생각해봐야 깜깜한 것을! 이내 그 생각 대신 장보기로 생각을 전환하고 기다리고 있자 알바생이 주방에 있던 사장을 불러왔다.
“현금 영주증이요?”
“예. 폰 번호로 해주세요. 010-7777-97##요.”
“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뭐 나 편하게 먹자고 한 거죠. 신경 쓰지 마요, 이모.”
그 말에 식당 사장 이모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 들어서 느끼는 건데 승미 년 같이 얼굴만 반반하고, 어린 것들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나이 좀 있고, 사회 생활 해보신 누님들이 더 순수해보인단 거다. 물론 그것도 그대로 믿으면 안 되겠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얼굴에 삶이 묻어나는 것 같다.
젊고 팽팽할 때엔 두꺼운 화장으로 가려지지만 20대 말미 접어들면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얼굴의 또 다른 부분이 빛을 발한다. 그래, 표정이란 것 말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승미 고 년 눈빛이 아주 불온했어. 쌍 년.
“영수증 챙겨 드릴까요?”
“아뇨.”
그 정도까진 귀찮아서 못해먹겠다. 이내 삐비빅 하는 소리와 함께 영수증까지 처리가 완료되었다.
“그럼 잘 먹고 갑니다.”
“네! 또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사장 이모와 알바생의 인사를 뒤로한 채 나는 식당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끈하게 배도 찼고, 기분도 뭐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망할 일진 할배 때문에 살짝 기분이 나쁠 뻔도 했다만 결과적으로 무난한 식사 되었잖냐.
“이제 할 일이 없네. 할 일이.”
섭섭한 건 바로 그것이다. 장 보고 집에 들어가면 정말로 할 일이 없다. 애인이라도 있으면 데이트라도 하는 건데…….
“후. 애인은 무슨. 야구나 봐야겄다.”
직관이라도 갈까 싶지만 그조차도 귀찮다. 외출은 하루에 한 번이면 족하다. 다시 집에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야구장까지 갈 필요가 있겠냐? 그냥 집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야구나 보고 질리면 낮잠이나 한숨 늘어지게 자면 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또 술이 땡긴다. 라면이랑 햇반 사고 남은 돈으로 맥주라도 두어캔 사가야겠다. 참, 이게 서민적 신선 노름 아닌가? 물론 월요일부턴 또 출근해서 짐마차 끄는 당나귀처럼 계속 일 해야겠지만…….
“에라, 인생이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
그래도 연애 할 적에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말이다. 에이 젠장. 그럼 뭐 하나. 결국 입안에 쓴맛만 한 가득인 것을.
“술, 술이 땡긴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마트로 향하는 길. 이제 한국도 열대화가 되어 가는지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한창 여름 날씨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아 덥고, 짜증나고. 모든 게 귀찮기만 하네. 빨리 마트 장 좀 보고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어서 오세요.”
마트에 들어가니 마트 직원 아줌마가 시큰둥한 얼굴로 인사를 한다. 그래, 이해 한다. 일 하기 싫은데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걸 누가 모르겠소? 그래도 은근히 대접은 받고 싶다고 심사에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그런 거 가지고 뭐라면 아까 일진 할배랑 다를 게 뭐가 있겠냐?
“햇반, 햇반.”
쌀밥을 먹고 싶단 욕구가 있다만 밥 하긴 싫고. 고로 이거밖에 더 있겠냐. 마트 장바구니에다 햇반을 한 3-4개 담고 컵라면을 사기 위해서 걸음을 옮기던 나는 주머니에서 진동을 느끼고 말았다.
“음?”
부르르 떨리는 진동 소리에 혹시라도 날 찾는 전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밀려왔다. 서른 넘어가고, 친구 놈들도 다 결혼을 하고 하다 보니 고추들끼리 만나 술 마시기도 힘들더라. 누구지? 광철인가? 아니면 대출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가득한 가운데 대출이 무게감이 실렸다. 그게 아니면 보이스피싱이던지.
“뭐야? 모르는 번호잖아.”
핸드폰을 열어보니 정답은 예측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모르는 번호인지라 잘못 걸린 전화가 아닌가 싶었는데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성격 탓에 이런 걸 보고 그냥 넘어가진 못하거든.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저 너머로 조금 들뜬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오빠!
“응? 누구신데요? 누구신데 오빠라고……?”
혹시 영수랑 같이 놀 때 불렀던 보도 아가씨인가? 그렇다기엔 낯이 익은 음성인지라 잠깐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해보니…….
“어? 알바생?”
-아, 네! 제 목소리 기억 하시는구나!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여자는 다름 아닌 식당 알바생이었다. 헐, 대박! 얘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 했지?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가운데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아니, 뭐 방금까지 들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내 전화로?”
-아! 저 놀라실 수 있으실 것 같은데요! 아까 정말 감사하다고 제대로 인사 못 드린 것 같아서 연락 드렸어요! 아까 현금 영수증 하실 때 들어서……! 혹시 바쁘고 그러진 않으시죠?
“아니, 뭐 바쁠 거야 없는데. 좀 신기하고 그래서 그렇지.”
굳이 이렇게까지 그럴 필욘 없는데 말이다. 호의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라기 보단 그저 내 안에 있는 선으로 판단하고 한 일인지라 얼떨떨한 기분이 맴돌았다.
-헤헷! 제가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해야 할 것 같아서요.
“식사? 아냐, 아냐. 신경 쓰지 말래두. 그냥 나 편하게 먹으려고 한 건데.”
아, 사나이 계범도! 아직까지 좀 먹어주나 보다. 근데 지금 내 꼬락서니가 말이 아닌데……. 반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요 근래 폭음으로 인해 불룩 나온 배까지…….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던 모양인가 보다. 진심 객관적으로 봐도 지금 내 모습은 여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야. 타당성과 당위성이 떨어지는 상태라고 할까? 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우울하네! 술을 끊어야지, 원!
진짜 아닌 게 아니라 오늘만 맥주 사마시고 내일부턴 운동도 좀 해야 겠다. 살을 빼야지…….
-그래두요! 안 그랬으면 이모나 저나 다 난처했을 것 같아서요. 혹시 제가 연락하고 그래서 불편하고 그러시진 않으시죠……?
“그럴 리가. 또 이렇게 한 여잘 반하게 한 건가 싶어서.”
-헤헷! 그건 좀~
“나 나쁜 남자야. 좋아 하지 마. 다쳐.”
그 말에 알바생이 자지러지게 웃음 짓는다. 뭐가 웃기냐! 지금 이렇게 없어 보여서 그렇지 사나이 계범도 단호하다. 당분간 내 인생에 여자란 없어! 믿지도 않을 거고.
너무 단호해서 단호박인 줄 알 걸?
-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인력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서 그렇지. 사과가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지니?”
-푸훕! 조심할게요!
뭐가 그리 좋은지 알바생은 웃음 한 가득이다. 하지만 너의 화사한 웃음도 얼어붙은 내 마음을 흔들 수 없구나. 놀란 것도 잠시, 다시 차분한 맘으로 돌아온 나는 장바구니에 컵라면을 골라 담으며 말했다.
“아무튼 일 열심히 잘 하고. 이것도 인연인데 나중에 시간 될 때 한 번 내가 밥을 사던가 할게.”
-아니에요! 제가 사드릴게요!
“33살 먹고 20살짜리한테 얻어먹고 다니면 그것도 내 꼴이 우습지.”
-우와! 오빠 서른 셋이나 됐어요?
“그럼. 나이조차 삼삼하니 놀랍지?”
-히힛 오빠, 말 되게 재미있게 하시네요!
“까불면 재미 없어.”
그 말에 또 자지러 진다. 알바생이 웃음이 참 헤픈 것이 생각보다 나이가 더 어릴 것 같다. 이제 겨우 20살 된 거 아닐까? 아니, 어쩜 고등학교 때려 치고 일 하는 10대일지도 모른다. 낙엽 굴러가는 소리만 들어도 웃는 애들이 걔들이다 보니 참…….
여튼 뭐 귀엽기도 하고, 풋풋하기도 하고, 재미는 있네. 이런 더러운 아저씨의 일상 서클에서 이런 신선한 영 건이 있단 것이 말이다.
-아무튼 그러면 저 끝나고 다시 연락 드릴게요, 오빠!
“그래, 그래. 그런데 너 이름이 뭐니? 알바생이라고 부르려니 미안스러워서.”
-아! 저 남지현이요! 남지현이라고 해요!
“지현이? 아, 그래. 아무튼 일 잘 하고. 나중에 연락 하렴.”
-네, 네! 그런데 오빠는 이름이 뭐에요?!
들떠 있는 지현이……. 아, 이름도 풋풋한 것 같네. 아무튼 지현이 목소리에 오랜만에 소개팅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이래서 나이 들면 어린 여자 찾는거지. 풋풋하잖냐.
“계범도.”
-우와! 성이 굉장히 특히하네요, 오빠!
“헐 대박이지.”
-푸훗! 네! 대박! 그러면 저 일 마치고 연락 드릴게요, 범도 오빠!
“오냐.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요령껏 잘.”
-네! 이따 봬요!
밝은 지현이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통화 종료 버튼을 꾹 눌렀다. 거 참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도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대길이라.”
그래, 뭐 이 나이에 사람이 보배지. 지현이가 어떤 애인지는 모르겠다만 학교 때려 친 애라 해도 일하는 태도 보니 싹싹하고 좋은 애 같을 것 같다. 에이, 뭐 어떠면 어떠냐? 그런 어린 애랑 내가 썸 탈 것도 아니고.
“그래도 저녁에 약속 생길지도 모르겠네~”
즐거운 이유는 바로 이런 것 아니냐? 특히나 혼자 마주하기 우울한 주말 저녁에 약속이 생길 수 있단 것 말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또 사람 기분이 이렇게 좋아질 수가 있다니!
“대길, 대길~! 뭔가 이래서 일이 풀리는 것 같구나!”
상큼한 마음으로 오짬 컵라면을 챙기고, 캔 맥주 대신 피처를 사들고 나온 나는 즐거운 맘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 펑크 난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알게 된 것 자체가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남지현이라. 포, 포, 포미닛 걸.”
삼촌 팬 심에 불을 확 지르는 이름까지! 물론 그 남지현처럼 다이너마이트 바디는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 그게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난 이제 더 이상 여자는 안 만날 건데. 그냥 좋은 동생, 귀여운 동생 생겼다 치는 거지 뭐.
“과천 입주 3년 만에 드디어 동네 동생이 생긴 건가.”
그게 좋은 것이렸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벼운 맘으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삑삑삑. 띠리링.
“짜짜짜~”
혼자 살면 참 안 좋은 게 멍 때리는 거랑 이렇게 혼잣말이 많아지는 건데 가끔은 도어락 소리에 맞춰 입 연주 하고 있는 내가 좀 이상한 사람 같단 생각이 들어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뭐 어쩌냐! 오늘은 기분이 좋은데 말이다.
“대길, 대길~!”
자, 일단은 햇반이랑 컵라면들 정리하고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둬야지. 들어오자마자 부엌 찬장과 냉장고로 장 봐온 물건들을 담았다.
“그럼 야구 보면서 한숨 때려 볼까?”
그리고 지정석인 쇼파 위로!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니 테이블 위에 올려둔 파란 구슬이 다시 보였다. 이제 대길이라는 글씨는 사라졌지만 영롱한 푸른 빛은 여전했다.
“……참 이걸 알다가도 모르겠네. 소중한 물건이라고 했나?”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 것 같고. 그와 함께 저도 모르게 그 여자 생각이 났다. 달을 등지고 선 채 미소 짓던 환상적인 얼굴의 여자가 말이다.
-두근!
흠흠! 호박빛 눈동자를 가진 그녀를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어 왔다. 어허, 이거 왜 이래?! 난 이미 승미 년 때문에 하트 브레이크 한 남자야! 상처 입은 늑대 같은 상태라고!
그 날 일이 너무 믿겨지지 않아서, 놀라서 그런 것이다. 그래, 그런 게야.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며 다시 파란 구슬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여전히 영롱한 빛은 마치 구슬 안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 빛에 홀릴 것 같은 기분에 잠깐 멍해졌다가 나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아무데나 두면 안 되겠네.”
환상이든 뭐든 일단은 소중한 물건이라 했고, 찾으러 온댔으니까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귀찮은 맘에 다시 목걸이를 목에 걸고 티비를 켰다. 하지만 야구 시작하려면 한 두 시간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아, 중계 하려면 멀었네. 아직. 그럼 잠이 자야겠다.”
하릴없는 주말이 슬프다만 뭐 어떻게 해야겠냐? 할 일 없는데, 배도 부르고, 날도 따시니 잠이나 자야지. 이내 티비를 끄고 나는 쇼파에 몸을 뉘였다. 내 몸과 같은 모양으로 눌려진 자리라 세상 뭣보다도 편안한 자리다.
그렇게 점차 잠이 솔솔 몰려오는 오묘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나도 모르게 목에 건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 목걸이가 참 포근하고 좋은 것 같다. 대길이라는 말 덕분에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된 것 같고…….
바람이 있다면…….
“지현이가 언년이 같은 년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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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한 33짤. 언어의 마술사 계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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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도와 같은 주말을 보내고 계시다면... 제가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ㅠㅠ 저도 그렇거든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