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가이-6화 (6/120)

<-- 6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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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길이라. 추노 대길이는 아니겠지.”

간단하게 집안 청소를 하고, 뭐라도 시켜 먹으려 했건만 냉장고 안 상황이 최악에 가까웠다. 전에 어머니가 올라와서 해놓고 간 마른 반찬들이 몇 남아 있긴 하다만 쌀이 있어야지. 결국 비상식량도 마련할 겸, 할 일도 디립다 없다 보니 주말은 장 보러 가는 게 일이다.

“뭐 대길이라니까 좋긴 좋네.”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이 참 아직도 얼떨떨하고, 역시나 내가 너무 취해서 잘못 본 것이라 잠정 결론을 내렸다지만 기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그렇잖아? 대길이라는데 누가 기분이 나쁘겠냐?

더불어 숙취도 없고, 몸도 쇼파에 잔 것치고 그리 찌뿌둥하지 않으니! 아니, 오히려 기분까지 상쾌하게 느껴졌다.

“아, 진짜 무슨 대길이라니까 진짜 오늘은 운빨 좀 서려나?”

스므살이든 서른이든 이런 것에 혹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마흔 되면 다를까 싶지만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일 일 테지.

어쨌거나 밖에 나온 김에 겸사겸사 밥을 사먹고 장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나와야 되는데 집안에서 혼자 쓸쓸히 먹는 것도 싫고, 마침 이 앞에 단골은 아니지만 꽤 자주 가는 식당이 하나 있다. 뭐 대화 나눌 사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 먹는 것보단 이 편이 더 좋지 않겠나 싶다.

“그러고보니 동네 토방 간지도 오래 됐네.”

회사 근처에 있는 토방은 영수랑 같이 점심 먹고 일주일에 두어번씩 가는 편인데 동네선 그럴 일이 잘 없다. 컴퓨터로 하면 되는데 굳이 토방까지 나올 필요가 있겠냐?

물론 컴퓨터로 배팅을 하면 회차당 10만원이라는 한계가 있어 그리 많이 돈질 할 수가 없는 단점이 있긴 하다. 그래도 귀찮은 것보단 그 편이 나으니까. 어차피 평일엔 회사 옆 토방으로 가는데 말이다.

“대길이라는데 한 게임 해봐?”

사실 이번 달은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다. 이별 후유증으로 퍼다 마신 술값만 40만원이 넘어가는데다 승미 년 만날 때 틈틈이 데이트비 조달해주던 토토가 요즘은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이별 이후로 연전연패다.

소액이다, 소액이다 해서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 샌가 여기에 들어간 돈이 수십이다. 설마 그 개년이 내 승리의 여신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괜히 오기를 부리다 보니 이번 달은 특히 심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니미, 생각하니까 또 열 받네. 하필 승미 그 년이랑 헤어지고 나서 왜 자꾸 잃어버리는 건데?

“씨바, 액땜이지! 여신은 무슨! 오늘 대길이라니까 그래! 내가 너 믿고 한 번 가 본다!”

남자 나이 서른! 이제 인생을 알 만큼 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감정적이고 욱하기 쉽다. 아아, 그래. 이 오기란 놈이 내 인생을 좀 먹는다 싶지만 꿀리기 싫은 걸 어떻게 하냐?

솔직한 말로 단순 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게 또 딸 때의 환희라고 해야 할까? 그 느낌 때문에 중독이 된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냥 찍고 이걸로 아무 노력 없이 돈을 벌어먹는단 게 얼마나 행복하냐? 출근하기 특히 싫은 요즘 같은 때!

로또는 너무 허황되고, 그나마 이건 좀 확률이 있으니까. 뭐,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안 그런가?

“그럼 먼저 토방 좀 가볼까!”

밥은 그렇게 땡기는 게 아니니 가서 오랜만에 노가리나 좀 까자! 어차피 없는 살림에 배팅도 못 할 테니!

-딸랑딸랑.

“아이고! 이게 누구야! 계씨 아니여? 두루와, 두루와!”

정겨운 종소리가 울리자 토방 사장님이 아는 척을 한다.

“잘 지냈셨습니까, 사장님!”

“뭐 그냥저냥 그렇지! 아무튼 오랜만에 왔네! 계씨! 일이 바빴는가?”

“예 뭐. 하는 일 없이 바쁘잖아요?”

허허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장님.

“오늘 좀 먹을 거 있어요?”

“아유 이걸 뭐 알고 먹남? 먹을 만 하니까 먹는 거지.”

“에이, 그러지 말고 정보 좀 줘봐요! 우리 하루 이틀 보고 살았나? 섭섭하게 왜 그래요?”

“그런 친구가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넉살 좋게 친한 척을 하니 또 좋아서 껄껄 웃음을 터뜨린다. 그 모습을 보니 그냥 사람 만나러 잘 왔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솔직히 돈 따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나 같은 소액 배터들이 그럴 것이다. 이걸로 일확천금을 노리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되면 좋고 안 되면 마는 거고.

“에이, 안 주면 못 먹나? 계집애도 아니고 혼자서라도 먹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이렇게 와서 사장님이랑 떠들고 가는 게 전부 다다. 그 말에 사장님이 껄껄 웃는 동안 오늘의 승부 리스트를 살펴 보았다.

“보자, 보자. 오늘은 국야 좀 먹어 볼까?”

국내 야구 리그가 요즘 아주 혼돈의 시대를 맞이했다. 수없이 터지는 역배당 속에서 대체 어디를 골라야 잘 찍었단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정배는 너무 짜다, 사장님.”

“그거 내가 정한 거 아니여.”

“이럴 때 그냥 역배당 파바박 터져 주면 이야 사장님 돈방석에 앉겠네.”

“뭐, 그러다 수백 내주는 일도 허다한데 뭘 그러는가? 장사 한 두 번 혀?”

사실 토토란 게 그렇다. 아무리 분석을 잘하고, 뭘 잘 해도 공은 둥글거든. 둥근 공은 예측이 안 된다. 정설대로면, 분석을 해보면 무조건 정배가 승리를 하게 되어 있는 게 맞는데 막상 해보면 안 그렇단 말이지.

“인생 한방, 낙장불입 아닙니까! 사장님 오늘 내가 수백 따먹습니다.”

약자란 게 이런 거 아니냐? 망할 승미 년과 그 년이랑 붙어먹은 놈 발끝에도 못 미치는 평사원이라만,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약 팀에 더 마음이 간다.

“동정심 픽이다, 오늘 컨셉은.”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LG, 한화, NC, 롯데를 골랐다.

“계씨, 오랜만에 와서 너무 무리 하는 거 아니여?”

그 장면을 바라보며 사장님이 쯧쯧 혀를 찼다.

“지금 한화는 대전 사람들도 다 포기했던디.”

“모두가 안 된다 할 때 예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저 아닙니까, 사장님! 사나이 계범도 약자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허허, 그러다 영혼까지 다 털린 건디!”

“뭐 까짓 거, 그럼 분노의 치킨이나 뜯죠. 치킨이라고 욕하면서!”

“글구 저거 LG도 주키치가 복귀한지가 얼마 안돼서 삽질하고 있는데, 오늘 선발로 등판하는데 말이여.”

“사랑해요, LG 모릅니까? LG 야구는 예측 하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소액배터인데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냐? 사장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감히 국야 역배당을 체킹 했다.

“한화가 배당이 죽여주는구나. 국야에서 3배당은 오랜만에 보는데요?”

“뭐 계씨, 오늘 그거 다 하믄 얼핏 한 30배당은 나오겠는디?”

“한화가 3.1 먹고, NC가 2.6배, LG가 2.1배, 롯데가 1.87배. 뭐 그쯤 나오겠네요. 그러면 이거…….”

자, 그러면 얼마를 거느냐가 문제인데. 그리고 지갑을 열어보니 오 마이 갓!

“아…….”

어제 택시비 덕분에 지갑이 무척 할랑하다. 어제 도로에 뿌린 배춧잎만 꽤 되다 보니 밥 먹고 장 볼 돈이라곤 3만 7천원밖에 남지 않았다.

“아, 이거 애매하네.”

이거 하고 밥값을 뽑아야 하나? 아 나 진짜!

“사장님 오늘 저 잔돈 배팅 하니까 욕 하지 마시깁니다.”

“을마나 적게 할라고 그르는데?”

“아, 월급일 일주일 전이에요. 죽겄습니다, 아주 그냥!”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할 때다. 더 배팅하고 싶지만 그냥 이 돈으로 밥 먹고 쇼핑까지 마무리 짓는 게 좋지 않겠는가? 어차피 쌀 사는 게 아니라 햇반이나 사러 가는 거니까 말이다.

“여기 먼저 오천원. 뭐 30배 해도 이건 15만원 밖에 안 되겠네요.”

“허허, 사수가 총알 안 가지고 왔는데 누굴 탓하겄는가?”

“에이 뭐 그냥 받아가세요!”

오천원으로 15만원이 어디냐? 그런데 막상 그러고 나니까 남아 있는 돈이 2천원 밖에 없다. 그러면 말이다.

“이제 2천원 있는데 저 이거 로또 배팅 몰빵 갑니다, 사장님. 각오 하십쇼.”

소액 중에서도 소액이면 과감해지고 싶은 거지! 그리고 다시 살펴보니 경기가 말이다.

“올 무 캡니다. 저.”

“차라리 그거 가지고 나가서 김밥이나 한 줄 사먹고 남은 걸로 자판기 커피나 하지 그랴.”

“인생 한방이에요, 사장님.”

역배당에 5천원을 걸었는데 이천원인데 뭐 어떠냐?

“울산이랑 경남이죠. 이거 무승부.”

“첫 판부터 나가리 가겠는디. 울산이 요즘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서 그러는가?”

“못 먹어도 고! 사나이 갑빠가 있지 로또나 이거나 뭐가 다릅니까? 오히려 이게 더 확률 높지.”

그저 허허 웃음 짓는 사장님을 뒤로한 채 나는 거침 없이 마킹을 이어갔다. 무승부 잘 터지기로 유명한 K-리그 아니냐? 그러니 오늘은 미친 척 하고 올 무 캐자.

“울산이랑 경남이 3.6배. 대전이랑 성남이 3.15배. 부산이랑 인천이 2.95배. 포항이랑 대구가 4배. 오, 이거 좋네.”

“허허!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으니께 문제지!”

“1%의 가능성, 그게 바로 저 계범도입니다. 사장님.”

그리고 이후 강원과 전북이 3.4배, 제주와 서울이 2.8배, 전남과 수원이 3배. 계산기가 어디 있지?

“이야, 이거 진짜 로또네 3821배 떨어지네요!”

“그런 게 될 리가 있겄어?”

“아니 뭐 안 될 건 또 뭡니까? 어차피 2천원인데 사장님 담배 값 보태라고 드리는 겁니다.”

“되면 보자. 2천원으로 한 700만원 나오네?”

“이야 이거 기가 막히네요. 여기다 그래, 내 인심 팍팍 써서 한화 넣고, LG 주키치 믿고 갑니다. 내 나이 서른셋, 삼삼은 구. 그래, 9폴 갑니다!”

되면 2000원으로 약 4900만원. 세금 좀 떼도 이 정도면 중대형차 값 한 대가 나오는 셈이다. 될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그 자체로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아니냐? 싱글벙글하며 사장님께 2천원과 마킹 용지를 넘기니 사장님이 될 리가 없단 얼굴로 어깨를 으쓱한다.

“계씨, 오랜만에 와서 너무 떼쓰는 거여.”

“에이, 몰라요. 어차피 승부는 운 아닙니까?”

그 말에 사장님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음 지었다. 하긴, 내가 봐도 이건 정말 실현 가능성 없다.

“아, 15만원이나 먹으면 좋겠네요.”

“그럼 치킨 좀 쏘는가?”

“월급 일주일 남았습니다. 죽을 지경이에요, 사장님.”

“그래, 그 2천원짜리 한 번 크게 터져서 치킨 파티나 한 번 열어.”

“되면 내가 치킨 종류별로 다 시켜 드릴게. 아주 그냥!”

“에이, 이 사람 정말! 아무튼 그러면 이제 가보려구?”

이내 사장님이 출력된 31.7배 15만 8천 원짜리 국야 배팅 용지와 24,879배 4975만 8천 원짜리 로또 배팅 용지를 내밀었다. 이게 될 리는 없는데 그래도 뭐 되면 좋은 거고.

“그래야죠. 총알도 없는 놈이 계속 있어서 뭐 합니까? 가서 밥이나 먹고, 장이나 보고 티비로 야구나 봐야죠.”

어젯밤의 이상한 기억이나 ‘대길’이라는 문구와 상관 없이 하루는 참 그대로다. 말 그대로 특별할 것 없는 그대로인 하루. 어쩜 아무런 일도 없는 하루가 참 대길이라 볼 수도 있으려나?

아, 모르겠다. 솔직히 그거야 환상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이고. 그 생각을 하니 다시 기분이 착잡해졌다. 어쨌거나 그건 그거고 사는 건 사는 거니까. 지갑 안에 용지를 챙겨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갑니다!”

인사를 건네자 사장님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계씨! 환전 받으러 꼭 오드라고!”

“아유, 저 여기 말고 은행가서 받으려고요.”

그 말에 사장님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나 같아도 웃음 나겠다. 상식적으로 2만 4천배가 말이 되냐? 내일이 되면 그냥 종이 쪼가리가 되고 말 것이다. 이 작은 종이 쪼가리를 7천원 주고 산 셈이라니.

“그래, 뭐 잘 되길 바라네!”

“옙! 그럼 건승하십쇼, 사장님. 역배 파이팅!”

============================ 작품 후기 ============================

두루와, 두루와 - 신세계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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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은 2주째 토토 하나 못 먹고 있는, 오직 절 위한 대리만족물...

그래도 오늘 이 기운 받아서 그런지 일야 먹었네요! 니혼햄 때문에 심장을 조렸지만 12회 무승부 적특이라 소액이라도 2주만에 당첨...!+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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