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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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시계가 울리지도 않았는데 눈이 번쩍 떠져서, 아침 시간 사투 없이 정신이 들 때 말이다.
“뭐야……?”
그리고 그런 날은 하필 일이 없는, 푹 쉬고 싶은 휴일이고 말이다.
“아…….”
어제 밤에 내가 집에 들어온 시간은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관악산 아래에서 택시타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지 극도의 피로감 탓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거실 쇼파에다 몸을 내던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아무런 일도 없이 꿈나라로 직행했고, 정신 차리니 지금이다.
지금 시간이…….
“아. 9시도 안 됐잖아. 이런 씨.”
노는 날 일찍 일어나는 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다. 더러는 어제 너무 피곤했던 터라 오늘 눈 뜨면 오후일 줄 알았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다. 계란 한 판 채우고 나서부턴 내 몸이 내 몸이 아닌지라 전 날 술 조금만 마셔도 그 다음 날 후유증이 밀려오곤 했거든. 그런데 이렇게 몸이 개운한 느낌이라니!
“아, 이거 오늘 잠 못 잘 필인데.”
더 뒹굴고 싶지만 그것도 안 될 것 같았다.
“아이고, 두야.”
혼자 사는 남자에게 주말이란 대체로 그렇다. 하릴없이 빈둥거리다 늦게 일어나선 배달 음식으로 첫 끼니 때우고, 이따 티비 보며 또 게으름 부리는 날 말이다. 물론 가끔 밀린 빨래나 청소를 하기도 하지만 이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한달에 한번씩 청소 대행 업체를 부르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에휴.”
그런데 또 그러면 뭘 하겠냐?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결국 쇼파 자리에서 빈둥거리다가 그걸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간밤에 꾹 눌린 쇼파가 보였다.
“너도 이제 생명이 다해가는구나.”
이게 처음 샀을 땐 안 그랬는데 술 마시고 뻗다 보면 매번 방까지 가는 것도 귀찮아 여기서 자다보니 쇼파 가죽이 다 눌러버렸다. 축 늘어지고 퍼진 몰골을 보고 있자니 내 꼬락서니를 보는 것 같아 맘이 짠하기도 하고, 묘하게 서글프다만.
“돈이 있어야 바꾸지.”
돈 문제 생각하면 나오는 건 한숨 뿐 아니겠느냐?
서울 입성은 아직까지 힘들고, 그나마 그 근처에 있는 과천에 전셋집 구한 게 용한 일이다. 그나마 이 동네야 집값이나 싸니 투 룸에 실평수 20평정도 되는 집을 구한거지, 서울 같았으면 꿈도 못 꿨을 거다.
사실 그렇지 않냐? 내 또래의 대부분들이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한지 이제 겨우 4-5년차밖에 안 되는데 아무리 독하게 모아도 1억 넘기기 힘들다. 아니, 1억도 모으기 힘들지. 타지 생활 하는 사람 같은 경우는 말이다. 이렇게 저렇게 나가는 돈들도 많고, 어떻게 왕창 모아놓아도 그거 또 들어갈 데가 생기더라.
그러다 보니 대출을 안 끼고 집구하기가 불가능한테, 승미 같은 년들은 남자가 혼수로 집 구해 오는 건 아주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래, 그래서 혼수로 집 구하려고 대출 끼고 융자 땡기고 하면 또 그건 빚 가지고 시작해서 싫댄다.
연봉이나 많이 받는 것들이 그러면 내 웃기지라도 않지, 꼭 그런 거 따지는 것들이 월 200도 못 버는 모지리들이다. 승미 고 년도 그랬지. 대학병원도 아니고 기껏 해봐야 동네 병원 조무사 일이나 하고 있으면 지가 간호사나 의사라도 된 마냥 콧대만 높아져선. 그래, 그 외제차 딜러란 놈도 아마 나이트 가서 지지고 볶다 만났을 거다. 그리고 날 이꼴로 만들어 놓았겠지.
니미, 남자들보다 2년은 더 일찍 나와서 벌어먹고 했으면서 모아놓은 돈은 훨씬 더 모자란 것들이 대체 왜 그러는 거냐? 얘네들에겐 결혼도 일종의 제테크인 모양인가 보다. 없이 사는 사람들은 결혼도 못 할 우라질 나라가 여기가 되다 보니 점차 정내미가 떨어져 간다. 속된 말도 뭐가 벼슬이란 말이 있는데 그게 괜히 나오는 말이냐? 내 드러워서 정말 다음 생엔 여자로 태어나던가 해야지.
“아, 담배.”
생각하면 또 화딱질만 나는 일인지라 나는 인상을 구긴 채 테이블 위에 던져 둔 재킷을 뒤졌다. 더듬더듬하다보니 안 주머니에 넣어둔 담배 갑과 라이터가 만져졌다.
“후.”
혼자 살면 좋은 게 담배 연기 싫어 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아무데서나 펴도 된단 거다. 그러다 지방에 사는 엄마 올라오면 난리 나지. 홀애비 냄새 난다고. 물론 승미 년 만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집에서 담배는 되도록 안 피려고 했었다. 그 냄새 싫어해서 담배 끊을 생각도 했었다만…….
그 결과가 이거잖아.
사람이란 게 많은 믿으면 믿을수록 맘이 심하게 데이는 법이다. 그래서 나이 들면 점차 친구가 주어드는 거지. 그래서 조금 더 사랑에 목 마르게 되는 거고. 근데 이제 그런 것도 맘껏 못 하겠다.
나이 먹을수록 어른 되는 게 아니라 잔대가리만 굵어져서 내가 뭘 해야 할지 약삭빨라지기만 하니까.
“후우.”
깊이 연기 들이키고, 내뱉고. 알딸딸한 이 기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잠깐이나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드니까. 그게 얼마나 절실한 감정인지 모를거다. 잠깐이나마 세상에서 눈 돌릴 수 있단 것이!
흡연자들을 위한 변명이라고 생각해도 뭐 사실 상관은 없다. 담배 피는 사람들도 담배의 백해무익함을 왜 모르겠냐? 그런데 그거라도 있어야 세상 사는 맛이 있으니 그런 거지.
“아. 집이라도 치워야 하나?”
이상하게 몸에는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제 술도 너끈하게 마셨고, 이상한 환상 같은 걸 본 지라 피곤할만도 하다만 그렇진 않은 것 같았다.
“아, 나. 진짜 어이 없네.”
솔직히 다시 생각해봐도 좀 어이가 없긴 하다.
어제 내가 본 광경 말이다. 야 밤에 관악산에서 무협지처럼 싸우던 소복 여자와 가죽 옷 입은 여자! 종국에 불꽃까지 발사하지 않았던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 속에서 달을 등진 채 미소 짓던 하얀 소복 여자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고 말았다.
“무협지도 아니고, 이게 뭐냐?”
이런 미친.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애써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다시 생각해도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관악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단 자체가 너무 넌센스 아니냐?
“기가 허해져서 그런가……?”
그런데 참 술 깨고 나서 생각해도 기억은 생생한 것이 내가 좀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막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젊을 때야 그런 게 없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게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아냐? 내가 어릴 땐 붕장어니, 뭐니 징그럽다고 먹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없어서 못 먹는다.
아무튼! 요즘 승미 년 때문에 심신이 혼란스러워서 기가 약해진 모양이다. 사나이 계범도, 어디 가서 기가 약해 보인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이런 씨, 내가 진짜 백령도 있을 때엔 귀신 잡는 계병장이었는데 대체 왜 이렇게 된 거냐?
“보약이나 좀 지어 먹을까.”
그럴 돈 있으면 엄마, 아빠 용돈이나 좀 챙겨줘야지. 아 놔 진짜. 이내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고는 재떨이 대신 쓰고 있는 프링글스 통에다 꽁초를 털어 넣었다.
아마 오늘도 시간과 전쟁인 무던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아무렴 청소란 게 나올 건던지가 있어야지. 남자 바닥 쓸고, 닦고 해버리면 청소 반이 끝난다. 가구도 딱히 정리 할 게 없고. 승미 년이랑 헤어지면서 그 물건들 다 치워버린 탓에 정말 치울 게 하나도 없거든.
“아. 비루하다, 비루해.”
이 화창한 날씨에 지금 뭐 하는 짓이냐? 한숨이 자꾸만 나오지만 도리가 없었다. 우선은 옷부터 좀 갈아입어야겠다. 생각해보니 이 좋은 휴일에도 정장 입고 있단 게 어디 말이나 되냐? 철없을 땐 가오 난다고 좋아했지만 나이 들어선 군복만큼 싫은 게 정장이다.
“응?”
대충 셔츠를 벗으려 손을 올렸던 나는 여지껏 인지하지 못했던 뭔가가 내 목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거……?”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아 버리고 말았다. 환상과 다를 바 없었던 어제가 마치 현실인 마냥 와 닿는 순간이었다. 내 손 끝에 닿은 것은 분명히 어제 소복 입은 여자가 걸어준 구슬 달린 목걸이였으니까!
“이게 왜 있어?!”
어제 취해서, 그리고 좀 내가 맛이 가서 뭔가를 잘못본 게 아닐까? 믿을 수 없단 생각에 셔츠보다도 먼저 목걸이를 벗어 보였다.
“어? 진짜 왜?”
설마 어제 본 것들이 진짜란 말인가? 믿을 수 없단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고 당혹감이 사라지지 않은 채 온 몸을 맴돌고 있었다.
“어디 누가……. 아닌데……. 아닌데…….”
다른데서 얻어온 게 아닌가 생각을 하려 해도 그럴 건덕지조차 없는 게 사실이었다. 아니, 이게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여전히 영롱한 빛을 발하는 파란 구슬은 오묘하기 짝이 없었다. 신비로운 기운마저 머금은 듯 매혹적인 빛깔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이게 왜 있는 거지? 아직 뭔가 홀린 게 사라지지 않은 것인가? 이해 할 수 없는 혼란함만 가득 차 있는 가운데 내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닌가 싶어 빨리 핸드폰을 들었다. 그래, 사나이 계범도! 귀신에 홀려선 안 된다. 혹시라도 사진을 찍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이게 뭔지 대답해주지 않겠냐?
-형님, 잘 들어가셨어요?
때마침 영수의 연락이 와있었다. 날 챙겨주는 영수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나는 먼저 구글을 사진으로 찍었다.
-찰칵!
그리고 바로 전송! 그러자 분명 영롱한 푸른빛을 내는 구슬 목걸이 사진이 영수에게로 전송 되었다. 나만 보이는 게 아니라면 그럼 어제 본 그 일은 대체 뭘까? 설마 사실이란 말인가?
-두근두근두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일 리 없다 부정하고 있는 동안 카톡의 1 표시가 사라졌다. 그리고 황당하단 영수의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이게 뭐에요? 혹시 승미 고 년이 놔두고 간 거에요?
“어?!”
분명히 그럼 이건 영수에게도 보이는 것이란 말 아닌가? 순간 가슴이 섬뜩해지는 기분에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형님, 갑자기 뭡니까?
“아, 아니! 지금 이거 사진에 구슬 같은 목걸이 보이냐?”
-예, 아주 잘 보이는데요. 왜? 어제 집에 가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 아니다! 별 일 아냐!”
뭐야 이게! 도대체 뭐지? 혼란함 가득한 가운데 어제 관악산에서 보았던 것이 현실이란 생각이 점차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면 뭔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있단 말인가? 하지만 분명히 급 똥 이후에 술은 깨버렸고, 기억만큼은 생생하단 말이다.
“집에 잘 들어갔다고……. 사진을 잘못 보냈네.”
-아, 예! 아무튼 주말 푹 쉬십쇼! 어제 너무 무리 했어요! 김부장님이랑 시작부터 너무 달리셔서!
“그래, 고맙다. 나중에 내가 밥이나 한 끼 살게.”
-예, 형님! 그럼 쉬십쇼!
“오냐, 그래.”
그렇게 영수와의 통화를 끝내고 다시 목걸이로. 멍한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눈과 귀를 의심하는 일 뿐이었다. 통화 목록에는 분명히 영수와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진짜……네.”
황당한 기분 가득한 가운데 나는 어이 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목걸이를 다시 쥐어 보았다. 보기보다 꽤 묵직한 것이 알이 탄실해 보였다. 이런 걸 예쁘다고 목에 걸고 다닐 여자는 없지 않겠냐?
“뭐야? 그럼 어제 그게 진짜란 거야?”
황당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도 모르게 자꾸만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목걸이를 향해 물음을 던지듯 말을 해봐도 대답이야 들려올 리 만무했다. 어이가 없는 가운데 어제 일이 진짜라면 설마 경공을 쓰고, 불을 장풍처럼 쏘는 여자들이 있단 말인데 그건 정말…….
“필름 나간거겠지?”
너무 기억이 생생하다보니 도리어 내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흠…….”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이 맴도는 가운데 나는 다시 한 번 더 목걸이를 들어 올려 보았다. 햇빛에 비친 목걸이는 달빛을 받았을 때 보다 훨씬 더 영롱한 빛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어찌나 예쁜지 나도 모르게 홀릴 것만 같았다.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사 물건은 아닐 것 같았다. 그 생각이 절로 드는 가운데 ‘도움이 될거다’라고 이야기 했던 하얀 소복 여자의 목소리가 나를 스쳤다. 달을 등진 환상적인 모습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새하얀 얼굴과 호박색 눈동자를 가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자. 그리고 그녀가 준 목걸이.
“소설도 아니고…….”
-반짝
너무 황당하단 생각이 들어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 가운데 순간 파란 구슬에서 옅은 광채가 발했다.
“뭐, 뭐야!”
-툭!
나는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목걸이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목걸이는 반투명한 파란빛 사이로 무엇인가가 새겨지고 있었다.
“어, 어어?!”
귀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가운데 목걸이 한 가운데에 새하얀 빛이 마치 무슨 글씨 같은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경직된 몸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느끼고 다시 한 번 더 천천히 목걸이를 들어 올려 보았다.
“뭐야……?”
목걸이 안에 갑자기 생겨난 글씨. 그게 뭔가 싶어 다시 햇빛에 비춰 보니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게…… 그러니까 큰 대. 이게 길 자였나? 대길(大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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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