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회: 럭키 가이! -->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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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지라 행선지까지 이야기 하는 인사를 하는 영수를 뒤로한 채 택시 뒷좌석에 올랐다.
“과천 중앙동이요? 알겠습니다! 아유, 술을 많이 드셨네요!”
“예, 좀 마셨슴돠. 이거 좀……. 창문.”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술 마시고 나면 유독 차 냄새가 거북스러워 그럴까? 열린 문 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이나 상쾌하게 느껴졌다. 찬바람이 알딸딸 밀려오는 후끈함을 식혀줘서 그런지 몰라도 극도의 피로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갑니다!”
성격 좋아 보이는 택시 기사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창가로 얼굴을 기댔다. 불어오는 바람이 이때만큼 시원할 수가 없었다. 과천대로를 타고 쭉 내려가는 탓에 딱히 차가 막힐 것도 없었다.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말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술을 그렇게 많이 잡수셨대요?”
“뭐 사는 게 다 글쵸……. 속이 상한 게 많아서 떡이 됐슴돠.”
“하긴! 요즘 사는 게 좀 각박하니 말입니다!”
사실 먹고 살만은 하다. 어차피 사나이 홀몸인데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그런 게 아니다.
사실 이 이별도 그렇다. 쿨 해지려고 해도 그게 안 되는 게 헤어지는 순간 승미 고 년이 내 속을 너무 긁어놨다. 날 너무 비참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랄 똥 같은 게 연락이 점점 안 되고, 대하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싶더니 어느 샌가 반포 지구 사는 외제차 딜러 놈이랑 눈 맞고, 당연히 배까지 맞췄더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애까지 생길 줄은 몰랐다. 정말로…….
임신 했다고 결혼을 서두르는 것 같던데 지 년 바람 난 걸 난 너무 비전도 없고, 미래도 없어서 그래서 그랬다 합리화 하는데 그게 참 사람 맘을 야멸차게 난도질 하더라.
“후우. 인생이 갑갑하네요, 정말.”
개 같은 년 일찍 걸러 내서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시간 지날수록 선명하게 대비 되는 현실의 벽이 있지 않은가?
“사람 사는 인생이 다 그렇지요. 참…….”
“아, 예. 정말로……. 왕후장상 씨는 따로 없어도 재수 있는 놈, 없는 놈 씨는 따로 있나 봅니다. 퉤, 더러워서 정말.”
반포지구! 솔직한 말로 그래. 승미 고 년 말대로 내 능력으론 평생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인생 말미에나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월급쟁이가 집에 손 안 벌리고 대체 어떻게 서울에 집을 구하겠냐? 전세도 버거운 판에…….
“결혼이란 거 전 안 할 겁니다. 기사님!”
그 개 같은 년에게 입은 맘의 상처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 드러난 자리만 해도 이렇게 아려 오는데 조금 더 깊은 자리엔 심각한 중상일 것 같아 두려운 맘이 앞섰다. 그래서 먼저 다시는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을 것이라 맘이 선을 그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아, 그래요……?”
“예! 인생 뭐 까짓 거! 그냥 내가 벌어서 나 즐겁게 살다 가렵니다!”
한때는 그 년과 행복한 결혼 생활, 우리의 2세도 생각했지만 날 만나는 동안 다른 남자 아이를 가진 더러운 년이 되어버렸다.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사나이답게,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게, 옹졸하지 않게 살아가려고 했지만 이건 진짜 도저히 못 참겠더라. 그 생각을 다시 하니 저도 모르게 주먹이 힘이 들어갔다. 진짜 그 년놈들은 사람 맘을 이렇게 우습게 짓밟고 저들끼리 좋아 죽겠지? 씨발.
“그래요! 생각 잘 했네! 그냥 인생 즐기면서 사는 것도 참 좋아요! 애 딸리고, 마누라 생기면 그게 또 얼마나 성가신지!”
이내 맞장구 쳐주는 기사님 말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나도 결혼을 너무 일찍 한 게 사실 후회가 된다니까! 조금 더 인생 즐기다 가도 좋아요! 아 애들 키우는 것도 버겁고, 마누라는 허구한날 잔소리고!”
“그렇죠! 바로 그거죠! 내 인생 내가 사는데 건방지게 누가 터치 합니까? 안 그래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대차게 즐겁게 살아야지, 그런데 붙잡혀서! 안 그래도 각박한데 말이에요! 내가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판국에!”
“아유! 그렇죠! 정말 결혼하면 그런 게 많이 불편합니다! 내 시간이 없어요! 집에 쉬는 날조차도 눈치를 봐야 하고! 혼자가 훨씬 좋지, 좋아! 암!”
동조. 그리고 열변.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점차 더 외롭고 비참해지는 기분이다. 악순환이라고 해야 할까?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어떻게든 벗어나려 펄떡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나나 물고기나 결코 벗어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어 살갗을 찢을 것이다.
이미 난 그놈의 더러운 자격지심에 빠져든 지 오래니까.
하아…….
“근데 기사님.”
“예, 손님!”
이런 진지한 분위기에서 이런 말하긴 좀 뭣 한데 말이다.
-꾸르르륵……!
때마침 관악산 어귀 지나가는 찰나 뱃속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포차에서 먹은 매운 닭발과 알콜, 그리고 나의 열변이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이뤄 위협적인 하모니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꾸르르르륵.
“차, 차 좀……. 좀 세워 주시죠……!”
역시나 급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빌어먹을 이런 진지한 상황에서……!
“예? 속이 안 좋으신가요?”
“빨리! 빨리!”
나의 재촉에 택시기사가 급히 차를 멈춰 세웠다.
“속이……?”
“아, 아닙니다! 문 좀! 문 좀!”
급 똥은 약도 없다. 양아치들 더러 보이는 판국에 이런 좋은 기사님의 영업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괄약근 근육을 지켜냈지만 이미 이마는 땀이 흥건해져 있었다.
“아이고! 화장실이……!”
“휴지 좀 빌립니다! 기사님!”
김부장 앞에선 꽐라 되어 주사를 부리고, 택시에선 이런 수모를……!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먼저 계산 하겠습니다!”
사나이 계범도, 절대로 남에게 피해는 입히지 않는다! 혹시 모를 일 때문에 기사님께 먼저 택시비를 지불하고 기사님이 내민 잔돈과 티슈를 들고 산으로 내달렸다.
“저기 여기서 기다릴 수가 없는데 혹시라도……!”
“정 안되면 콜 부르겠습니다! 윽!”
대답을 할 겨를 조차 없었다. 마치 세포 증식처럼 엄청난 기세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뱃속 사태에 나는 허겁지겁 산을 기어오를 수밖에!
“허억! 헉!”
급똥 실리는데 구두 발로 산타고 있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는가? 어디 들어갈 데도 없는 상황의 야산은 오히려 굿 초이스였는지도 몰랐다. 어느 샌가 등이 흥건히 젖어 전신을 땀으로 샤워를 한 기분이 들었다.
“지져스!”
어느 정도 적당한 위치를 찾아서 바로 바지 내리고 볼 일을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과천대로 바로 옆이니 너무 사람들 눈에 보이는 곳은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니 괴로움을 참아내며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안으로!
“끄억! 이런 젖 같은……!”
와! 진정 이렇게 참기 힘든 급 똥은 대학교 OT 이후로 처음이었다. 결혼까지 생각한 여자에게 배신 당한데다 비참하게 똥 싸러 야산을 기어 오르는 신세라니! 하아, 내 신세 너무 처량해 눈물이 날 뻔 했다.
“이, 이쯤이면! 우, 우와악!”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없단 한계치가 밀려왔다. 다행스럽게도 과천대로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고, 인적도 없는 장소였다. 자리를 잡자마자 덜덜 떨리는 손으로 벨트를 풀어 헤쳤다.
“아유 씨! 이게 왜!”
그 순간만큼은 정말 승미 개년에 대한 원망도 없었다. 33살 먹고 바지에 똥 싸는 불후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어떻게든 벨트를 풀어낼 뿐이었다.
-철컥! 스윽! 퍼엉!
“우오오!”
바지를 내리고 자세를 잡자마자 터져 나온 그것은 환희 그 자체였다.
“아아…….”
왜 게이 새끼들이 똥꼬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될 정도로 순간적인 안락함은 대단했다. 온 몸의 긴장이 모두 풀려 순간적으로 주저앉을 뻔 했을 정도였으니까.
“후우……. 살겠다…….”
최소한 나 계범도, 똥싸개는 되지 않았다. 물론 택시 기사는 기다리지 않고 갔을 것이다. 하긴 대로변에 어떻게 차를 세워 두겠냐? 그것도 금요일 밤인데 말이다.
“아……. 피곤하네.”
그나마 급 똥으로 인해 술이 깨서 그런지 몰라도 그 와중에도 택시비는 내줬으니 그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며 티슈로 뒤를 처리했다.
“아껴야 돼…….”
지금 나의 배는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과 다를 바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란 말이다. 콜 택시 불러도 이런 애매모호한 장소까지 나올 일은 없기에 과천 방향 관악산 입구까지 걸어가긴 해야 할 것 같았다.
“젠장……. 금요일 밤에 이게 무슨 꼴이야?”
이젠 화도 안 난다. 화보단 허망함이 먼저 밀려와서 빨리 집으로 들어가 씻고 자고 싶은 맘 뿐이다. 니미럴 인생 참 더럽게 꼬이고 꼬이지, 진짜.
“아……. 여기서가 문제네.”
확실히 택시 기사는 그냥 가버린 것 같았다. 그러니 이제 나는 히치 하이킹을 하던가, 산을 타고 가던가 하는 수밖에. 그런데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전혀 모른단 사실이었다. 야간 산행은 등산로 타고 올라가기고 벅찬데 이렇게 등산로 외 코스에 있자니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길따라 가야 하나?”
하지만 그랬다간 내 발이 십창날거다. 아스팔트에 구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나마 푹신한 산이 낫지 않겠는가? 조금만 올라가면 등산로가 보이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나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씨바 하나도 안 보여.”
가득이나 배터리 없는데 보이는 게 없고, 급 똥으로 술기운 사라졌다 해도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참 바닥까지 내려 왔단 기분 가득한 가운데 엉금엉금 산을 기어 올라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이런 좆같은 경우를 봤나. 삼재가 있나 올해는 무슨……. 아, 진짜.”
이렇게라도 투덜거리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버티겠냐? 서른셋. 삼삼. 삼삼은 구……. 씨발 이런 식으로도 아홉수가 들어 오냐? 아, 또 열이 확 오른다.
“하이고, 죽겠다! 진짜!”
일마치고, 소주 4병 빨고 오르는 산은 정말 군장 풀로 메고 떠난 야간 행군만큼이나 힘들게 느껴졌다. 금방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발은 이미 그 자체로 퉁퉁 부어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냐? 도리가 없는데.
승미 년 때문에 맘은 맘대로 십창나고, 몸은 또 몸대로 십창나는구나. 이게 인생이련다, 인생이야.
“하악……. 하악…….”
지치는 탓에 욕을 꺼낼 기운도 없다만 엄청난 갈증이 밀려왔다.
“아, 물…….”
물이 정말 땡긴다만 어떻게 구 할 수도 없는 입장 아닌가? 순간 서럽고, 짜증스런 기분이 물 밀 듯 밀려왔다. 젠장, 무슨 오늘 하루가 대체 왜 이러냐? 정말 28청춘도 아니고 이 나이에 이런 개고생을 하려 하니 갑갑한 맘뿐이다.
“진짜 내 인생도 참…….”
안 될 땐 한 없이 안 된다는 게 이런 거 아니겠냐? 하지만 거기 그러고 있자니 도통 답이 없을 것 같았다.
“하아, 하아…….”
턱까지 차오른 숨을 내뱉으며 바득바득 이를 갈아 오르는 산길은 어두워 그런지 쉽게 등산로가 보이지 않았다.
“젠장할, 그냥 대로로 갈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 해서 무얼 하나? 이미 대로 쪽으로 내려가기도 애매하기 짝이 없는 순간이거늘.
“아아……! 죽을 것 같네, 진짜!”
열 받고, 짜증나서 말이다! 하지만 참고 하지 않으면 관악산에서 노숙을 해야 할 판이다. 돈 있고, 집도 있는데!
“으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지금 어떻게든 길 찾아 내려가야만 했다.
“니미 씨뿡. 집 들어가면 기절하겠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지금은 참 승미 년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는단 것이다. 하긴 몸이 이렇게 힘든 데 그런 생각이 날 수가 있겠냐? 그나마 그 사실 하나 위안 삼아 꾸역꾸역 산을 오르다 보니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좋다! 맘 껏 굴려봐라, 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아!”
한바탕 구르고 나서 정신 차리면 아마 일요일 새벽쯤 되지 않을까? 그쯤 일어나면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오히려 다행일지 모를 것이다!
“크윽!”
그렇게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는 와중 내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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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싸개
첫 등장에 똥 싼 유일한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