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 펀치 6권 - 허니 펀치 (외전)-꿀벌 (14/17)

몸무게 10kg, 키 83cm. 두 돌을 갓 지난 아이의 얼굴은 뾰로통했다. 도톰한 상의 가운데로 스카프 형태의 흰 칼라가 꼼꼼히 묶였고, 조거 팬츠는 골지 무늬가 세로로 오돌토돌했다. 체구가 작고 몸무게도 평균 미달인지라, 펑퍼짐한 옷을 입으니 아이는 더욱 작아 보였다. 

조막만 한 아이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콧김을 ‘흥’ 내뱉고, 답답한 듯 선 자리에서 두 발의 자리를 고쳐 놓았다. 그러더니 어른 손바닥만 한 등을 기둥에 푹 기대었다. 시선은 시큰둥하니 바닥을 향했고, 고사리손으로는 제 상의에 튄 요구르트 방울 얼룩을 툭, 툭 털어 냈다.

세상 시름을 다 품은 듯한 아이 뒤엔 제 또래의 남자아이가 하나, 여자아이가 둘 있었다. 한데 뭉쳐 앉은 친구들이 고개를 뻗어 가며 관심을 보여도 아이는 시큰둥했다. 소리 나는 동화책, 복슬복슬한 강아지 인형, 상냥한 미소를 짓는 선생님, 과자를 흔드는 친구들… 건물 안의 그 무엇도, 누구도 아이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벌써 12분째, 아이의 등은 신발장 앞 기둥에 찰싹 붙었고 시선은 문을 향했다. 흰 양말을 신은 발 앞에는 제 신발 두 짝을 미리 챙겨 둔 상태였다.

마침내,

“이지야!”

딸랑 소리를 내며 신산 데이지 어린이집, 금귤 반의 문이 열렸다. 샛노란 손잡이를 움켜쥐고 뛰어 들어온 남자는 곧바로 아이와 마주쳤다. 조그마한 가방이며 제가 신을 신발까지 챙겨 두고 저를 기다린 어린 딸, 한이지의 모습에 기설은 눈썹을 웅크리며 뺨을 구겼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그제야 이지의 무심한 얼굴에 빛이 들었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며 웃음 짓자 ‘꺄아’에 가까운 탄성이 뱉어져 나왔다.

“오빠.”

그러곤 웅얼웅얼, 틀린 호칭으로 기설을 불렀다. 기설은 곧장 그 말을 고쳐 주었다.

“그래, ‘아빠’. 아빠 왔어.”

신발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설은 이지의 두 발에 135mm 운동화를 신겨 주었다. 찍찍이 스트랩을 착 소리 나게 붙여 주자, 이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지는 타고나길 작고 마른 데다, 머리 크기까지 작았다. 다른 아이들과 섞여 있을 때면 저 혼자 눈에 튀곤 했다. 예쁘장한 눈코입과 긴 속눈썹, 또래보다 월등한 어휘력은 그 아이를 작은 요정처럼 보이게 했다.

그런 한이지는 기설에게 있어 제 보물이고 전부였다. 이를테면 두 팔을 높이 추켜들고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이지 안아 주세요.”

그렇게 요청해 오면 웃음을 감출 수 없게 됐다.

“아빠가 이지 안아 줄까요?”

“네.”

“네에?”

“네에. 안아 주세요.”

기설의 품에 이지는 덥석 들렸다. 훈훈한 광경을 지켜보던 선생이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 왔다. 몇 마디 안부와 인사를 나누는 내내, 이지는 ‘오빠’ 하며 기설의 귀를 잡아당겼다. 제가 이만큼 오래 기다렸으니, 선생님 말고 저와 더 이야기를 나누자는 신호였다.

그런 이지를 향해 선생이 말했다.

“이지야. ‘오빠’ 아니고 ‘아빠’라고 해야지.”

익숙한 지적에 기설은 쓴웃음을 지었다. 짚어 주고 고쳐 줄 때마다 이지는 ‘아빠’ 하고 호칭을 바꾸는가 싶다가도, 돌아서면 다시 기설을 ‘오빠’라고 불렀다.

애초에 태어나서 처음 구사한 말부터가 ‘오빠’였더랬다. 뱌, 뱌… 희미한 옹알이를 들려주고, 빠, 빠… 조만간 아빠 아빠 노래를 부르겠구나 하고 기대하게 만들더니,

‘오빠.’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에 기설은 딸꾹질을 할 정도로 놀랐고, 이지의 또 다른 아빠, 천마는 박장대소를 터뜨렸었다. 기설이 매일같이 고양이, 경이를 두고 ‘오빠가’, ‘오빠가’… 자칭하던 것을 따라 할 줄은 누구도 몰랐었다.

‘오빠 아니야. 오빠 안 돼요. 아빠라고 해야지.’

그렇게 며칠간 교정을 해 주었더니 천마를 두고는 ‘아빠’ 소리를 곧잘 해 주었지만, 기설을 향해서는 ‘아가’라고 했다. 그날 천마는 웃다가 눈물까지 흘렸더랬다. 이지가 아주 똑똑하다고, 네가 내 아가인 걸 알아본다고 말이었다. 벌써 1년 전 일이었다.

“반 친구들이 이지를 많이 좋아해요.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아주 인기가 많고요. 좀 전엔 별꽃 반 언니들이 이지를 보려고 놀러 왔었어요.”

아이를 고쳐 안는 기설을 향해, 선생이 말했다. 기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자 한 자 제 아이의 일과를 귀에 담았다.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야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당장에 발치만 내려다봐도, 이지에게 시선을 고정한 남자아이 하나가 우물쭈물 다가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일 또 와.”

남자아이가 말했다. 기설은 그 아이의 보들보들한 머리카락과 발그레한 뺨을 살폈다. 유아용 트레이닝복을 잘 차려입은, 어린 소년의 손에는 꼬깃꼬깃한 색종이가 들려 있었다. ‘공작 놀이 시간에 만든 튤립’이라고, 선생이 작은 소리로 일러 주었다. 소년 하나만 놓고 보자면 무척 사랑스럽고 훈기 넘쳤다.

그러나 이지에게는 제 발아래에 위치한 소년에게 줄 호의가 조금도 없는 듯했다. 금귤 반을 비롯하여 데이지 어린이집에서 가장 어여쁜 알파, 한이지는 기설의 어깨에 턱을 괸 채 소년을 외면했다.

이내 어린 소년의 시선이 선생님을 지나 기설에게 향했다. 어른에게 도움을 구하는 시선이 무척 빤했다.

“어….”

그러나 떨떠름한 소리를 낼 뿐, 기설은 제 딸의 행동을 교정하지 않았다. 제 딸이 원치 않는 일은 무어가 됐든 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게 나쁜 의도라고는 조금도 없는 어린 소년이 건네는 작은 색종이를 받는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도리어 기설은 이지의 등을 토닥토닥 쓸어내려 주었다.

“그럼… 선생님. 내일 뵐게요.”

그대로 기설은 이지를 하원시켰다. 샛노란 건물 밖으로 나서, 너른 놀이터와 정원을 가로지르는 내내 오묘한 감정이 그를 채웠다. 처음에는 제 아이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듯 구는 ‘남자’아이의 존재가 불쾌했다.

옅은 불쾌감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 이지를 뒷좌석의 유아용 시트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채워 주면서, 그는 후회했다. 성별을 떠나 그 소년도 ‘아이’였다. 이지를 키우면서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기설은 아이를 좋아했다. 때문에 제가 낯선 어린이에게 지나치게 매몰차게 굴진 않았는지, 반성도 되고 걱정도 됐다.

근원적인 문제를 꼽자면 답은 뻔했다.

‘애착.’

기설의 삶은 이지의 탄생 전후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천마를 만난 날을 기점으로 한차례 삶의 장르가 돌변했건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보다 더한 변화였다. 이제 기설에게는 이지 없는 삶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지의 세계 역시 기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들 부녀에게는 서로가 전부였다.

그 세계는 온화한 동시에 폐쇄적이었다. 함께 섞일 수 있는 타인은 한천마뿐일 지경이었다.

두 살 난 이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한천마의 계획이었다. 아직 어린 이지를 왜 시설에 맡겨야 하느냐고 펄펄 뛰는 기설을 가라앉히면서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아이에게 규칙적으로 조금씩, 아빠 없는 시간을 알려 주자고.

‘하루 온종일 맡기자는 게 아니야. 딱 오전반만 보내자는 거야.’

천마의 말에 기설은 속상하고 서운하고 답답했다. 그래서 반대했었다. 온종일 붙어 앉아 이지를 돌봐 주는 일이라면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말이었다. 아침부터 챙겨 주고, 글자를 알려 주고, 노래를 불러 주고 텔레비전을 보여 주고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것은 물론이며 화장실에서의 뒷바라지며 씻기고 말리고 재우는 일까지 기꺼이 도맡고, 새벽에도 다섯 번씩 확인하며 배를 도닥여 주지 않느냐고 했다. 열변을 토해 낸 뒤 기설은 제가 줄줄 읊은 일과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하루 24시간, 단 1분도 놓치지 않고 기설은 이지와 붙어 지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못 보는 사이에 누가 이지를 훔쳐 가기라도 하면, 그럼 어떡하게요? 알잖아요. 이지는 진짜 예쁘다고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서 기설이 구시렁거렸고,

‘믿을 만한 곳에 맡길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이번 한 번만, 내 말대로 해.’

천마의 답은 단단했다.

그에 기설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지가 태어나고 두 돌을 넘기는 동안, 아이와 관련된 선택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설의 마음대로 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지’라는 이름부터가 기설의 작품이었다. 아이 방의 위치며 가구의 종류 및 배치, 커튼의 색깔은 물론이고, 잠자리를 독립시키는 시기까지 기설이 정했다. 서로 간에 의견이 달라 부딪힐 때마다, 천마는 기설의 말에 응해 주었다. 그런 형님께서 ‘이번 한 번만’ 하고 시선을 마주치니 기설로서는 반대할 재간이 없었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기설은 고장이 나 버렸다. 이지와 그 사이의 애착은 지나치게 짙고 깊었다. 부모 자식 사이의 유대감이 깊은 것이야 물론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칭얼칭얼 우는 아이를 잘 달래어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자마자 시계의 초침이 멈추고 목구멍이 갑갑해져 오고 도통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야 좋을지 모르는 증상은 결코 좋지 못했다.

‘전엔… 나 혼자 있으면 뭘 했었더라?’

그날, 크고 아름답고 풍족한 집에 혼자 돌아와 기설은 소파 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늙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멍을 때렸다. 제가 없어 울고 있진 않을지 두 살 아이가 걱정됐고, 누군가 그 예쁜 아이를 납치하거나 상처 입힐까 봐 염려스러웠다.

천마의 말마따나 ‘신산 데이지 어린이집’은 믿을 만한 곳이었다. 이지가 속한 금귤 반에는 원생이 넷뿐이었고, 학력과 신상이 명확한 전문 선생님이 둘이었다. 시설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학부모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이들이 무얼 하는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었다.

네 시간 동안 기설은 금귤 반 CCTV 화면만을 지켜보았다. 네 시간 내내, 이지는 신발장 자리에 고집스럽게 앉아 기설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선생이 요거트와 스푼을 가져와 한 입 떠 주어도 받아먹지 않았고, 솜털이 부숭부숭 달린 동화책을 펼치고 읽어 주어도 쳐다보지 않았다. 말똥말똥 깨어 있는 두 살 아이가 긴 시간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결국 기설은 천마가 옳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이지에게도, 기설 자신에게도, 서로가 없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데이지 어린이집 오전반에 이지를 보낸 지 2주째였다. 똑똑하고 셈이 빠른 이지에게는 저만의 시계가 있는 듯했다. 시침, 분침을 보는 법을 모르면서도, 그 아이는 기설이 저를 데리러 올 시간이 되면 신발장에 가 앉고는 했다. 정해진 시간마다 아빠가 저를 데리러 온다는 약속을 익히고 나니 적응은 수월했다. 이지는 금귤 반 언니들과 금방 어울렸고, 노래를 잘 부르는 선생님과도 금세 친해졌다. 

이지가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기설은 영어를 공부했다. 제 아이는 저와 다르게, 똑똑한 머리에 지식을 왕창 집어넣고 떵떵거리며 살았으면 한 기설이었다. 그래서 영어 동화 오디오 북을 잔뜩 구매했건만, 이지는 동화책은 반드시 ‘오빠’가 읽어 줘야 한다는 주의였다.

천마가 제 무릎에 딸아이를 앉히고서 다정하게 동화를 읽어 내려도, 이지는 재미가 없다고 칭얼거렸다. 명경이 진지하게 악당 햄스터 연기를 해 주어도 그게 아니라고 화를 냈다. 완벽한 닭 울음소리를 낼 줄 아는 문진주로도, 까탈스러운 감독님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지가 상상하는 햄스터의 키득거림, 수다스러운 수탉 소리, 비구름의 웃음은 전부 기설만이 낼 줄 알았다.

그런 아이가 오디오 북의 외국인 성우 목소리에 만족할 리 없었다. 그런 아이에게 영어 동화를 들려주자면, 기설도 덩달아 영어를 배워야만 했다. 덕분에 그들 부녀의 오전은 각자의 학습으로 바빴다.

‘이제 이지도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고… 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신호등이 노란불을 깜빡거렸다. 기설은 횡단보도를 앞에 두고 차를 멈췄다. 핸들을 쥔 손이 다소 뻐근했다.

등 뒤에서는 이지가 창밖 풍경을 두고 혼잣말에 한창이었다.

“오빠, 멍멍이. 멍멍이. 우리 집에는 야옹이 있는데. 야옹이.”

그에 기설이 ‘으응’ 하는 목울림으로 호응했다. 그러곤 물었다.

“이지야. 아까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가 우리 이지한테 주려고 한 색종이 있잖아. 그거 왜 안 받아 줬어?”

“필요 없어.”

기설의 질문은 길고 부드러운 반면, 이지의 목소리는 짧고 단호했다. 어린아이가 낸 다부진 대꾸에 기설은 당황했다.

“어?”

그래서 되물었고,

“이지는 필요 없어.”

더욱 완성된 문장이 귓바퀴를 파고들었다.

“…어…, 그랬구나.”

당황한 눈길로 백미러를 살피기도 잠시였다. 기설은 신호에 맞추어 다시금 차를 몰았다. 뒷좌석의 이지는 재차 나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난 듯 웃음 섞어 가며, 왜 나무들이 네모나냐고 묻는 이지에게 기설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질 못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은 탓에 마음이 온통 싱숭생숭했다.

‘‘필요 없어’? 보통 두 살 아기들이 그런 말을 하나…?’

어리둥절한 와중에도 그는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다. 차고 안에 부드럽게 세단을 주차하고, 곧바로 뒷좌석으로 가 이지의 안전벨트를 풀어 주었다. 거뜬히 안아 들고 차에서 내려 주자 이지는 방싯방싯 웃었다.

느릿느릿 현관을 향해 걸어온 경에게 눈인사하며, 기설은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퇴근을 마친 헬퍼가 미리 차려 둔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구불구불한 실루엣을 지닌 다이닝 체어 자리에 놓인 것은 기설의 식사였고, 높다란 유아용 의자 앞에 놓인 것이 이지의 식사였다.

두 손을 깨끗하게 닦아 내면서, 기설은 이지의 식단을 확인했다. 동그란 국그릇에는 잘게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수프가 들어 있었다. 경의 발바닥만 한 종지에는 설익은 딸기가 놓였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었다는 접시에는 작은 과자가 두 개, 소포장이 뜯기지 않은 채였다.

포장지를 뒤집어, 기설은 ‘영유아용 마카롱’이라는 아주 작은 글자를 확인했다.

‘마카롱….’

싱크대 옆에는 딸기 상자도 놓여 있었다. 왜 익지도 않은 딸기를 사 온 걸까 했는데, 만년설 딸기라는 이름을 보니 원래 그렇게 생긴 거겠거니 싶었다.

기설이 차가워진 수프를 다시 데우는 동안, 이지는 욕실에 다녀왔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제 키 높이의 작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온 참이었다. 느릿느릿 걷는 아이 옆에 경이 함께했다. 이지의 종아리에 몸을 비비며 붙어 서면서도 경은 적당히 힘을 조절할 줄 알았다. 세게 몸통을 부딪치거나, 발 앞을 가로막는 애교는 부리지 않는 식이었다.

식탁 앞에 도착해, 이지가 목을 길게 뻗었다. 차려 둔 음식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기를 몇 초, 아이가 말했다.

“경이가 배고프대요.”

“경이는 아까 밥 다 먹었는데?”

“으응….”

말을 돌리기만 하고 의자에 앉혀 달란 요청이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식사가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다. 두 아빠 중 누구를 닮은 건지, 이지는 가리는 음식이 많고 입이 짧았다.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설이 말했다.

“김에 밥 싸 줄까?”

“응!”

그제야 이지가 기설의 곁으로 다가왔다. 기설은 아이를 번쩍 들어, 유아용 의자에 앉혀 주었다. 시트가 높은 위치에 달린 전용 의자에 앉은 뒤에야 이지의 눈높이가 식탁과 맞았다.

기설은 곧바로 밥솥을 찾았다. 뚜껑을 열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전기밥솥을 통째로 식탁에 올렸다. 그리고 락앤락 통을 내려놓으면 준비 끝이었다. 통 속에서 미리 잘라 둔 김 한 장을 꺼내어 쌀밥 반 숟갈을 얹고, 동그랗게 돌돌 말기까지 일사천리였다. 그대로 접시에 내려 두면, 고사리손이 뻗어 와 세상에서 가장 시시한 김밥을 넙죽 집어 갔다.

한 개 두 개, 기설이 김을 말아 접시에 두는 속도보다 이지가 집어 입에 넣는 속도가 더 빨랐다. 열심히 볼에 밀어 넣고, 오물오물 씹는 시늉을 하고, 삼키는 모습을 구경하며 기설이 웃었다.

“맛있어?”

“응.”

이지의 피부는 하얗다 못해 투명해서 실핏줄이 비칠 정도였다. 먹이를 운반하는 설치류처럼 빵빵해지자 뺨이 더욱 맑아 보였다. 보기에 어여쁜 저 피부는 더위에도 추위에도 약하다는 걸, 기설은 잘 알았다. 땡볕에 헤맸다간 화상을 입어 살갗이 벗겨지기 십상이고, 강풍을 쬐면 금세 동상을 입는다. 바닥에 쓸리면 곧잘 찢어지고, 주먹에 얻어맞으면 코피가 나고 윗입술이 붓기도 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기설은 이지의 뺨을 닦아주었다. 무척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입가에 김 조각을 붙인 채 이지가 방긋 웃었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저를 보듬는 아빠의 손길을, 이지는 언제고 만끽했다.

이지를 대신하여, 기설은 어린이용 그릇에 담긴 수프를 떠먹었다. 한 입 두 입 떠먹으며 목을 축이자니 이지도 눈을 빛냈다. 말똥말똥 빛나는 갈색 눈동자에 호기심이 담겼다. 기설은 부러 맛있다는 듯 ‘으흠’ 감탄사를 연신 흘렸다.

이지가 빠끔 입을 열었다.

“이지도 한 입만 주세요.”

매우 정중한 요청이었다. 웃음을 꾹 누르며, 기설이 한 술 수프를 떠 주었다. 이지는 기쁜 듯 수프를 세 숟갈이나 받아먹었다. 잘게 다진 소고기를 껌처럼 질겅거리다 뱉어 내긴 했지만, 썩 괜찮은 식사였다.

“이 딸기는 왜…. 왜 다르게 생겼어?”

통통 부른 배를 내밀고 앉아, 이지가 물었다. 그에 기설이 준비했던 답을 건네주었다.

“응, 얘는 백설…? 백설기 딸기…래. 원래 딸기는 빨간색인데, 얘는 사람들이 일부러 하얀색으로 만든 거야.”

“왜?”

“어…, 그럼 특별해 보이니까.”

“왜?”

“다른 딸기랑은 다른 색이니까.”

“왜?”

“음….”

기설은 심각한 고민을 짧게 마쳤다. 그는 끈기 있는 아빠였다. ‘왜’ 세례가 시작되면, 몇 번이고 대답을 발굴해 내며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지야. 전에, 이지가 아빠들이랑 바닷가 갔을 때 기억해? 이지는 저 멀리서도 아빠 바로 찾아냈었잖아. 아빠가 남들보다 특별하게, 예쁘게 생겼으니까.”

기설이 지칭한 ‘아빠’는 물론 천마였다. 그에 이지가 고개를 까딱이며 대꾸했다.

“근데…, 근데, 근데 아빠는 안 하얘.”

“음…. 그럼 나는? 다른 삼촌들이랑 같이 있어도, 우리 이지는 아빠 바로 찾아낼 줄 알죠? 왜냐면 아빠가 하얗게 생겼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그거는, 그거는 이지가 아빠 좋아하니까야.”

“…….”

기설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아무래도 오늘 대화의 승리자는 똑똑한 두 살배기 아이인 듯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감추며 기설은 이지의 관자놀이에 쪽쪽 입을 맞췄다.

“아빠도 우리 이지 좋아해.”

그에 비해 이지는 침착하고 꿋꿋했다. 기설의 애정 공세를 당연하다는 듯 한몸에 받으며,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식이었다. 천마를 빼닮은 아이의 정수리에 마저 뽀뽀를 퍼부은 뒤에야 기설은 딸기 두 개를 챙겨 들었다.

“자, 그럼 이지는 아빠 닮은 흰 딸기 먹을까? 아빠는 이지 닮은 흰 딸기 먹을래요.”

나란히 앉은 부녀의 손에 흰 딸기가 하나씩 쥐였다. ‘아’ 하고 기설이 딸기를 한 입 베어 무는 시늉하자, 이지도 선뜻 낯선 딸기를 입에 물었다. 입이 작은 탓에 딸기 귀퉁이를 힘껏 베어 물어도, 잘려 나간 한 입은 귀퉁이에 불과했다. 과육을 씹어 먹는다기보다 과즙을 빨아 먹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식이었다.

“어때. 맛있어?”

아이에게 말을 알려 주고자 기설이 질문하면,

“맛있어.”

이지는 종알종알 기설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입가로 딸기즙을 줄줄 흘리는, 어리숙하고 덜 자란 딸아이는 기설에게 있어 보물이었다. 매일같이 그는 새 사랑에 빠졌다. 일곱 달간 제 배 속에 품고 지내면서, 아기야, 아기야… 속으로 되뇌며 말을 걸던 시절에도 그는 이지를 사랑했었다. 아니,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지가 세상에 태어나,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품에 안을 수 있는 타인이 되고 보니 지난날의 그 사랑은 가짜라고 생각됐다. 그때의 기설은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에 이지를 사랑했었다면, 지금의 그는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장력에 이끌려 이지를 사랑했다. 

저를 낳아 준 아빠로부터 애정 어린 시선을 받길 한참, 이지가 얼굴을 반짝 들었다. 이내 조막만 한 고개가 홱, 거실을 향해 돌아갔다. 기설이 뒤따라 시선을 돌렸으나, 거실에는 게으른 고양이 한 마리 외에 특별할 게 없었다.

이지는 타고나길 오감이 예민한 아이였다. 저에게만 들리는 무엇이 있다는 양, 너른 집안 한편으로 보낸 시선을 떼어 내지 않았다. 아이의 뺨에 기대감이 번질 때쯤, 복도를 통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내 커다란 인영이 도착했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칼이 이마 한편을 가리는, 그는 장신의 남자였다. 단단한 눈썹뼈 아래에 자리한 짙은 눈매는 몹시 부드러워 운율을 지닌 듯했다. 높게 뻗은 코와 어여쁜 콧방울, 호를 그리는 입술은 하나같이 화려하면서도 조화로웠다. 그 얼굴에는 어떠한 결점도 없었다.

제아무리 까칠한 예술가래도 그에게서 고칠 부분을 찾아낼 수 없을 터였다. 단 하나, 왼손 소지가 비어 있단 점만 제외하면 그랬다.

“아빠!”

이지가 외쳤다. 탄성 섞인 부름이었다.

“사이 좋게 잘 있었니?”

어린아이 둘을 다루는 양, 천마는 두 팔 뻗으며 식탁 자리로 다가왔다. 높다란 의자에 자리한 이지를 안아 올리는 데엔 한 팔이면 충분했다. 다른 한 손은 기설의 머리칼을 휘휘 흐트러뜨리기 바빴다.

기껏 빗어 넘긴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는 손길에, 기설이 눈을 흘기며 웃었다.

“형이 이 시간에 집에 왜 와요? 오늘 늦는다면서.”

“말도 참 예쁘게 해요, 우리 아가는.”

투덜거리듯 이어지는 대화에 이지가 꺄르르 웃었다. 어른의 품에 안긴 채 두 아빠와 함께하는 순간을, 이지는 가장 좋아했다.

반면 천마의 기분은 제 딸처럼 유쾌하지만은 못했다. 매주 월화수목, 점심 12시 15분부터 45분까지, 30분의 시간을 그는 규칙적으로 보냈다. 대표 이사 사무실에서건 사업차 들른 거래 현장에서건 관계없었다. 정해진 30분의 시간 동안 그는 집 안 곳곳에 달린 베이비 모니터를 실시간으로 구경했다. 이지와 함께 귀가한 기설이 노래하고, 요리하고, 이따금 춤까지 추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늘은 관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직접 집까지 찾아온 이유는 물론 기설에게 있었다. 정확히는 기설의 복장이 문제였다.

접시와 반찬 통을 집어 들고, 기설이 식탁 의자에서 일어섰다. 천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기설의 다리로 내려갔다. 흰 반바지 아래로 무릎과 종아리가 드러나 있었다.

“아가. 그러고 어린이집에 다녀왔니?”

다 알면서 묻는 말이었다.

“어? 어… 네. 왜요?”

기설이 어리바리하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 복장을 내려다봤지만, 별달리 이상한 얼룩 따위는 찾아내지 못했다. 목둘레 부분에 셔츠 칼라가 붙어 있는 베이지색 맨투맨은 요즘 기설이 가장 즐겨 입는 옷이었고, 새 반바지는 폭이 넉넉해서 무척 편했다.

‘으음’ 하고 목젖이 끓는 듯한 소리를 낼 뿐, 천마는 침묵했다. 눈길로는 기설의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차근차근 훑어 내렸다. 단추가 달렸더라면 시선만으로 풀어 헤쳐지고도 남을 듯했다.

머쓱하니 피부가 가려운 느낌에 어깨를 움츠리며, 기설이 말했다.

“왜요. 어린이집 학부모들 다 예쁘고 멋있게 입고 다녀요.”

“그걸 말이라고 해?”

“왜 짜증을 내요…. 이지 친구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잘 보이면 좋잖아요.”

“쓸데없는 노력 하지 마. 신경도 쓰지 말고. 남들은 네가 쌀 포대를 입고 다녀도 명품인 줄 알걸.”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에 기설은 눈을 좁게 떴다.

“형한테만 그런 거죠.”

“그래도 그렇게 입지 마.”

“형이 사 준 거잖아요. 이게 유행이라면서요.”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던 대화가 뚝 끊겼다. 천마는 이지를 고쳐 안고, 아이의 조그만 왼쪽 귀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덮었다. 남은 한쪽 귀는 제 재킷에 묻히도록 기대게 하고, 낮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입혀 두면 꼴릴 거 같아서 사 준 거야.”

속닥속닥 전해 온 벌건 문장에 기설의 손이 멈췄다. 켜켜이 겹쳐 집어 들었던 식기를 도로 식탁에 내려놓으며, 기설은 입을 떡 벌렸다. 천마의 눈길이 뻔뻔스럽게, 어린 애인의 허벅다리 뒤편에 닿았다.

“효과 좋네.”

낮은 목소리에 기설은 작게 몸서리쳤다. 그로서는 도무지, 제 평범한 복장의 어디가 형님을 꼴리게 만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천마야말로 제가 쌀 포대를 입고 다녀도 꼴릴 남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구김이 져 말려 올라간 반바지 밑단을 잡아 내리며, 기설이 고개 숙였다.

“…갈아입고 올게요.”

“왜? 입고 다녀. 집 안에서야 뭐 어때.”

“…….”

이지는 천마의 품에 들리면 더더욱 작고 가벼워 보였다. 한 팔로 덥석 안고 있어도 조금도 위태로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여유롭게 딸아이를 위아래로 흔들어 주며, 천마는 심심한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가’의 반바지 밑단 속을 슬쩍 긁었다. 커다란 손이 허벅다리를 슬금슬금 기어오르매, 기설이 이마를 찡그렸다.

“형.”

그래도 천마의 뻔뻔함을 이길 순 없었다. 절반 즈음 거슬러 올라갔을까, 사타구니에 얌전히 수납되어 있던 살덩이 끝에 손이 닿았다. 기설은 당황한 듯 목덜미를 붉혔고, 천마는 눈썹을 찡그리며 웃었다.

“아가. 반바지에 트렁크 입는 거 아니야.”

어느 미친놈이 마음먹고 달려들었다가는, 옷 한 겹 벗기지 않고도 기설의 뒤에 좆 몽둥이를 쑤실 수도 있을 터였다. 방심한 듯 펄럭거리는 벙벙한 반바지와 트렁크 밑단을 한껏 위로 걷어 올리면 그만이었다. 조그만 엉덩이 한쪽을 내놓게 하고, 대뜸 노출된 구멍을 골려 줄 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도시에 그런 미친놈은 한천마뿐이었다.

품 안에서 옹알옹알 혼잣말하는 아이를 생각해, 천마는 기설을 식탁 위에 엎어 놓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대신에 바지 위로 그의 둔부를 토닥거리고, 탱탱한 엉덩이 살을 슬쩍 꼬집었다.

그러자 기설이 이를 악물었다.

‘죽을래요?’

원망과 짜증이 묻은, 열렬한 시선으로 천마의 하체를 달구어 놓기도 함께였다.

그에 천마는 제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어 보였다. 그러고는 또 한 번, 이지 몰래 기설의 엉덩이를 꼬집었다. 이번에, 기설은 허리를 비틀며 천마를 외면하려 애썼다. 그럴수록 천마의 손은 장난스럽게 변했다. 기설의 엉덩이를 주물 움켜쥐었다가, 허리를 간질였다가, 등줄기를 긁어 올리는 식이었다.

결국 기설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우씨….”

자존심 상한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는 기설을 따라 천마도 큭큭 소리 내어 웃었다. 바보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빠들 사이에서, 이지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기설은 제 아이의 이마에 흡입력 강한 뽀뽀를 남겼다.

웃음으로 갈무리된 손장난은 기설에게 즐거움을, 천마에겐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보이지 않게 입맛을 다시며 아이를 고쳐 안았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기설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스물다섯 살의 기설은 더 잘 여문 과일이었다. 하루하루 진한 빛깔을 내며 달콤하게 익어 나가는 과일. 언젠가 한천마는 즐거운 악몽을 꿨었다. 완전히 익고 숙성된 기설을 한 입 베어 무는, 과한 욕정이 자아낸 비틀린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직후 그는 제 곁에서 쿨쿨 잠든 기설을 확인했고, 그의 볼살을 콱 깨물었다.

이제 기설은 천마의 정신 나간 애정 행각에 익숙해졌다. 매번 욕망하면서도 그칠 줄을 모르는, 미치광이 극우성 알파의 곁에서 그는 평화로웠고 행복했다. 요즈음 한천마는 기설이 베타임에 몹시 감사했다. 만일 오메가였더라면, 두 살배기 아기까지 맡을 줄 아는 제 페로몬에 잠겨 죽었을지도 몰랐으므로.

***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문진주는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45분. 예정보다 15분 일찍 도착한 셈이었다. 적당히 여유가 있음을 알고 나니 숨통이 확 트였다.

“휴….”

한 달 전 호방하게 구매한 새 차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에, 운전하는 시간이 순 고역이었다. 애인의 조언에 따라 리스나 렌트를 할 걸 그랬다고, 그는 마음 깊이 후회했다. 차종마다 운전하는 감각이 천차만별인 줄은 알았지만, 저의 오랜 드림 카는 절대적으로 편안할 것이라고 근거 없이 확신한 게 문제였다. 덕분에 운전 시간이 설렘 반, 공포감 반이었다.

핸들에서 느릿하게 떼어 낸 왼손에 가죽 냄새가 밴 것 같았다. 마른 등이 운전석 시트에 편안히 들러붙었다. 제 취향 그대로 아름답고 깔끔한, 베이지 톤 시트와 세련된 센터패시아를 둘러보며 그는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 운전은 뭐!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거지!’

그러면서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잠금 화면을 두드리자, 당연하다는 듯 쌓인 메시지가 그를 반겼다.

홍만재(땅/바카라/알)

녹단이~^^ 나야. 잘지내는지. 궁금하다.

왜답을안하니? 너를 좋아해주는마음을

함부로 짓밟는거아니다. 매너탑재해라.

문자보면답장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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