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키 펀치 3권-매치 메이커 (8/17)

‘이항아’는 오메가였다. 나이는 스물한 살, 학력은 고졸, 고아 출신에 친지도 없이, 그는 적선 지대에서 성매매를 하던 남자였다. 4월 10일 새벽에 그는 자살했다. 그의 자살 시도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에 죽음으로 끝맺었다.

위급 환자를 빨리 보겠다고 응급실 문 앞에서 대기하던 의사는 환자의 사망 시각을 읊기 위해 그의 배에 손을 올렸다가 거친 진동을 느꼈다. 사망한 오메가의 배 속에 발을 구르는 생명이 있음을 알아채고, 의사는 이항아를 빈 수술실로 옮겼다. 그리고 죽은 이의 배 속에서 산 아기를 꺼냈다. 참으로 재수 없는 사망일이자 기적적인 생일이었다.

야간 진료를 보던 간호사들이 탯줄을 잘라 주자 아기는 우렁차게 울었다. 어머니가 없고 아버지만 둘인 사내아이였다. 두 아버지 중 하나는 아이와 만나기도 전에 시체가 됐고, 다른 하나는 누구인지 이름조차 알 수 없었다.

생후 15일째 되던 날 아기는 정 많은 노부부에게 입양됐다. 부부는 아이를 손주처럼 키웠으나, 소년의 다섯 살 생일 날에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다시 고아가 된 채 병원 장례식장에 앉은 날, 아이는 너무 어린 탓에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일생에 있어 유일하게, 이타적인 사랑을 퍼부어 주던 어른의 얼굴조차 똑바로 기억에 남기지 못했다.

할머니가 한 자 두 자 바위에 새기듯 꾹꾹 눌러 적어 준 메모 한 장만이,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 있을 뿐이었다.

여래 병원 4월 10일 새벽 1시 20분

낳아 준 아빠 이름: 이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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