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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221화 (221/228)

< 221 한상 vs 그락카르 >

그날 하루 10조에 가까운 교단 기여 포인트를 사용해 사람들에게 아베네고에 대해 알리고 그에 의해 이종족이 멸망했으며 더 이상의 침략은 없을 것이라 공표했다.

바로 내가 초대 교주로 기록되어 있는 비텔교 역사서의 내용을 바꿔 아베네고를 초대 교주로 기록했다. 그리고 그의 1,000년의 여정 또한 역사서에 기록했다.

이제 아베네고와 다섯 수호자는 새롭게 탄생한 지구 비텔교의 뿌리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오늘’이 끝나고 찾아온 ‘내일’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아베네고에게 배운 비텔교의 교리와 규율을 지구 정서에 맞게 고쳐 적용했다. 비텔교에 질서가 생겼다.

더 이상의 침략이 없기에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세계평화군을 창설. 지구에 남은 이종족의 섬멸을 시작했다.

내가 직접 나서 테러집단, 불만집단에 대한 교화 및 설득, 지원을 시작했다.

교단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분쟁이 있는 곳을 찾아가 중재하고, 낙후된 곳을 발전시키고, 기회가 없는 곳에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 곳곳에서 활약하기를 바라며 ‘진실한’ 신도가 아닌 자들에게 내리는 축복의 기회를 크게 늘렸다.

비텔교 신도는 전부 가족이란 것을 강조해 나라 중심의 발전이 아닌 세계의 발전을 위한 교류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비텔교가 중심이 되어 세상의 발전을 이끌었고, 비텔님의 은총으로 갖게 된 사람들의 다양한 능력과 과학기술이 접목되어 수백, 수천 가지의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져 세상에 적용되었다. 이종족의 시체도 신소재로서 세상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

결과적으로 세상은 비텔교 이전의 그것과 비교해 완전히 바뀌었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락카르. 너도 우리 세상이 얼마나 바뀌고 있는지 날 통해서 보고 있겠지? 그러면 알 거다. 우리가 너희의 세상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날이 너희 오크 멸망의 시작이란 걸 말이다.

그락카르도 많이 발전하긴 했다. 5년간 오크들은 킨데아 대륙 전체를 장악했다. 아베네고가 조금씩 남겨두었던 종족들은 오크의 극성에 거의 멸종당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북부와 남부의 오크들이 합쳐지면서 그들의 시스템도 혼합되어 대륙 전역에서 농사가 시작되었다.

오크들은 이제 곡물을 키우고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식량이 해결되자 빠르게 번식해나갔다.

최근 확인한 무리의 수는 4,000만 가까이 되었었다. 500만이 겨우 넘었던 수가 5년 만에 그렇게 늘어났다. 확실히 번식력은 대단하다. 거의 1~2년에 두 배씩 수가 늘어나는 거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킨데아 대륙은 오크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물론 수만 늘려봤자 소용없다. 그락카르의 ‘군주의 위엄’을 효과적으로 적용받는 오크지만 지난 5년간 발전한 우리와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된다. 핵폭탄 같은 전략 무기는 물론이고 오크용으로 특별히 개발된 개인화기만 생각해도 우리의 승리가 확실하다.

이종족이 우리 세계를 침략해올 때의 현상에 대한 연구도 많은 과학자가 투입되어 연구 중이다. 5년 전의 난 절망했고, 그 절망을 분노로서 그락카르에게 풀려고 했었으니까. 진심으로 그락카르와 오크를 멸망시키고 싶었다.

지금에 와선 뜨뜻미지근하다. 여전히 아베네고의 빈자리는 큰 공허함으로 남아있지만 그락카르에 대한 분노는 많이 가라앉았다. 잘 생각해보면 딱히 그 상황이 그락카르의 탓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용서를 한 건 아니었다. 이제 그락카르와 오크에 대한 내 마음은 호의에서 무관심, 무감정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이제 내게는 모기나 파리나 마찬가지인 존재들이 되었다.

그러니 정말 저쪽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오크를 치워버리고 그 세계를 우리가 차지해도 나쁠 건 없다. 새로운 세상의 개척은 인류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어줄 테니까.

그리고 비텔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기도 했으니까. 비텔님의 이름을 건 이상 지킬 수 있다면 지켜야지.

“교주님. 사무실 내에선 기운 사용을 자제해주시죠. 압박을 느끼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열심히 올라온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가며 결재하고 있는데 갑자기 맹연이 말했다.

세상의 이런 변화는 계속 말했듯 비텔교가 중심이 되어 일으켰다. 그 말은... 내가 그만큼 일했다는 거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내가 놀면 아무래도 효율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딴 생각을 하긴 했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라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왜 저래. 나 정말 열심히 일 하고 있는데.

“나 일만하고 있는데 왜 그래. 아무 것도 안 했어.”

“그럼 그 몸 주위의 보라색 빛은 뭡니까.”

억울함을 한껏 담아 말했지만 맹연이 바로 반박했다. 보라색? 내 몸 주위에 보라색이 있다고? 어.. 그러고 보니 정말 있다. 이게 왜...

-비텔의 축복이 내려졌습니다.

비텔님의 축복? 비텔님은 분명 빌어먹을 다른 신들에 의해 감금되어 있는 것이... 잠깐.

“맹연. 네 주위에도 보라색 빛이 일기 시작했는데?”

“어. 정말 그렇군요. 뭐지? 잠깐. 누군가가 비텔님의 축복이 내려졌다고 말하는데요? 몸에 힘이 넘쳐요.”

맹연만이 아니었다. 거의 동시에 축복을 내려주어 감사하다는 내용의 기도가 수십만 명에게서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몸이 덜덜 떨렸다. 슬프고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기뻐서 그런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오셨군요.”

분명 난 건물 안에 있음에도 건물 너머 먼 하늘에 있는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거대한 비텔님의 모습이 보였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보이는지 모두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각자 보는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분명 모두 비텔님을 보고 있을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강림을 받아들입니다. 비텔이시여.”

***

-나 비텔님을 봤어! 나만 본 게 아니야! 우리 동네 사람들 전부 봤어! 여기 사람들 완전 난리야!

-나도 봤어! 우리 동네도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난리야. 축제가 시작된 것 같아. 공짜음식에 공짜공연이 이어지고 있어.

-너 어디에 사는데?

-나 말뫼.

-말뫼? 말뫼가 어디에 있는 거야? 나 미국에 20년 넘게 살았는데 그런데는 처음 들었는데?

-미국 아냐. 스웨덴이야.

-스웨덴에서 비텔님을 어떻게 본 거야? 난 미국 플로리단데. 거기랑 여기랑 같이 볼 수가 없잖아.

-너야 말로 어떻게 본 거야?

위 인터넷 채팅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비텔은 지구 모든 곳에서 목격되었다.

그들이 어느 곳에 있든, 어떤 상태이든 구분 짓지 않았다. 지하 깊은 곳, 빌딩의 높은 곳, 차 안, 해양기지, 잠수함, 우주선 그리고 꿈속에서까지.

비텔의 등장과 함께 그 동안 밀려있던 축복이 한 번에 내려졌다. 수십만 명의 사람이 보라색 빛에 쌓여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톤, 남녀, 나이 등 목소리의 형태는 전부 달랐지만 전부 ‘비텔의 축복이 내려졌습니다.’란 문장으로 시작되어 사제나 성전사로 임명되거나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대부분이 한 번의 축복을 받았고, 극소수의 인물이 두 번 이상의 축복을 받았다. 그렇게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낸 비텔은 약 2시간 후 나타났을 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세상은 난리가 났다.

지금껏 비텔교에 들어가 겪은 기적과도 같은 일들과 비텔의 목소리를 들은 ‘진실한’ 신도들의 경험담을 통해 비텔이 존재할 거란 생각은 해왔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해 약간의 의심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 비텔의 존재를 확신시켜주는 순간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미 비텔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던 수많은 신도들, 그들은 비텔을 직접 봤다는 것과 비텔이 직접 일으킨 기적인 ‘축복’의 순간을 목격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밤낮새벽 시간을 가리지 않고 세상의 모든 신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거대한 축제가 시작되었다.

“재정을 아끼지 마세요! 예비비까지 모두 다 써도 되요. 아니. 의무적으로 가진 모든 것을 사용하라고 하세요. 비텔님께서 오신 날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해요.”

이제는 20대 초반의 성인이 된 유나가 직접 나서 비텔교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김해역, 벤센, 맹연, 김진서 등 비텔교의 간부 모두가 나서 ‘비텔님 오신 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만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 사이에서 한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서만이 아니었다. 지구 어느 곳에서도 한상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어떠하냐. 내 보금자리가.”

비텔이 지구로 넘어와 만든 새로운 신계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

비텔님께서 새집을 자랑하듯 두 팔 벌려 사방을 가리키며 물었다.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다.

난 최대한 집중해서 주변을 살폈다. 특이했다. 예전에 만났던 평범한 들판의 모습과 달리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위에 수많은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특이하더냐. 지구의 아이들은 신의 거처를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위를 상상하더구나. 그래서 그 아이들의 생각을 최대한 반영해 만들어봤다.”

그런 건가. 하긴 나도 천국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구름 땅과 그 위에 지어진 그리스 신전의 모습을 떠올리겠지.

“그 신전은 살기엔 너무 비효율적이라서 뺐다. 좋은 건물이 많은데 수천 년 전에 지어진 구식 집에 살기는 싫었단다.”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세련되고 멋진 집이 많다. 그 중에는 수천 명이 들어가 살아도 될 정도로 거대한 건물도 꽤 있다. 신계엔 인구가 많은 건가?

“아무도 없다. 천천히 채워나가야지. 내 신도가 60억이나 되지 않느냐. 그들 중 내 땅에 올 정도로 신심이 깊은 아이가 없겠느냐.”

과연. 신도들로 채워질 공간인 건가.

“한상 너도 나중에 이곳에서 살 것이다. 다른 아이에게는 환생할지 저승으로 갈지 이곳에서 살지 선택권을 주겠지만 네게는 선택권이 없다. 무조건 여기서 살아야한다. 아. 살 건물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겠다.”

신계 건물주가 예약되다니. 기뻐해야 할 일인건가. 그런데 질문이 있습니다. 비텔님께서 원래 계시던 다른 세상에도 이런 공간이 있습니까?

“없다. 홀로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말이다. 항상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내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했어도 그걸 이룰 힘도 없었고 말이다.”

그러면 그는...

“아베네고를 말하는 것이냐.”

네. 아베네고도 이곳에 있습니... 아니지. 아무도 없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없을 거고. 나중에라도 이곳에 오게 됩니까?

“그러고 싶지만 그때는 내가 여유가 없어서 그 아이가 죽어 저승에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저승...에 갔군요. 그렇다면 이제 그를 다시는 못 보는 건가.

“낙심하지 말거라. 실제 저승은 네가 상상하는 것과 다른 세상이다. 산자는 만날 수 없지만 네가 인간으로서의 생을 마치고 이곳에 온다면 아베네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

탄성을 내뱉었다. 만날 수 있다. 비텔님께서 말씀하셨으니 무조건 진실이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생을 마친 후라고 하셨으니 아베네고를 다시 만날 때는 수십, 수백 년이 지난 후겠지만 만날 수만 있다면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가슴 한 쪽에 굳게 응어리 져 있던 무언가가 확하고 풀어졌다.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했다.

“그나저나 네가 앞으로 날 많이 도와줘야겠다. 신도를 내 세계로 불러들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거든. 아무리 나라고 해도 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거다.”

무엇이든 명만 하소서. 제 모든 것을 바쳐 따르겠나이다. 비텔이시여.

“그래. 믿음직하구나.”

내가 지구에서 이루지 못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난 충분히 그만한 위치에 올라 있다.

“내가 처음으로 부탁할 건 이거다. 다가올 힘겨울 전쟁에 대비하거라.”

전쟁? 혹시 오크가 쳐들어오는 건가? 아니야. 힘겹다고 하시는 걸 보면 오크는 아니다. 오크가 상대라면 힘겨울 리가 없다. 전력상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

“맞다. 오크가 쳐들어 올 것이다.”

오크가 힘겹다니.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크가 강한 건 맞다. 아마 이종족 중 최강일 거다. 하지만 5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절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우리의 무기는 발전했고 나는 그락카르와 싸워 이길 자신이 있다.

그리고 이제 비텔님께서 여기 오셨으니 힘의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데 비텔님은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을 읽으셨을 테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뜻일 거다.

“친구들이 내가 떠나는 것을 많이 서운해 하더구나.”

***

비텔이 한상과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그락카르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몰란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당신에게 몰란의 가호가 깃듭니다.

-피언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당신에게 피언의 가호가 깃듭니다.

-에렌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당신에게 에렌의 가호가 깃듭니다.

-바틱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당신에게 바틱의 가호가 깃듭니다.

-마우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당신에게 마우의 가호가 깃듭니다.

-파뮴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당신에게 파뮴의 가호가 깃듭니다.

< 221 한상 vs 그락카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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