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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214화 (214/228)

< 214 비텔교 vs 오크 >

대족장이 된 후 가장 좋은 점은 세상 싸우고 있는 형제의 위치를 느낌으로 알 수 있다는 거다. 전투 중 형제가 죽으면 그 느낌도 사라지기에 가장 많은 형제가 모여 있고 그 형제들이 빠르게 죽어나가는 곳에 강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좋은 장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좋은 점은,

“크워어어어어어어억!”

“대족장이다!”

“카록께서 보여준 붉은 형제다!”

“붉은 피부를 가진 우리의 대족장!”

“우리의 대족장이 왔다!”

모두가 날 알고 있고 환영하며 반긴다는 거다. 덕분에 내가 강자를 독차지해도 형제들이 별로 반발하지 않는다는 거다.

요즘은 사방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리자드맨, 드워프, 엘프, 카티쉬에 보기 힘든 트롤과 파르펨까지. 모든 종족과 매일 싸움을 벌였다. 덕분에 매일 5~15번의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

날 긴장하게 만들 강자가 없다는 건 불만스럽지만 이렇게 매일 형제들의 전투에 참여해 그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

이올라는 아드리오나 벤 자칸과 같은 강력한 무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수호자가 되고 오랜 시간동안 수련을 거듭해 어느 정도 강해지기는 했지만 그 무력은 종족마다 수십씩 널려있는 대족장급에 겨우 미칠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올라는 아베네고의 1,000년간의 투쟁에서 아드리오나 벤 자칸에 못지않은 기여를 해왔다. 무력이 강한 수호자가 아니라 밴시의 종족 특성을 활용한 정찰을 통해서 말이다.

아베네고가 인간들의 땅으로 돌아가 다시 1,000만의 시체를 일으키고, 아드리오와 벤 자칸을 부활시키려 하는 동안 이올라는 이 땅에 남았다. 먼 거리에서 투명화를 한 채 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종족 연합과 오크가 싸우는 장면을 봤고, 그 후에 온 사방에서 일어나는 종족 연합과 오크의 전쟁을 지켜봤다.

‘종족 연합과 오크는 서로 적이다.’ 그녀가 그대로 아베네고와 함께 돌아갔다면 절대 얻지 못했을 고급 정보였다.

이올라는 물론 아베네고에게도 기꺼운 정보였다. 그런데 그것 외에도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오크 자체가 강해졌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종족 연합과 오크의 전쟁을 지켜본 이올라는 오크라는 종족 자체가 강해졌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쉽게 내리기 힘든 결론이었다. 그녀가 살아온, 아니 존재해온 1,000년간 봐온 오크는 발전이 없는 종족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녀가 일주일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가장 말단 전사부터 족장, 대족장까지 모든 오크가 예전보다 강력해졌다.

그녀가 잠들기 전인 150년 전의 오크는 리자드맨, 카티쉬, 드워프 등과 비슷한 전투력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규모 전투에서 비슷한 수의 병력이 부딪치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었고, 대규모 전투가 일어나면 단순하게 싸우는 것밖에 모르는 오크보다는 전략을 아는 다른 종족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그녀가 지켜본 전투는 달랐다. 죄다 오크가 압도했다. 비슷한 수라면 압도적으로 오크가 이겼고, 수가 적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오크가 이겼다. 소규모 전투는 물론이고 대규모 전투도 오크가 이겼다.

오크의 싸우는 방법이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예전처럼 무식하게 달려들어서 싸웠다. 그냥 개개인이 강해졌고 그래서 이겼다.

-돌아갈게요. 저로서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아베네고에게 말을 했다. 물론 대답은 없었다. 아베네고는 그녀가 보는 것을 보고,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지만 그녀는 아베네고의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으니까.

그녀는 빠르게 아베네고에게 돌아갔다.

-제 미천한 눈에는 세상을 비텔님의 것으로 만들 기회로 보입니다.

적이 두 패로 나뉘어 격렬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전에 있었던 요식행위의 전투가 아니라 모든 것을 걸고 벌이는 진짜 전쟁이었다. 이올라에게는 그것이 1,000년간 벼르고 벼른 일을 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처럼 보였다.

“좋은 기회는 맞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다.”

그러나 아베네고는 망설였다.

“네 덕분에 많은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이상한 것을 봤다.”

-오크의 강함이라면...

“그것도 이상하지만 더욱 이상한 것이 있었다. 드워프, 엘프, 리자드맨, 카티쉬, 트롤, 파르펨. 그들이 너무 쉽게 당하지 않더냐?”

-이미 우리와의 싸움에서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오크가 강해졌기에 그런 것 아닐까요?

“겨우 그 정도에? 적을 얕봐서는 안 된다. 이올라. 저들은 우리를 천 년간 좌절시킨 자들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낸 전력의 두 배는 있어야 한다.”

아베네고는 정확히 종족 연합의 전력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력이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전부 죽었다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모든 종족의 힘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 종족이 이미 멸망했겠지. 너무 강했던 우리 비텔교처럼 말이다.”

다른 종족들에 강했기에 그들 모두의 표적이 되어 사라진 비텔교. 종족 연합은 사이가 좋아서 뭉쳐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보다 강하거나 약한 이들이 나오면 적은 피해로 없애기 위해 뭉쳐있는 것이다.

“드워프, 엘프, 리자드맨, 카티쉬, 트롤, 파르펨. 여섯 종족이다. 우리가 멸망시킨 인간들의 전력이 여섯 배였다고 생각해보아라. 그들이 지금처럼 쉽게 무너질까?”

-그건... 이상하군요.

그들이 인간을 완전히 무너뜨렸기에 인간들이 어떤 전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강했다. 예전의 아베네고와 수호자들이었다면 무조건 졌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강력한 세력이 여섯 개가 뭉쳐 있다. 그런 이들의 힘이라고 생각하기엔 저번 싸움에서의 전력이 너무 약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런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구나.”

종족 연합과 오크가 싸우는 척하며 자신을 유인하려는 것이란 생각도 잠깐 했지만 그러기엔 종족 연합이나 오크나 서로 입는 피해가 너무 컸다. 오크를 제외한 종족 연합이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자니 그럴 바에는 저번 전투에서 모든 전력을 쏟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

“토린 그 음흉한 녀석이 또 뭔가 수를 쓰는 것 같은데 알 수가 없구나.”

아베네고는 토린이 뭔가를 꾸민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도 토린과 여러 번 싸웠다. 절대 의미 없는 짓은 하지 않는 토린이다. 분명 지금도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속을 수 없다. 그러니 기다리자. 적어도 오크는 절대 꾸밀 줄 모르는 종족이니까. 싸우다가 둘 중 하나가 멸망하면. 그때 나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아베네고는 오크를 믿기로 결정했다. 그가 아는 오크는 지금 진심으로 종족 연합과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토린이 뭔가 수를 가지고 있든 아니면 그저 기우였든. 전쟁의 끝에는 종족 연합이나 오크 둘 중 하나만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토린이 각 종족의 지도자들을 보며 말했다. 종족 연합의 주도권은 다시 토린에게 돌아갔다. 락노르에게서 빼앗은 것이 아니라 락노르가 알아서 넘겨줬다. 락노르가 주도권을 잡으려 했던 것은 종족 연합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위기가 찾아왔고 토린의 능력은 락노르도 인정하는 바였기에 그에게 다시 주도권을 넘겨줬다.

다시 주도적으로 종족 연합을 이끌기 시작한 토린은 라이벌인 락노르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혼란스러웠던 지휘체계를 정리하고, 사방에서 중구난방으로 일어나던 오크와의 전투를 종족 가리지 않고 가까이 있는 자들끼리 연합하게 하게 만들어 피해를 줄였다. 힘든 와중에도 정찰대를 파견해 아베네고가 향한 인간들의 땅을 감시하고, 오크와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 대화를 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오크와의 대화는 실패했다. 함께 힘을 모아 비텔교를 치자는 종족 연합의 말은 오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적이 앞에 있는데 왜 멀리 있는 다른 적을 치기 위해 눈앞의 적과 힘을 합쳐야 할까. 그냥 눈앞의 적과 싸우고 멀리 있는 적과도 싸우면 되는데 말이다.

물론 그 정도는 토린도 예상했다. 그의 삶에서 오크와 말이 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오크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 오크를 유일하게 말릴 수 있는 존재를 설득하기 위해 움직였다.

바로 카록. 당연히 카록에게 직접 말을 걸 수 없으니 모든 종족이 자신들의 신에게 기도했다. 다시 1,000년 전처럼 카록이 오크에게 종족 연합과 힘을 합치라는 명령을 내리게 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어떤 신에게서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그들의 신을 믿고 조금 더 기다려보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신들은 약 1년 전부터 그들에게 어떤 응답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혹시 몰라 희망을 걸어봤는데 역시나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신들이 그들을 버렸거나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한 듯 했다. 그러니 더 이상 신에게 기대지 말고 그들 스스로가 일을 해결해야 할 때였다.

토린은 이런 상황 또한 예상했기에 이미 대책을 세워뒀었다.

“우리는 그락카르를 쳐야 한다.”

두 달 만에 오크만이 아니라 종족 연합에서도 그락카르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정도로 그락카르가 활약했다. 그는 쉬지 않고 전장을 돌아다녔고, 그가 나타나는 곳에서 오크에겐 승리가, 종족 연합에겐 패배가 돌아갔다.

토린은 지금 하나처럼 움직이고 있는 오크들의 모습이 그락카르라는 역사상 전례 없는 위대한 영웅의 탄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영웅에 의한 발전은 영웅이 죽는 순간 사라진다.’

토린의 생각이었고 오랜 삶을 살며 깨달은 진리였다. 그락카르만 죽이면 된다. 그만 죽인다면 오크들은 예전처럼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모든 오크를 걱정할 필요 없이 근처에 사는 오크만 걱정하면 될 것이다.

그를 위해 토린은 전사들을 끌어 모았다. 다른 세계로의 침공, 아베네고와의 전투, 오크와의 전투로 전사 대부분이 희생되었기에 많은 수를 모을 수는 없었지만 젊은 전사들까지 총동원해 겨우겨우 100만을 맞출 수 있었다.

이게 정말 종족 연합의 마지막 힘이었다. 이 전투에서 진다면 종족 연합은 정말 끝이었다.

‘피언이시여. 저희가 최후의 수단을 시행하기 전 기적을 내려주십시오.’

토린이 마지막 지시를 내리기 전에 다시 피언에게 기도했다. 지금이야말로 신의 기적이 필요한 때였다. 하지만 역시나 대답이 없었고,

“모든 전사들을 준비시켜라. 그락카르를 부른다.”

토린이 이끄는 100만의 전사는 가까운 오크 부락을 공격했다. 100만이 쳐들어왔음에도 그 부락의 전사들은 단 하나도 도망치지 않았다. 토린은 멈추지 않고 미리 알아둔 다음 부락으로 향했다.

그렇게 부락 3개를 불살랐을 때,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토린과 100만 전사의 앞에 그락카르가 나타났다. 그락카르는 홀로 100만 전사에게 달려들었고 잠시 후 그가 나타났던 방향에서 오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종족 연합과 오크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먼발치서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시작했습니다.

이올라였다. 그리고 이올라의 눈을 통해서,

“그래. 시작했구나.”

아베네고 역시 지켜보고 있었다.

< 214 비텔교 vs 오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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