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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210화 (210/228)

< 210 비텔교 vs 오크 >

‘성전사장님과 그분이 이끄는 성전사단은 항상 자신들보다 크고 강한 적을 맞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김해역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한상에게 이야기 했을 때의 대목 중 하나다.

아베네고가 이끄는 비텔교 신도들의 은신처는 오크의 서식지 중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비텔교를 찾아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덤벼오는 다른 종족에 비하면 오크는 말없이 그들끼리만 덤벼오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벤 자칸이 이끄는 성전사단의 적은 대부분 오크였고 간혹 오크의 서식지로 넘어온 리자드맨과 싸웠다.

인간보다 머리 두세 개는 더 크고 힘이 강하며 칼도 잘 들어가지 않는 오크와 리자드맨. 아무리 축복을 받은 성전사단이라 할지라도 그런 괴물들을 상대하는데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단 한 번도 뒷걸음치지 않았다. 방패가 부서지면 검으로 막았고, 검을 놓치면 팔다리를 휘둘렀고, 팔다리가 부러지고 잘리면 이로 물었다. 적이 그들을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목숨을 끊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건 자신보다 강한 적의 공격을 막는 것이었다. 죽어 해골만 남았지만 그들은 생전의 실력을 그대로, 아니 더욱 발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그락카르처럼 강한 적은 없었다는 거다.

쾅!

그락카르의 도끼질 한 번에 해골 성전사 셋이 하늘을 날았다. 맨 앞에서 그락카르의 도끼를 막았던 해골의 방패는 찢겨져 있었고 팔뼈도 반 이상 잘려 뜯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락카르가 그것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퍼퍽!

해골 성전사 둘이 방패를 내민 채 옆구리에 육탄돌격을 해왔다. 반탄력에 부딪쳐왔던 해골 성전사가 오히려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락카르도 살짝 옆으로 밀리며 걸음이 늦춰졌고 그 사이에 쓰러진 해골들과 그락카르 사이에 다른 해골들이 끼어들었다.

-그아아아아아!

벤 자칸이 기합을 지르며 그락카르의 왼쪽을 공격해 들어왔다. 다른 해골들의 공격은 그락카르의 피부를 뚫지 못해 방패를 들고 몸을 던질 정도기에 무시해도 되지만 벤 자칸의 공격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제대로 맞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은 갖추고 있었다.

그락카르가 미로크를 휘둘러 벤 자칸의 검을 쳐냈다. 현격한 힘의 차이에 벤 자칸이 뒤로 튕겨나갔다.

마치 당구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양측이 가진 힘의 차이는 명확하기에 그락카르가 미로크를 휘두를 때마다 벤 자칸과 해골 성전사들은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하지만 용케도 치명상은 피하고 있었고 부상을 입은 해골은 아드리오에 의해 급격히 회복되었으며 부상을 입은 동료를 철저히 보호하며 회복할 시간을 벌어줬다.

그락카르는 아드리오가 해골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래서 당연히 아드리오를 공격하려 했지만 아드리오 자체도 빠르고 아드리오에게 향하는 길목은 벤 자칸과 해골들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강하게 쳐내봐야 다시 회복해서 돌아오는 상황의 반복. 그락카르의 본능이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텅.

다시 방패를 앞세운 채 몸을 날려 부딪쳐온 해골,

턱.

그락카르는 미로크를 휘두르지 않고 놨다. 그리고 양손으로 해골의 머리를 잡고,

콰지직.

투구가 감싸고 있는 머리에 강하게 박치기를 했다. 투구가 우그러지며 그 안의 해골이 바스러졌다. 그락카르는 그것도 모자라 해골을 잡고 있는 손을 있는 힘껏 바닥으로 내리쳤다.

와자자자자자작.

손에 걸리는 모든 뼈가 부서져 내렸다. 70%이상의 몸체가 가루가 되어버린 해골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크흐..”

새로운 공격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한 그락카르가 기분 좋게 웃었다. 날파리처럼 귀찮게 굴던 녀석들을 상대할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텅. 터터텅.

하나의 해골을 부수는 사이 다른 해골들의 검과 방패가 몸을 두들겼지만 무시했다. 몸이 흔들리고 약간의 충격은 있었지만 부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미약한 공격이었다. 그가 조심할 것은 벤 자칸의 공격 하나였다.

그락카르가 미로크를 놔둔 채 양손을 휘둘러 싸우기 시작했다. 해골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턱.

그락카르는 방패를 치지 않고 잡았다. 그리고 방금 전 부숴버린 해골처럼 새롭게 잡힌 해골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아쉬웠다. 뼈가 단단한 것이 살만 붙어 있었어도 뜯어먹으면 맛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락카르가 종횡무진 날뛰었다. 그리고 여섯 구의 해골이 바스러졌을 때,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락카르는 전신에서 힘이 쫙 빠지는 것 같은 느낌에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런 그를 향해 해골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펑! 촤악! 쫘라라락!

지금까지와 다르게 강한 충격에 그락카르가 비틀거렸다. 몸을 내려보니 해골의 검이 훑고 지나간 자리가 갈라져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방패가 부딪쳐 온 자리의 살이 터져 있었다.

‘해골이 강해졌다? 아니야.’

그락카르는 고개를 저었다. 해골이 강해진 게 아니었다.

‘내가 약해졌다.’

그가 약해진 거였다. 불현 듯 스쳐지나가는 기억. 다른 세계의 인간에게서 받은 능력이 떠올랐다. 그 능력은 여성의 비명소리와 함께 적의 능력을 낮췄었다. 남성의 목소리란 것이 다르지만 그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듯 했다.

‘그리고 강력하다.’

능력이 떨어지는 폭이 크다. 적어도 전체적인 능력치가 20~30%는 떨어진 듯 했다. 힘부터 피부의 질김 정도까지 전부가 말이다.

‘범위가 아니라 개인에게 집중된 능력인 모양이군.’

다른 세계의 인간이 쓰는 것처럼 범위 저주라면 절대로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범위로 이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려면 신이 직접 강림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자신에게 집중된 1인이나 소규모 적에게 사용가능한 능력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았다.

아드리오가 오랜 세월동안 연구를 거듭해 만들어낸 능력으로 시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한 1인 저주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만들어낸 이후 아드리오는 다른 종족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아드리오의 파장이다.”

아드리오의 능력을 경계하던 락노르는 곧바로 아드리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꽤 떨어진 위치였지만 그만큼 강력한 능력이었기에 파장이 크게 퍼져나갔고 기운에 민감한 락노르였기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타타탁.

락노르는 즉시 녹색막을 만들어 계단처럼 뛰어오르며 하늘 높이 올랐다. 그리고 느껴진 파장의 중심부를 살폈다. 곧 아드리오, 벤 자칸과 해골 성전사들이 그락카르와 싸우고 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내려와 다른 지도자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오크와 아드리오, 벤 자칸이 싸우고 있다.”

“끼라락. 드디어 카록이 오크들의 참전을 명령한 건가.”

“오크의 규모는? 아드리오와 벤 자칸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에프랏과 토린이 연이어 말했다. 토린은 당연히 대규모 오크 병력이 싸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었지만,

“하나다.”

“하나?”

락노르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의외였다.

“끼락? 오크 하나가 아드리오와 벤 자칸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다고? 말도 안 된다.”

에프랏도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드워프, 엘프, 리자드맨, 카티쉬, 파르펨, 트롤 등 각 진영의 지도자들이 보름간 진행된 치열한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힘을 아끼고 있었던 이유가 뭣이던가. 바로 아베네고와 아드리오를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아베네고의 수호자 중 가장 강력한 아드리오. 천 년 전에도 비텔교 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렸던 그는 아베네고에 의해 다시 깨어난 이후 약 900년을 수련에 매진했다. 비텔교의 능력뿐만 아니라 네크로맨서의 능력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능력까지 여럿 만들어낸 아드리오는 비텔교 최강의 성전사였던 벤 자칸의 경지를 뛰어넘은 지 옛날이었다.

각 종족의 지도자들조차 1:1로는 아드리오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자들이 없었다. 적어도 둘, 안정적으로 이기려면 최소 셋은 함께 해야 했다.

그런 아드리오를 아드리오 하나만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거의 사도급의 힘을 가진 벤 자칸까지 함께 홀로 상대하는 오크가 있다고? 당연하게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못 믿겠으면 보고와라.”

락노르가 그의 말을 믿지 못하는 다른 이들의 반응에도 화내지 않고 하늘을 가리켰다. 그곳엔 아까 만들어놓은 녹색막이 유지되고 있었다. 지도자들이 너도나도 그 위로 올라갔다.

“어떻게 저런 오크가...”

“엄청나군.”

“나도 믿기지 않더군.”

락노르가 놀란 표정으로 내려온 지도자들을 보며 대답해주었다. 그도 직접 보고나서도 믿기 힘들 정도의 장면이었기에 그를 불신하는 다른 이들의 반응에도 화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정령들에게서 들은 적 있다. 남쪽 깊은 곳에 세상에서 가장 강한 오크가 있다고. 이름이... 듀리츠였던가? 그는 다른 오크 10만이 덤벼도 이길 수 없다고 했었지. 그가 올라온 것 아닐까.”

지구로 넘어간 히간테 대신 트롤의 대표를 맡은 히간테의 동생 히간티가 말했다. 그는 히간테 못지않게 오랜 시간 살아온 현명한 오크로서 정령과 대화가 가능한 얼마 되지 않는 존재 중 하나이기도 했다.

문제는 정령들의 지능이 떨어지기에 그들이 전해주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수많은 잘못된 이야기 중 하나일거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던가.”

물론 잘못된 이야기였다. 10만도 과장된 말이었고, 듀키츠를 듀리츠라고 잘못 전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과 접목하니 그럴 듯 했기에 다들 그 이야기를 믿게 되었다.

“그런 오크가 있었다니. 정말 어처구니없군.”

“여하튼 그런 강자가 우리를 돕기 위해 왔다. 절호의 기회 아닌가.”

구오오오오오오!

그아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오오!

카아아아아아아!

때를 맞춰 그락카르보다는 느렸지만 꾸준히, 그리고 빠르게 달려 도착한 오크 강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등장과 동시에 강렬한 외침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드워프를 도우러 오는 오크라니. 오래살고 볼 일이군.”

드워프는 오크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종족 중 하나다. 그렇기에 토린 역시 오크를 싫어하고 증오하는데 오크가 나타난 것이 반가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진짜 지원군이 오크들에 의해 당하거나 가로막혀있다는 것을 모르는 그들에게는 나타나자마자 외곽의 시체들에게 달려들어 싸우기 시작한 오크들의 모습은 정말 종족 연합의 지원군처럼 보였다.

한 번 나타나기 시작한 오크들은 연이어서 끊임없이 나타나 어느새 1만을 넘어섰다.

“살아생전 오크 빌어먹을 놈들이 반가운 날이 올 줄이야.”

락노르의 말에 다른 지도자들의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오크는 항상 골칫덩어리일뿐이었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진정한 종족 연합이 만들어졌다. 아드리오와 벤 자칸도 오크가 상대해주고 있으니 우리가 더 이상 이렇게 웅크리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

“가자! 대반격의 시작이다!”

각 종족의 지도자들은 쉬고 있던 병력까지 총 동원하여 반격을 시작했다.

< 210 비텔교 vs 오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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