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크 더 오크-209화 (209/228)

< 209 비텔교 vs 오크 >

“키학. 키학. 키하학.”

꾸티롯은 리자드맨 제너럴이다. 로드가 되기 직전의 신체능력이 정점을 찍는 시기인 제너럴. 그 중에서도 꾸티롯은 곧 그들의 신 바틱의 부름을 받아 영광스런 로드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로드가 종족연합에 나가있는 동안 마을을 책임지는 임시 로드의 역할을 맡았다. 존경하는 로드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영광스런 역할이었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마을을 다스렸다. 꾸티롯은 자신할 수 있었다. 로드가 종족 연합에 가 있는 2년 동안 로드 못지않게 마을을 잘 다스렸음을 말이다. 아니 솔직히 로드보다 더 잘 다스린 것도 같았다.

하지만 항상 전장에 가고 싶다는 마음도 있긴 했다. 마을을 아무리 잘 다스려봐야 로드가 될 수는 없으니까. 그가 아는 모든 로드가 전장에서 바틱의 선택을 받았다. 2년간 마을을 다스리며 쌓인 자신감은 자신이 전장에 나가기만 하면 바틱의 선택을 받아 로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래서일까. 종족 연합의 지원 요청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남아있는 마을의 전사 4분의 3을 이끌고 바로 출전했다. 그 수는 1,500.

‘당당한 로드가 되어 돌아와 이 마을을 제대로 통치할 것이다.’ 꾸티롯은 그런 포부를 갖고 출진했다. 한 번이라도 전투를 치르면 바로 로드가 될 것만 같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로드는커녕 끌고 나왔던 1,500 전사 중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흩어졌고 50정도의 전사만이 꾸티롯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키학. 키학. 키하학.”

그마저도 전투가 끝난 후의 상황이 아니라 살기위해 도망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위기에 처한 종족 연합 앞에 영웅처럼 등장해 구출하는 장면만 상상했지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음의 위기에 처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게 전부,

“구어어어어어억!”

‘빌어먹을 오크놈들.’

전부 오크 때문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오크의 외침에 차마 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연합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만난 300정도 되는 소수의 오크 전사들. 꾸티롯은 가벼운 마음으로 공격했다. 300정도의 오크쯤이야 1,500이나 되는 자신들이 가볍게 이길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강했다. 평소라면 수적인 우세를 앞세워 피해가 전무한 압승을 거뒀을 전투에서 100이나 되는 전사를 잃었다.

그냥 저들이 이상하게 강한 거라고, 이번만 그럴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오크를 만났다. 이번엔 700정도의 병력. 병력 손실을 막기 위해 우회했다. 그런데 또 다른 오크 무리를 만나버린 것이다. 이번엔 400.

더 우회했다간 후퇴하는 것이나 다름없이 될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싸웠다. 빠르게 처리한 후 이동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전투를 시작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이 오크무리도 강했다.

원래 오크 전사와 리자드맨 전사는 1:1로 싸울 때 거의 호각인데 1:2로도 쉽게 당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싸움은 꾸티랏의 예상보다 길어졌고 200정도 되는 새로운 오크 무리가 나타나 전장에 합류했다.

그리고 다시 150정도의 오크 무리가, 또 다시 250정도 되는 무리가, 그리고 또... 도대체 평소엔 보기도 힘든 오크 무리가 어디서 생기기라도 하는지 계속 나타났고 결국 이렇게 50정도의 전사만 이끌고 도망 다니게 된 것이다.

“구어어어어억!”

다시 눈앞에 나타난 오크.

카강!

‘도대체 말이 안 돼!’

오크의 도끼를 튕겨내긴 했지만 몸이 찌르르 울릴 정도로 강한 일격이었다. 이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상대는 제법 덩치가 있긴 했지만 끽해야 겨우 대전사가 됐을까 할 정도였다. 그런 오크가 로드급에 거의 다다른 자신이 충격을 입을 정도의 강한 일격을 날리다니. 원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다 그런다. 하나같이 다 강했다. 그 자신이 아는 오크가 아니라 새로운 종족이라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구어어어억!”

“그아아아아!”

“쿠아아아아!”

사방에서 오크의 함성이 들려왔다. 꾸티랏은 깨달았다. 자신이 포위되었음을 말이다. 도망칠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속으로 수십 번의 욕을 퍼부은 꾸티랏은,

“키라라라라라라락!”

강하게 외치며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

꾸티랏만 오크를 만난 것이 아니었다. 종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원군은 지원 요청이 온 지역으로 가는 길에 많고 적은 수의 오크를 만나야 했다.

본능적으로 강자와 전투를 느낄 수 있는 오크들이 세계가 만들어진 이래로 가장 규모가 큰 전투를 느끼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 전투를 느낀 모든 오크는 당연하게도 그들의 본능을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 50~100명 정도로 작은 규모의 오크들도 있었고, 그락카르나 다른 대족장들이 이끄는 1만 이상의 규모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강렬한 전투가 느껴진 곳으로 향하는 도중 만나는 모든 종족을 공격한다는 거였다. 애초에 다른 종족을 만나면 싸우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는 종족이기도 하지만 난생 처음 느낀 강렬한 전투의 느낌에 다들 흥분해있기도 했었다.

그들을 상대로 기존 오크를 생각하며 싸움에 임했던 지원군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강렬한 전투의 느낌 때문에 흉폭 해진 상태라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락카르가 모든 오크의 대족장이 된 것이 더 컸다. 모든 오크가 그락카르의 무리에 들어갔기에 ‘군주의 위엄’ 효과를 받았고 신체능력 향상 효과는 원래 기술 없이 육체능력으로만 싸우던 오크들의 전투력을 크게 향상시켜줬다.

더 흉폭 해지고 더 강해진 오크. 그들이 대륙 전체에서 아베네고와 종족 연합의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향하니 당연하게도 종족 연합을 도우러 가는 지원군과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쪽에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락카르는 만나는 모든 종족을 공격해 처리하면서 빠르게 일직선으로 아베네고와 종족 연합의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베네고와 종족 연합의 전투 시작 15일 째 되는 날,

-쿠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그락카르의 외침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며 최초로 모든 오크를 아우르는 대족장이 된 자의 외침은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수백 만을 일순간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아베네고부터 시체까지, 토린부터 일반 전사까지 모든 이의 시선이 그락카르에게 쏠렸다.

***

그락카르가 전장에 도착했을 때 아베네고의 시체는 약 500만, 종족 연합은 약 70만 정도 남아 있었다.

“크흐..”

살아남은 자보다 죽고 힘이 다해 쓰러진 시체가 더 많은 전장. 그락카르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은은히 퍼져있는 피 내음과 강렬한 시체 썩은 내.

“크흐.. 여기가 카록께서 약속하진 천국이구나.”

웃음이 연이어 터졌다.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가 원하는 세상이 저기 있었다. 이미 죽어서 카록이 있는 곳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락카르가 빠르게 전장을 훑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시선은 전장이 아닌 전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후방에 고정되었다. 그락카르의 눈으로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곳.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다. 등뼈가 찌릿찌릿 할 정도로 강한 무언가가.

“크흐.. 정말... 정말 너무 좋군.”

어느새 그락카르에게서 신경을 끄고 다시 전투를 시작한 시체들과 종족 연합을 무시하고 강력한 무언가가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락카르는 한 번 뛸 때마다 10m씩 이동했다. 그락카르가 너무 빨라서 그런 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그를 따르던 노르쓰 우르드, 캅카스가, 미흐로크까지 전부 그를 놓쳤을 정도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었던 장소가 순식간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 오크입니다.

“그 오크?”

-비텔님의 힘을 썼던 오크 말입니다.

그락카르의 덩치가 커지고 생김새도 변해 아베네고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와 싸워본 적 있는 벤 자칸은 한눈에 그락카르를 알아봤다. 그렇지 않아도 제법 강해보여서 흥미를 느끼고 있던 아베네고는 벤 자칸의 말에 그락카르에게 신경이 확 쏠렸다.

오크이면서 비텔의 힘을 쓰는 자. 그저 비텔의 힘만 썼다면 오크주제에 제대로 된 신을 따른다고 생각했겠지만 카록의 힘도 함께 사용했다. 카록은 비텔을 유폐하는 데 힘을 보탰던 자. 그 둘의 힘은 웬만해선 공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잡아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종족 연합의 지도자들에 의해 가로 막혔었다.

-제가 가서 잡아오겠습니다.

“아드리오도 같이 가거라.”

-알겠습니다.

벤 자칸과 아드리오가 아베네고의 곁을 떠나 그락카르에게 향했다. 아드리오는 순간적으로 인간들의 땅을 휘젓고 있던 모든 시체들에게서 힘을 회수했다. 시체의 몸에 들어가 있던 힘은 공간을 뛰어넘어 아드리오에게 돌아왔다.

100%의 상태가 된 아드리오가 달리면서 수인을 맺고 주문을 읊었다. 그의 양 옆으로 아드리오보다 큰 타원형의 보라색 빛 덩어리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완벽한 무장을 갖춘 뼈만 남은 해골들이 하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오는 대로 벤 자칸의 옆에 가 함께 달렸다. 그들의 무장과 벤 자칸의 무장은 상당히 닮아 있었다.

해골들의 수는 벤 자칸과 그락카르가 만날 무렵 20구까지 늘어나 있었다.

“쿠워어어어억!”

-그어어어어어!

쩡!

벤 자칸의 양손검과 그락카르의 도끼가 부딪치며 강렬한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예전에는 서로 비슷한 위력이었기에 서로 한 치도 밀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락카르가 크게 우위에 있었기에 그대로 벤 자칸이 뒤로 날아갔다.

터턱!

날아가던 벤 자칸은 해골들이 받아냈다. 남아있는 힘이 너무 강했기에 넷의 해골이 힘을 합쳤음에도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벤 자칸은 빠르게 신색을 회복하고 양손검을 거꾸로 한 채 두 손으로 들고 그 앞에 타워실드를 박은 채 힘주어 섰다. 그의 양 옆으로 해골들이 10구씩 나란히 똑같은 자세로 섰다.

-우리는 그분의 깨지지 않는 굳건한 방패!

-그워어어어어어!

벤 자칸이 힘을 다해 외쳤다. 해골들이 벤 자칸의 말을 따라하듯 울었다.

-그분들 대신하여 그분의 아이들을 지킨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

-누구도 우리 뒤를 지나갈 수 없다!

-그워어어어어어어!

벤 자칸이 양손검과 타워실드를 들어 전투자세를 잡았다.

-비텔의 방패! 전투준비!

-그워어어!

그랬다. 해골들은 벤 자칸이 이끌던 ‘비텔의 방패’ 소속의 성전사들이었다. 죽어 시체가 썩고 해골만 남았음에도 한이 남아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던 그들. 그들을 아드리오가 찾아내 다시 한 번 더 ‘비텔의 방패’로서 싸울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었다.

아드리오가 그들을 찾기까지 100년이 넘게 걸렸음에도 하늘로 가지 못할 정도로 한이 깊었던 그들. 그들은 죽음에서 다시 일어서며 생전에 가졌던 힘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비텔의 방패!

벤 자칸이 칼을 들어 그락카르를 가리켰다.

-출진!

-그워어어어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비텔의 성전사들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오크 대족장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209 비텔교 vs 오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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